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428)
무신의 별 투성.
무신은 자신의 자리에서, 아소카를 내려다보았다.
[네 말대로 이번 토너먼트 참가를 허락했다만…… 아소카. 일의 마무리, 맡겨도 되겠지?]“예. 손을 회수할 수 있으면 회수하고.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봉인하겠습니다.”
[그래. 금제를 거스르지 않으리라 믿겠다.]“이는 제 목적에도 부합하는 일…… 성실히 수행하겠습니다.”
무신은 충실하게 고개를 숙이는 그를 내려다보며,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먼 옛날, 동방삭과 더불어서 자신을 사사건건 방해하던 인류의 현자.
저자 때문에, 한때는 지구를 모조리 불사르고 다른 행성에서 새로이 스타트를 하려 했지만.
자신의 의도를 먼저 알아차린 아소카가 ‘무한회귀無限回歸’를 제안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현재까지는 그가 나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주었지…….’
무신이 이렇게 투성에서 막대한 힘을 모으고, 관리자의 자리를 넘볼 수 있게 된 것도.
아소카가 구축한 무한회귀의 덕이 컸다.
한때는 최악의 적이었지만.
그가 머리를 숙이고 무신의 종을 자처한 후부터는, 그 어떤 이보다 도움이 되었지.
하지만.
‘벌써 셀 수도 없이 회귀를 같이했지만, 그의 속내는 여전히 알 수가 없다…….’
무신은 과거, 계획한 바를 모두 성공적으로 이행해 나갔다.
비록 동방삭이 초월적인 무를 지녀, 그와는 맞붙지 못하고 피해 다녀야 했지만.
그는 세계수를 봉인해야 했기에, 행동반경이 제한되어 있었다.
그렇게 모든 일엔 사소한 변수가 있으되, 대체적으로는 무신의 손아귀 안에 있었다.
하지만, 아소카.
아니.
[……싯다르타였지. 네 옛 이름.]싯다르타가 그를 방해하자, 꾀하던 모든 일이 봉쇄되었다.
그와 자신간의 힘의 격차가 압도적으로 크지 않았다면.
아니면 혹여, 동방삭이 세계수에 묶이지 않았다면.
싯다르타와 동방삭에게, 자신은 진작 죽었겠지.
“잊은 지 오래된 이름입니다. 싯다르타는.”
아소카는 덤덤한 얼굴로, 그 이름을 읊자.
무신의 두 눈이 번뜩였다.
그래.
저 속내를 전혀 알 수 없는 표정이, 그에게는 언제나 부담이었다.
자신을 가지고 놀았던, 인류의 현자.
그는 결국 온갖 금제를 받은 채, 자신의 종이 되었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에겐 신뢰가 가질 않았다.
오히려 언제 이놈이 뒤통수를 칠까, 걱정만 될 뿐이었지.
무신의 두 눈에서 붉은빛이 한층 더 깊어졌다.
“무신께서 초월적인 존재가 되었을 때, 인류를 구원해 주기로 하셨죠.”
[그래. 약속은 지키겠다. 내가 상시 관리자가 된다면, 인류를 구원해 주지. 적색의 불을 모두 꺼 주겠다.]“……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러니, 경거망동을 하지 않으리라 믿겠다. 우리의 계약이 틀어지면, 인류는 절멸할 테니.]무신은 그렇게 아소카에게 두 번, 세 번 또 다짐을 시켰다.
가장 컨트롤하기 힘든, 무신의 종 아소카.
그에 대한 불신이 기저에 깔려 있기에 나타난 행동이었다.
“명을, 받겠습니다.”
그리고 아소카는 그런 무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입가에는 묘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 * *
[초심자의 아레나 5승 0패! 승승장구하는 인류 대표팀, 그 선두에는 전사 롤을 수행하는 윤세아가 있다.] [올해가 중급 종족으로 갈 적기? 성지한의 토너먼트에서도, 진화 보너스가 나온다고 알려져] [군림 성좌 아소카, 모든 경기를 1초 만에 끝내다.] [아소카의 진명은? 인도 신화의 신들이 총망라돼]요 며칠간, 세간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주제는.
초심자의 아레나와, 성지한의 토너먼트였다.
처음에는 인류에게 진화 보너스를 벌어다 줄 수 있는 초심자의 아레나가 주목도가 더 컸지만.
군림 성좌 아소카가 매번 경기를 번쩍하면 끝내는 기염을 토하면서, 대체 이 사람이 누군지에 대해 사람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었다.
“아, 오늘 삼촌 경기 봐야 하는데 아쉽네. 하필 초심자의 아레나랑 같은 시간에 편성이야.”
“빨리 끝내고 와서 보면 되지.”
“근데 전륜성왕이 번쩍거리면 끝나는 거 아냐?”
이제는 아소카를 아소카라고 부르지도 않는 윤세아.
“넌 전륜성왕 설을 미는 거냐.”
“응. 삼촌이 불교 관련 같다고 했잖아. 근데 부처님은 좀…… 그런 해골 띄울 거 같지 않거든.”
“난 당신 붓다냐고 물어볼 건데.”
“아 진짜? 왜?”
“그냥 느낌이 왔어.”
“오, 삼촌의 감 발동한 거야?”
그간 성지한의 감이 얼마나 정확한지 옆에서 지켜봤던 윤세아는, 그 말을 듣곤 눈을 크게 떴다.
무시무시한 해골 수레바퀴를 굴리는 사람이, 부처님이라니.
[근데 지한아. 번쩍이는 거 대처할 방법은 찾았니? 그 손, 빼앗기면 어떻게 해?]“맞네. 생각해 보니까 부처님이든 전륜성왕이든 중요한 게 아니네. 삼촌 아기 때로 돌아가게 하면 어떻게 해?”
상대를 탄생했던 때로 되돌리는 아소카의 시간역행.
지금까지 모두 1초컷을 했던 그 압도적인 권능에서, 일단 저항하는 수를 찾아야 했다.
“뭐, 수련실에서 그것에 대한 대처방안을 연구 좀 해 봤어.”
“오, 삼촌 해설하러 가는 와중에도, 다 대책을 세워 놨구나.”
“어, 이대로 손을 빼앗길 수는 없잖아?”
아소카가 토너먼트에 나온 이유가 적멸을 맞기 위해서이긴 했지만.
성지한은 그 말만 믿진 않고, 최악의 경우를 대비했다.
아무런 준비 없이 경기 나섰다가 시간역행 당해서 손 빼앗기면 큰일이니까.
‘회광반조를 통해, 시간역행에 저항한다.’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고, 의문점이 많은 무공 멸신결 회광반조.
하나 성지한은 아소카의 권능을 보면서, 회광반조가 이에 대항할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물론.
‘이것도 근거는 없는 감이긴 하다만.’
성지한에게 언제나 살길을 제시해 주었던 ‘감’.
벌써 지금까지 여러 번 신세를 졌던 그 직감은, 이번에도 회광반조가 아소카의 권능에 대항할 키임을 알려 주고 있었다.
그때.
지이이잉…….
[스페이스 아레나로 곧 소환됩니다.]성지한의 눈앞에, 메시지창이 떴다.
이제 시작되는 건가.
“나 간다. 세아야. 연승 행진 이어 가라.”
“응 삼촌~ 상대한테 대놓고 물어보지 말고 잘 찔러 봐~”
잘 돌려서 말해서, 상대의 정체를 캐내라는 거군.
번쩍!
메시지창이 사라지자, 성지한은 스페이스 아레나로 소환되었다.
드넓은 경기장 내부.
건너편에는, 토너먼트의 우승자인 아소카가 고요한 눈으로 성지한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에겐, 돌려 말해 봤자 어차피 다 파악당할 거 같은데.’
상대를 보자마자, 이를 직감한 성지한은.
“아소카, 하나 좀 물어보지.”
“말해 보게.”
“당신의 정체…… 붓다인가?”
그냥 대놓고 물어봤다.
* * *
-아니 이건 너무 돌직구인데 ㅋㅋㅋㅋ
-아소카 = 부처님 설로 가는 거임?
-아 이건 아닌 거 같은데…….
-ㄹㅇ 힌두교신이라니까.
성지한의 말에, 폭발적으로 반응하는 인류의 채팅창.
아소카는 슬쩍 웃더니, 그에게 대답했다.
“아니다만.”
“정말이냐?”
“내가 굳이 네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지.”
-그래 무슨 부처님이 해골 띄우고 있어 ㅋㅋㅋ
-이제 남은 리스트를 말해봅시다.
-시바신 한 표.
-신은 좀 그렇지 않음? 인간이어야지
-라마 가자.
아소카의 부인에, 성지한은 미간을 좁혔다.
깨달음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확실히 불교랑 연관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럼 힌두교 쪽이냐? 아니면 전륜성왕?”
“다 아니네. 나는 그렇게 추앙받는 이가 아니지. 그래. 차라리 아소카 왕으로서의 내가, 가장 존경받았을 터.”
“하지만 아소카 전에도, 분명히 활동은 했잖아?”
“그전의 이름이 듣고 싶은가?”
“어, 궁금증 좀 풀어 주지 그래. 지금 60억 인류가 다 네 정체를 궁금해하고 있어.”
“네가 조장한 거겠지.”
뭐 그렇긴 한데.
아소카는 그런 성지한을 보더니, 싱긋 웃었다.
“이름이 그리 궁금하면, 알려 주겠네.”
“오, 진짜?”
“그래. 궁금증이 해소되기 전엔, 적멸을 사용하지도 않을 것 같으니.”
그러며 아소카는 입을 열었다.
“그전에 하나 묻지. 붓다의 생전 이름에 대해 아는가?”
“그건…….”
성지한이 생각하기도 전에, 채팅창에 하나의 이름이 계속 떠올랐다.
-사리푸트라예요.
-사리불 ㅇㅇ
-근데 부처님 여러 명 아님? 아미타불이나 미륵불도 그렇고.
-그래도 불교의 종사는 사리푸트라 맞잖아.
사리푸트라.
그것이, 불교를 창시한 인물의 이름이었지.
“……사리푸트라다.”
그 이름을 들은 아소카가 진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붓다의 본명은 사리푸트라. 나 ‘고타마 싯다르타’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네.”
“고타마 싯다르타…… 그게 네 이름인가.”
“그래. 별로 유명하진 않네. 차라리 후대의 이름, 아소카가 훨씬 더 알려졌지.”
스윽.
그러며 아소카는 채팅창이 있는 쪽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사람들도 그리 알고 있지 않은가?”
그의 말대로.
-고타마 싯다르타?
-누구지? 검색해 봐도 별거 안 나옴.
-아소카 이름 쓰는 이유가 있었네.
-그니까 ㅋㅋㅋ 조금이라도 더 유명한 이름 써야지.
시청자들은 이 이름을 처음 듣는다는 듯, 반응하고 있었다.
“흠. 권능이 워낙 뛰어나서, 대단한 이름이 나올 줄 알았는데.”
성지한의 말에, 아소카는 짙게 웃었다.
“싯다르타란 이름이 자네를 실망시켰군. 그냥 아소카라고 부르게.”
“뭐 실망까진 안 했다만…… 알았다. 그렇게 부르지.”
“그럼 이제 궁금증도 풀렸을 테니.”
스윽.
아소카는 손가락으로, 성지한의 오른손을 가리켰다.
“내게 적멸을 쓸 차례네.”
* * *
투성, 황금의 탑 근처.
“동방삭. 표정이 왜 그렇게 굳었어?”
피티아는 동방삭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걸 보면서, 의아한 듯 물어보았다.
“……딱히 안 그러네만.”
“노인네가 얼굴 찡그리니까 주름밖에 안 보이네. 뭐 보고 있길래 그래? 아. 아소카랑 성지한이 싸우는 거 보는구나. 나도 보고 있었는데.”
스으윽.
동방삭이 띄워 놓은 화면을 보고는, 피티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소카의 권능 보고는 분명 대단한 이름이 숨겨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싱겁더라. 그치? 고타마 싯다르타라니.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이야.”
“……그렇군.”
“난 그가 사실, 사리푸트라인 줄 알았어.”
“성지한이 처음 이야기했던 대로 말인가.”
“어. 부처 정도는 되어야지, 저 말도 안 되는 권능을 쓸 거라 봤거든.”
피티아의 재잘거림에 동방삭은 겉으로는 태연함을 연기했지만.
‘불교의 종사, 사리푸트라라…….’
속으로는, 착잡한 마음을 애써 숨기고 있었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영원히 빛날 교조敎祖의 영예가, 자신이 아닌 제자에게로 돌아갔구나.’
싯다르타가 자신의 제자들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지혜로는 으뜸이라고 칭했던 사리푸트라.
하나 그는 어디까지나, 싯다르타의 제자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가 불교의 창시자가 되고.
고타마 싯다르타의 이름은 역사 속에서 사라져, 흔적이 아예 없어지다니.
‘깨닫지 않겠다는 맹세에는, 부처의 길을 포기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겠지만…… 자네의 이름마저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질 줄은 몰랐네. 내가 다 안타깝구나.’
뱀의 계획을 모조리 틀어막아, 그에게 마지막 방법을 결심하게 만들었던 싯다르타.
역사가 그의 노고를 모두 기록할 수는 없더라도.
찬란한 이의 이름 몇 자 정도는, 새겨줄 줄 알았다.
하지만, 아예 그 이름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마냥, 그를 기억하는 이는 아무도 없구나.
실제와는 많이 다르지만, 자신의 이름 ‘태공망 강상’도 사서에 남았을진대.
‘그런데도 자네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군.’
교조의 영예를 제자에게 빼앗기고, 자신의 이름을 아는 이 아무도 없음에도.
아소카는 그런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그저 적멸을 사용할 성지한의 손만을 쫓고 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신밖에 할 수 없는 일을 하겠다는 태도.
동방삭은 그걸 보면서, 자신이 그와 맹세를 주고받았던 구세제민救世濟民이 떠올랐다.
‘……나도, 맹세를 지키겠다.’
동방삭은 투성의 하늘을 보았다.
별처럼 자리한 성좌의 무구는, 흉흉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무신이 무한회귀를 하는 가운데, 힘을 저장해 둔 장치들.
동방삭의 두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이 하늘…… 기필코 나의 검으로 무너뜨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