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440)
256강으로 편성된 토너먼트 대진표.
그림자여왕에 말에 따르면 이 중 절반 가량이, 용족 출신이었다.
“용족이 이렇게나 많았나? 그것도 레벨 8 이상의 고위 성좌가?”
“예전엔 용족의 숫자가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현 드래곤 로드 체제하에서 용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긴 했다. 그래도.”
그림자여왕은 대진표의 용족 이름들을 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128명이 참여할 정도면, 용족 고위 성좌들이 모두 다 출전한 거나 다름없어. 재주도 좋군. 어떻게 모두 참여시킬 수가 있지?”
“그러게. 경쟁률 상당했을 텐데?”
저번 경기에서 적색의 손이 봉인되면서, 더 경쟁률이 높아진 이번 토너먼트.
여기에 용족이 대거 참가자 명단에 들어간 건, 상당히 의외였다.
“이 결과에 배틀넷 커뮤니티도 난리다.”
그러며 그림자여왕은 자신이 띄워 놓은 화면을 가리켰다.
거기선, 배틀넷 커뮤니티의 글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번 명단 대체 뭐야?
-아레나랑 용족이랑 결탁했나?
-8레벨 이상 용족 성좌가 128명이나 있었음…….
-이번 드래곤 로드 때 용족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긴 했어.
-나도 시간 맞춰서 바로 지원했는데 탈락했는데…… 용족만 저렇게 걸린 건 아무래도 수상쩍다.
-이건 조사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근데 누가 아레나를 조사해? 공허 관할이잖아.
용족이 토너먼트에서 반이나 들어가 있는 게 수상쩍긴 했는지.
커뮤니티에서는 용족과 아레나의 유착설이 순식간에 퍼져 나가고 있었다.
“아레나가 근데 용족 사정을 봐줄 이유가 있나?”
“스페이스 아레나를 운영하는 주체는 공허다. 공허가 한 종족 따위를 봐줄 이유는 없을 텐데.”
“흠, 나중에 시간 되면 아레나의 주인에게 물어봐야겠네.”
용족에게 과다하게 편중된 토너먼트 명단.
분명 이게 자연스러운 선발 과정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내 입장에선, 뭐 나쁘지 않아. 저들 때문에 동방삭이 참여 못 한 것일지도 모르니까.’
동방삭이 핸드폰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늦게 지원했다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성지한은.
그가 이번에 토너먼트 명단에 들어오지 않은 이유에 용족 덕도 크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동방삭만 아니면, 나머지 성좌들이랑 싸워 이기는 건 자신 있었으니.
그는 이번 일이 어떻게 보면 자신에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했다.
“음…… 이번에 중계권 산 거, 문제가 생기진 않겠지?”
그림자여왕은 실시간으로 타오르는 배틀넷 커뮤니티의 반응을 보면서 자신의 중계권부터 걱정했다.
“토너먼트는 결국 진행되지 않겠어?”
“그렇겠지? 이번엔 제발 흑자 좀 봐야 한다…….”
“저번에 얼마 날렸는데.”
“너와 아소카의 경기가 너무 일찍 끝나는 바람에, 시청자들이 미처 다 들어오지도 못하고 중계가 허무하게 끝났지…… 네가 그 전에 해설자로 와 줘서 적자폭을 줄이지 못했다면, 이미 파산 상태였을 것이다.”
“아하.”
저번 토너먼트 마지막 경기는, 중계하긴 최악의 경기긴 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선 뭐 번쩍 번쩍 거리더니 갑자기 손 봉인되면서 게임이 끝났을 테니까.
성지한이 그 전에 해설자로 나와서 아소카의 정체로 시간을 끈 영상 같은 게 아니었으면.
그림자여왕은 완전 파산 상태였겠지.
“그런 김에, 이번엔 용족 해설 어떤가?”
“성좌들 이름도 모르는 해설자가 필요하겠어?”
“저번에 보니까, 인류 상대로 영상 송출할 땐 너만 나오면 되더군. 경기 장면은 작게 잡고 넌 크게 잡을 거다.”
“……뭐?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냐? 그거 완전 비중이 거꾸로잖아.”
“인류 시청자들은 고위 성좌들의 치열한 경기보다 네 얼굴을 보고 싶어 하더군.”
저번 중계로 적자를 맛본 그림자여왕은, 인류 상대론 어떻게 화면을 구성해야 효과적인지 빨리 깨달은 상태였다.
“뭐 해설 한두 번 정도는 모르겠는데, 나도 매번 나가진 못해. 바쁜 몸이거든.”
“당연히 매번 나와 달라는 건 민폐지. 여유 있을 때 잠시 얼굴만 비춰 줘도 된다. 그리고 너도 용족이 128명이나 참가해 놓고 뭘 할지 궁금하지 않나? 경기를 보면서 내가 성좌들 정보도 알려 줄 수 있어.”
“흠.”
동방삭이 참전하지 못했으니, 이번 토너먼트 상대가 누가 올라오든 별로 걱정은 되지 않지만.
그거와는 별개로 용족이 저렇게 성좌들 밀어 넣어 둔 속셈이 궁금하긴 했다.
그림자여왕의 정보가 있으면, 저들에 대해 더 빨리 분석해 볼 수 있겠지.
“알았어. 그럼 첫경기 시작하면, 해설자로 참여하지.”
“정말인가?!”
첫경기부터 해설자로 들어가겠다는 성지한의 말에, 그림자여왕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좋아. 바로 준비하지. 네 얼굴, 확실히 클로즈업하겠다!”
“아, 그건 좀.”
“그게 제일 중요해!”
중계권 구매 2회 만에, 그림자여왕은 인류 시청자들의 니즈를 확실히 파악하고 있었다.
“네가 가장 빛나도록 해 주지. 후후…….”
“……이상한 짓 하면 다음에 안 나간다.”
성지한은 음산하게 웃는 그림자여왕을 떨떠름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 * *
토너먼트 256강 경기 당일.
“모두 안녕하신가.”
그림자여왕은 능숙하게 카메라 세팅을 끝내곤, 시청자들에게 인사했다.
“이번에도 스페이스 아레나의 중계, 내가 맡게 되었다. 잘 부탁하지!”
-이번에도 그림자여왕이 중계하나 보네 ㅋㅋㅋ
-독점 중계라고 해도 해설자가 반말하고 있네. 너무한 거 아님?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가 없어.
-ㄴㄴ 여왕은 저렇게 나와야 함 컨셉 지켜야지 존댓말하면 인간 해설자랑 다를 게 뭐야?
-ㄹㅇ 우리보다 몇백살은 더 산 엘프 여왕님이시다 그냥 들어.
-무슨…… 지구에서 중계할 거면 여기 룰을 따라야지 ㅉㅉ
그림자여왕의 반말에, 시청자 반응이 호불호가 갈릴 무렵.
“그리고 오늘은 특별히, 대형 게스트도 모셔왔다!”
탁!
그림자여왕이 손가락을 튕기자, 카메라의 포커스 그림자여왕의 옆쪽을 비추었다.
-오! 성지한 나왔네??
-대형 게스트 이야기할 때부터 느낌 오긴 했음 ㅋㅋㅋ
-여왕이랑 근데 무슨 관계임? 저번에도 그렇고 자주 챙겨 주네.
-성지한 검 아니었나?
-요즘은 따로 활동하는 거 같던데.
-ㄹㅇ 그림자여왕 요즘 방송하는 거 보면 전문 배틀튜버임 ㅋㅋㅋㅋ
성지한이 등장하자, 바로 폭발하기 시작하는 유입.
그림자여왕은 폭증한 시청자 숫자를 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역시 토너먼트 중계보다 네가 나오는 게 최고다.”
“너야말로 적자 봤다면서 시청자한테 반말이 뭐냐.”
“흥. 그래도 쉐도우 엘프의 여왕으로서 체통은 지켜야 하지 않겠나.”
“이번에도 망하면 파산이라며.”
“네가 왔으니 안 망한다! 그렇지 않은가!”
-저번에 적자였어요? ㅋㅋㅋㅋㅋ
-하긴 저번엔 초심자의 아레나랑 겹쳐서 시청자가 갈렸지.
-아소카가 매번 게임 10초 만에 끝내서 그런 것도 있었을 걸 영상 길이가 짧아졌잖아.
-ㅇㅇ 이번에는 저번처럼 허무하게 끝나진 않을 거야.
배틀튜브에서 유의미한 수익을 보려면, 시청자도 시청자지만 영상 길이도 확보를 해 둬야 했는데.
아소카는 그런 면에서, 최악의 중계 상대였다.
뭐 그냥 번쩍하면 게임이 10초 만에 끝났으니까.
“자. 그럼 카메라 세팅도 끝났으니, 본격 중계를 시작하지.”
성지한이 자신의 옆자리에 앉자, 그림자여왕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시청자들에게 고했다.
그러자 바로 물음표를 띄우는 채팅창.
-?? 끝난 거 맞음?
-여왕님 화면 다시 체크 좀 해 봐요.
-ㄹㅇ 왜 중계석 화면이 경기장보다 더 커요 ㅋㅋㅋㅋ
-세팅 잘못했네 대형 게스트 모셔놓고 이런 실수를 하네 ㅉㅉ
그도 그럴 것이.
시청자들이 보는 영상에서는, 그림자여왕과 성지한의 모습만 크게 나오고.
경기장 화면은 옆에 따로 작게 떠 있었다.
누가 봐도, 큰 화면과 작은 화면이 뒤바뀐 상황.
하나 그림자여왕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짙게 웃음을 지었다.
“실수라니? 이게 인류 그대들이 원하는 것 아닌가.”
“너 설마…… 야. 화면 세팅을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해?”
“어차피 성지한 그대를 보러 온 사람이 90%가 넘는다. 중계자는 시청자들의 니즈에 맞춰 화면을 띄웠을 뿐이야.”
-오…… 그런가?
-하긴, 고위 성좌들 싸움은 뭐 봐도 모르겠어서; 해설자 성지한 얼굴 보는 게 더 값질지도?
-여왕님이 뭘 좀 아네요 ㅎㅎ
-아니 그래도 이건 좀 아니죠…… 경기를 봐야지 이럼 중계하는 의미가 없잖아.
-?? 의미가 없긴 왜 없어요 지한 님 큰 화면으로 지켜볼 수 있는데 ㅡㅡ
그림자여왕의 말에, 시끌벅적해진 채팅창.
성지한은 한숨을 쉬었다.
“야, 빨리 화면 돌려.”
“하지만 이게 진짜로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
“계속 이럼 나 그냥 간다.”
“아, 알았다.”
그 말에 그림자여왕은 황급히 화면을 다시 세팅했다.
큰 화면과 작은 화면이 다시 뒤바뀌고, 정상적인 중계 세팅으로 돌아온 영상.
“그래도 이럼 네 얼굴이 안 보이니까…….”
그림자여왕은 거기서, 작은 화면을 쭉 확대하고.
더 나아가 중계석에서 성지한쪽만 클로즈업하고 자신의 비중은 없애 버렸다.
“……아, 진짜 뭐 하는 건데?”
“적자 탈피 중이다.”
“됐으니까 저 화면 좀 그만 키워. 원래대로 놔라.”
“거참 까다롭군.”
그림자여왕은 투덜거리면서도, 대형 게스트가 떠날까 봐 걱정되었는지 그의 말을 충실히 따랐다.
그래도.
“내 얼굴은 나올 필요 없겠지.”
성지한 클로즈업만큼은 양보하지 않았다.
-여왕님 얼굴 짤려 버렸어…….
-여왕 영접하는 맛에 이 채널 오는 건데 ㅠㅠㅠㅠ
-이러면 채널의 주인이 바뀌어 버린다구요!
그림자여왕도 나름 팬층이 있었는지, 이 화면을 보고는 시청자 일부가 안타까워했지만.
“내 얼굴은 나중에 많이 봐라. 오늘은 성지한 데이다.”
채널 주인의 의지는 확고했다.
“……대체 저번에 얼마나 적자를 본 거냐?”
“이게 다 아소카 때문이다. 성좌가 전투를 벌여야지, 빛 번쩍이고 게임을 끝내서야 영상 가치가 있겠나? 그때 중계 영상 중 살릴 만한 건 거의 없었다. 너랑 아소카의 정체를 가지고 토론한 게 그나마 나중에도 조회수가 올라갔지…….”
“아, 그래.”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거다. 봐라!”
그림자여왕은 토너먼트 경기장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평소 토너먼트 때보다, 훨씬 커다란 규모의 경기장.
이를 비추는 카메라는 멀리서, 하늘과 땅을 동시에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휭! 휭!
하늘에서, 거대한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 드래곤이다.
-엄청 크네 ㄷㄷ
-우리가 예전에 만난 용족보다 훨씬 커다란 듯?
-이번 건 좀 보는 맛이 있겠는데? 실제 거대괴수물이잖아 ㅋㅋㅋ
왼편에는 푸른 용, 오른편에는 검은 용이.
먼 거리에서 날개를 움직이며 서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
지금까지 고위 성좌들의 싸움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인류 시청자들도.
거대한 두 용의 전투에는 관심을 드러냈다.
일단 스케일 자체가, 보는 맛이 있을 것 같았으니까.
“사람들 반응이 좋군?”
“뭐, 둘이 붙으면 보는 재미는 있을 거 같잖아. 여왕. 두 용에 대해 알려 줘.”
“음…… 이들은 ‘칠각七角의 청룡’과 ‘삼익三翼의 흑룡’이다. 둘 다 성좌 레벨 9로, 용족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자들이지.”
그림자여왕은 미리 조사해 둔 자료를 살피며,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둘 다 전력이 비슷하다고 평가받으니, 개막전은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겠군. 이번 토너먼트, 시작이 좋아.”
“용족 간의 전투라. 보는 맛은 있겠군.”
7개의 뿔이 달린 청룡과, 날개 세 개가 달린 흑룡.
두 거대 개체가 하늘 위에서 싸우는 모습은, 일반 시청자들도 흥미를 지닐 것 같았다.
‘초심자의 아레나도 없겠다, 이번에는 적자 면하겠네.’
참가자 중 128인이 용족인 건, 영상을 송출한 그림자여왕한텐 오히려 좋게 작용한 건가.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면서 화면을 바라보고 있을 때.
“이제 곧, 시작한다……!”
그림자여왕이 기대에 가득 찬 목소리로, 경기 시작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곧.
[아레나 경기, 시작합니다.]게임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가 떠오르자.
두 용이 서로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오, 용들의 전투 시작인가 ㅋㅋㅋㅋ
-괴수물 영화보다 훨씬 현실감 쩌네 이거.
-그깟 CG랑 실제 용이랑 어케 비교함 ㅋㅋㅋ
거대 용이 날아갈 때만 해도, 신기해하던 시청자들은.
-근데 왜 저렇게 느릿느릿 날아가지?
-그러게; 사생결단을 내야 하는 상대 아닌가…….
-브레스 안 쏨?
-ㄹㅇ 용이면 입에서 불길 한 번 쏟아 내야지;
정작 싸워야 할 두 용이 느긋하게 움직이며 서로에게 접근하기만 하자, 뭔가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지지직…….
칠각의 청룡의 뿔에서 푸른 뇌전이 번뜩이고.
[로드의 명, 이행하겠습니다.]그가 드래곤 로드를 거론하자.
[로드의 명, 이행하겠습니다.]흑룡의 입에서도 똑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파아아악!
흑룡의 몸이 폭발하며, 피와 살점이 청룡에게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콰직. 콰직……!
청룡의 목옆에서 서로 뭉치더니, 또 다른 목과 머리를 만들어 내었다.
조금 전, 흑룡과 똑같은 모양으로.
그렇게 흑룡이 머리만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메인 화면 위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경기가 종료됩니다.] [승자는 ‘칠각의 청룡’입니다.]“어…… 끝? 이렇게 빨리…….”
1경기 게임 종료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3분 남짓.
그림자여왕은 멍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용족 128명인데…… 걔들도 이렇게 끝나면, 나. 파산…….”
그녀의 눈동자가 부들부들 떨리다, 급기야 초점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