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470)
‘불가능한 업적이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나한텐 막상 생각보다 쉬웠네.’
대성좌 드래곤 로드.
분명 그는 강한 존재긴 했지만, 무신과 일전을 치른 성지한에게는 상대가 되질 않았다.
그도 이를 잘 알아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소환하지 않으려다.
결국 심장까지 보여 주자 함정 파 놓고 소환했지.
녹색의 관리자까지 개입해 준비했던 아이스 브레스는, 스탯 청이 없었다면 꽤 발목을 잡을 만한 함정이었지만.
그게 분쇄된 이상, 드래곤 로드와의 전투는 사실상 결판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문제라면 드래곤 로드가 체면 다 버리고 무한정 도주를 해서, 시간이 끌리는 거였는데.
‘적색의 관리자 덕에 일은 쉽게 끝났다만.’
이제 앞으로가 문제군.
성지한이 잠시 메시지를 지켜보고 있자니.
[기존 관리자가 플레이어의 임시 관리자 자격을 두고 투표를 시작합니다.]번쩍!
한차례 섬광이 터져 나오며, 성지한의 주변 세상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흑색의 관리자가 의지를 내보입니다.] [백색의 관리자가 의지를 내보입니다.]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세상을 반으로 나눈 흑백의 대조.
드래곤 로드의 행성을 비추던 태양의 빛은 어느새 사라지고.
성지한의 왼편은 빛 한 점 없는 완연한 어둠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오른편에는, 새하얀 빛이 세상을 완전히 빛내었다.
관리자가 의지를 보였단 메시지만 떴는데, 단번에 뒤바뀐 세상.
‘압도적이군.’
성지한이 상시 관리자의 힘을 간접적으로 느끼며 상대가 격이 다름을 느꼈다.
저들이 마음만 먹으면, 여기서 바로 몸이 반으로 쪼개지겠는데.
‘근데 기존 관리자라고 했으니, 녹색도 와야 하지 않나?’
그가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생각하고 있을 때.
[녹색의 관리자의 분신이 강림합니다.]스스스…….
성지한의 눈앞에서, 녹색 나뭇잎 하나가 떠올랐다.
흑색과 백색은 의지를 내보인 데 반해, 저쪽은 강림했다고 뜨는데도.
녹색의 관리자의 존재감은 극도로 미약했다.
빛과 어둠이 마음만 먹으면 그대로 없애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슈우우우…….
나뭇잎에서, 녹색의 빛이 퍼지더니.
“역시 흑백의 관리자께선 대단하시네요.”
성지한이 예전에 보았던, 녹색 머리의 엘프.
이그드라실이 그의 눈앞에 떠올랐다.
“애써 분신을 보내 봤자, 상시 관리자의 의지에 완벽히 밀려 버리니 말이에요.”
이렇게 세 관리자가 모두 모습을 드러내자.
-어…… 이거 설마…….
-관리자로 선정되는 건가? 대성좌를 꺾었다고?
-예전에 성좌 후보자 상태에서 대성좌를 제압하면 관리자가 될 수 있단 소문 듣긴 했는데…….
-와 이걸 생중계로 보네 미쳤다;
-아니 어떻게 인간 따위가 관리자가 돼…….
성지한의 배틀튜브는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배틀튜브 동시 시청자 신기록을 경신했습니다.]관리자의 총출동으로, 신기록을 경신했다는 메시지까지 보게 된 성지한은.
여기에서 시선을 돌려, 이그드라실을 바라보았다.
“그쪽은 왜 분신까지 파견했지?”
“왜 왔겠어요?”
그의 물음에, 이그드라실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적색과 결탁하는지 이 두 눈으로 직접 살피러 왔죠.”
“결탁하면?”
“그럼…… 적극적으로 반대표를 던질 겁니다.”
그러고 보니, 이거 투표였지.
“애초에 임시 관리자가 되는 방법, 네가 가르쳐 준 거 아니었나? 언제는 적극적으로 돕겠다더니, 역시 말이 바뀌는군.”
“어머, 전 원래 도우려했답니다. 하지만…… 숨어 있던 적색의 관리자가 흔적을 드러낸 이상, 모든 변수에 대비해야 해요.”
“그래? 그런데 이 투표…… 어차피 다수결 아니었나?”
성지한은 양 옆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네가 반대해도 두 상시 관리자가 동의하면 끝일 텐데.”
“두 분이 모두 동의하실 리…….”
[플레이어 성지한의 ‘임시 관리자’ 선정을 찬성한다.] [플레이어 성지한의 ‘임시 관리자’ 선정을 찬성한다.]“……가 있네요. 이런.”
이그드라실은 표정을 찌푸렸다.
다수결로 이루어지는 임시 관리자 선정.
현재 배틀넷에서 관리자는 총 셋이니.
이미 두 표가 나온 이상, 성지한의 임시 관리자 선정은 막을 수가 없었다.
“좋아요! 저도 찬성할게요.”
“이제 와서?”
“대세에 얹혀 가야죠.”
하여간, 뻔뻔하기 짝이 없군.
이그드라실은 언제 얼굴 찌푸렸냐는 듯, 생글생글 웃으며 성지한을 설득했다.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색, 잘 선택하세요.”
“알아서 할 테니 신경 꺼라.”
“제가 지구 위치 아는 거 알죠?”
탁.
이그드라실이 손가락을 튕기자.
여기저기에서 화면이 떠올랐다.
“세계수 연합의 주력 부대, 출동 준비가 끝났습니다. 당신이 적을 선택하는 순간, 인류는 말살될 거예요.”
“그렇게 협박하면 적을 선택하고 싶어지는데.”
“저, 진심입니다. 적색의 관리자가 저보다 상시로 올라서면, 저에겐 더 이상 기회가 없거든요.”
“왜, 그놈이 너도 상시로 끌어와 줄 수도 있잖아?”
“하. 퍽이나 그러겠네요.”
성지한의 말에 코웃음을 친 이그드라실은.
화면을 가리키며 다시 한번 주의를 주었다.
“그러니 현명한 선택 하길 바랄게요. 안 그러면 인류뿐만이 아니라, 지구가 사라질 수도 있어요.”
이젠 인류를 넘어서, 지구까지 없애 버리겠다는 녹색의 관리자.
수십 개 떠오르는 화면 속에서 출전을 준비하는 엘프의 전력은.
행성 파괴까진 몰라도, 인류는 멸망시키기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개입하지 마라. 이그드라실.] [모든 것은, 그의 선택에 맡겨라.]흑백의 관리자가 각기 의지를 표명하자.
스으으으…….
이그드라실이 떠올린 화면 중, 절반은 어둠에 잠식되고.
절반은 빛에 물들었다.
“어…….”
그리고 화면에서 빛과 어둠이 사라지자.
이그드라실의 주력 부대는, 완전히 소멸해 있었다.
-와 한방에 전멸했네.
-역시 상시 관리자…….
-이그드라실이 너무 까불었지;
-세계수 연합 지니고 있다고 해도 진짜 절대자에겐 안 되는구나.
-졸지에 엘프들 전력 팍 깎였네.
상시 관리자가 보인 힘을 보고, 외계의 시청자들이 감탄하는 사이.
“……죄송합니다. 가만히 있겠습니다.”
이그드라실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것 참, 손 안대고 코 푼 격이군.’
흑백의 관리자.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쪽에 그렇게 적대적인 거 같진 않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반짝…….
성지한의 눈앞에, 세 가지의 빛무리가 떠올랐다.
적과 청.
그리고 녹색이.
* * *
-어…… 이제 색 고르는 거야?
-나온게 딱 RGB넼ㅋㅋ
-성지한이 새로운 관리자가 되었는데 새로운 색깔은 청색밖에 없네.
-적색은 그래도 없어졌으니 그렇다 치는데, 녹색은 왜 나왔음?
-그러게 녹색의 관리자는 눈앞에 있잖아;
임시 관리자가 선택할 수 있는 세 가지 색.
이 리스트 중, 녹색이 포함되어 있자 시청자들은 의아함을 표했고.
반성모드에 있던 이그드라실은 다급한 표정으로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저…… 대체 이게 뭐죠? 왜 녹색이 있죠?”
“글쎄다. 내가 아냐?”
성지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적과 청이 나올 거라곤 예상했는데, 녹색은 왜 튀어나온 거야.
‘설마 스탯 영원이 있어서 그런 건가?’
어째 걸리는 건 그거밖에 없는데.
성지한이 왜 이 색깔이 나왔는지 의아해하고 있을 무렵.
“서, 설마. 아까의 잘못으로…… 임기가 끝난 겁니까?”
이그드라실은 빛과 어둠을 번갈아 바라보며, 애처로운 목소리로 물어보고 있었다.
[네 임기는 아직 남아 있다.] [그가 녹색을 택해도, 네가 대체되진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딱 잘라 이야기해 주는 흑백의 관리자.
-에이 아쉽네 ㅋㅋㅋㅋ
-녹색 택하고 세계수 연합 꿀꺽하면 대반전이었을 텐데…….
-만약 그렇게 되었으면 인류가 엘프 지배할 수 있었겠네 까비.
-뭔 소리여; 왜 인류가 지배해 성지한이 지배하는 거지.
세계수 연합 지배 기회가 사라진 걸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사이.
“대체되지…… 않는다구요?”
죽상이던 이그드라실의 얼굴은, 급격하게 밝아지고 있었다.
“녹색의 관리자가, 그럼 둘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데…….”
자리를 뺏기지 않은 것에 대한 안도를 넘어서서.
이그드라실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곤 눈을 빛냈다.
“성지한, 녹색을 택하세요!”
“……내가 왜?”
“만약에. 두 명이 된 녹색의 관리자가 서로 결합하게 된다면…… 우린 상시 관리자로 올라설지도 모릅니다!”
착!
그러면서, 이그드라실은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반려께, 정식으로 제 자신을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이그드라실. 세계수 연합의 지배자이자, 2484개 행성의 소유주이며. 우주에서 3번째로 부유한 ‘녹색의 관리자’입니다.”
“……벌써 반려냐?”
“성지한 님. 당신께서는 몸만 오시면 됩니다. 신혼살림은 제가 다 마련할 테니까요!”
-알고 보니 와이프가 우주 대재벌?
-어…… 나쁘지 않을지도…….
-뭔 소리야 남편 잡아먹으려고 하잖아;
-ㅇㅇ 결합해야 상시 관리자가 된다며 결합이 뭘 의미하겠음?
‘뭐긴 뭐겠어. 나 잡아먹겠다는 거지.’
성지한은 눈앞에서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이그드라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차라리 녹색 빛 나오지나 말지.
괜히 나와서 위험한 존재에게 주목을 사버렸네.
“제 반려가 된다면, 당신의 모행성 지구를 우주에서 제일가는 낙원으로 만들도록 할게요. 그리고 인류에게는 모두 엘프가 될 기회를 제공하구요!”
“야, 시끄러워. 선택할 테니 조용히 좀 해 봐.”
“아, 잠시만요. 좀 더 어필할 시간을……!”
성지한은 이그드라실이 떠드는 걸 무시하곤, 눈앞의 세 빛무리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가장 위험한 순서는 녹색, 적색, 그다음이 청색이겠군.’
적색과 녹색.
둘 다 위험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적색보단 현역인 녹색의 관리자 쪽이 더 위험해 보였다.
적색은 그래도 좀 반항할 건덕지라도 있지.
저쪽은 진짜 녹색 고르자마자 융합한다고 나올 거 같단 말이지.
‘쟤가 입 더 털기 전에, 청으로 가자.’
성지한은 애초의 다짐대로, 청을 고르기로 마음먹고.
청색 빛무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 거기 말고 옆이라니까요……!”
그걸 보고 이그드라실이 안타까운 듯, 소리를 질렀을 때.
[역시, 적을 택하지 않으려 드는가…….]번뜩!
성지한의 오른손등에서, 적색의 눈이 빛을 반짝였다.
[내가 널 올바른 길로 인도하겠다. 심장이여.]관리자들이 존재감을 드러내자, 사라졌던 드래곤 로드의 머리.
그와 함께 적색의 관리자의 눈도 감기며 힘을 잃은 듯했지만.
이는 단지 맹수가 발톱을 숨기고 있을 뿐.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에, 적색의 관리자는 성지한의 몸을 지배하여 적을 택하려 들었다.
화르르륵……!
적색이 안에서 움직이며, 성지한의 육신이 불타오르자.
“적색의 관리자…… 너, 지금 내 남편한테 무슨 짓이지?!”
이그드라실이 두 눈에 살기를 담으며, 강렬한 기운을 뿜어냈다.
[남편? 잡아먹을 생각만 하는 암사마귀가. 끔찍한 소리 하지 마라.]“잡아먹긴 뭘 잡아먹어? 융합할 거거든?”
[그게 똑같은 소리다.]서로 강렬한 적의를 드러내는 둘.
두 관리자의 기운이 부딪치려는, 일촉즉발의 때.
흑백의 관리자는, 이 상황엔 개입할 생각이 없는지 가만히 이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
적이 이기던, 녹이 이기던 저들은 상관이 없는 건가.
‘그럼, 청색을 골라야겠군.’
스으으…….
성지한의 왼발치에, 푸른빛이 반짝이고.
[이건…….]적색의 눈에서, 처음으로 당혹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한 번 본격적으로 움직이자.
적색의 지배를, 순식간에 해제시키는 청의 기운.
“둘 다 좀 꺼져.”
적색의 관리자에게서 몸을 쉽게 되찾은 성지한은, 청색의 빛무리를 움켜쥐었다.
그러자.
[상징색으로 청색을 선택했습니다.] [임시 관리자, ‘청색의 관리자’가 되었습니다.]상징색을 확정 짓는, 메시지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