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46)
* * *
오후 11시, 배틀넷 아카데미.
성지한은 교문 앞에서부터 자리를 잡은 기자들을 바라보곤 인상을 썼다.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군.’
F급 기프트를 받고 혼이 나가 있는 윤세아를 붙잡아 반강제적으로 취재를 했었지.
끝없이 이어지는 취재 압박은 결국 윤세아의 입에서 ‘F급’이라는 이야기를 실토하게 했다.
‘나는 집에서 그 모습을 보고. 발만 동동 굴렀고…….’
형편없는 삼촌은 이럴 때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고.
결국 윤세아의 인터뷰 영상은 인터넷에 널리 널리 퍼져, 사람들의 좋은 안줏거리가 되고 말았다.
‘바로 정리해야겠다.’
벌컥-
성지한이 차를 세우고 기자들을 향해 다가갔다.
숨길 수 없는 존재감에 기자들의 시선이 모조리 성지한에게 모였다.
“혹시나 세아 때문에 여기서 대기하시는 거면 잘못 오셨습니다. 오늘 인터뷰 안 할 거니까, 가 주시죠.”
그 말에 기자들이 주춤했다.
특히 성지한에게 한 번 당했던 기자들은 더욱 움츠러들었다.
‘그때처럼 몸 묶이면 끔찍한데…….’
‘괜히 건드렸다가 언제까지 마비당할지 몰라.’
‘일단은 물러나는 척이라도 해야 하나?’
하나 성지한의 쓴맛을 맛보지 못했던 몇몇은 용감하게 다가와 인터뷰를 요청했다.
“저…… 성지한 님이시죠? 인터뷰 가능할까요?”
스윽-
그 말에 성지한이 가볍게 손을 뻗었다.
“아니요.”
공간을 장악하는 포스가 발동하며, 다가오던 기자들의 몸이 쑥- 뒤로 밀려났다.
“아, 알겠습니다…….”
대부분은 포스에 의해 밀려나자 인터뷰를 포기했지만.
“이, 이러시면 안 됩니다. 염동력을 쓰다니요!”
“플레이어가 힘을 함부로 쓰다니! 거기에 기자에게……!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격입니다!”
두 명의 기자는 뒤로 밀려났음에도, 심하게 질척거렸다.
“안 되겠네.”
딱.
성지한이 손가락을 튕기자, 열성적으로 항의하던 두 기자의 입이 딱 멈추었다.
그와 동시에, 딱딱하게 굳어 버린 몸.
그들은 옴짝달싹하지 못한 상태로, 교문 앞에서 석상처럼 서 있게 되었다.
“걸렸다, 걸렸어.”
“저거 진짜…… 끔찍하다니까.”
“에잇, 오늘 인터뷰는 글렀네.”
기자들은 똥 씹은 얼굴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내 교문 앞을 지키던 경비가 질린 얼굴로 다가와 말했다.
“저 사람들…… 혹시 언제 풀려납니까? 풀리긴 하죠?”
“예. 제가 다시 들어가면 풀릴 겁니다.”
“다행이군요. 저대로 계속 서 있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근데 아카데미 측에서도 저 기자들 저렇게 놔둘 겁니까?”
성지한은 팔짱을 낀 채, 경비원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세아랑 나올 땐, 저 모습을 안 봤으면 좋겠군요.”
“하도 기자님들이 떼를 쓰셔서…….”
“저희가 안 할 겁니다. 배틀넷 아카데미가 학생보다 기자를 우선시하는 건 아니겠죠?”
“그건 아니지만…….”
“만약 기자들이 차 앞을 가로막거나 하면.”
성지한이 입가에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무슨 사고가 터질지, 저도 장담하지 못하겠습니다.”
경비원의 등골이 오싹해져 왔다.
말은 정중했지만, 내보이는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무조건 돌려보내겠습니다.”
“부탁드리죠.”
* * *
기프트관은 한산했다.
교문 앞과는 달리, 경비 한 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혹시 윤세아 학생의 보호자분 되십니까?”
“예.”
“저쪽 테이블에서 대기하시면 됩니다.”
성지한은 경비원의 말에 따라 기프트관의 복도 너머에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어느덧 11시 30분.
이제 조금 뒤면, 윤세아가 기프트를 받을 시간이었다.
‘세아의 기프트…… 능력이 뭔지 저번 생에서 좀 더 알아 둘걸 그랬어.’
그럼에도 성지한이 윤세아의 기프트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윤세아와 똑같은 기프트를 지녔던 중국의 랭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최종 강등전을 치를 때, 배런과 함께 전사했던 세계 랭킹 2위였다.
‘자꾸 그녀의 기프트를 들으면 죽어 버린 세아의 모습이 생각나서, 자세한 정보는 안 보려고 했었지…….’
물론 중국의 랭커가 어떻게 성장했었는지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이를 자세하게 파고들지는 않았다.
괴로운 기억이 자꾸 떠올라, 외면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기프트를 키우기 위한 방향성은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거면 충분하다.
성지한이 눈을 감은 채 생각하고 있을 때.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세아 삼촌분이시죠? 저, 희수예요.”
“저 사람이야?”
복도 쪽에서, 김희수와 함께 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성지한은 고개를 돌렸다.
복도에서 걸어오는 사람은 총 셋이었다.
김희수와, 카메라를 든 중년 남성.
그리고 머리에 한껏 힘을 세운, 민소매 티를 입은 근육질의 청년이 테이블 쪽으로 빠르게 걸어오고 있었다.
“이제 세아 곧 나오죠? 인터뷰 약속이 있어서요.”
“인터뷰는 안 받기로 했는데.”
“아뇨. 세아가 저희랑만 하기로 했거든요.”
성지한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저번 생에서, 분명 세아에게 남아 있는 친구는 없었다.
그런데 최근까지 계속 김희수만큼은 친하게 지내기에, 과거가 바뀌었나 싶었는데.
이러기 위해서 친한 척을 한 거였나.
“할 필요 없습니다.”
성지한이 단호하게 대답하자, 김희수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인. 터. 뷰. 하기로 했다고요. 그치, 오빠?”
“아~ 그래. 저 사람이 그 브론즈구나?”
뚜벅. 뚜벅.
민소매 티의 청년이 건들거리며 걸어왔다.
그와 동시에, 그의 근육이 부자연스럽게 꿈틀거리더니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가는 게 보였다.
일반인으로서는 아무리 운동한다 해도 보일 수 없는 변화였다.
그리고 이것은 플레이어 중에서도, 워리어 클래스나 가능했다.
“스톤스킨…….”
“오우~ 브론즈~ 보는 눈이 있네?”
스톤스킨.
워리어 클래스가 50레벨에 배울 수 있는 스킬 중 하나로, 탱커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익히는 것으로 유명했다.
저걸 대놓고 사용한다는 건, 민소매 티 청년의 레벨이 50이상이라는 뜻.
“아저씨~ 염동력으로 기자들을 그렇게 협박했다며? 능력 있다고 일반인한테 너무 그러는 거 아니야.”
“…….”
“인터뷰 끝날 때까지 가만히 있어. 알았지?”
“하.”
“그리고 조카는 나랑 좀 놀다 들어갈 거니까 그렇게 알고.”
김인식은 성지한의 앞을 가로막으며, 거만하게 팔짱을 꼈다.
“어차피 이제 생일 지나면 성인이니까 상관없잖아? 그래. 밤 샐 수도 있어. 흐흐흐…….”
그 말에 성지한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김규혁이고 이놈이고.
세상에 선을 넘는 놈들이 왜 이리 많은지.
다만 김규혁은 돈이라도 받고 선을 넘었지, 이놈은 답도 없었다.
성지한이 손가락을 뻗었다.
“오. 염동력 맛 좀 보여 주려고? 나한테 통할 거 같아?”
김인식은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능력이 안 통한다고?”
성지한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이래도?”
성지한이 손가락을 당기자.
“어……?”
두두둑!
김인식의 머리 쪽에서, 무언가가 뜯어지는 소리가 났다.
* * *
[18세가 되어, 플레이어로 각성합니다.] [기프트를 얻었습니다.]“휴우…….”
윤세아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기프트는 얻어 낸 것이다.
아무리 아카데미 재학생이라고 해도, 기프트를 얻을 확률은 50퍼센트가 넘지 않았다.
플레이어로 각성해도 기프트는 없는 경우가 태반이거늘, 일단 첫 단추는 잘 끼운 셈이었다.
“……상태창.”
윤세아는 자신의 상태창을 열고는, 눈을 크게 떴다.
맨 처음 나타나는 능력치.
힘, 민첩, 체력, 마력이 모두 10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만점을 받은 스탯!
윤세아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져 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이 남아 있었다.
상태창 맨 밑에 자리한 기프트 칸이었다.
물론 초기 스탯도 플레이어의 재능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요소였지만.
향후 아마추어로 끝날 것이냐, 프로로 갈 것이냐를 결정할 만큼 중요도가 높은 게 바로 기프트의 등급이니까.
“……어?”
그리고.
기프트를 본 윤세아의 눈이 다시금 크게 뜨였다.
등급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기프트 – 대기만성 (등급 F)]“F…….”
기프트 등급 F.
아무리 기프트가 랜덤이라고는 하지만…….
정말로 이런 등급을 받을 거라 예상하지는 않았다.
털썩-
윤세아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 주저앉았다.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었다.
플레이어로 각성해서, 몸뚱이 자체는 조금 전보다 훨씬 건강해졌지만.
그래도, 설 수가 없었다.
……추웠다.
8월의 여름인데도.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 왔다.
눈앞의 결과를 믿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하고 눈을 몇 번이고 감았다 떠 보지만.
상태창은 냉혹하게도, 그녀에게 F를 선고하고 있었다.
[기프트 – 대기만성 (등급 F)]-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집니다.
거기에 너무나도 무성의하기만 한 설명까지.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었다.
“하…….”
윤세아의 고개가 푹 떨어져 내렸다.
“하…… 하…….”
헛웃음만 흘러나왔다.
꿈이, 무너진 것이다.
세상 전부가 알알이 부서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최악의 생일이네.’
이제 무얼 해야 하나.
F를 받을 거라는 미래는 솔직히 상정해 보지 않았다.
‘플레이어는 못할 테고.’
F.
그것도 대기만성이라는 수상쩍은 기프트를 가지고 배틀넷 플레이어를 하기에는, 업계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수능 공부라도 해야 하나.’
그나마 검왕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기 위해 성적 관리를 잘해 왔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다시금 한숨이 쉬어졌다.
그냥 여기서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 따위로 나올 거였으면 기프트 젬은 왜 그렇게 빛이 났던 걸까…….’
S급을 받았다는 선배보다, 훨씬 찬란하게 빛이 난 기프트 젬.
그걸 보고, 괜히 기대만 커지지 않았나.
조금 전까지만 해도 두근거렸던 자신이 바보 같아서, 눈물마저 찔끔 나려고 했지만.
“……안 울 거야.”
윤세아는 심호흡을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망한 건 망한 거고.
삼촌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텐데, 여기서 계속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삼촌은 무언가 알고 있던 걸까.’
기프트관을 나서며, 윤세아는 성지한이 근래에 계속해서 ‘기프트는 랜덤’이라고 주지시킨 걸 떠올렸다.
너무 심할 정도로 계속 랜덤 랜덤 이야기해서, 어떨 때는 서운할 정도였는데.
이렇게 F를 받고 나니, 차라리 그렇게 이야기를 들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얘기를 해 주기 전의 마음가짐이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실망이 컸을 테니까.
‘일단…… 빨리 나가자. 그리고…… 삼촌한테 고맙다고 해야지.’
뚜벅. 뚜벅.
윤세아는 애써 마음을 추스르고 눈을 비비며 천천히 기프트관을 나섰다.
위잉-
그리고 문을 열자.
“…….”
허공에, 무언가가 날아다니는 게 보였다.
그것은 자세히 보니.
“……머, 머리카락?”
샛노란 색의 짧은 머리카락.
왁스를 칠해 뭉쳐 있는 머리가…… 잡초 뽑히듯이 뭉텅이로 뽑혀,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그리고 일본 사무라이처럼 머리 가운데가 텅텅 빈 남자의 너머에는.
“능력. 통하는데?”
삼촌이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손가락질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