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485)
지이이잉…….
성지한은 죽은 별의 성좌, 칼레인이 띄워 주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봉인되어 어둠에 잠긴 투성을, 넓게 포위하는 빛무리.
그 색은, 붉은색과 흰색이 공존한 채 반짝이고 있었다.
“투성 위치는 어떻게 또 알아냈네”
[내가 파악해 뒀던 태양왕의 세력이 움직이는 걸 따라갔지. 전력을 죄다 저기로 모아 놨더라고.]“흠…… 그래서 저 빛뭉치가 태양왕이냐?”
[맞아. 그중에서도.]스으으윽.
적백의 빛이 번갈아 반짝이는 빛무리가 클로즈업되자.
그 안에는 거인의 형상을 한 빛의 거인이 모습을 보였다.
[저게 아마, 태양왕의 진짜 본체일 거야.]“흠…… 저 거인 원래는 흰색인데, 지금 빨간색을 띤다 이거지?”
[어, 번갈아 나타나긴 하지만 저렇게 된 이후로 예전보다 더 강해진 거 같단 말이지…… 저 붉은빛, 너라면 잘 감별할 거 같아서 연락했어.]“감별이라…… 혹시 적색의 관리자랑 연관 있나 봐 달라는 거야?”
[어. 네가 적색 카운터잖아.]성지한은 그 말에 피식 웃곤, 화면 안을 자세히 살폈다.
태양왕이 내뿜는 붉은빛, 확실히 적색의 관리자의 권능을 좀 연상시키긴 했지만.
“흠, 이렇게 보기만 해서는 모르겠는데.”
[그래? 하긴, 영상에서 파악하긴 아무래도 무리인가…… 직접 와 볼래?]“저길 무슨 수로 가?”
[내가 이미 근처에서 자리 잡고 있어. 여기서 우리 머리, 소환하면 되지!]소환이라.
‘뭐 저기서 무슨 일이 생겨도, 여차하면 금륜적보로 돌아오면 되긴 하니까.’
금륜적보의 사용 가능 횟수는 총 3번.
이걸 여기서 쓰긴 좀 아깝긴 했지만.
만약 태양왕의 빛이 변한 게, 적색의 관리자 때문이라면 확인은 꼭 해 봐야 했다.
‘태양왕이 무신을 장악하는 거야, 솔직히 그게 그거일 거 같은데. 적색의 관리자가 무신을 장악하는 건 이야기가 다르지.’
대성좌에 위치한 태양왕.
성지한이 어렵잖게 제압했던 드래곤 로드도 대성좌인 걸 떠올려 보면, 태양왕도 사실 그렇게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가 무신을 장악한다 해도, 사실 현 상황이 크게 바뀔 것 같진 않았지만.
적색의 관리자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그가 무신이 무한회귀로 모아 둔 힘을 운용하면, 현재의 무신보다 훨씬 골치가 아파질 거다.’
지금까지 만났던 적색의 관리자는, 막상 무력 자체는 그리 강하질 않았다.
아마 도망 다니는 입장이라, 그렇게 힘을 드러내 놓고 축적하진 않았던 거겠지.
하지만, 그 상태에서도 상당히 사람 골치 아프게 만들었는데.
그에게 힘까지 주어지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만약 적색의 관리자가 태양왕을 장악한 게 사실이면, 어떻게든 방해를 해야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칼레인의 소환을 수락했지만.
[……어, 머리야. 내가 소환하기엔, 네가 격이 너무 높다는데?]문제가 발생했다.
* * *
“내가 관리자라서 안 된다고?”
이럴 때는 또 관리자 대우를 해 주네.
성지한은 칼레인의 메시지를 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그냥 내가 워프 쓸 순 없나?’
레인은 자신보다 레벨도 낮은 성좐데, 잘도 워프나 포탈 열면서 먼 거리를 건너왔단 말이지.
이제 관리자도 되었는데, 나라고 이걸 못하겠나.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그에게 질문했다.
“워프 같은 건 어디서 배우냐? 행성 간 이동 가능한 거.”
[고위 성좌 되면 기능 열리잖아, 그거.]“난 성좌 재끼고 바로 관리자 돼서 말이지.”
[아 맞네~ 그럼 워프 쓸 기회가 없긴 했구나. 음…… 이런 케이스를 접해 본 적이 없어서 나도 모르겠는데.]성좌 후보자에서 단숨에 관리자가 된 부작용인가.
성지한은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아, 그냥 물어보면 되지.’
관리자 시스템을 켜서 직접 이에 대해 질문했다.
그러자.
[워프 기능을 개방하시겠습니까?]시스템은 웬일로 순순히 기능을 개방해 주려 들었다.
“오…… 이건 권한 필요 없냐?”
[고위 성좌에게 주어지는 기본적인 기능입니다. 이 기능에는 관리자 권한을 요구하지 않습니다.]“좋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워프 물어볼 걸 그랬네.
성지한은 협조적으로 나오는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칼레인에게 좌표를 물어보려 했지만.
[워프 기능 개방까지, 100일이 소요됩니다.]“100일?”
워프 기능 하나 해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았다.
“아니…… 무슨 워프 하나 열어 주는 데 100일이나 걸려?”
[관리자의 워프 기능을 개방하는 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입니다.]“권한 써서 빨리는 못 하고?”
[임시 관리자 권한으로는 기간 수정이 불가능합니다.]워프 기능은 관리자 전용이라서 100일이 걸리는데.
수정하려 들 땐 임시 관리자라 안 되네.
뭐 이렇게 제멋대로야.
‘평소라면 100일 뭐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번엔 시기가 안 좋군.’
3달간 봉인당한 투성.
봉인 시기는 현재, 이미 반 이상이 지나 있었다.
이래서야 100일 대기 타는 동안, 저쪽에선 상황이 끝나겠지.
‘아무래도 저기 건너가서 견제하는 건 힘들겠는데.’
성지한은 칼레인이 비추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못 건너간다 생각하니까, 어째 저 색깔 변하는 태양왕이 더 적색의 관리자랑 연관 있어 보인단 말이지.
못 간다고 이대로 놔두기엔, 영 찜찜한 상대.
“야. 넌 쟤한테 복수하러 간 거 아냐? 견제하는 건 어때. 힘들어?”
[큭…… 솔직히 태양왕 놈, 붉어지기 전까지는 한 방 먹일 수 있었거든? 근데 저렇게 색 변한 이후로는 기세가 너무 강해졌어.]“전혀 상대가 안 되냐?”
태양왕에게 적의를 불태우던 칼레인도, 한 수 접을 정도로 강해진 건가.
이거 진짜 적색이랑 연관 있는 거 같은데.
‘……흠. 근데 굳이 내가 저기까지 가서 개입해야 하나?’
성지한은 칼레인의 화면을 지켜보다, 그렇게 의문을 지녔다.
애초에 적색의 관리자 튄 건, 상시 관리자들이 대처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지구에서 저놈 쫓아냈으면 나머진 흑백이 해 줘야지.’
그래.
임시직 인턴이 저 멀리 출장까지 갈 필욘 없잖아.
성지한은 관리자 시스템에 대고 말했다.
“시스템, 내 상사들한테 연락할 수 있나?”
[메시지를 보내는 건 가능합니다.]“저 영상 첨부해서, 적색의 관리자가 개입한 거 같은데 조사 좀 해 달라고 해 봐.”
[메시지를 전송합니다…….]확실히 관리자가 되니, 시스템에 말만 하면 일을 대행해 주는 게 편하네.
성지한은 이런 데서 관리자 된 보람을 느끼며, 답 메시지를 기다렸다.
그리고 곧.
[답변이 도착했습니다.] [현재 조사 중인 사안입니다.] [다만 태양왕 측에선, 붉은빛의 힘도 자신이 일부 지닌 능력이라며 정밀 조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적색의 흔적이 확실히 드러나기 전에는, 현 문제에 상시 관리자가 개입할 수 없습니다.]조사 중이나, 아직 개입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들어왔다.
‘상시 관리자, 생각보다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건가.’
우주의 절대자라더니, 은근 제약이 많군그래.
“그럼 상시 관리자들이 날 워프시켜 주는 건…….”
[워프도 개입의 한 종류입니다.]뭐 다 안 된대?
‘……이쯤 되면, 일부러 못 가게 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의심이 들 정도로.
상시 관리자는 현 상황을 영 개입하려 들질 않았다.
이러면 그냥 지켜보기만 해야 하나.
‘무신의 힘을 적색의 관리자가 얻기라도 하면, 끔찍한데…….’
성지한은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떻게든 방해해 줘야 하는데,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
이러다 투성과의 물리적 거리 때문에, 멀리서 지켜만 보다 끝이 나는 건가.
‘흠…… 근데, 투성 안에선 이 사실을 알고 있나?’
성지한은 빛의 안쪽.
어둠에 봉인된 투성을 주시했다.
3개월 봉인 처분 받은 저 별 안에선, 태양왕이 저러는 걸 알고 있긴 할까.
‘태양왕이 대기 타고 있는 건 알아도, 적색의 존재까지는 모를 수도 있어.’
만약 저 안에서 밖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면.
태양왕의 변화를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밑져야 본전이니, 한번 알려 볼까.’
이러면 적인 무신을 도와주는 꼴이 되긴 하지만.
적색의 관리자가 무신의 힘을 집어삼킨 괴물이 되는 것보단, 그냥 현재의 무신이 그 자릴 유지하는 게 나았다.
성지한은 냉정하게 상황을 그리 판단하곤, 칼레인에게 물었다.
“칼레인. 이거 배틀튜브에 좀 틀게.”
[이걸? 왜 방영하려고?]“봉인된 투성 안에 있는 존재한테 알려 주려고.”
[무신한테 알려 줘 봤자…… 그놈 태양왕의 17777번째 자식이잖아. 알아 봤자 어차피 나와서 대응도 못 할걸?]“태양왕 자식 놈 말고, 또 있어. 대응할 존재가.”
[아, 설마…… 우주천마 말하는 거야? 걔 좀 세긴 하지만, 그래 봤자 일반 성좌잖아. 저거엔 안 될 텐데?]일반적인 시각에서 동방삭을 평가하는 죽은 별의 성좌.
성지한은 그 메시지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글쎄다, 대응될걸?”
[그래? 관리자께서 그렇다면야, 기대해 볼게. 그럼 이 영상 얼마든지 써. 난 멀리서 계속 저놈, 찍고 있을 테니까.]“좋아.”
당사자의 허락을 받은 성지한은, 바로 배틀튜브를 켰다.
* * *
“……그래서 이러한 태양왕의 변화엔, 적색의 관리자가 개입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성지한이 켠, 오늘의 배틀튜브.
이번 영상은 투성과, 이를 둘러싼 태양왕의 포위망만 보여 줘서.
평소의 그가 재생하던 것과는 달리, 자극적인 맛은 덜했다.
하지만.
-아놔, 설마 또 적색 부활한 거임?
-빨간색만 봐도 노이로제 걸리겠네 진짜 ㅡㅡ
적색의 관리자가 태양왕의 몸을 빌려, 부활했을지도 모른단 추측에.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태양왕은 뭔데 몸을 저렇게 빼앗기고 있어? 대성좌란 게 별게 아닌가 봐?
-뭐 드래곤 로드도 성지한한테 박살이 났었으니…….
-근데 투성이면 성지한 님이 소환당했다가 개고생한 그곳 맞죠? 쟤들끼리 싸우면 좋은 거 아닌가요??
-박 터지게 싸우면 좋은데, 태양왕이란 애가 무신을 흡수하면 적이 두 배로 불어나는 거지.
인류 시청자들은 성지한의 말을 100퍼센트 믿고, 적색의 관리자가 태양왕에게 강림했다고 여겼지만.
-색깔만 변했다고 적색의 관리자가 들어 있을 거라고 보긴 좀 그렇지 않나?
-그래도 적이랑 최근 가장 많이 싸운 청색이 저러는데, 맞다고 보는 게…….
-진짜 적색이 들어갔다면, 흑백의 관리자 쪽에서 개입했겠지.
-근데 흑백에서 개입하긴 함? 아레나의 주인도 결국 적색 편이긴 했잖아.
-흑백의 관리자 정도면, 확실한 거만 들어갈걸?
-ㅇㅇ 의심만 가지고 개입하다 보면 이 세상 남아나질 않음;
외계의 시청자 쪽에선 의견이 분분하게 갈리고 있었다.
거기에.
[대성좌 ‘태양왕’이 아무리 관리자라도 억측하는 건 불쾌하다고 반박합니다.] [그러며 색이 붉은빛을 띤 건, 여러 지역에 흩어 놓았던 적색의 능력을 회수했기 때문이며. 자신은 이제 적색의 관리자와는 상관없다고 강조합니다.]성지한의 방송에 반박하듯, 태양왕 쪽에서도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적색의 관리자가 몸 장악했으면, 저렇게 대성좌 ‘태양왕’이라고 메시지 안 뜰 거 같은데
-이거, 청색의 관리자가 실수한 거 아님?
-ㄹㅇ…… 예전에 태양왕이랑 악연 있어서 일부러 이런 방송 튼 건가.
-근데 악연이랄 게 뭐 있음? 태양왕도 결론적으로 청색 도와주기만 했던 거 같은데.
-에이 결과만 따지면 온 세상이 다 청색을 도와줬지. 어쨌든 귀찮게 하긴 했잖아 태양왕이.
태양왕이 그렇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자, 외계의 여론은 이제 성지한이 섣불리 판단한 거란 관점이 우세해지고 있었다.
태양왕이 정말로 적색의 관리자한테 장악당한 거면.
저렇게 대성좌 ‘태양왕’으로 메시지는 보내지 못했을 거라 판단한 것이다.
‘……음, 진짜 태양왕인가?’
그리고 방송을 튼 성지한도 막상 저 메시지를 보고 긴가민가하고 있을 때.
-어……? 근데 지금…….
-투성에서, 빛이 나는데……?
어둠에 봉인되어 있던 투성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