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439)
무신의 두 눈이 붉게 번뜩였다.
동방삭이 시답지도 않은 이유로 폰을 떨어뜨리더니, 액정이 부서져 버리다니.
동방삭이 당황한 얼굴로 손을 바닥에 뻗자.
두둥실.
금간 스마트폰이 바닥에서 떠오르며, 그의 손에 들어갔다.
“아, 다행히 아직 작동은 됩니다…… 지원했습니다!”
재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여 지원을 끝낸 동방삭이었지만.
[결과는.]“……실패했습니다.”
[…….]안 그래도 박 터지는 경쟁률에서, 핸드폰을 미끄러뜨리는 미스를 범해 버렸으니.
선착순에서 밀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 동방삭…… 당신 같은 무인이 이걸 미끄러뜨리다니. 말이 돼? 아니, 좋아. 떨어뜨린다 쳐. 한데 떨어지는 와중에 폰을 허공에 띄워도 됐잖아? 대체 뭐 한 거야?”
피티아는 이걸 보고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동방삭에게 소리쳤다.
독존 성좌 레벨 9.
레벨만 따지면 대성좌 바로 밑의 실력자며, 실질 전력은 대성좌와 싸워도 손색이 없다는 절대무인이.
아이로 변했다고 핸드폰을 미끄러뜨리는 게 말이 되나?
“으으. 이럼 잠깐 장난치려다가 내가 대업을 망쳐 버린 꼴이 되잖아……!”
괜히 노인네 도와줄까 한마디 했다가 상황이 이렇게 굴러가 버릴 수가 있냐.
피티아는 무신의 눈치를 보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까는, 잠깐 당황했다.”
“너, 일부러 실패한 건 아니고?!”
“네가 쓸데없는 소리만 안 했어도 성공했겠지. 아이의 몸이 익숙지 않았다.”
다시 원래의 노인 모습으로 돌아온 동방삭은 한숨을 푹 쉬더니.
무신에게 온몸을 굽혀 절했다.
“무신이시여.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해 버렸습니다……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아니.]번뜩.
무신의 붉은 두 눈이 흉흉하게 빛났다.
[이번 일이 정말로 ‘실수’인지 확인해야겠다.]“……예.”
스스스스…….
어둠으로 가려진 무신의 머리 쪽에서 검붉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그것은 곧, 거대한 뱀의 형상으로 변했다.
“저건…….”
뱀의 머리는 입을 쫙 벌리더니.
콰직!
동방삭의 몸 전체를, 단번에 삼켜버렸다.
[기억을 살펴보겠다.]스스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연기로 만들어진 뱀의 몸이 검게 물들었다.
그렇게 10여분 정도가 지나자.
[……걸리는 것은, 딱히 없군.]슈우우우…….
뱀의 형상이 사라지며, 그 안에서 정신을 잃은 동방삭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무신의 눈빛이 침착하게 가라앉았다.
‘너무나도, 깨끗하다.’
동방삭의 기억을 최근 것 위주로, 면밀히 살펴보았지만.
걸리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정말 이번 일은, 단순 실수란 말인가?
‘그럴 리가.’
동방삭이 얼마나 괴물인지, 제일 잘 아는 자는 바로 무신이었다.
예전에 지구에 있던 시절, 그에게 질리도록 패배하고 쫓겨났었으니까.
인간 시절 때도 그랬는데, 무신의 종이 되며 성좌 레벨 9까지 올라선 현 동방삭은.
저런 실수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존재였다.
‘그렇다면.’
스으윽.
무신의 두 눈이 피티아를 향했다.
[피티아.]“네…….”
[너도 살펴보아야겠다.]스스스…….
연기가 피어오르고, 거기서 뱀의 형상이 드러나자.
피티아는 울상이 되었다.
왜 하필 그때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알겠습니다.”
그녀가 동의하자.
콰직!
거대한 뱀이 피티아의 몸을 집어삼켰다.
동방삭 때와 동일하게, 십여 분간 그녀의 기억을 살피던 무신은.
[여기도, 걸리는 것은 없군…….]피티아의 기억 속에서도, 걸리는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슈우우우…….
뱀의 형상이 사라지고, 그 안에서 떨어지는 피티아.
정신을 잃은 두 종을 바라보면서, 무신은 생각에 잠겼다.
‘둘의 기억 속엔 특별한 점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이번 일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동방삭이 핸드폰을 미끄러뜨려서, 아레나 지원에 실패한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아무리 그가 당황하고 실수했다 해도.
동방삭은 그 찰나의 순간, 떨어지는 핸드폰을 다시 허공섭물로 떠올릴 수 있는 무인이다.
그걸 그냥 떨어지게 놔뒀다는 건, 무언가의 개입이 있는 게 분명하다.
‘……이번 토너먼트에서 동방삭이 참가만 했으면, 모든 게 끝이 났을 것이다.’
성지한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동방삭을 이길 수는 없으니.
동방삭이 적색의 손을 가지고 온다면, 이 지긋지긋한 무한회귀도 끝을 낼 수 있었다.
근데 이 절호의 기회가, 단순 실수 때문에 어그러졌다?
‘그럴 리가 없다.’
분명히 이번 사고는, 의도된 거다.
한데 이 둘의 기억 속에서,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었으니…….
‘설마, 흑백의 관리자 쪽에서 개입이라도 한 것인가?’
무신의 범인 찾기는, 자연스레 그쪽으로 확장했다.
흑백 정도의 절대자들이 아니면, 이런 일을 ‘실수’로 포장해서 자연스럽게 조장할 존재가 없었으니까.
요즘은 투성에 부하들을 별로 파견하지 않더니.
이런 일을 꾸미고 있었던 건가?
[동방삭, 일어나라.]부르르…….
무신의 음산한 목소리에, 쓰러져 있던 동방삭이 천천히 눈을 떴다.
“……예. 주인이시여.”
[네 이번 실수는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래서 너와 피티아의 기억을 살펴보았으나, 거기엔 별 이상이 없었다.]“이번 일, 정말로 면목이 없습니다…….”
[너희 둘이 한 일이 아니라면, 상시 관리자들이 의심되는군. 너는 투성의 주변을 살펴보고, 흑백의 끄나풀이 있다면 잡아 와라.]“아, 알겠습니다!”
동방삭은 무신의 명을 받들어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성좌의 무구가 별처럼 떠 있는 영역을 지난 그는.
‘정말 흑백의 관리자가 이번에 개입한 건가. 어쩐지, 이상하게도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핸드폰 따위, 떨어지면 띄우면 그만인 것을…….’
조금 전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표정을 굳혔다.
확실히 그들이 개입한 건지 알아보기 위해, 흑백의 부하들을 싹 다 잡아가야겠다고 생각한 동방삭은.
뚝!
수염을 한 가닥 끊어, 검을 소환했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손으로 검을 쥐게 되자.
“아…….”
동방삭의 눈이 순식간에 커졌다.
‘아소카…… 정말 네 말대로 되었군.’
그의 머릿속에선.
사라졌던, 기억이 돌아오고 있었다.
* * *
며칠 전.
[동방삭. 네가 토너먼트에 나가면, 이번 회차는 끝이다.] [그렇겠지.]동방삭은 아소카의 전음을 듣고는, 덤덤히 그에게 답했다.
성지한의 발전은 눈부시게 빨랐지만.
아직은 자신과, 꽤 격차가 있는 상태였으니까.
[그래도 이번 토너먼트 지원 조건, 까다롭던데. 늦게 지원하면 참가조차 못할 거다.] [무신이 네가 늦게 지원하도록, 놔두겠나?] [……그렇진 않겠지.]안전제일주의인 무신이, 수많은 변수가 발생한 이번 회차에서 회귀를 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적색의 관리자의 손 때문이었다.
그걸 얻으면 답보된 발전상태를 순식간에 개선하고, 더 나아가 무한회귀를 끝맺을 수 있기에.
그는 수많은 변수가 발생해,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된 현재에도 시간을 돌리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무신이 그렇게 학수고대하는 손을 얻을 시간이 드디어 다가왔으니.
그라면 동방삭을 눈앞에 대기시켜두고, 폰으로 지원서류 넣는 걸 감시할 게 틀림없었다.
[그래도 이번 토너먼트에선 레벨 9 성좌에게 주어진 참여 자리가 적던데…… 정시에 지원해도 탈락할 수 있지 않겠나?] [아니, 확률에 의존할 순 없다. 확실하게 떨어져야 해. 그래…… 핸드폰을 떨어뜨려라.] [……뭐? 폰을 떨어뜨리라고?] [그래. 이번 토너먼트만큼은, 네가 참석하면 안 되니까.] [……무신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당장이라도 내 기억을 밑바닥까지 뒤질 텐데. 그럼 지금의 대화까지 싹 다 알아챌 거야.]동방삭의 걱정은 타당했다.
안 그래도 의심이 많은 무신인데.
동방삭쯤 되는 존재가 폰을 떨어뜨려서 일을 망쳐버리면, 이를 실수라고 넘어갈 리가 없었다.
[동방삭. 무신은, 자네가 자신의 앞에서 무기를 꺼내지 못하도록 금제를 가하지 않았나?] [맞아. 그의 허락 없이는 함부로 무기를 꺼낼 수 없네.]예전에 동방삭의 무에 된통 당해 왔던 무신은.
그가 무기를, 특히 검을 드는 걸 상당히 꺼려 했다.
그래서 그가 동방삭에게 가한 금제 중에선, ‘내 앞에서 무기를 들지 말라’는 항목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걸 이용하지. 자네의 검에, 지금까지의 기억을 정리해 담아 두세.] [기억을 검에 담자고? 그런 게…… 가능한가?] [무신의 금제를 이용하기 위해서, 예전부터 준비해 왔네.] [예전부터…….]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무신은 간혹 가다 기억을 점검하지 않나.]동방삭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뱀의 형상을 한 무신의 기운에 휩싸여, 머릿속이 파헤쳐지는 경험은.
참으로 불쾌한 느낌이었지.
[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검에 기억을 담지. 우리의 공모 관계가 밝혀지면, 안 될 테니까.] [나야 자네 말만 믿고 따르겠네. 그런데, 기억이 사라지면 핸드폰을 떨어뜨려야겠다는 생각도 사라지지 않겠나?] [그것도 나에게 맡기게. 자네가 떨어뜨릴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주겠네.]아소카는 그렇게 호언장담을 했고.
“정말 다, 그의 말대로 되었군…….”
모든 일은 그가 계획한 대로 돌아갔다.
토너먼트에 참가하지 않게 되었고, 무신의 의심도 피하게 되었으니까.
다만.
‘검을 놓으면, 다시 기억이 사라지는 건가.’
기억이 검에 구애받게 되면서, 평소에는 무신의 충실한 종으로 남게 되어 버렸다.
이러면 평소 투성에 있을 땐, 아소카를 도와줄 수가 없겠군.
‘……뭐. 머리 쓰는 건 원래부터 그의 몫이었으니.’
생각해 보면 자신이야 기억이 있든 말든, 큰 도움은 안 되긴 했지.
동방삭은 쓰게 웃으며, 발 밑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투성의 주변을 둥둥 떠다니는 성좌의 무구들이 셀 수 없이 떠올라 있었다.
‘내 할 일은, 때가 왔을 때 저것들을 없애면 끝이다.’
무신의 힘을 저장해 둔, 성좌의 무구.
동방삭은 그것을 내려다보면서, 천천히 수염을 쓰다듬었다.
* * *
“결국 레벨 600 못 찍고 토너먼트 시작인가.”
여느 때처럼 챌린저 게임을 끝내고 돌아온 성지한은.
요즘 들어 더 변동이 없는 레벨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진짜 안 올라도 너무 안 오르네.
그가 그렇게 방 침대에 걸터앉아 생각에 잠겼을 때.
스스스…….
“그대여. 보았나?”
바닥에서 그림자가 피어오르더니, 그림자여왕이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뭘?”
“토너먼트 명단, 발표되었다.”
“오 그래? 어째 당사자인 나보다 네가 더 정보 입수가 빠르다?”
“나도 당사자다. 어쩌면 너보다 간절할지도 모르지.”
“……네가 왜 당사자야?”
성지한의 물음에 그림자여왕이 어깨를 쭉 폈다.
“내 배틀튜브가, 네 토너먼트에 명운을 걸고 있으니까.”
“중계권, 그거 설마 이번에도 샀냐?”
“당연하지. 이번에는 초심자의 아레나도 없겠다…… 저번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고 있다. 아. 그대여. 이번에도 해설자, 좀 부탁한다.”
“공짜로?”
“그럴 리가 있겠나. 흑자나면 수익 배분해 주지.”
저번엔 뭐 안주더니, 적자였나.
성지한은 피식 웃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명단이나 한번 보여 줘.”
“자.”
성지한은 그림자여왕이 띄운 화면을 보고는, 가장 신경 쓰이는 상대.
동방삭의 이름만 찾았다.
하나 수백이 넘는 토너먼트 참가자 중에서, 그의 이름은 아무리 봐도 보이질 않았다.
“오. 동방삭 떨어졌나 보네.”
“그러게. 성좌 레벨 9에서도 경쟁률이 치열했나 보군.”
“적색의 손도 봉인되었겠다, 레벨 9가 참여하면 내 손 손쉽게 가져갈 수 있겠다 생각했겠지.”
“맞다. 적멸이 없다면 레벨 9가 성좌 후보자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지.”
그림자여왕이 고개를 끄덕이자, 성지한은 이제 화면을 꺼도 된다는 듯이 손짓했다.
“동방삭 없으면 됐네. 꺼도 돼.”
“그 말고, 특이한 점은 보이지 않는가?”
“뭐가 특이해? 나 얘네들 이름 하나도 몰라.”
“아. 아직 성좌들에 대해 정보가 별로 없었지? 자. 봐봐라. 참가자 중…….”
삑. 삑.
그림자여왕이 화면을 이리저리 터치하자.
참가 이름 명단 중, 반의 이름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반이 용족이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