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431)
적멸을 품어, 관리자의 손의 봉인을 해제할 절대무기.
[일단은, SSS급 장비를 구해야 함…….]이를 위한 첫 준비물은, 아이템 등급 SSS급의 장비였다.
[그것도 화속성과 친화적인 무구가 필요함. 구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마침 있어.’
[……있음?]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곤, 인벤토리에서 봉황기를 꺼냈다.
SSS급 등급에, 화속성 친화면 이게 딱이지.
[이런 무기가 있었음?]‘너 있을 땐 안 썼었나? 예전에 자주 썼던 무기다.’
한때는 적뢰를 운용할 때, 필수적으로 써먹던 무기였지만.
근래에는 스탯 적을 쓰는 데 있어서, 그냥 관리자의 손으로 힘을 써먹는 게 다이렉트라 잘 쓰질 않았지.
[이 정도면…… 1차 조건은 만족함. 여기에 적멸의 기운을 담으면 됨.]‘그건 어떻게 하는데?’
[소멸 코드를 먼저 작성하고, 그 앞에 필살기라고 쓰셈. 그럼 적멸이 됨.]‘……필살기? 장난하냐?’
이거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진짜임…… 특별 문자로 소멸의 권능을 강조한 거임.]‘그럼 다른 코드에도 죄다 필살기 XX코드 쓰면 모두 강조되냐?’
[그렇진 않음. 소멸만 특히 강조시킴.]적색의 관리자.
알고 보면 실없는 존재인가.
성지한은 피식 웃으며, 봉황기 위에 코드를 쓰려다가 생각을 바꾸었다.
‘지금 바로 이놈이 하잔대로 하면, 봉인한 의미가 없잖아.’
아소카가 검에 찔리면서까지 행했던 손의 봉인.
이걸 이렇게 쉽게 풀어 줄 수는 없었다.
스탯 적을 완전히 활용하기 전까지는, 이렇게 적색의 눈이 감긴 상태가 편하지.
‘야, 근데 이럼 내 무기 사라지는 거 아니야?’
성지한은 본격적으로 일에 태클을 걸기 시작했다.
[사라지면 어떰. 내가 있잖음.]‘너도 안 풀리고 무기도 사라지면 내 손해가 막심한데.’
[……그동안 안 썼던 거 아님? 이 창.]‘이제 슬슬 활용도를 넓히려고 그랬지. 솔직히 말해 봐. 필살기 소멸 코드라고 작성하면, 정말 창 날릴 위험이 없냐?’
[100% 사라짐. 대신 내가 돌아옴.]‘그럼, 창도 날리고 너도 봉인에서 안 풀릴 확률은?’
[그건…… 속단할 수 없지만 50%쯤 될 거임.]이거다.
“아니, 50%라고?! 반반이잖아!”
성지한은 지금껏 팔에 의념만 보내다가, 실제로 놀란 목소리를 토해 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게 도박이다. 그런 확률 따위에 내 SSS급 창을 맡길 순 없어.”
[본체! 50%면 할 만함! 거기에 실패하면 또 구하면 그만 아님?]“아니. 봉황기엔 길드 특성 업그레이드하는 옵션도 있다고. 이렇게 소모되기엔 아까운 아이템이야.”
[길드 특성을 올려 줌? 저 창이?]“그래.”
성지한의 말 중, 관리자의 손은 뜻밖의 것에 집중했다.
[……이러면 온전한 무기로서의 성능은, 실제 SSS급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음.]“길드 성능 올려 주는 부가 옵션 때문에?”
[그게 문제임. 이러면 성공 확률은 20% 이하로 내려갈지도…….]“안 되겠네, 이거.”
이러면 봉황기는 탈락이고, 새로운 SSS급 무기를 구해야 하는 건가.
성지한이 입꼬리를 슬쩍 올리고 있을 때.
[이런…… 코드 매개체가 있었다면, 확실하게 성공했을 텐데 아쉬움.]“코드 매개체?”
[코드를 온전하게 담을 수 있는 매개 수단…… 공허가 소유한 그 기물은, 필살기 소멸 코드도 확실히 담을 수 있음.]관리자의 손이 코드 매개체를 언급하면서, 아쉬움을 토하기 시작했다.
이 물건만 있으면, 100% 성공인데 하면서.
‘……왜 이놈이 필요로 하는 물건은 다 내 인벤토리에 있나.’
성지한은 그런 관리자의 손을 의심쩍게 바라보았다.
설마 알고 이러는 건 아니지?
“코드 매개체라는 거, 구하면 그냥 그 위에 필살기 소멸 코드 쓰면 되는 거냐?”
[그게 있으면 저 창이랑 융합을 시켜야 함. 그러면 항시 발동되는 ‘적멸의 창’을 볼 수 있을 것임.]“흐음…… 융합은 어떻게 시키는데?”
[융합 코드를 양쪽에서 써서 합치면 됨…… 그 정도면 관리자의 무기로 삼아도 될 만한 성능이 됨.]“관리자의 무기가 될 정도라고? 그렇게 성능이 나올 수 있냐?”
성지한은 눈을 번뜩였다.
봉황기랑 코드 매개체. 최근 써먹을 데가 애매해서 인벤토리에서 놀고 있었는데…….
이것들이 잘만 융합시키면, 관리자급 무기가 된단 말인가?
[적멸이 상시 발동하는 창임. 거기에 적을 더 불어넣으면, 이를 한층 더 강화시킬 수 있음. 이 정도면 적색의 관리자의 주무기가 될 만함.]“호오…….”
[……근데. 설마 혹시 본체 코드 매개체를 가지고 있음?]“공허가 가지고 있다며. 그런 보물이 나한테 있겠냐?”
[음. 그건 그런데 뭔가 아는 느낌임…….]“궁금하니까 그런 거지.”
[하긴…… 그게 있을 리가…… 있으면 썼겠지 놔뒀겠음…….]그러게.
너 얻고는 검이랑 손으로 떼우고 창 안 쓰길 잘했네.
성지한이 그렇게 표정 관리를 하고 있을 무렵.
[으…… 힘의 여유가 없음…… 미친 봉인…… 어떻게 관리자의 손을 봉인함? 성좌 따위가?]“그러게. 세더라.”
[본체…… 그럼 SSS급 불 속성 무기 따로 구하고, 여기에다간 필살기만 쓰고 있어 보셈…….]“그럼 무기 안 날아가냐?”
[필살기의 글자만 가지곤 안 날아감…… 오히려 무기가 적에 걸맞게 강화될 거임.]무기가 부서지지 않고, 강화되기만 한다니.
이름이 ‘필살기’인 걸 제외하면, 완전히 좋은 코드다.
물론 적이 강화되는 거니, 모든 무기에 쓸 수는 없겠다만.
“그래. 그럼 꾸준히 이 무기 강화시켜 두지.”
[믿겠음…… 본체. 날…… 풀어야 함. 그래야 대업을 성사할 수 있음…….]“알았다.”
[그리고 정 SSS급 무기 못 찾겠으면, 최후의 방법도 있긴 함…… 일단, 무기 수소문부터 해 보셈…….]스스스스.
그 말을 마지막으로 관리자의 손은 힘을 잃었다.
다시 봉인되어 버린 건가.
‘그럼.’
성지한은 관리자의 손이 알려 준, 절대무기 ‘적멸의 창’에 대해 생각을 정리했다.
‘준비물은 다 갖춰 놨지만, 지금 당장 합칠 필요는 없다.’
적멸의 창을 완성하면, 관리자의 손이 봉인 풀어 달라고 또 호소할 게 뻔하니까.
이 손에게 자신의 진의를 밝히는 건, 좀 더 나중이 되어야 한다.
‘코드 매개체는 인벤토리에 계속 놔두고.’
봉황기만 일단 필살기를 쓰면서 강화시켜 봐야겠군.
성지한이 그리 결심했을 때.
“……삼촌, 레드 깬 거야?”
성지한이 도박이 싫다고 목소리를 낼 때부터, 옆에서 이를 가만히 듣던 윤세아가 말문을 열었다.
“잠깐 깼지. 다만 봉인 해제법을 알려 주고 다시 봉인됐어.”
“오, 해제가 가능한 거였구나. 어떻게 하면 된대?”
“무기에다가 필살기라고 쓰래 일단.”
“……봉인돼서 제정신이 아닌 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게 정상이지.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거리다, 윤세아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왜 자꾸 세아를 주시하는지는 못 물어봤군.’
손의 붉은 눈이, 자꾸 자신을 쳐다봤다던 윤세아.
관리자의 손이 그냥 윤세아를 볼 리는 없었다.
분명 이유가 있겠지.
성지한은 손의 마지막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리고 정 SSS급 무기 못 찾겠으면, 최후의 방법도 있긴 함…… 일단, 무기 수소문부터 해 보셈…….]뭔지는 안 알려 줬던 ‘최후의 방법’.
이게 걸린단 말이지.
“세아야.”
“응?”
“손이 널 꼬드겨도 무시해라.”
“에이, 삼촌 물건에 내가 어떻게 손을 대?”
“그냥 얘가 뭐라고 하던 반대로 들어. 완전히 협력하는 관계는 아니니까.”
“아, 그래? 뭔가 사정이 있구나…… 알았어, 삼촌!”
윤세아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난 잠깐 필살기 좀 쓰고 올게.”
“……그거 진짜 쓰게?”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곤, 공허의 수련장 안으로 사라졌다.
‘필살기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너무 말이 안 되는데.’
윤세아는 사라진 삼촌의 자리를 보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냉장고를 향해 갔다.
거기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꺼내, 소파에서 TV를 보며 이를 먹고 있던 그녀는.
부르르르…….
진동하는 자신의 폰을 보았다.
‘하연 언니?’
삑.
그녀가 전화를 받자마자.
[세아야! 오너님이 뭐 하셨어?!]핸드폰에서는, 이하연의 흥분한 음성이 들렸다.
“무슨 일이야 언니?”
[길드 옵션이 갑자기 강화됐어! 그것도 올 +4야!]“어…… 진짜?”
[응. 여기서 더 느는 건 쉽지 않을 거 같았는데 어떻게 +4씩 다 오르지? 혹시 오너님 집에 계시니?]“아니, 수련장 갔는데.”
[그래? 거기서 뭘 하신 건가…….]그 말에, 윤세아는 눈을 깜빡였다.
성지한이 수련장에서 한다는 건 분명 필살기 쓰기였는데…….
‘……그게, 먹히는 거였어?’
* * *
무신의 별, 투성.
[잘해 주었다.]무신은 오랜만에 기꺼운 음성으로, 토너먼트를 끝내고 돌아온 아소카를 맞이했다.
“……손을 가져오지 못해, 면목이 없습니다.”
[괜찮다. 다음 토너먼트에서, 동방삭이 나서면 되니까.]이번엔 성좌 레벨 8까지밖에 나서지 못했던 토너먼트였지만.
성지한이 챌린저 리그에서 승급을 하면, 언젠간 레벨 9도 경기에 나설 수 있을 터.
독존 레벨 9인 동방삭이 나서면, 손의 회수야 확정적이겠지.
[그 전에 그가 경거망동하지 못하도록, 봉인한 것만으로도 네 소임은 충분히 다했다.]“……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였다 든 아소카는, 꿰뚫린 가슴을 가리켰다.
“그럼…… 이제 상처를 추스르기 위해, 봉인지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봉인지에 스스로 들어가려 하다니.
‘허튼 뜻을 품고 있지는 않나 보군.’
무신은 그 말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봉인지 안에 들어가면, 아소카는 외부세계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금륜적보를 돌릴 최후의 순간에만 나와서, 회귀를 도우게 될 테니.
행보만 보면, 누구보다도 무신에게 충직한 종이었다.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은가?]“공허의 검에 직격당했습니다. 이 상태라면, 최후의 순간 금륜적보를 운용하는 데에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공허에 그 정도로 당했다면…… 봉인지에 가도, 몸을 확실히 회복하긴 힘들겠군.]“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아소카가 덤덤하게 말하자, 무신이 눈을 번뜩였다.
노력한다는 자세는 좋지만, 저랬다가 최후의 순간 일이 그르치면 자신만 손해다.
‘그의 충성심은 어느 정도 입증이 되었으니.’
관리자의 손이 봉인된 이후, 마음이 한층 풀어진 무신은 평소보다 관대하게 아소카를 대했다.
[황금의 탑으로 가라. 거기서 널 회복시켜 줄 것이다.]“길가메시의 황금의 탑 말입니까?”
[그래. 몸을 회복시킬 열매를 얻을 수 있을 거다. 피티아에게 일러두겠다.]“……감사드립니다. 명에 따르겠습니다.”
아소카는 고개를 깊게 숙인 후, 곧 사라졌다.
무신은 그가 사라진 자리를 잠시 바라보더니.
반짝!
이번에는 피티아 없이, 신안을 발동시켰다.
신안을 통해, 미래의 가능성을 엿보던 그는.
[과연.]근래 가장 흡족한 목소리를 내었다.
[다시 보이지 않는군…… 내가 지는 미래가.]적색의 관리자가 되어야만, 승리할 수 있던 성지한.
그 가능성이 아소카의 봉인으로 사라진 이상, 무신의 승리는 확정적이었다.
[손을 회수하자마자, 이번 회차는 마무리한다.]이번 회차.
다사다난했지만, 이렇게 종결만 한다면 가장 얻어 가는 게 많은 때가 되겠군.
무신이 그렇게 만족스럽게 이번 봉인 성과에 대해 평가를 내리고 있을 때.
‘여기인가.’
아소카는 가라앉은 눈으로, 황금의 탑에 발을 디뎠다.
거기에는.
“왔어? 오늘 한 건 했더라?”
탑 앞에서 만면에 웃음을 짓고 있던 피티아와.
“크…… 으…….”
탑의 벽에 신체가 대부분 파묻혀, 얼굴만 간신히 나온 길가메시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