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432)
황금의 탑의 벽.
“으…… 으…….”
거기서 초췌한 얼굴의 길가메시는 초점이 사라진 눈으로, 신음성만 내고 있었다.
“그는 왜 이러고 있는 건가.”
“아, 인간 세계수로 심으려고.”
아소카의 물음에, 피티아는 싱글생글 웃으며 답했다.
“세계수로?”
“응. 예전에 그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너도 잘 알 거 아니야?”
그녀가 말하는 예전이란 무한회귀 전을 말하는 거겠지.
아소카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봉인지에만 있었으니,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아, 그런가? 외부활동이 없었구나. 몰랐네. 나는 너처럼 계속 회귀하는 입장이 아니다 보니.”
“그런 것치고는, 예전일에 대해서도 잘 아는 눈치군.”
“내 과거를 알고 나니, 신안의 성능이 강해졌거든.”
툭. 툭.
자신의 이마르 두드린 피티아는, 황금의 벽에 손을 댔다.
그러자.
“커어어억!”
길가메시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지며 고통을 호소하더니.
스으으윽…….
벽에서, 황금의 과일이 튀어나왔다.
“세계수의 열매야. 약식이라 성능은 본래의 것보다 약하지만, 상처 회복에는 도움이 될 거야.”
“고맙군.”
황금사과를 받은 아소카는, 옆에서 고통스러워하는 길가메시를 슬쩍 바라보았다.
“자네한테도 감사하지.”
그러면서 툭툭 그의 머리를 두드리는 아소카.
고통스러워하던 길가메시는 이런 취급을 받고는 곧장 눈을 부릅떴다.
“이, 이놈…… 내게 모욕을 주느냐!? 아무리 내가 지금 이 꼴이라 한들. 난 네 선조다……!”
“고맙다고 했을 뿐이다. 선조여.”
“뭘 그렇게 말을 섞어?”
펑!
옆에서 피티아는 잘 됐다는 듯, 길가메시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냥 패도 돼. 얘는.”
“이, 익…….”
“많이도 폭력을 행사했나 보군. 조용해진 걸 보면.”
“흐흥. 뭐, 적당히 했지. 요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때야.”
“그런가. 일단 이건, 잘 먹도록 하지.”
와삭!
아소카가 황금사과를 먹자, 금방 아물기 시작하는 가슴팍의 상처.
공허의 기운이 가시기 시작하자, 피티아는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소카, 당신은 왜 주인님을 돕지?”
“같은 종끼리, 갑자기 그런 건 왜 묻는가.”
“그냥. 당신 같은 사람이 이런 일을 하는 게 이해가 안 돼서. 한때, 인류의 성인이 될 뻔한 몸이셨잖아? 그런 숭고한 분께서 왜 인류 학살을 도와주나 싶어.”
피티아는 생글생글 웃으면서도, 차분히 살피는 눈빛으로 아소카를 바라보았다.
“나는 목표가 있다.”
“무슨 목표?”
“인류에게 내재된, 적색의 불을 지우는 것.”
“아하…….”
“그리고 이것은, 무신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다.”
“알고 보니 나랑 목표가 같았네?”
피티아는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목표도 이거였나? 복수가 아니라?”
“이게 복수지. 날 실험실에 가둬서 애 낳는 기계로 만든 거…… 왜 그랬겠어? 적색의 관리자를 인류 속에 넣어, 부활시키려고 그런 거였잖아. 그러니 난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하도록 방해해야지.”
“그렇군…… 인류 멸망이 목적은 아니었나.”
“그들은 그래도 내 후손들이잖아. 무한회귀 속에서 계속 멸망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무신께서 목적을 이루시면 마지막엔 구원받을 거야. 난 그때를 기다릴 뿐이야.”
피티아에게 이런 뜻이 있었나?
아소카는 침착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녀를 살필 때.
“큭. 배, 뱀을 믿나? 멍청하기 짝이 없군……! 내 꼬라지를 보고도 모르겠나?”
길가메시가 기어이 또 얼굴을 들며, 이들을 비웃었다.
“나와의 계약도 사기를 쳤는데. 너희라고 다르겠나? 인류에게 새겨진 적색의 불을 왜 그가 굳이 없애지? 그냥 다 태워 버리면 그만일 것을!”
“아직 기운이 남아 있구나, 너? 내가 덜 팼네.”
“큭큭……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 뱀의 약속을 믿다니…… 너희도 금방 이 꼴이 될 것이다. 내 옆자리에 오길 기다리지……!”
길가메시가 그렇게 이죽거릴 때.
퍽!
피티아가 손을 먼저 올리기도 전에, 아소카가 그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걱정 말게. 자네보다는, 철저히 계약에 임하니 말이야.”
“크…… 윽……!”
“그럼, 난 회복하러 가겠네.”
“응. 난 나무 심고 있을게~”
아소카가 길가메시를 때린 게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배웅하는 피티아.
그가 그렇게 사라져갈 때쯤.
‘……뭐지?’
탑에 결박되어 있던 길가메시는 이를 갈며 아소카를 바라보다, 자신의 몸이 한층 더 자유로워진 걸 느꼈다.
‘아까 그거 맞았다고, 결속이 풀린 건가? 하지만 피티아한테 그렇게 맞을 때는 안 그랬는데……?’
이건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면 아소카가 의도한 건가.
길가메시는 왜 자신이 좀 더 자유로워졌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 말고 다른 사람한테 맞아 보니 어때?”
“닥쳐라, 늙은 계집.”
“하여간 매를 벌어요.”
빡!
혹시나 해서 피티아에게 다시 한번 맞아 보니, 몸의 결속은 전혀 풀리질 않았다.
이거 아무래도 우연의 일치라기보다는, 아소카가 한 거 같은데.
‘……아소카, 무슨 생각이지?’
길가메시는 아소카가 왜 이랬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품었지만.
‘일단은, 다시 탑을 장악하자…….’
자유를 어느 정도 찾은 이상, 이제 황금의 탑을 다시 장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흐리멍덩하던 길가메시의 눈에, 희망이 조금 생겼다.
* * *
공허의 수련장 안.
“이거 참…… 대단한데?”
성지한은 자신의 손에 있는 봉황기를 보면서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설마 EX로 오를 줄이야.’
손의 말대로 필살기를 백 번 작성했을 뿐인데, 등급이 EX급으로 오르며 이름까지 변한 적운봉황기.
물론 필살기를 쓸 때마다 스탯 적이 소모될 때가 종종 있어서, 총 쓴 적의 능력치가 50이긴 했지만.
성지한은 자신을 조종할지도 모를 능력치 적을 털어 내서, 무기를 업그레이드시킨 것에 만족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무기를 분석했다.
[적운봉황기赤雲鳳凰旗]-등급 : EX
-운중봉황기에, 적색의 관리자의 문자가 100번 새겨진 창.
-창을 통해 스탯 적을 운용할 시, 화력을 크게 증폭시키며 특수 스킬 [봉황 현신]을 사용할 시, 스탯 적의 위력이 50% 상승합니다.
-추가 효과로 사용자가 길드 오너나 길드 마스터라면, 속해 있는 길드의 전 옵션 레벨을 +15 증가시킵니다.
‘아군에게 능력치 35%를 증가시켜 주던 버프 효과가 봉황 현신으로 변했군.’
올스탯 35% 버프에서, 스탯 적만 50% 올려 주며.
그것도 이 효과는 아군에겐 전혀 쓸모가 없었으니 이 변화는 다운그레이드라고도 할 만했지만.
‘애초에 요즘의 나에겐 35% 버프 효과가 적용되지 않았으니. 이게 더 쓸 만하지.’
봉황기를 꽂아, 아군 버프를 받던 시절에 비해 워낙 능력치가 발전해서 그런가.
성지한은 처음과는 달리 봉황기의 버프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버프 효과가 계속 쓸 만했다면, 창이 인벤토리에서 놀고 있진 않았겠지.
‘아군 버프가 사라진 건 아쉽지만, 어차피 이제 내가 수행할 전투는, 나 혼자서 이겨 내야 할 것들이니까.’
토너먼트의 승자와 싸울 때도 1:1로 싸워야 하고.
무신이랑 싸울 때도, 사람들 데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아군 버프를 써먹을 수 있는 곳은, 이제 스페이스 리그의 종족 대항전 정도밖에 없었다.
한데 이런 데는, 성지한이 일단 출전만 할 수 있으면 버프를 주건 말건 그냥 게임이 끝나니까.
막상 운중봉황기의 버프는 현재 그렇게 쓸모가 있진 않았다.
이러느니 적 50% 상승시켜 주는 게 낫지.
‘여기에 길드 옵션 +8이 더 성장한 것은 덤이군.’
관리자의 손이 아이템 등급을 뻥튀기시켜 줬다면서, 적멸의 창 만드는 걸 단념하게 만들었던 길드 옵션.
이것도 창의 등급이 EX로 변하며, +7에서 +15로 8단계나 올라가 있었다.
이것도 뭐, 나름대로 쏠쏠하지.
무신이랑 싸울 때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레벨 업은 조금이라도 더 빨라질 테니까.
‘한데 이게 EX면, 적멸의 창은 등급 뭐가 뜨는 거지?’
원래는 적멸의 창쯤 되어야 EX가 될 줄 알았는데.
EX등급이 필살기 백 번 썼다고 너무 쉽게 떠 버렸다.
이러면 다음 단계는 뭘지, 감도 안 잡히는데.
‘뭐 어쨌든 EX도 되었겠다, 창도 자주 써야겠네.’
성지한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수련장을 나섰다.
그리고, 자신의 방에서 거실로 나오자.
“엇, 오너님! 오셨군요!”
거실에 있던 이하연이 그에게 황급히 달려왔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에요? 레벨 4 오를 때만 해도 화들짝 놀랐는데, 4가 더 올랐네요!”
“아이템 업그레이드 좀 했습니다.”
“……아니, 길드 옵션 레벨 +8 올리는 게 그렇게 쉬웠나요?”
“이제 더 오르진 않을 겁니다. 아이템이 EX급이 된지라.”
“E, EX요?”
이하연은 성지한이 거론한 등급을 듣고는 귀를 의심했다.
EX면 아이템 등급 중에서도 최종단계인데.
이게 어떻게 수련장에 들어가서 하루 만에 뚝딱 만들어지나.
‘아무리 오너님이라고 해도…… 아니, 오너님이니 가능한가.’
이하연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다가, 그 대상이 성지한이자 그런 생각을 금방 접었다.
성지한이 이런 결과를 낸 게 어디 한두 번이던가.
그냥 혼자 다른 게임 하시는 분이니, 자긴 충실히 이를 서포트하면 되지.
“와…… 이럼 우리 길드 진짜 이러다 세계 1위 될지도 모르겠네.”
“원래도 세계 1위 아닌가요?”
“종합 평가로 따지면 아메리칸 퍼스트는 그래도 이기기 힘들었는데, 봉황기 덕에 1위 자리도 노릴 수 있겠어요!”
“1위라…….”
과연 무신과 싸우기 전에, 그걸 달성할 수 있으려나.
성지한은 슬쩍 웃으며, 눈을 빛내는 이하연에게 답했다.
“됐으면 좋겠네요. 1위.”
“그래야죠! 근데 오너님…… 이 길드, 오너님 건데 너무 남의 일 이야기하듯 하시면 어떻게 해요~”
“요즘 워낙 싸우는 상대들이 성좌들이라 그런지, 길드까지 신경을 쓰기가 힘드네요.”
“아…… 하긴. 성좌들이 오너님 손을 두고 토너먼트를 벌이는 상황이니.”
성좌와의 전투에 비하면, 솔직히 대기 길드 문제야 사소하지.
이하연은 빠르게 오너의 무관심한 이유를 인정했다.
“그럼, 추가된 길드 옵션에 따른 일 처리,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네. 대기 길드 지원자들 더 뽑도록 할게요. 그리고 기존 가입자들에게서도 GP 더 올려 받아야겠네요.”
이하연이 그렇게 계산을 끝내고 있을 때.
=아, 윤세진 선수! 절묘한 방어입니다!
거실 TV에선, 한참 초심자의 아레나를 진행하고 있었다.
“저거 아직도 하나요?”
“이제 이번 경기만 끝나면 결승전 돌입해요. 다들 종족 보너스 뭐가 나올지 기대하고 있죠.”
아레나의 주인이 인류를 밀어주기 위해 주최한 거 아니냔 의심을 받던 초심자의 아레나.
까다로운 조건을 걸어서 그런지, 이 조건에 부합하는 종족들끼리의 싸움에선 인류가 상당히 우위를 보이고 있었다.
“우승하면 과연 종족 보너스로 뭘 줄지 궁금하군요.”
“사람들 사이에선 또 화속성 보너스 주는 거 아니냔 소리가 퍼지고 있긴 해요.”
“그거 충분히 가능성이 있네요.”
저번에 성지한이 토너먼트 승리 보상으로 얻은 종족 보너스도 화속성 친화도 +1에 체력 +3이었으니.
아레나에서 언제부턴가 미친 듯이 퍼주는 화속성 보너스 덕에, 플레이어가 아닌 일반인들도 또 저거 주는 거 아니냔 인식이 퍼져 가고 있었다.
‘이번에도 화속성 주면 이건 랜덤으로 주는 게 아니라.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하는데…….’
이번에 저 초심자의 아레나에서 무슨 보너스를 주는지, 살펴봐야겠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이하연에게 말했다.
“하연 씨, 저 그럼 레벨 업 좀 하고 오겠습니다.”
“아, 챌린저 게임 말이죠? 네. 기다리고 있을게요. 10분이면 되죠?”
“매칭만 빨리 되면 10분도 길죠.”
레벨 8 성좌랑 싸우는 마당에, 챌린저 리그 8 따위야.
성지한은 즉석에서 매칭을 돌렸고.
삑!
[게임이 매칭되었습니다.]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자, 이하연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럼 갔다 오죠.”
그리하여 들어서게 된 챌린저 게임에서.
“우리는 너희 행성의 위치를 알아냈다. 손을 내놓아라.”
“그러면, 태양왕께서 살려 주실 것이나…….”
“이를 거역한다면, 너희 행성이 불타오를 것이다.”
“……뭐하냐, 니들?”
성지한은 다짜고짜 협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