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467)
대기 길드의 내부에 마련된, 방송용 스튜디오.
수련장에서 나온 성지한은, 이곳을 통해 배틀튜브를 틀기로 했다.
평소처럼 집에서 틀지 않는 이유는.
‘드래곤 로드의 심장, 너무 커졌어.’
받을 때만 해도 성지한 정도의 크기였던 드래곤 로드의 심장은.
지금은 그때보다 세 배는 더 부풀어 있었다.
집에서는 이걸 온전히 담을 수 없었기에, 그는 부득이하게 길드로 내려온 것이다.
한데.
‘이미 사용 중이군.’
가장 넓은 스튜디오에선, 그림자여왕이 여러 게스트들과 함께 배틀튜브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성지한이 멀리서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어, 오너님!”
길드 마스터인 이하연이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길드에서 뵙는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러게요. 천 일도 넘었으니.”
“엥? 천 일요?”
“수련장 안에서 그 정도 있었거든요.”
“아, 맞다. 수련장에선 시간의 흐름이 달랐죠?”
지구와는 시간의 흐름이 다른 공허의 수련장.
성지한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던 이하연은, 그의 왼쪽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오너님, 근데…… 얼굴의 금이 더 커진 것 같아요.”
“그래요? 수련할 때 공허도 좀 다뤘더니 이렇게 되었나 보군요.”
“그…… 괜찮으세요?”
“아직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아직은…….”
이하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의 얼굴을 살필 때.
“길드 마스터님. 찾으신 자료 여기 있습니다…… 엇…….”
대기 길드의 직원 한 명이 이하연에게 보고하러 왔다가, 성지한의 얼굴을 보곤 흠칫 놀라 몸을 움츠렸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성지한을 보면 호기심과 선망의 시선을 보내곤 했는데.
공허의 틈새가 강해진 이후론, 그를 보는 눈에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이하연은 그런 직원의 낌새를 느끼곤, 얼굴을 찌푸렸다.
“주고 가요.”
“네, 네!”
이하연에게 얼른 서류를 건네곤,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나오는 직원.
그녀는 성지한을 바라보곤 말했다.
“죄송해요. 저 직원, 해고할게요.”
“아니, 뭐 했다고 해고합니까?”
“오너님 얼굴 보고 겁먹었잖아요.”
“뭐, 겁먹을 만하죠. 제가 봐도 인간 같지 않은데.”
성지한은 근처의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턱에 금 몇 개가 있던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얼굴이 툭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은, 깨진 유리창 같았으니까.
거기에 틈새에선 보랏빛의 기운이 넘실거리는 게 불길한 느낌까지 들었다.
“아, 정말 괘씸한데…… 저번에 오너님 덕분에 어머니 퇴원했다고 좋아했으면서.”
“사람의 본능은 어쩔 수 없죠. 저 직원 말고도 많이들 겁먹더군요.”
“죄송해요. 제가 나중에 따끔하게 주의를 줘야겠네요…….”
스산한 눈으로 뒤쪽의 직원들을 한 번 바라본 이하연은.
성지한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그런데 오늘은 스튜디오 사용하려고 오셨어요?”
“예, 오늘 할 배틀튜브는 넓은 공간이 필요해서요.”
“그럼 여왕님 당장 끌어 낼게요.”
“아, 괜찮습니다. 좀 기다리죠 뭐.”
성지한은 괜찮다는 듯 손을 들었지만.
“여러분,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그림자여왕은 성지한의 기척을 알아채곤, 이미 방송을 급히 끝내고 있었다.
-잉? 왜 벌써 끝냄?
-슬라임에게 플라스틱 먹이기 실험한다면서요.
-ㄹㅇ 이 실험 성공하면 인류가 쓰레기에서 해방되는 거 아니었음?
-쓰레기 없애려다 슬라임 천국 되는 거 아니냐 근데 ㅡㅡ
여왕의 채널을 시청하던 사람들은 슬라임 특집 방송 왜 안 하냐고 항의했지만.
“길드 오너가 스튜디오 쓴다고 해서 말이야. 오너님이 우선이지.”
그림자여왕이 성지한이 왔다고 말하자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아 그럼 ㅇㅈ이지.
-뭐 해요, 얼른 안 비키고.
-슬라임 따위가 중요하냐 지금? ㅋㅋㅋㅋ
-오늘은 집에서 안 찍으시네…… 뭐 큰 거 있나?
-빨리 꺼요 좀!
“……간다, 가.”
그림자여왕은 손을 두어 번 흔들더니, 방송을 껐다.
“천천히 하지 그랬어.”
“최대 투자자님을 기다리게 할 수 있나. 슬라임 컨텐츠야 나중에 써먹으면 된다. 거기에.”
스으윽.
성지한에게 다가온 그림자여왕은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굳이 여기까지 와서 무슨 방송을 할 건지, 내가 궁금하거든.”
“뭐, 별거 아니야.”
성지한은 스튜디오 안으로 걸어가며, 인벤토리를 열어 물건을 꺼냈다.
거기서 나온 건, 거대한 크기의 붉은 보석.
“그건…….”
“드래곤 로드의 심장이라는데?”
“시, 심장?”
강렬한 열기를 뿜어내며, 금방이라도 주변을 불태울 것 같은 로드의 심장.
성지한은 이 열기가 주변에 영향을 끼치는 걸 차단했다.
“……그걸 왜 꺼낸 거지?”
“드래곤 로드한테 보여 줘야지.”
성지한은 배틀튜브를 키며, 태연히 답했다.
“그래야 날 소환할 테니까.”
* * *
성지한이 배틀튜브를 켜자마자.
-오, 오늘은 집이 아니네?
-아까 그림자여왕이 자리 비켜 줬다고 했음 ㅋㅋㅋ
-길드 컨텐츠라도 하시려나? 길드 스튜디오에서 방송하는 걸 보면.
-그건 아닌 듯 옆에 거대 루비가 있잖아.
-근데 얼굴 왜 더 금가 있음?;;
-그러게…… 이러다 깨지는 거 아닌가 싶다니까ㅜㅜ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인류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틀었군 이 채널.
-그러고 보니 토너먼트 개최 안 됐던데…….
-무신과 싸운 걸 보고도 참여하는 게 바보지.
-그래도 대성좌까지 발을 뺄 줄은 몰랐어.
외계의 시청자들도 상당수가 바로 유입되었다.
무신과의 전투 이후, 이제는 배틀튜브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은 채널이 되어 버린 성지한 채널은.
이번에 열흘간 쉬었음에도, 변함없는 인기를 자랑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성지한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곤, 바로 옆에 있는 거대 보석을 두드렸다.
“오늘은 이 물건 좀 보여 드리려고 방송 켰습니다.”
-뭐야, 저 광석은?
-오늘은 안 싸우나 봐?
-채널 인기 높아지니 바로 세일즈에 들어가는군…… 구독 취소해야겠다.
-근데 저 안에 불의 마력, 상당해 보이는데? 얼만지에 따라 구매할 만하겠어.
성지한이 옆에 있는 붉은 보석을 가리키자.
성질 급한 외계의 시청자들이 채널 인기 높아지니까 벌써 광고하는 거냐며 그를 성토했다.
하나.
[드래곤 로드가 1억 GP를 후원했습니다.] [그 물건, 설마하니 내 심장이냐…….]드래곤 로드가 1억을 쏘면서 메시지를 보내자.
-뭐…….
-저게 드래곤 로드의 심장이라고……?
-그러고 보니 드래곤 하트가 저 광석 느낌이긴 했지.
-하지만 다른 드래곤의 하트는 저렇게 크지 않았다고;
-드래곤 로드 거잖아. 사이즈가 다르겠지.
광고 아니냐던 채팅창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자기 심장은 한눈에 알아보네.”
[드래곤 로드가 1억 GP를 후원했습니다.] [그걸 네가 어떻게…… 대체 어디서 입수한 거지? 이건 분명, 예전에 바쳤던 부위인데…….]바쳤다고 말하는 걸 보면, 적색의 관리자에게 넘겼던 심장 부위가 맞나 보군.
성지한은 그의 심장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너, 예전에 내가 날 특별 진상 하면 받아 준다더니…… 오늘 해 보니까 거절했더라?”
후원 성좌에게 물건을 바칠 수 있는 특별 진상.
성지한은 예전에 진상품으로 자신을 바쳐서, 드래곤 로드의 레어로 쳐들어가겠다고 말했고.
드래곤 로드는 얼마든지 쳐들어오라면서, 지옥을 보여 주겠다고 했다.
하나.
‘정작 오늘 아침에 해 보니, 이놈이 바로 거절했지.’
수련장에서 나오고 난 이후.
성지한은 아레나의 주인이 준 물건들을 쓰지 않은 상태로, 셀프 진상을 한번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후원 성좌 ‘드래곤 로드’가 플레이어의 특별 진상을 거부했습니다.]얼마든지 덤벼 보라면서 자신 있어 하던 드래곤 로드는, 무신과의 전투를 보고 겁이라도 먹었는지.
성지한의 특별 진상을 그 즉시 거절했다.
그리고 이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저게 무슨 소리야? 특별 진상을 거절했다고?
-쫄았네 ㅋ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자기 레어는 홈그라운드인데;
-무신도 자기 홈그라운드였잖아.
-그러네. 드래곤 로드가 무신처럼 별과 합체할 거도 아니고, 불러 봤자 골치 아프기만 할 거라 생각한 듯.
-그래도 대성좌 체면이 있지 쯧…….
특별 진상을 거부한 드래곤 로드를 조롱하기 시작했다.
성지한은 그런 채팅창의 흐름을 바라보다가.
“여론이 안 좋군, 드래곤 로드. 어떠냐. 이번엔 이거랑 같이 갈 테니, 받아 줄 테냐?”
툭. 툭.
드래곤 로드의 심장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그러자.
[드래곤 로드가 1억 GP를 후원했습니다.] [하찮은 것들의 여론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한데…… 네 오른손은 어떻지?]드래곤 로드는 뜬금없이, 성지한의 손에 대해 물어 왔다.
-갑자기 손 이야기가 왜 나옴?
-그러고 보니 관리자의 손에 눈동자가 안 나와 있네.
-저번처럼 봉인된 거 아냐?
시청자들은 처음엔 그저 저번처럼 손이 봉인되었거니 생각했으나.
[드래곤 로드가 1억 GP를 후원했습니다.] [네 손에서 관리자의 권능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드래곤 로드가 그리 말하자, 이에 관심을 보였다.
-관리자의 손이 사라졌다고? ㄹㅇ?
-그럼 토너먼트는 애초에 개최 불가능하지 않아? 상품이 사라진 건데.
-참가자가 없어서 다행이었던 건가;
-ㄹㅇ 성지한 꺾었는데 사실 관리자의 손은 없었습니다~ 이러면 아레나도 뒤집어졌겠는데 ㅋㅋㅋ
-근데 저 사실, 드래곤 로드는 누구한테 들은 거임?
드래곤 로드와 관리자의 손까지 거론되며.
방송을 킨 지 몇 분 채 되지 않아 글이 쏟아지는 외계의 채팅창.
성지한은 이를 보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이 정보, 아레나의 주인이 드래곤 로드에게 알려 줬나보군.’
관리자의 손을 확인해 보라고 말이지.
그래야 성지한이 받고 인벤토리에 넣어 뒀던 적색의 눈동자를, 손등에 박아 넣을 것 아닌가.
‘일단은, 장단에 맞춰 주는 척해 볼까.’
성지한은 인벤토리에 오른손을 집어넣어 눈동자를 쥐었다.
그러자.
스으으…….
인벤토리 안에서, 오른손으로 흡수되는 관리자의 눈.
[스탯 ‘적’이 100 오릅니다.]그리고 관리자의 눈이 흡수되고, 손등에 눈동자가 생기자.
적이 대번에 100이 늘어났다.
스으윽.
성지한은 인벤토리에서 손을 꺼내곤, 드래곤 로드에게 이를 보여 주었다.
“어디서 그런 루머를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손은 잘만 있다.”
-인벤토리에 손 넣은 거 같았는데…… 봉인 해제라도 한 건가?
-가짜는 아니지?
-글쎄 눈동자 꿈틀거리는 게 예전이랑 똑같긴 함.
성지한의 손등을 보고, 관리자의 손임을 확신하는 시청자들.
그만큼 눈동자가 움직이는 모습은 예전의 것과 똑같았다.
“자, 이럼 의문은 풀렸나?”
성지한이 눈동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드래곤 로드가 1억 GP를 후원했습니다.] [좋다. 3일 후, 심장을 들고 널 특별 진상하라. 그날, 너를 소멸시키겠다.]드래곤 로드는 확인이 끝내곤,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쯧, 바로 하지. 왜 또 3일 후인지…….”
토너먼트 때 아바타가 패배했던 경험이 워낙 컸는지.
물건 다 확인해 놓고도 나중에 소환하겠다는 드래곤 로드.
-아 대성좌인 내가 성좌 후보자랑 싸울 거지만 준비는 해야 한다고 ㅋㅋㅋㅋ
-용족들에게 이제 총동원령 떨어지겠네.
-아니 대성좌라기엔 너무 추한데 드래곤 로드…….
-용족을 중흥시킨 위대한 군주 이미지가 올해 싹 다 날아가 버렸네;
-ㄹㅇ 함정 얼마나 파 놓으려고 3일 여유를 달라고 하냐.
외계의 시청자들은 드래곤 로드의 의도를 파악하곤 황당해했다.
“뭐, 우리 후원성좌께서 그리 원하신다면 어쩔 수 없죠. 3일 후에 뵙겠습니다, 여러분.”
그렇게 방송이 끝나고, 3일 후.
[후원 성좌 ‘드래곤 로드’가 플레이어의 특별 진상을 수락했습니다.]특별진상이 성공하여, 드래곤 로드의 레어로 들어서게 된 성지한은.
[왔군.] [지금이다! 아이스 브레스를!] [당장 제압하라!]소환되자마자.
사방에서 냉기가 담긴 드래곤 브레스에, 집중포화를 받았다.
적을 다루는 성지한을 견제하기 위한, 드래곤의 공격.
하나.
“오…….”
막상 집중공격을 받던 성지한의 얼굴은, 밝기 그지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탯 ‘청’이 2 오릅니다.]아이스 브레스를 맞자, 생각지도 않은 능력치가 오르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