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426)
‘투성에 있는 아소카가 폰으로 전화하다니…….’
성지한은 다시 걸려온 번호를 바라보다가, 그에게 대답했다.
“혹시 당신도 지구로 온 건가?”
[아니, 지구로는 투성의 일원이 모두 접근할 수 없다네. 성좌 후보자를 건드려서, 한 달 접근 금지 처벌을 받았거든.]“한 달? 페널티가 별로 안 크군.”
[평소라면 그렇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는 그 한 달이 결정적일 수 있지.]그렇긴 해도, 한 달 페널티는 너무 약하다.
이 사실을 무신이 진작에 알았더라면, 성지한을 예전에 제거했겠지.
‘이럼 한 달 후에는 더 강력한 성좌가 방해하러 올지도 모르겠네.’
피티아와 길가메시야 솔직히 큰 방해가 되진 않았지만, 동방삭이 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
한 달 동안 시간을 허투루 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성지한은 아소카와의 대화를 이어 갔다.
“그럼 설마 투성에서 전화하는 건가?”
[아니. 투성이라면 무신의 방해 때문에 못했겠지. 스페이스 아레나의 선수 대기실에 있어서 이렇게 연락이 가능했네.]“아하.”
토너먼트 개최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256강 진행을 위해 선수 대기실에 성좌들을 모아 둔 건가.
“그래서 긴히 할 말이 뭐지?”
[토너먼트에서 나와 마주했을 때, 내게 적멸을 써 주게.]“적멸을…….”
[자네가 적색의 손에 얼마나 장악되었는지 알아야 하거든.]그걸 맞는다고 아나?
거기에.
“그렇게 말하면 써 주기 싫어지는데.”
[써야 할 걸세. 안 그러면, 내가 시간을 돌릴 수도 있으니.]“……시간을 돌린다는 건.”
[무신의 회귀를 전적으로 돕겠다는 이야기이네.]성지한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협박하냐?”
[아니. 나는 자네를 전적으로 도울 생각이네. 하지만, 적색의 관리자가 된 성지한은 도울 수 없지.]“……왜지?”
[그것은 인류의 멸종을 뜻하니까.]멸종이라.
적색의 관리자가 되려면 인류를 성화로 불태워야 하니까, 아소카의 말이 맞긴 하다.
‘불 지를 생각, 전혀 없는데 말이지.’
성지한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바로 확답을 주고 싶었지만.
[적색의 관리자가 되는 것이 멸종이라니, 그렇지 않음. 그것은 인류 진화의 최종 단계이자, 올바른 종결점임. 60억이 하나의 절대자가 되는 게 어찌 멸종임?]아소카의 통화를 들었는지, 관리자의 손이 그에게 의념을 보내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완벽히 제어가 되지 않는 손.
그런 그를 앞에 두고, 적색의 관리자 안 할 거라고 하긴 그랬다.
이 강력한 폭탄을 제어할 방법을 찾기 전까진, 관리자 자리를 탐내는 것처럼 연기해야 했으니까.
“일단은 알겠다. 적멸 써 주지. 근데…… 나한테 그걸 맞으려면, 먼저 토너먼트에서 우승해야 하지 않나?”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우승은 확정적이니.]“대단한 자신감이군.”
[보면 알 테지.]참여를 결정한 레벨 8 성좌 중.
하급 종족 출신의 성좌는 그 하나밖에 없었다.
최소 중상급 이상이고, 대다수는 상급 종족 출신이었는데.
아소카는 그들을 당연히 제치고, 256강에서부터 맨 위까지 올라오겠다고 담담히 말하고 있었다.
‘저번에 금륜적보 돌릴 때 보면, 만만해 보이진 않았지…….’
동방삭 정도는 아니더라도, 피티아 이상은 되려나.
성지한은 이번 기회에 그의 힘도 파악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답을 했다.
“그래. 올라오면 적멸 쏠게.”
[알겠다. 그럼 그때까지, 손에 지배받지 않길 바라지.]삑.
아소카는 그리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거 어째 분위기가, 손에게 지배받으면 시간 바로 돌릴 기세군.
[뭔데 저리 건방짐? 레벨 8 주제에.]“뭐, 한 가닥 재주는 있는 성좌다.”
성지한이 투덜거리는 적색의 손에게 그리 대꾸하고 있을 때.
옆에서 통화를 들은 그림자여왕이 성지한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대, 설마 관리자가 될 수 있는 건가?”
“글쎄다.”
“친하게 지내야겠군. 다시 검으로 들어가도 되겠나?”
“왜, 태극마검 쓸 때는 학을 떼더니.”
“그래도 관리자랑 끈을 연결하는 게 더 중요하지.”
의도가 투명하구만.
성지한은 피식 웃었다.
“따로 챙겨 줄 일은 없을 거니, 그냥 평소대로 해라.”
“냉정하군. 그럼,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열심히 활동해야겠네…….”
“밑바닥이라니. 그런 거치고는 후원자도 꽤 모았잖아?”
“지금은 후원자로 인해 벌어들이는 것보다, 지출이 더 많은 상태야. 1~2년 후면 흑자 전환할 거 같은데…….”
“근데 뭐가 문젠데.”
그림자여왕은 성지한을 슬쩍 바라보았다.
“1, 2년 후에도 여기 괜찮겠지?”
“왜?”
“저번의 충돌 때도 그렇고, 뭔가 금방이라도 폭발할 거 같거든 이 세계는. 너무 변화가 빨라.”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애초에 스페이스 리그에 정식으로 진입한 게 올해였으니까.
1년도 안 지났는데 별의별 일이 다 생겼으니, 여기 계속 투자해도 되나 싶겠지.
하지만.
“그런다고 다른데 투자할 수도 없잖아, 너.”
“윽…… 그건 그렇다만.”
“그럼 그냥 받아들여.”
“후우…… 그럼, 나 따로 방송 좀 해도 되나?”
“방송을?”
성지한의 반문에, 그림자여왕은 자신이 띄웠던 대진표 화면을 툭툭 두드렸다.
“이 경기. 인류는 아직 중계하지 못하더군.”
“그래서 그걸 네가 하겠다고?”
“그래. 이 외에도 외계의 배틀튜브 중 인류가 흥미로워하는 걸 뽑아서 방송을 할까 해.”
“흠…… 지구에서 외계 배틀튜브 중계할 수 있는 건, 나랑 너밖에 없나.”
“네 누나도 가능은 하다. 물론 성지아는 그런 거 안 한다고 했지만.”
아, 하긴 누나도 아직 성좌라 가능은 한 건가.
성지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마음껏 해. 난 안 건들 테니.”
“오…… 정말인가?”
“어.”
어차피 올해가 지나기 전에, 많은 게 결판날 거 같은데 그런 지방 방송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지.
성지한이 선선히 이를 허락하자, 그림자여왕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럼 바로 여왕 채널 오픈하러 가겠다!”
스스스…….
‘이제부터 꾸준히 챌린저 게임을 진행해야겠군.’
성지한은 챌린저 리그로 승급한 후, 처음으로 일반 게임을 매칭했다.
* * *
3일 후.
[챌린저 리그 8로 승급했습니다.]‘리그 승급, 3번만 이기면 되는 건가.’
성지한은 무덤덤한 얼굴로 시스템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챌린저 리그.
배틀넷의 최상위 리그인 이곳은, 과연 전 우주의 강자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그래 봤자지.’
아무리 강하다 한들 성좌 후보자들.
애초에 레벨 8의 성좌도 손쉽게 쫓아낸 성지한에게, 대적할 만한 상대는 아무도 없었다.
-챌린저 게임도 별거 없네.
-어느 리그를 가도 익숙한 학살 현장이다 ㅋㅋㅋㅋ
-하기야 레벨 8 성좌도 압살했는데, 다른 플레이어야 오죽하겠어.
-성지한 님 일반 게임 매칭은 아마 평생 이렇게 손쉽게 끝나지 않을까요?
-그럴듯 ㅋㅋㅋㅋ 일방적으로 쳐 바르는 재미에 봄.
-근데 점점 빨리 끝내서 아쉬움…… 오늘 1분 컷 ㅡㅡ;
-ㄹㅇ 들어오니까 끝나 있어 ㅋㅋㅋ
게임 시작하자마자 번쩍, 번쩍하더니 죄다 썰려 있는 적들.
일반 게임 매칭은, 그렇게 매일 초고속으로 끝났다.
‘이렇게 빨리 끝날 줄 알았으면, 진작 좀 돌릴 걸 그랬네.’
적색의 손과 공허 처리장을 이식하고 난 후, 이 둘에 대해 파악을 하느라 일반 게임 매칭을 안 돌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1분 컷 낼 줄 알았으면, 미리 틈틈이 매칭 돌릴 걸 그랬다.
성지한이 그렇게 예전 일을 아쉬워하며, 거실로 나오자.
[벌써 끝냈니?]“어 누나.”
소파 앞에 둥둥 떠 있는 석상 형상의 성지아가 그를 맞이했다.
무거워서 앉지도 못하고, 맨날 허공에 공중부양중인 그녀를 보며 성지한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거 안 불편해? 빨리 열쇠 써서 인간으로 돌아와.”
[좀 기다려 봐. 누나도 다 생각이 있어.]“그거참. 열쇠 힘들게 구했구만, 보람이 없네. 진짜.”
[초심자의 아레나 끝날 때까지는, 세아 서포트해야지.]“오늘 시작이랬지?”
초심자의 아레나.
중급에 도달하지 않는 종족을 모아다가, 진화 보너스를 주는 이 행사는.
아레나의 주인이 인류에게 진화 보너스를 더욱 퍼주기 위해, 개최한 거라는 설이 파다했다.
-아레나의 주인이랑 성지한, 커넥션이 확실히 있음. 저번에도 성지한 방송에 같이 나왔잖아. 공허의 수련장에서.
-하…… 인류가 대체 뭐라고 저렇게 밀어주냐?
-인류는 딱히 뭐 없는 거 같은데, 거기서 한 명이 워낙 독보적이라.
-아니, 꼭 그렇진 않음 고위 레벨의 군림 성좌가 셋이나 있는 것도 그렇고…… 우주천마도 인간 출신이라는데?
-우주천마…… 그 괴물도 인간이었음?
-종족은 그냥 평범 이하인데, 특출난 플레이어들이 간혹 튀어나오는 듯.
인류가 대체 뭐길래 저렇게 밀어주냐, 답 안 나오는 문제 가지고 배틀넷 커뮤니티에서 한참 갑론을박이 벌어질 무렵.
[지한아. 시작하려나 봐.]TV에서는 초심자의 아레나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초심자의 아레나. 드디어 시작되는군요!
=첫 개막전은, 마스터리그에 소속된 플레이어끼리 경기를 치릅니다.
=마스터 리그면…… 현 인류에선, 5명이 출전 가능하군요!
=네. 9월에 치러졌던 승급전 맴버들이 그대로 아레나에 나섭니다!
인류의 진화가 걸려 있어서 그런지, 전 세계의 0번 채널에 실시간으로 방영되는 초심자의 아레나.
=이번 상대 종족은…… 곰입니까?
=하도 덩치가 큰 종족들이 많아서 그런지, 곰 정도면 상대할 만한 것 같습니다!
아레나의 경기장에서, 상대편으로 소환된 곰을 닮은 종족.
그들은 인류팀을 향해 쇄도하면서, 적극적으로 압박을 가했다.
=아, 윤세진 선수! 앞으로 나서서 이들을 막아 보지만, 다섯을 모두 막을 순 없습니다!
=윤세아 선수가 커버에 들어가는군요. 언데드 버프, 여기서도 유지되나요?!
=오.,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전사가 한 명 더 있는 것마냥,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어요! 상대의 돌진, 일단은 저지합니다!
성지한은 전사인 양, 앞으로 나서는 윤세아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응? 난 불사의 축복 안 썼는데.”
[내가 대신 했어.]공허의 마녀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이렇게 불사의 축복도 줄 수 있는 건가.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말했다.
“이게 누나의 서포트야?”
[그래. 진화 보너스 많이 얻어가야 하지 않겠니? 거기에 윤세진이 전사의 본분을 다 못하고 있으니까. 우리 딸 다치지 않게 내가 버프 줘야지.]“전사가 너무 없잖아. 매형이 커버하긴 힘들지.”
[이제 매형 아니다.]“아, 알았어. 세진 형.”
성지한은 그렇게 호칭을 정정하며, 게임의 진행 양상을 살펴보았다.
전사 5인으로 구성된 곰 종족은 돌진이 막히니, 서서히 후방 지원을 받는 인류 팀에게 밀리고 있었다.
윤세아가 불사의 축복이 걸리지 않았다면, 역으로 인류 팀이 제압당할 상황이었지만.
다른 탱커들처럼 몸을 던져서 팀을 방어하는 궁수 때문에, 게임은 수월하게 풀려 갔다.
‘세아의 불사의 축복이 여기서도 먹히면, 꽤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되겠는데.’
누나가 서포트 하나는 확실히 해 주는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승리하는 인류를 바라보고 있을 때.
스스스스…….
“그대여. 지금 혹시 바쁜가?”
바닥에서 그림자여왕이 다급한 얼굴로 성지한에게 질문했다.
“아니, 이거 보고 있는데.”
“그래? 승패는 갈렸군. 그러면, 잠깐…… 내 채널에 얼굴 좀 비춰 줄 수 있겠나?”
“네 채널에 나가라고? 뭔 방송을 하려 그래.”
“네 손을 건 토너먼트 256강 중계다.”
아, 그것도 오늘 동시에 하는 거였어?
스페이스 아레나가 일정을 뭐 이리 잡았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그림자여왕이 주저리주저리 한탄했다.
“성좌들의 대결이라 주목도가 높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시청자 수가 너무 저조해. 인류한테는 저 초심자의 아레나가 훨씬 인기가 좋을 거란 걸 간과했다…….”
“그래서, 나보고 토너먼트 중계하라는 거냐?”
“아, 아니. 그냥 얼굴만 한 번 비춰 주면 안 되겠나…… 지금 안 그래도 딱, 인류 성좌가 경기할 타이밍이다.”
“아소카가? 알았어. 가자.”
“오…… 고맙다. 이쪽이다.”
아소카가 나오는 거면, 한번 봐야지.
성지한이 승낙하자, 그림자여왕은 얼른 자기가 튀어나온 바닥으로 그를 안내했다.
그림자기운이 가득한 그곳에 발을 디디자, 성지한의 몸이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스으으윽…….
그리고 순식간에 뒤바뀌는 환경.
“자, 오늘 내가 대형 게스트를 데려왔다!”
어두컴컴한 그림자기운만 가득한 채, 화면만 여럿 뜬 그곳에서는.
아소카의 모습이 가장 큰 화면에 나타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 깜짝 객원 해설로 참여한 성지한입니다.”
성지한은 그렇게 운을 띄우며, 한마디라도 해설을 하려고 화면을 바라보았을 때.
번쩍!
화면에서 빛이 터져 나오나 싶더니.
“……어, 게임 끝났네요?”
아소카의 상대는 사라진 채.
256강이 순식간에 종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