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496)
“……적색의 관리자와 싸울 때도, 온전했던 수염이거늘.”
스으윽.
동방삭은 반으로 갈라진 수염을 매만졌다.
“본신으로 내 수염이 이렇게 잘린 건, 살면서 처음이구나.”
그러며, 그의 손이 잘라진 수염의 뒤편.
목 부위를 향했다.
“목이 베일 뻔한 것도, 처음이다.”
“그렇습니까? 아깝군요.”
성지한은 아쉬움을 삼켰다.
태극마검이 동방삭의 수염을 가르고 그의 목까지 상처를 입혔지만.
결국 베지는 못했다.
‘검진이 와해되었을 때, 제대로 기습을 한 건데 말이지.’
5분간, 팔다리가 수십 번 잘리면서도 버텼던 건.
바로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였다.
동방삭이 검진을 펼치고, 자신을 완벽히 제압하려 들 때.
관리자 권한을 사용해서, 역공을 펼치려던 노림수.
‘계획은 완벽히 들어맞았다만…… 그 기습을 피하네.’
성지한은 동방삭의 수염이 원래대로 빠르게 자라나는 걸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검이 닿았을 때만 해도, 베었다 싶었는데.
참 반응 빠른 양반이다.
그에게서 태극마검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도 잊고, 노린 회심의 일격이었는데 말이지.
“한데 대체 어떻게 한 것인가. 내 힘이 갑자기 줄어들었어.”
한편 동방삭은, 자신의 광검이 40개로 줄어든 것을 보면서 의구심을 표했다.
“거기에 이 느낌…… 무신께 힘을 제약받았을 때와 흡사한데.”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성지한은 태연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지만.
스으으으…….
동방삭의 머리에서, 뱀의 형상이 다시 튀어나오더니.
[이거, 네가 한 짓이었는가……!?]무신이 노호성을 토해 냈다.
[어쩐지 그의 힘이 너무 통제가 안 되더라니! 청의 흔적을 지우려는 과정을, 네가 막았구나!]“무슨 소린지를 모르겠네.”
성지한은 어깨를 으쓱이며 부정했지만.
[네놈 때문에, 힘만 낭비했군……! 동방삭, 확실히 처리하라!]무신은 이미 그를 용의자로 확신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수염이 반으로 갈라졌던 자리를 만지던 동방삭은, 성지한의 태극마검을 바라보았다.
“태극마검, 계속 쓸 수 있겠는가?”
“당연하죠. 영감님 상대하긴 충분합니다.”
“좋네.”
슈우우욱!
동방삭의 등 뒤로 돌아온 40개의 광검이, 한데 뭉치기 시작했다.
“그건…….”
“태극마검처럼 한데 모아지진 않는군.”
40개의 검이 합쳐, 만들어 낸 것은 거대한 빛의 기둥.
이를 가만히 바라보던 동방삭은.
“일단, 이거로 싸워 보세.”
눈 깜짝할 사이에, 성지한에게 접근했다.
그러자 금방, 빛에 잠긴 공간.
파지지직……!
성지한이 자신의 태극마검을 들자, 이 공격은 막혔지만.
“흠……!”
기둥에서 넘실거리는 빛은, 금방이라도 그를 제압하려 들었다.
성지한은 황급히 뒤로 물러서며, 태극마검을 확장했다.
스스스…….
그러자, 확실하게 그의 앞을 막아 주는 암검.
‘그나마 태극마검은 안 뚫리는군.’
동방삭의 힘은 아직도 강했지만.
태극마검을 꺼낸 데다가, 무혼의 왜곡도가 줄어서 그런지 조금 전보다는 싸울 만했다.
-오…….
-좀 버틴다!!
-되나? 되나요?
-어차피 이제 비행기 타고 탈출하기도 늦었음; 무조건 이겨 줘야 함 ㅠㅠ
-지금 편의점 물건 다 털고 왔는데, 이겨서 환불하게 해 주세요 ㅠㅠ
-이래서였냐; 컵라면 사러 갔는데 탈탈 털렸더라.
그러자 조금 전과는 달리, 성지한의 선전에 희망을 가지기 시작하는 인류.
그만큼 두 사람의 격돌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검과 빛의 기둥이 수없이 부딪치고.
바닷물은 해수면이 대폭 낮아질 만큼, 증발해 나갔다.
이곳이 육지였다면, 이미 남아나는 게 없었겠지.
그렇게 겉보기에는,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백중지세였지만.
‘……쉽지 않네. 진짜.’
동방삭과 검을 나누는 성지한은 역부족임을 느끼고 있었다.
관리자 권한으로 힘도 축소하고.
스타 버프까지 동원하며, 태극마검도 총력을 다해 쓰고 있건만.
눈앞의 상대는 검을 나누면 나눌수록, 더 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차츰차츰 밀리는 걸 느끼는 성지한.
그에 반해.
“청은 사용하지 않을 셈인가.”
동방삭은 여유로운 얼굴로, 그에게 그리 질문하고 있었다.
“뭐…… 비장의 무기는, 남겨 놔야죠.”
사실 청태도의 파괴력 자체는, 태극마검에 아직 미치지 않기에 안 쓰는 것뿐이었지만.
성지한이 그렇게 태연히 대답하자, 동방삭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그럼, 내가 먼저 쓰지.”
[무혼의 왜곡도가 3 오릅니다.]그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파아아앗……!
빛의 기둥에서, 검 한 자루가 튀어나와 성지한에게 날아왔다.
청색과 백색이 섞인, 빛의 검은.
‘아니……!’
태극마검의 공허를 일시적으로 끊은 채, 성지한의 얼굴을 직격했다.
푸슉!
청백의 검이 그의 왼쪽 눈을 꿰뚫자.
콰지직……!
안그래도 금이 가 있던 성지한의 반쪽 얼굴이.
서서히, 부서지기 시작했다.
* * *
‘……박살이 나 버렸군.’
슈우우우…….
성지한은 부서진 얼굴에서 공허가 휘몰아침을 느꼈다.
지금까진 애써 막고 있던 둑이, 한 번에 터져 버리며.
그의 주변은 보랏빛의 운무로 자욱해졌다.
‘덕분에, 동방삭의 공격은 막았지만.’
공허처리장의 봉인이 풀려 버린 왼쪽 얼굴.
그곳엔, 얼굴을 꿰뚫었던 동방삭의 검마저도 흡수된 채.
모든 게 사라지고 있었다.
다행히 이 공허가, 성지한의 육신까지는 아직 집어삼키진 않았지만.
긴장을 조금이라도 풀면, 얼마든지 이것이 넘쳐흘러 몸을 녹여 버릴 것 같았다.
‘꿰뚫린 얼굴에는, 어둠만 남아 있네.’
성지한은 발치 아래,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거기서 흐릿하게 비치는 얼굴에선.
왼쪽 눈을 비롯해, 주변 부위가 모두 부서져 시커먼 어둠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색은.
성지한이 들고 있는, 태극마검과 매우 흡사했다.
‘왼쪽 눈, 한데 어떻게 보이는 거지.’
얼굴은 어둠에 잠겨 버렸는데.
이상하게 눈은 보이네.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고 있을 무렵.
슈우우욱!
동방삭의 공격이 정직히 뻗어 오나 싶더니.
순식간에 그의 왼쪽 얼굴을 노렸다.
“때린 곳을 또 때리면 되겠습니까.”
치이이익……!
성지한의 검이 그 공격을 막자, 동방삭은 신기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눈도 없는데, 멀쩡히 잘 보이나 보군.”
“그러네요. 잘 보입니다.”
눈이 부서지며 공허가 범람했는데도, 이상하게 시각에는 이상이 없는 성지한.
그 자신도 영문을 몰라 하고 있을 때.
동방삭이 손가락으로 성지한의 박살 난 눈 부위를 가리켰다.
“하지만, 그 공허. 어쩔 셈인가. 가만히 놔두면 자네의 신체를 잠식할 텐데.”
“적인데도 참 배려심이 많으시군요.”
“이대로 싸움을 끝내긴 아쉬워서 말이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치이이익…….
어둠에 물든 성지한의 눈가에.
푸른 테두리가 생겨났다.
청의 기운으로 만들어진 경계.
단절의 힘을 지닌 그것은, 공허가 성지한의 육신까지 침범하는 걸 효과적으로 막아주었다.
“경계는 다시 만들면 그 뿐이니.”
“청을 거기다 쓰는 게, 비장의 무기였나.”
“그럴 리가요.”
성지한은 그리 대답하며, 시스템에 명했다.
“시스템. 무혼의 왜곡도, 40으로 묶어 둬라. 계속.”
그 명령이 내려지자마자.
슈우우우…….
빛의 기둥에서, 힘이 일부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걸 본 동방삭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자네가 한 게 맞았군. 관리자의 명령이라도 되는 건가.”
“이런 거라도 있어야죠.”
“40…… 그 수치는, 내가 수련을 하기 전의 힘이로군. 이 정도에서 묶는 게 최선인가.”
거참, 무술만 뛰어난 게 아니라 눈치도 빠르네.
성지한은 두 번째에 바로 알아채는 동방삭을 보면서, 내심 질렸다.
이러면 대체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헐…….
-성지한 님 얼굴 사라져 버렸네;
-금 갔을 때도 언제 부서질까 조마조마했는데, 저렇게 어둠에 물들어 버리면…….
-곧 죽는 건가?
-뭔 소리야 아직 진 건 아님…….
-아직이라니 재수없는 소리 하지 마시죠 좀.
-으으 하지만 너무 답이 안 나오는데 ㅡㅡ;;
전투를 보는 시청자들도 같은 마음인지.
대부분이 내심, 성지한의 열세를 인정하고 있었다.
그만큼, 금 간 얼굴이 박살 나고.
여기서 넘치는 공허를 청으로 막아서는 게, 패배가 임박한 상황 같았으니까.
하지만.
“어차피 얼굴 터진 거, 공허 마음껏 쓰죠.”
파아아앗……!
성지한의 태극마검에 힘이 더욱 증폭되고.
그의 검이, 빛의 기둥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과연…… 검은 강해졌군!”
동방삭은 대치 중, 처음으로 뒤로 물러나며.
두 눈을 반짝였다.
“하지만 움직임은 아직 느……!”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번뜩!
태극마검이 그의 수염을, 다시 한번 갈랐다.
슈우욱!
그와 함께, 검에 스치는 동방삭의 목.
거기서 핏줄기가 튀어나왔지만.
“호오오……!”
동방삭이 뒤로 물러나며 목을 쓰다듬자.
상처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니, 저 양반은 재생력도 좋네.
‘약점이 없어 사람이.’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면서 태극마검으로 압박해 들어가자.
“대단하군. 그새 움직임도 좋아졌구나!”
동방삭은 어딘가 기쁜 얼굴로, 그 공격을 막아 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공허의 증폭으로 인해 강화된 태극마검은, 동방삭의 빛을 서서히 갉아먹고 있었다.
잠시지만, 성지한이 잠시 우세를 점한 재격돌.
여기에는.
‘당신 덕이지.’
청을 끌어올려, 무혼의 왜곡도를 올렸던 동방삭의 공로도 있었다.
무혼의 왜곡도가 3이 올랐을 때.
[무혼과 청이 강한 연결점을 가집니다.]성지한의 청은 한층 더 발전하며, 무혼의 효율을 끌어올렸던 것이다.
‘투성에서도 수련을 시켜 주더니, 여기서도 해 주네.’
물론 지금은.
그가 수련을 대신해 준 결과, 얼굴이 박살 나 버렸지만.
그래도 전투는, 조금 전보다 할 만해졌다.
그렇게 격차가 동방삭 덕에, 줄어드나 싶던 순간.
“흠…… 이젠 좀, 압축할 수 있겠어.”
스스스…….
동방삭이 들고 있던 빛의 기둥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것이 만들어 낸 것은, 커다란 빛의 검.
비록 기둥이었을 때보다 크기는 줄어들었지만.
그 안에 담긴 기운의 정밀함은, 더 강화된 상태였다.
그리고.
파지지직……!
태극마검에 의해 밀려나던 동방삭은, 또다시 성지한을 여유롭게 상대했다.
‘거참, 실시간으로 깨닫고 있네.’
우주적으로 인정받는 무의 재능이란, 이런 건가.
태극마검, 쓸 법도 한데 그러지 않고 빛을 압축시키고 있네.
성지한이 동방삭에게서 어떻게 태극마검을 이끌어 낼지 고민할 때쯤.
[무혼의 왜곡도가 4 오릅니다.] [무혼과 청이 강한 연결점을 가집니다.]무혼의 왜곡도가 올랐단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건……!’
아까와 똑같은 상황인가.
성지한은 그걸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자신의 검에 청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콰콰쾅!
태극마검의 앞에, 청백의 빛이 일제히 폭발했다.
“청을, 청으로 막았구나.”
“이거 제 능력입니다. 아까와 같은 기습은 더 이상 효과가 없죠.”
성지한이 막은 건, 두 자루의 청백의 광검.
왜곡도 메시지가 떠오른 덕에.
조금 전 얼굴이 박살 났을 때와 유사한 공격을 제때 방어할 수 있었다.
하나.
“효과가 없진 않아 보이는군…… 자네 얼굴의 공허는, 더 영역을 넓히고 있으니 말일세.”
얼굴의 공허를 막던 청을 사용했기에.
성지한의 얼굴은 더 공허에 잠식되어 가고 있었다.
이제는 눈 부위 쪽뿐만이 아니라, 뺨 아래로 내려앉은 공허.
[가만히 놔둬도, 이제 곧 소멸하겠군…… 청색의 관리자여. 이게 네 선택의 결과다.]사라졌던 뱀의 머리가 희미하게 나타나며, 성지한을 조롱했다.
그만큼, 공허의 위험성을 아는 이들은.
성지한이 이미 거의 끝장났다고 보고 있었다.
하나.
“몸은 더 가벼워졌습니다만.”
성지한은 태연하게, 마검의 힘을 증폭시키며 동방삭을 압박해 들어갔다.
4나 오른 무혼의 왜곡도.
청과의 연결점이 더욱더 커지자, 백중지세였던 전투는.
또다시 성지한의 우위로 돌아가고 있었다.
“정말, 움직임이 더 좋아졌군…… 하필 갑자기…….”
이를 보며, 동방삭이 두 눈에 이채를 띠었지만.
[마지막 발악이다. 동방삭. 계속 이런 방식으로, 끝을 내라.]무신은 그런 성지한의 힘을, 그저 최후의 저항 정도로 취급한 채.
계속 압박하라고 명령했다.
“이런 방식, 말입니까…….”
그 말에 동방삭은 묘한 눈으로 성지한을 바라보며.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