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459)
성지한이 버튼을 부술 때만 해도, 흥분해 있던 무신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역시 너는, 나를 거역할 생각이었구나.]“이미 예상했는가.”
[그래…… 지구에서 날 가장 위협하던 건 바로 너였으니까.]무신이 지구에서 일을 꾸밀 때.
그를 가장 방해하던 건 동방삭과 아소카였다.
그리고 둘 중, 힘이 강한 건 동방삭이었지만.
일을 매번 어그러지게 하던 건 항상 아소카였지.
[네가 내게 협력한다고 할 때부터, 분명 다른 마음을 품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 그래서 네가 나의 종이 될 때부터, 준비해 둔 것이 있었다.]“…….”
[하지만 그걸 쓰는 건 먼 훗날이 되리라 여겼는데. 반역의 때를, 지금 잡을 줄이야…….]언젠가는 올 거라고 예측하고 있던 아소카의 반역.
하나 예상보다 시기가 너무 빨랐다.
거기에 지금은 무신이 투성과 융합하며 힘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
반역의 뜻을 지니고 있더라도 지금 시기는 그냥 보내는 게 현명한 선택인데.
오히려 칼을 이때 빼 들다니?
무신은 천수천안을 지켜보다가, 그의 뒤편에 있는 성지한에게 이목을 집중했다.
[설마하니 성지한을 살리려고 행동한 것인가…… 상시 관리자가 될 기회를 잔정 때문에 버린 멍청한 자를 살리려고?]“그것 때문에 나는 그를 선택했다.”
[한때 나를 위협하던 네가, 정녕 그런 것 때문에 죽음을 택하다니…… 너의 총명에도 빛이 바랬구나.]과거에 자신을 고전시켰던 아소카가.
자신이 보기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인간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버리다니.
무신은 정녕 이해가 가지 않는 눈으로 두 인간을 바라보았다.
[내가 투성과 결합한 이상, 너는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 그걸, 네가 누구보다도 잘 알 텐데…… 참으로. 참으로 어리석군.]“과연 그럴까.”
아소카는 자신을 두고 어리석다고 하는 무신의 눈을 바라보며 한 발을 들었다.
푹!
발이 땅바닥 안쪽으로 움푹 들어가자.
쿠르르르……!
투성의 대지가, 일제히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신이 별을 지배하던 힘과는, 또 다른
그와 동시에 땅이 갈라지며.
그사이에서 황금의 빛이 새어 나왔다.
[이건…….]“이 땅의 중심에 있는 바벨탑을 부수었다. 너와 별의 연결고리는, 이로써 끊어진 셈이지.”
그 말에, 하늘에 뜬 무신의 두 눈이 흔들렸다.
[네가 그걸, 무슨 힘으로……!]“무한회귀로 힘을 축적한 건 너뿐만이 아니다.”
[뭣…….]쾅! 쾅!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황금의 빛.
천수천안의 그림자 손이 이에 닿자.
손이 금색으로 반짝이며, 찬란한 휘광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기세는 투성 그 자체가 된 무신에게도 짓눌리지 않을 만큼 강렬해서.
성지한은 이 별에 온 후 처음으로 무신의 압박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와…… 뭐야…….
-ㅁㅊ 개 센데…….
-아니 거참 진작 좀 나서 주시지…… ㅎㅎ……
-아소카 본명이 싯다르타였댔나?? 진짜 이 사람 기록 없나?
-딱히 별다를 건 없던데 ㅇㅇ;
-저번이랑 달리 이번 천수천안은 관세음보살 것 같긴 하다.
-그냥 오늘만큼은 관세음보살임.
성지한이 죽는 장면을 보는가 싶던 시청자들은 갑작스러운 상황 반전에 환호하고 있을 무렵.
“언제 도와주나 했다.”
성지한은 한숨 돌리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아소카.
무신이 무한회귀를 하던 중에, 자신도 힘을 축적했던 건가.
과연 그가 걱정하던 상대답군.
‘이러면 동방삭도 합세해서 무신을 협공하면…… 여기서 그를 쓰러뜨릴 수 있는 건가.’
아소카랑 동방삭.
무신이 걱정하던 두 절대자가 제대로 합공하기만 하면, 일은 생각보다 쉽게 풀릴지도 몰랐다.
‘그냥 무신 사냥에 숟가락만 얹어도…… 아니 안 얹어도 좋으니까. 저놈 좀 죽여 버렸음 좋겠네.’
투성에 소환되고 무신에게 수천 번 넘게 육체가 터져 버렸던 성지한 입장에선.
그냥 두 성좌께서 무신을 처단하는 걸 구경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소카는 안도하는 성지한을 보며, 나직이 말했다.
“성지한, 준비하게.”
“무슨 준비?”
“자네는 날 죽여야 하거든.”
“……뭐?”
***
아니, 내가 미쳤다고 왜 생명의 은인을 죽여?
성지한은 깜짝 놀란 얼굴로 아소카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평온한 얼굴로, 시선을 자신의 등 쪽으로 돌렸다.
“내 금륜적보를 봐 보게.”
“이 해골 수레바퀴? 왜?”
아소카의 금륜적보.
그것은 거대한 수레바퀴로.
끝은 99개의 황금 두개골로 이루어져 있으며, 내부는 붉은 뼈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아소카의 천수천안은 이 수레바퀴를 기준점으로, 퍼져 있었으니.
금륜적보는 아소카의 핵심적인 힘의 원천으로 보아도 되었다.
“두개골 일부가 검게 물들어 있지 않은가?”
“……맞아, 이제 6개 째다.”
“두개골이 모두 검게 물들게 되면, 난 죽네.”
뭐?
성지한은 그 말에 놀라 금륜적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7번째 두개골도, 금방 시커멓게 물들어가는 게.
99개의 금륜이 모두 흑색으로 변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조금 전 듣지 않았던가? 무신이 날 경계해서, 준비하고 있는 게 있었다고.”
“그게…… 이 흑색으로 변하는 두개골이라고?”
“그렇다네.”
죽음이 예정된 아소카는 태연한 얼굴로, 천수천안을 움직여 대지를 부숴 나갔다.
“죽기 전에, 투성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겠네.”
“정보라면…….”
“투성의 핵을 이루는 두 축은, 성좌의 무구와 바벨탑이네. 바벨탑은 내가 확실히 부수었지만, 무신이 재건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남아 있지.”
콰콰쾅!
아소카가 성지한에게 이야기를 시작하자, 하늘에서 성좌의 무구가 모조리 번쩍였다.
[아소카…… 금제가 발동되었는데, 어찌 죽지 않고 입을 나불대느냐!]분노한 무신의, 전력을 다한 공격.
천수천안이, 이 공격을 막기 위해 성지한과 아소카를 감쌌다.
‘무신 놈…… 아까는 관리자의 손 때문에, 힘 조절을 한 거였군.’
무신이 아까 성지한에게 이 힘으로 폭격을 가했다면.
아무리 영원의 힘이 있다한들, 진작 가루가 되었겠지.
파스스스……!
천수천안을 뚫고, 거대한 벼락이 안을 파고들자.
“무신이 조급해하는군. 좋은 징조네.”
툭.
아소카는 손가락을 튕겨, 이를 끄곤 아까의 주제를 이어 나갔다.
“바벨탑은 무한회귀의 과정에 힘을 저장하는 수단이며, 무신이 투성을 확실히 지배하는 통로가 되니 자네는 바벨탑이 재건되지 않도록 힘을 써 주게.”
“……어떻게 하면 되지?”
“바벨탑의 원 주인을 확보하게.”
원 주인이라면, 역시 길가메시를 말하는 건가.
그놈은 별 쓸모가 없는데, 탑이 중요한가 보군.
성지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소카가 싱긋 웃었다.
[성좌의 무구는 하나의 회차를 마치고 힘을 저장해 둔 저장소. 이것은 동방삭이 많은 부분 해결해 줄 것이네.]지금까지는 말로 하더니, 성좌의 무구에 관해서는 예전처럼 음성을 보내는 아소카.
동방삭의 변심에 대해서는, 무신에게 알리면 안 되니 이러는 것 같았다.
근데 이러면.
‘지금까지 말한 건, 무신이 들어도 되는 거였나…….’
성지한이 잠시 이렇게 의문을 지니는 사이.
“성좌의 무구는, 무신이 투성과 합일하며 이미 1할 이상 힘을 소모했네. 거기에 바벨탑과의 연결도 끊었으니 1할 더 사라질 테고.”
스으윽.
아소카는 손가락을 위로 향했다.
성지한과 아소카를 보호하던, 일천의 황금손 곳곳에 균열이 생겨나고.
무신의 파상공세가 끝없이 이를 두드리고 있었다.
“이렇게 천수천안을 부수느라, 힘을 1할 더 사용하겠군.”
[이놈이……!]“정확한 계산이지 않는가, 무신?”
[그래…… 정확하다. 참으로 정확해! 이번에 너를 이렇게 죽이는 게, 차라리 내겐 잘된 일이구나!]무신은 분노하면서도, 아소카의 계산을 긍정했다.
그럼 이 계산대로면.
성지한이 무신에게 투성과의 합일을 이끌어 내, 그가 지닌 힘의 10퍼센트를 없앴고.
아소카는 20퍼센트를 무너뜨린 건가.
“아직 70퍼센트나 남은 건가…… 무신 놈, 질기네.”
“그러니 자네가 나를 죽여 힘을 얻어야 하네.”
아소카는 또다시 자신을 죽여 달라고 말했다.
어차피 결국 금제로 죽을 테니까.
능력을 전달해 주겠다는 건가.
성지한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 죽여서, 힘을 얼마나 얻는다고?”
“자네에겐 성화가 있지 않은가. 나의 힘을 가져간다면, 무신에게 아까처럼 무력하게 당하지는 않을 거야.”
생명의 은인을 성화로 불태우라고?
성지한은 한숨을 길게 쉬었지만.
“해야 하네. 성지한.”
“……알겠다. 그럼 쓰라고 할 때, 바로 쓰지.”
아소카가 다시 한번 강조하자, 결국 그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그렇게 둘의 대화가 끝나 갈 무렵.
[내가 일이 그렇게 흘러가도록 놔둘 것 같으냐?]무신의 공세는 한층 더 강력해졌다.
천수천안의 손이 하나둘씩 찢겨나가고.
금륜의 색은, 아까 보다도 빨리 흑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무신이 가장 걱정하던 적, 아소카.
그리고 마지막에 선택을 어리석게 하긴 했지만, 수많은 변수를 창출해 냈던 성지한.
아소카가 자신의 힘을 성지한에게 넘긴다면.
끝날 줄 알았던 ‘변수’가.
또다시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갈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둘을 여기서 처리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급해진 무신은.
최후까지 아껴 둔 수단을 사용하기로 했다.
슈우우우…….
하늘에 뜬, 거대한 무신의 두 눈에서 붉은빛이 퍼져 나가고.
-어…… 뭐야 저거.
-무신의 눈 근처에 뭐가 생기는데…….
-아 그 뱀같이 생긴 드래곤 로드 머리 아님??
-근데 크기가 미쳤음;;;
태양왕의 17777번째의 아들 문양이 가득 새겨진.
거대한 뱀의 머리가 투성의 하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카아아아아아!
천수천안을 향해, 그대로 내려오는 뱀의 머리.
일천 개의 거대한 황금의 손도.
한입에 잡아먹힐 만큼, 뱀의 형상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다.
그리고.
쩌적……!
황금의 손이 뱀에게 단번에 찢기고.
그 아래에.
금륜적보를 움직이고 있는 아소카가 드러났다.
[아소카! 불을 못 붙였군. 늦었구나!]아직은 성화가 타오르지 못한 걸 보고.
무신이 급히 그를 잡아먹으려 들었다.
성지한에게, 힘이 넘어가서는 안 되었으니까.
한데.
[뭐냐. 성지한, 성지한은 어디 갔지…….]천수천안의 안쪽엔.
분명히 둘이 있어야 했는데, 무신의 눈에 보이는 건.
아소카 단 한 명밖에 없었다.
“후후. 급하구나, 뱀이여. 한데 의아하지 않았나?”
[뭐?]“왜 내가 굳이 네게 들리게 말을 했겠는가?”
씨익.
아소카는 당황한 뱀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후대에 큰 짐을 떠맡겼으니. 네 힘의 2할은 더 가져가야겠지.”
[너, 설마 날…… 속인 건가…….]“그래. 항상 나한테 당하더군.”
그의 몸에서, 황금의 빛줄기가 사방을 향해 뻗고.
“뒷일은 부탁하지, 성지한.”
뱀의 머리 안에서.
황금의 빛이 회오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