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466)
스탯 청.
아소캬에게 전해 받은 이 능력은, 적을 없애는 기능만 지니고 있었다.
‘등급은 비록 FFF급이라도 적을 다루는 능력만큼은 탁월했지.’
관리자의 손이 스탯 적을 봉인했을 때에도.
성지한이 청을 1 올리자마자, 그 봉인이 해제되었을 정도였으니까.
이후에도, 스탯이 100으로 줄어든 적을 집어삼키기 위해.
1밖에 되지 않는 청의 기운이 적이 모여든 곳으로 가려고 들곤 했다.
이는 힘의 총량으로 보면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었지만.
‘혹시나 스탯이 줄까 봐 두 기운의 충돌을 최대한 떼어 놓고 있었는데 말이지…….’
적은 오른팔에 집중시키고.
청은 왼쪽 다리에 모아 거리를 멀리 떨어뜨려 놓은 후에야 둘은 충돌하지 않았다.
이렇게 기운을 배치한 후에는, 청에서 특이한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스으으…….
아레나의 주인이 눈앞에 보이자, 왼쪽 다리로 이동시켜둔 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토너먼트 진행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태연히 말문을 여는 우주 형상의 머리 안에서.
새하얗게 빛나던 배경의 별 중 30퍼센트 정도가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뭐야, 저거.’
청이 움직이고 나자, 보이는 적색 별.
저기서 적의 기운까지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꿈틀…….
청의 힘은 그걸 보면서 확실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아레나의 주인은 공허의 최고위 서열. 그에게 저렇게 적의 기운이 은밀히 숨겨져 있다니…….’
청이 아니었으면, 절대 알아보지 못했을 적색 별.
그걸 보자 성지한은 그간 미심쩍었던 점을 짚어 볼 수 있었다.
‘세계수 점화 장치란 물건부터가 좀 이상했어.’
세계수 점화 장치.
버튼만 누르면 세계수가 불타올라, 적색의 관리자가 될 수 있다던 그 아이템은.
성지한이 이를 부쉈을 때, 스탯 적을 50이나 부여해 주었다.
‘박살 냈을 때 50이 새어 나온 거면, 그 아이템을 만들었을 때에는 스탯 적이 더 소모되었을 터.’
물론 이건 흑색의 관리자가 만들어 넘긴 거라고, 아레나의 주인이 말하긴 했지만.
그에게서 적색의 별을 본 이상, 이제 예전에 한 말을 모두 믿기란 힘들었다.
오히려 하나씩 다 의심을 해 봐야겠지.
‘그러고 보면, 흑백의 관리자가 업무에 치여서 적색을 상시 관리자로 만들고 싶어 한다고 이야기한 것도 걸려…….’
이 배틀넷 세계의 절대자는 누가 뭐래도 흑백의 관리자다.
그들이 일에 치여서, 적색을 상시 관리자로 만들고 싶으면 솔직히 말해 인류 따위 그냥 불태워서 끝장을 내면 될 것을.
굳이 일을 이렇게 번거롭게 돌아가며 설계할 필요가 있을까.
‘이놈, 수상하군.’
스탯 청으로 인해, 아레나의 주인의 얼굴 속에서 붉은 별을 본 성지한은.
일단 그를 적색의 끄나풀로 생각하기로 했다.
한편.
“무신과의 전투 이후, 참가 대기 명단이 모두 빠졌거든요. 참가비를 대폭 감면해 보기도 했습니다만, 질 게 뻔한 싸움은 하려 들질 않았습니다.”
아레나의 주인은 성지한에게서 태도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태연히 말을 이어 나갔다.
“이런, 대성좌들도 참가하려 들질 않았나?”
“애초에 관리자의 손이 필요한 대성좌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중 가장 이걸 원하는 이는 드래곤 로드와 태양왕인데, 드래곤 로드는 토너먼트가 부정하다고 의심하고 있고 태양왕은 다른 데 정신이 팔린 것 같더군요.”
아바타로 성지한에게 완패한 이후, 토너먼트에선 못 싸우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인 드래곤 로드와.
무신의 몸을 차지하기 위해 정신이 팔려 있는 태양왕.
손이 가장 필요한 이 둘은 빠졌고.
“나머지 대성좌들은, 당신이 투성에서 보인 힘을 보곤 참가를 철회했습니다. 자신의 근거지에서라면 모를까, 토너먼트 경기장에선 당신과 대립하고 싶지 않은 것이지요.”
“그래? 대성좌도 생각보다 별거 없군.”
“당신이 너무 강한 겁니다.”
스으으…….
그러면서 우주 형상의 얼굴이 살짝 움직였다.
그러자, 30퍼센트였던 붉은 별이 더 많아져서.
우주의 거의 반절 이상이 붉은빛을 띠기 시작했다.
‘뭔가를 하려는 건가.’
성지한이 주의를 기울일 때.
아레나의 주인이 천천히 목소리를 냈다.
“이렇게 되면, 성좌가 아닌 상태에서 대성좌를 꺾는 업적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뭐, 생각 중이다. 드래곤 로드나 태양왕이 내 후원 성좌긴 하니까, 그놈들보고 나 소환하라고 해야지.”
“그들이 과연 당신을 쉽게 소환하겠습니까? 당신이 투성에서 그리 강력한 모습을 보였는데 말이죠.”
성지한의 말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아레나의 주인.
그는 이에 반문했다.
“뭐, 방법이라도 있나?”
“있습니다.”
화르르륵……!
아레나 주인의 앞에 불꽃이 피어오르고.
그것은 곧 거대한 적색 보석으로 뒤바뀌었다.
“드래곤 로드에게, 이걸 가지고 있다고 하십시오.”
“이건 뭐지?”
“드래곤 로드의 심장 일부분입니다.”
이게 로드의 심장이라고?
성지한은 예전에 알트카이젠의 드래곤 하트를 받았을 때를 떠올렸다.
‘그거랑 생긴 것은 비슷하다만, 크기가 차원이 다르군.’
알트카이젠의 드래곤 하트는 주먹만 하더니.
이건 일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성지한만 한 크기였다.
“이런 것도 가지고 있었나?”
“적색의 관리자를 추격할 때 얻은 물건 중 하나입니다. 관리자는 드래곤 로드의 심장 일부분을 빼내어, 그를 완전히 복종시켰죠.”
“흠…….”
“그에게 관리자의 손에, 이것까지 가지고 있음을 보여 주면 소환을 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스으윽.
아레나 주인의 얼굴에서, 별들이 일제히 움직이며 성지한의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당신의 손에서, 힘이 느껴지지 않는군요?”
“관리자의 손?”
“예.”
성지한은 아레나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이미 별 중 50퍼센트 이상이 붉어진 상대에게, 어설프게 거짓말을 해 보았자 바로 들키겠지.
“아소카가 봉인해 주고 갔다.”
“그가…… 말입니까.”
아소카의 이름을 거론하자.
잠깐이지만, 붉은 별에서 빛이 강렬히 번뜩였다.
느낌이 어째, 분노를 표출한 것 같군.
“드래곤 로드가 당신을 소환하게 하려면, 손도 있어야 합니다. 아니, 정확히는 있어 보여야겠지요.”
“그래? 드래곤 하트만으로도 충분히 유인이 될 거 같은데.”
“이번 일은, 임시 관리자가 되기 위한 업적입니다. 보다 확실하게 그에게 소환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뭔가 방법이 있어 보이는군.”
“예.”
우주 얼굴에서 빛이 반짝거리더니, 그것이 한 차례 소용돌이쳤다.
그리고.
슈우우우…….
소용돌이의 중앙에서, 적색의 눈이 튀어나왔다.
“이거, 예전 관리자의 손에 박혀 있던 눈과 비슷하네.”
“예. 적색의 관리자의 몸에 박혀 있던 눈입니다. 손만큼의 힘은 내질 못하겠지만, 겉으로 보기에 흉내는 낼 수 있을 겁니다.”
꿈틀.
허공에서 움직이는 작은 눈.
그것이 튀어나오자, 우주 배경에서 50퍼센트까지 차지했던 적색의 별은 대거 기세를 잃었다.
어렴풋이 보아도, 반 이상 사라진 붉은 별.
‘자신의 힘을 여기에 나눠 준 건가.’
이번 일에 엄청 진심인데.
성지한은 붉은 눈을 보면서, 한 소리 했다.
“너 참 신기하네. 왜 이렇게 적색의 관리자 관련 물건들이 많아? 누가 보면 네가 적색의 관리자인 줄 알겠어.”
“……적색의 관리자는 천 개가 넘는 눈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손보다는 그 가치가 덜하지요. 그래서 아레나에 보관된 그의 눈만 해도 수십 개는 됩니다.”
“그렇게 눈이 많나?”
“예. 물론, 제 권한으로 빼 올 수 있는 건 이 정도가 한계지만요.”
“그래? 그래도 이 정도면 엄청난 보물들인데, 나한테 다 줘도 되는 거야?”
“관리자를 탄생시키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거기에…….”
“또 뭐지?”
“드래곤 로드에게 승리한 이후, 귀환 방법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귀환 방법이야 이미 있긴 한데.
성지한은 금륜적보를 떠올리며, 그에게 물었다.
“이 눈이랑 귀환이랑 무슨 상관인데.”
“눈을 손에 끼워 넣으면 아시게 될 겁니다. 그 안에, 방법이 있으니까요.”
자세한 방법론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고, 손에 눈을 이식하면 알 거라는 아레나의 주인.
성지한은 그를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드래곤 로드의 심장 일부에, 적색의 관리자의 눈까지 아낌없이 퍼 주는 걸 보면.
스탯 청이 발동하지 않았더라도, 그에 대한 의심이 생겼을 것 같았다.
‘그런데도 이렇게 급히 나오는 건, 뭔가 사정이 있나 본데…….’
성지한은 아레나의 주인이 제공한 물건들을 쭉 둘러보곤 입을 열었다.
“좋아. 이걸 받아 드래곤 로드를 도발하도록 하지.”
“잘 생각하셨습니다.”
“대신…… 인벤토리.”
성지한은 인벤토리를 열어, 로드의 심장과 관리자의 눈을 동시에 넣어 버렸다.
“눈도 넣으시는 겁니까?”
“어, 지금 당장 이식할 필요는 없잖아? 관리자 손 때문에 그 고생을 했는데.”
“…….”
“드래곤 로드가 로드의 심장만 보고 날 소환하면, 굳이 저 눈알을 급히 손등에 박을 필욘 없겠지.”
“……그건, 그렇군요. 하지만.”
성지한의 말에 우주 속 붉은 별이 번뜩였다.
“드래곤 로드는 저번처럼 쉽게 당하지 않을 겁니다. 소환의 주도권이 그에게 있는 이상, 그는 자신의 본거지에서 각종 함정을 파고 당신을 기다릴 테니까요.”
“그럼 급할 때 눈 박아 넣지 뭐.”
“……예, 꼭 그렇게 하십시오.”
그 대답에, 아레나의 주인은 더 이상 눈을 손등에 이식하라고 하지 못하고 한발 물러났다.
“그럼 물건도 전달했으니, 이만 가 보겠습니다.”
“어. 잘 받았어.”
스으으으…….
성지한의 배웅에 아레나의 주인이 서서히 옅어지다가.
“아, 그리고 투성은 세 달 동안 봉인되었습니다.”
“세 달? 그 난리를 치고?”
“예, 그러니 그 기간 내에, 일을 마무리 짓는 게 좋을 겁니다. 일 년 근신도 추가로 주어졌습니다만…… 저번에도 그는 근신 상태에서 일을 벌였으니까요.”
“그래…… 정보 고맙군.”
“그럼.”
투성의 봉인 소식을 알리곤, 완전히 사라졌다.
‘세 달 내에 드래곤 로드를 처치하고, 임시 관리자가 되라는 건가.’
시간이 많진 않네.
그동안 최대한 더 능력을 끌어올려서, 가야 하나.
성지한은 자신의 상황을 한번 점검해 보았다.
‘레벨 업을 더 하기엔 위험하단 말이지.’
무신과의 전투 때, 총력을 다한다고 성좌 모드를 오래 켜 둬서 그런가.
성좌 도달 레벨은 쭉쭉 내려가서, 이제 677이 되어 있었다.
현재 레벨이 650이니, 레벨을 27만 올리면 성좌가 되는 상황.
‘드래곤 로드랑만 1:1로 붙는 거면 레벨 최대한 올리고 싸우겠지만, 그놈이 그렇게 공정하게 싸울 리가 없다.’
자기 레어로 성지한을 소환해서 싸우는데, 정정당당하게 싸울 리가 없지.
드래곤 로드가 자기 부하들 쫙 다 불러다가 성지한을 압박하기라도 하면.
자칫 잘못하다간 로드의 부하 용들 잡다가, 레벨이 올라가서 성좌가 되어 버릴지도 몰랐다.
‘그것보단 차라리 이 수련장에서, 이번에 대폭 오른 능력치를 수련하는 게 낫겠어.’
투성에서의 전투로 무혼과 공허가 상당량 올랐으니.
성지한은 이번에 올라간 능력을 확실히 몸에 체화시키기로 했다.
다만.
‘스탯 청은 여기서 드러내 놓고 쓰면 안 되겠네.’
아레나의 주인이 청에 대해 알게 되면, 피곤해질 것 같으니.
성지한은 청을 제외한 나머지 스탯에 수련을 집중했다.
그리고.
“이 정도면…….”
한참을 수련장에 틀어박혀 있던 성지한은.
“나가도 되겠군.”
현실에서는 10일.
공허의 수련장 기준으로 1000일간의 수련을 마치곤 밖으로 나왔다.
드래곤 로드를 잡을 준비는 끝낸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