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489)
조금 전, 투성의 내부.
‘허무하구나.’
무신은 자신의 몸에 새겨진 태양왕의 낙인이 사라져 가는 걸 보며, 허탈감을 느꼈다.
무한회귀를 거듭하며, 힘을 무한정 모았을 때도.
이 낙인만큼은, 그로선 해결하기 힘든 난제였다.
그래서 관리자, 그것도 상시 관리자급 정도는 올라서야 이걸 없앨 수 있나 싶었는데…….
‘적색의 관리자…… 역시 뛰어나군.’
역대 관리자 중에서도, 배틀넷 시스템을 수정, 보완하는데 가장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던 적색의 관리자.
그는 비록 동방삭을 압도하진 못했지만.
전투 외의 방면에서는, 확실히 독보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그래, 너무 뛰어나.’
무신은 낙인이 사라진 몸을 바라보았다.
자신은 상시 관리자가 되어서야, 없앨 수 있다고 판단한 태양왕의 낙인을.
적색의 관리자는 너무나도 손쉽게 없애 버렸다.
이렇게 쉽게 없애는 걸 보면.
‘이런 낙인쯤이야 쉽게 만들 수도 있겠지.’
무신은 화면을 바라보았다.
붉은 눈은, 강렬하게 빛을 내며 존재감을 보이고 있었다.
지구에서 성지한에게 박살이 난 줄 알았더니, 금세 태양왕의 몸을 차지하곤 저만큼의 힘을 끌어올린 적색의 관리자.
그는, 위험한 존재다.
청색의 관리자 따위보다 훨씬.
‘저자부터 제거한다.’
다행히, 자신에겐 아직 최강의 칼이 남아 있었다.
전투에 취약한 적색의 관리자를, 제대로 베어 줄 칼이.
[동방삭. 명을 내리겠다.]그리하여, 방랑하는 무신은 동방삭에게 총력을 다하라고 명령했고.
“……알겠습니다.”
동방삭은 이 명을 충실히 따랐다.
지이이잉……!
투성의 봉인을 막던 구궁팔괘도의 색이 옅어지고.
순식간에 그의 등 뒤로, 빛의 검이 떠올랐다.
번쩍……!
동방삭의 기세가 조금 전보다, 훨씬 강렬해지고.
빛의 검에는 일제히 푸른빛이 조금씩 섞이기 시작했다.
투성을 지킬 필요 없이,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동방삭.
그의 검은 일제히 날아, 붉은 눈을 포위했다.
동방삭의 포위망을 보고, 적색의 관리자는 그리 말했지만.
[약속? 그런 걸 한 적은 없다. 네가 일방적으로 알려 줬을 뿐이지.] [허……!] [청색의 관리자에게도 원한이 있지만, 그는 언제든 처리할 수 있는 존재. 나는 그보다 네가 더 두렵다.]무신은 성좌의 무구를 통해, 확실하게 의사를 표시했다.
-와, 무신이…… 배신했어?
-아니 근데 적색의 관리자에게 협력하겠다고 약속한 건 아니잖아.
-그러게 적색이 잘못했네. 낙인 지우는 방법을 너무 공짜로 알려 줌.
-자기랑 협력할 거라 생각했나?
-솔직히 청색의 관리자보단, 적색이 더 위협적이긴 하지
-그러니까 적색의 관리자야 청이 무섭겠지만, 무신은 뭐…… 적의 힘을 지닌 게 아니잖아?
외계의 시청자들은 이를 보며, 무신의 선택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여겼다.
청이야 사실 적색의 관리자 입장에서야 상극이지.
무신한테는, 그냥 그간 보지 못한 색다른 권능 중 하나에 불과했다.
‘이야, 무신 덕을 볼 때도 있네.’
오래 살고 볼 일이군.
성지한은 동방삭의 검이 붉은 배리어를 꿰뚫기 시작하는 걸 보며, 내심 안도했다.
저 둘이 손을 잡았으면 진짜 끔찍했을 텐데, 무신이 참 올바른 판단을 해 주었네.
[무신…… 다시 생각하라. 나와 협력하면, 네게도 명계를 운용할 권한을 주지. 명계와 연결된다면 너도 공허의 귀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치이이익……!
동방삭의 맹공에, 본격적으로 뚫리기 시작하는 배리어.
이를 본 적색의 관리자는, 어떻게든 무신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명계 카드를 꺼냈지만.
[명계라…… 그곳의 왕이 되기로 했던, 아레나의 주인은 어떻게 되었지?]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크게 다르지 않다. 추후 배신당하느니, 먼저 배신하는 게 낫지.] [이 어리석은……!] [동방삭, 확실히 죽여라. 다시는 살아나지 못하도록.]무신은 명계에 일말의 관심도 보이지 않은 채, 적색의 관리자를 제거하는 일에만 몰두했다.
-아레나의 주인은 그 모자 쓴 우주 얼굴?
-ㅇㅇ 쟤가 막판에 버렸잖아 ㅋㅋㅋㅋ
-무신도 성지한 방송 챙겨 봤구만 ㅋㅋㅋㅋ
-ㄹㅇ 적색은 믿을 존재가 못 되지.
동맹을 맺을 것 같던 적들이, 서로 싸우기 시작하자.
인류 시청자들은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
푹! 푹!
상하좌우, 모든 방위에서 배리어를 꿰뚫는 푸른빛의 광검光劍.
검은 보호막을 뚫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지이이잉…….
그 위로, 문양을 새기고 있었다.
‘구궁팔괘도를 배리어 위에 새겨,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건가.’
정말 충실히 무신의 명을 이행하는군.
적으로 상대할 땐 정말 답이 없는 존재지만.
이렇게 적을 대신 죽여 주는 상황일 땐, 누구보다도 든든하네.
성지한은 그렇게 동방삭이 적색의 관리자를 제압하는 걸 바라보았다.
‘이제 곧, 죽겠군.’
깨진 배리어 위로, 물샐틈없이 구궁팔괘도가 새겨지고.
“이제 끝이오.”
빛의 검은 일제히 붉은 눈을 찔러나갔다.
[……제자의 몸. 나름 쓸 만했건만 아쉽군. 이렇게 소멸인가.]푹! 푹!
붉은 눈에, 인정사정없이 박히는 검.
그렇게 청을 흉내 낸 빛의 검에 꿰뚫리는 와중에도.
적색의 관리자는 눈알을 꿈틀거렸다.
[하나 나는, 어디에나 있다…….]“참으로 끈질기군. 이 상황에서도 그런 말이 나오는가?”
[후후…… 이상하지 않는가?]“뭐가 말이오?”
[왜 내가 모습을 드러냈는데도, 배틀넷의 제재가 지금껏 없을까?]“그건…….”
[‘위대한 후원자’께서, 날 봐주시기 때문이지.]퍼퍽!
검에 꿰뚫려, 안구에서 피가 튀는 와중에도.
적색의 관리자는 이것과는 괴리된 것마냥, 차분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청색의 관리자를 제거하라, 무신. 그러면 네게 자비를 내려 주지.]“자비? 자비는 이쪽이 주는 것이오. 물론 줄 생각은 없지만.”
[명심하거라. 무신이여…….]팍!
동방삭의 검이 붉은 눈을 완전히 박살 내고.
그 잔해가 모두 구궁팔괘도로 빨려 들어가는 와중에도.
[청색을 죽여라. 그래야 오늘 일을 용서할 것이다…….]적색의 관리자는 마지막까지, 청색을 제거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 * *
적색의 관리자가 동방삭에 의해, 완벽하게 사라졌지만.
-아니, 완벽하게 죽였는데도 찝찝하네 적색 ㅡㅡ
-돌아온다니…… 그게 가능해?
-빛의 검으로 아예 곤죽을 만들어서 저 진에 잔해 싹 다 빨아들였는데…… 뭐 남는 게 없잖아.
-하지만 유언을 너무 자신만만하게 하니까 왠지 돌아올 거 같단 말이지.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찜찜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분명 적색의 관리자가 죽는 과정은, 후환이라곤 1도 남기지 않을 만큼 박살이 나긴 했다만.
그런 놈이 마지막까지 청색을 제거하라고 말하는 게, 영 수상했던 것이다.
‘하, 이놈은 정말 끝까지 날 붙들고 늘어지네.’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조금 전의 장면을 떠올렸다.
‘동방삭의 처리는 완벽했어.’
구궁팔괘도를 배리어 위에 미리 깔아 두고, 붉은 눈의 작은 잔해마저도 모조리 안으로 흡수한 동방삭.
성지한으로서는, 그보다 더 완벽하게 저 눈을 처리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니, 저 눈에 담겼던 적색의 관리자는 확실히 소멸했다고 보는 게 맞겠지.
‘그런데도 저리 자신하는 건…… 어디 딴 곳에 본체, 아니면 스페어라도 있는 건가.’
그리고 걸리는 건 또 있었다.
‘그는 분명, 마지막에 위대한 후원자를 거론했다.’
적색의 관리자를 후원하는 존재라니.
현 배틀넷에, 이게 가능한 이는 몇 되지 않는다.
‘흑백의 관리자 정도 되거나…… 많이 양보해서 녹색도 껴 줄만은 하겠지.’
하나 녹색은 적색의 관리자가 자기보다 위에 올라서는 걸, 그 무엇보다 우려하고 있었으니.
그녀를 제외하고 본다면, 후보는 둘로 좁혀진다.
‘흑, 아니면 백인가.’
그 정도는 되어야, 적색의 관리자에게 ‘위대한 후원자’라고 불릴 수 있겠지.
‘하나 적색의 관리자는 명계로 현 배틀넷 체계를 무너뜨리려고 하는데, 흑백이 그를 후원할 이유가 있나? 거기에 도울 거면, 진작 도왔을 터…….’
흑백이 적색을 지원하는 건, 마치 왕이 반란군을 돕는 모양새 아닌가.
굳이 그럴 필요가 뭐 있지?
‘……한 가지 걸리는 점이라면, 명계가 있긴 하군.’
죽은 자는 공허에 귀속되어 소멸한다.
이 배틀넷의 법칙을 뒤흔든 게, 바로 적색의 관리자가 만든 명계였다.
이게 세상에 드러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으니.
명계 이후론, 위대한 후원자가 후원을 시작했을지도 모르지.
‘만약 이 추측이 맞다면, 흑과 백 중 한 명만 그를 지원했을 것이다.’
흑백이 모두 적색을 후원했으면, 적색의 관리자가 저기서 저리 놀지 않고 그냥 원래 관리자 자리로 컴백했겠지.
굳이 무신을 노리고 여기 쳐들어올 필욘 없었을 것이다.
만약 그러면.
‘……명계는 공허의 영역을 침범하는 세계니. 아무래도 백색의 지원을 받은 건가?’
공허의 주인인 흑색의 관리자보다는.
백색의 관리자 측이, 아무래도 수상하긴 했다.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고 있을 무렵.
-위대한 후원자라니…… 그게 누구지?
-그냥 청색 제거하라고 거짓말한 거 아니야? 뒷배 있어 보이는 마냥.
-하지만 아까 흑백의 관리자가 개입 계속 안 하긴 하더라.
-그건 그렇지…… 적색의 관리자 같은 거물 수배자가 생방송으로 나 여기 있어요 광고하고 있는 마당에.
-만약 후원자가 있는 거면, 백색의 관리자 아님? 명계는 공허의 영역을 대체하잖아.
-흑색일 수도 있지. 공허를 명계로 대체하고 거기서 힘을 뽑아낼 수 있으니까 자기가 직접 운영하면 얼마나 잘하겠어?
외계의 시청자 사이에서도, 적색의 관리자가 남긴 유언을 가지고 후원자가 흑이다, 백이다 하면서 일장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음…… 흑일 가능성도 없진 않겠네.’
성지한이 그렇게 채팅을 보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을 때.
-그래서 무신이 청색의 관리자를 죽일까?
-아까 좋은 방법, 적색이 알려 줬잖아.
-우주천마 파견하는 거?
-맞아 어차피 우주천마 정신지배도 흔들리고 있다며?
외계의 시청자들은, 무신이 적색의 관리자의 말을 따를 것인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동방삭이 쳐들어올 거란 의견이 많군.’
이미 적색의 관리자가, 한 번 가이드라인을 주기도 했고.
동방삭의 정신지배도 흔들린다고 이야기했으니.
이참에 두 골칫거리를 한 번에 정리하자.
이런 생각, 충분히 가질 법했다.
‘침공, 확신하고 준비해야지.’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며, 조금 전 동방삭이 싸웠던 장면을 떠올리고 있을 때.
지이이잉…….
성좌의 무구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청색의 관리자여.]그 안에서, 무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굳이, 너와 싸울 생각이 없다.]“……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