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479)
‘일단은, 단절에 집중한다.’
스으으으…….
성지한의 손에서 피어오르는 청색 기운이, 곧 하나의 형상을 이루었다.
그가 만들어 낸 것은, 청색의 태도太刀.
‘끊어 버리는 데는, 역시 칼이 최고지.’
푸른 기가 뭉쳐 만들어진 태도는, 겉보기에는 성지한의 이클립스나 봉황기에 큰 위력이 없어 보였다.
그의 손에서 푸른 도가 처형장을 내리쳤을 때도.
스으으윽.
칼은 그냥 공허의 무대에 움푹 들어가기만 할 뿐, 별 변화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폭발의 도화선…… 이건가.’
성지한의 두 눈이 푸르게 빛났다.
지금까지는 적색의 왜곡만 감지할 수 있었지만.
처형장 자폭명령도, 나름 큰 왜곡의 범주에 들어가는 건지.
보랏빛의 선이 안에서 확실히 보이고 있었다.
‘어디.’
성지한은 처형장 안에서, 자신이 끊어야 할 선을 감지하고.
뚝!
이를 단칼에 잘라 내었다.
그러자.
슈우우우…….
부풀어 오르던 처형장의 무대가.
풍선에 바람 빠지듯,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으음…… 자폭 명령을 취소시키다니. 처형장은, 적이랑은 관련이 없는데 말이죠…….”
적에게만 해당되는 줄 알았던 청의 능력이.
자폭하려던 처형장을 가라앉히자 의아함을 표하는 아레나의 주인.
“적에게만 사용 가능한 능력이면, 관리자의 상징 능력이라 할 수 있겠나.”
성지한은 겉으로는 태연히 대답하면서, 도의 상태를 체크했다.
‘붉은 선을 베어 냈을 때랑은 다르군. 힘을 꽤 소모했어.’
적색의 선은 벨수록 청 스탯이 올랐는데.
공허의 선은 이와는 정반대로 한 번 끊는데 상당량의 기운을 소모했다.
물론 이게 스탯이 줄어들 만큼, 영구적인 소모는 아니었지만.
‘원래대로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리겠군.’
적을 베어 넘기듯, 무한정 왜곡을 끊어 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등급 C인데 이 정도니. 등급이 올라가면 더 쓸 만해지겠어.’
스으윽.
성지한이 처형장에서, 청색의 도를 꺼내자.
“그거참…… 무언가를 알아내신 겁니까? 골치 아프군요. 하지만.”
스으으으…….
아레나의 주인의 몸뚱어리가 모두 사라지고.
우주 형상의 얼굴만 남아 커다랗게 확장되기 시작했다.
“처형장 안으로 오셨으니, 제가 직접 맞이하겠습니다.”
푸슈슉!
그러며 또다시 처형장 안에서, 만들어지는 공허의 줄기.
처형장 폭발은 막았지만, 어쨌거나 저쪽 입장에선.
공허를 성지한에게 불어넣기만 하면 성공이었으니 계속 같은 공격 방식을 취하는 것 같았다.
성지한은 처형장 위로 치솟는 공허를 바라보았다.
‘이 정도는, 선이 보일 정도는 아니네.’
처형장에서 공허 좀 올라오는 것 정도는, 관리자가 칼로 벨 만한 왜곡은 아닌가 보군.
아무래도 소 잡는 칼로 개미를 잡지는 못하는 건가.
‘그러면 소 잡으면 되지.’
성지한은 처형장 안쪽을 바라보았다.
아까 끊어 냈던, 공허의 선이 있던 곳보다 더 아래쪽에.
공허의 선이 7개가 교차한 채 뻗어 있었다.
‘중절모가 펼쳐 낸 처형장…… 그건, 나름 왜곡이라 할 만하지.’
저렇게 자잘하게 피워 올리는 공허의 선 따위보다.
아레나의 처형장 자체가, 무효화할 만한 건이었다.
스으으윽.
성지한이 쥔 청태도가 더 커지고.
치이이익……!
7개로 교차된 공허의 선과, 커진 칼의 날이 닿았다.
그동안, 베었던 선들과는 다르게 꽤 버티는 보랏빛의 선.
하나.
[스탯 ‘청’이 5 소모됩니다.]스탯이 소모될 정도로, 힘이 집중되자.
뚜둑……!
7개의 선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일제히 끊겨 나갔다.
그러자, 피어오른 공허가 사그라들더니.
슈우우우…….
처형장을 이룬 공허가 일제히 한 점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거기서 나타난 건, 아레나의 주인이 항상 쓰던 중절모.
“아, 아니…….”
아레나의 주인은 이를 보고 당황해하며, 모자를 회수하려 들었지만.
휙!
성지한은 재빨리 자신이 먼저 모자를 가져갔다.
‘이거에 피 같은 스탯 5를 썼다고.’
적색의 선과는 달리, 확실히 저항이 심한 공허의 선.
특히 이 중절모가 펼친 처형장은 7개의 선이 교차되어 있어서 그런지.
내구도가 강해 청의 소모가 심했다.
이걸 다시 저쪽에 넘겨줄 수야 없지.
스으윽.
성지한이 그렇게 모자를 들자.
“다, 당장 그걸 내놔라……!”
아레나의 주인이 평소와는 달리, 반말을 쓰며 조급함을 드러냈다.
“여기에 뭐 숨겨 뒀길래 니가 반말을 하냐?”
당연히 줄 생각이 없는 성지한은, 이죽거리며 모자를 살펴보았다.
모자 구멍 안엔, 아레나의 주인 얼굴처럼 우주 공간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선, 공허의 기운이 계속해서 피어올랐다.
‘공허 놈들 우주 참 좋아하네.’
성지한이 신기한 듯, 중절모 안쪽을 살펴볼 때.
[흑색의 관리자가 당신에게 배신자를 응징하기 위해, 중절모를 회수해 가도 되겠냐고 제안합니다.]흑색의 관리자에게서 갑자기 메시지가 떠올랐다.
* * *
아니, 이 양반 너무하네.
“……지금까진 왜 응징 안 하시고, 이제 와서 회숩니까?”
성지한은 탐탁찮은 얼굴로 그리 반문하자.
[흑색의 관리자가 자신이 강림했다면 지구가 파괴되었을 거라 말합니다.]흑색의 관리자가 지금까지 개입하지 못한 이유를 말해 주었다.
‘……그 정도야?’
흑색이야 상시 관리자니, 당연히 강하긴 할 테지만.
그래도 저놈 때려잡으러 온 거 자체로 지구가 파괴되나?
“성지한……! 내, 내놔!”
“네 옛 상사랑 이야기 중이다. 좀 이따 놀아 줄게.”
성지한은 이성을 잃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아레나의 주인을 피하면서.
흑색의 관리자에게 물어보았다.
“뭐, 그래요. 지구가 파괴되었을지도 모르니, 강림 안 했다 치고…… 그럼 이 중절모, 회수해 가는 대신 저에게 뭘 주실 겁니까?”
[흑색의 관리자가 자신에게 대가를 원하는 거냐고 다시 한번 묻습니다.]“네. 원합니다.”
흑색의 관리자의 되물음에, 바로 즉답하는 성지한.
-성지한 진짜 대단하다…….
-흑색의 관리자한테도 “내놔.”시전하네;
-진짜 뭔 깡임?
-뒤가 없는 친구라 그래…….
-임시 관리자면 상시 관리자가 상사 격 아닌가…….
-그런 거 없음 쟤는;
이를 본 외계의 시청자들은, 감탄과 당혹이 뒤섞인 반응을 보였지만.
“아. 아이템 이런 거 말고, 관리자 권한으로 주시죠.”
성지한은 그러거나 말거나, 그에게서 받을 물건까지 특정하고 있었다.
‘받아서 스탯 청 등급이나 올려야지.’
공허의 선 7줄 베었다고 스탯 5나 떨어진 건 너무 심했지.
아무리 봐도 이건, 청의 등급이 C밖에 안 돼서 그런 거 같았다.
관리자 권한이 넘쳐 나는 저쪽에서 이 중절모를 원하는 이상.
넘겨주고 권한 받아와야겠어.
“어떠십니까?”
그런 성지한의 제안에.
[흑색의 관리자가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관리자 권한 1천만이 주어집니다.]흑색의 관리자는 바로 권한 1천만을 쏴줬다.
‘1천만이면…… 뭐, 나쁘지 않네.’
흑색의 관리자가 찜한 중절모를, 누가 대신 살 것도 아니고.
1천만의 권한에, 아레나의 주인도 대신 처리해 준다고 하니.
이 정도면 여기서 만족하고 넘기는 게 나았다.
“거래 받아들이죠.”
성지한이 그렇게 거래를 끝내려 들자.
“그, 그걸 넘기면…… 안 된다……!!”
대기를 완전히 자신의 얼굴로 잠식해 버린, 아레나의 주인이 강하게 소리쳤지만.
스으으으…….
이미 중절모는 시커멓게 변한 채, 소유권이 넘어간 후였다.
그리고.
‘호오.’
허공으로 저절로 떠오르는 모자 안쪽에서.
아까 보았던 공허의 선이, 수백, 수천 개가 순식간에 그어졌다.
‘저건 내 스탯 다 써도 못 베겠네.’
7줄 끊는데도 스탯 5가 사라졌는데.
저건 아무리 왜곡을 끊는 청의 권능이라 한들, 칼을 댈 수가 없었다.
역시 이 정도는 되어야 상시 관리자인가.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저, 적색의 관리자여. 살려 주십시오! 당신만 따르지 않았습니까……! 명계, 넘겨 주시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아레나의 주인은 자신의 최후를 깨닫고는, 적색의 눈동자에게 호소하고 있었다.
하나.
[……지금까지 수고했다. 네 노고는 잊지 않으마.]스으윽.
그 말만 남기고, 동공을 돌리는 적색의 관리자.
-와 인성…….
-수고했다 놀리냐 진짴ㅋㅋㅋ
-아레나의 주인 공허에서 그냥 떵떵거리며 살지 왜 집나와서 저리 된 거임?
-죽기 싫어서 그랬대.
-저 정도 급이면 이미 엄청 오래 살지 않음??
-오래 산다고 뭐 죽고 싶어지겠음…… 더 살고 싶겠지
인류 시청자들이 적색의 관리자의 대답을 듣곤, 어이없어 할 때.
“이. 이이……!”
아레나의 주인은 차마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슈우우우……!
중절모의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니까 좋은 직장 계속 다니지, 왜 이직을 해서는.’
성지한은 아레나의 주인과 함께, 공허가 중절모 안으로 깡그리 빨려 들어가자.
이제는 부담없이 적색의 관리자 앞으로 나아갔다.
‘가면서 청 등급이나 올려야겠군.’
청의 쓸모를 알아내고 나니, C등급인 게 아쉬웠던 그는.
적색의 관리자와 마주하기 전에, 능력 등급부터 올렸다.
[관리자 권한이 1000만 소모됩니다.] [스탯 ‘청’의 등급이 A급으로 오릅니다.]‘천만 써서 A인가…… 이제 슬슬 안 오르네.’
능력 등급이 오르니, 확실히 권한 요구량이 많아지는군.
그래도 청의 등급이 C에서 A로 오르니, 확실히 능력이 발전한 게 느껴졌다.
‘이 정도면, 청의 단절뿐만 아니라 수복도 한 번 테스트할 수 있겠어…….’
그렇게 왼쪽의 갈라진 얼굴을 매만지며, 적색의 눈알 앞에 선 성지한.
[……청색의 관리자. 너는 정말로 나의 반대구나. 변화를 무효화하는 권능이라니.]붉은 눈동자는, 그를 보며 강렬하게 번뜩였다.
[내가 적색의 권능을 통해 기존 시스템의 압제에서 벗어나, 룰을 새로이 구축했다면.]지이이잉…….
붉은빛이 반짝이는, 적색의 눈.
[너는 청을 통해, 개혁된 시스템을 깨고 구체제를 수호하는구나.]성지한은 이를 듣곤 코웃음을 쳤다.
지가 하는 행위가 뭔 개혁이라고.
“누가 들으면 네가 아주 혁명투산 줄 알겠다. 야. 그냥 너 버그 생성한 거잖아?”
스으윽.
성지한은 그러며 청태도를 다시 꺼내, 적색의 관리자를 겨누었다.
“이 칼은 버그 때려잡는 수단이고.”
[버그라니. 이 명계 시스템을 보고도, 이걸 단지 오류라고 판단하나?]“어.”
[현재 공허의 플레이어 처리 방식은, 자원을 낭비하는 행위이다. 명계 시스템은, 공허의 소멸 작용에서 보다 더 발전된, 처리방식…… 이건, 오류가 아니라 업그레이드다. 관리자로서, 너도 파악이 될 텐데?]그 말에, 성지한의 두 눈이 푸른빛으로 번뜩였다.
‘이 눈알이 곧 명계였군…….’
인류의 사후를 귀속하여, 여기서 에너지원을 뽑아내는 적색의 관리자.
탄생부터 죽음까지.
아주 알뜰살뜰하게 운영하는 게, 확실히 처리 방식 자체는 아예 삭제를 해 버리는 공허보다 어떤 면에선 업그레이드라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거야 지배자 입장이고.’
당하는 입장에선, 죽어서도 에너지를 뽑아내고 더 나아가 이에 귀속시키는 끔찍한 시스템이었다.
스으윽.
성지한은 청태도를 크게 키웠다.
“넌 그냥 복잡한 버그야. 즉시 베야 할.”
[성지한. 넌 이제 관리자다. 언제까지 피지배자의 시선으로 시스템을 바라볼 것이냐?]“음…… 오늘까지.”
하늘 높이 솟아오른, 푸른빛의 도는.
“오늘까지만. 인류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치이이익!
붉은 눈을 단칼에 잘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