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508)
성지한이 마지막으로 수련을 했던 5주.
그 기간은, 현실 세계에서는 일주일로 적용되었다.
그리고 이 일주일 동안, 인류 사회는 크게 들썩거렸다.
[성지한, 진화 중단을 언급하다] [제약회사 주가, 일제히 상한가를 찍어] [성지한이 거론한,‘이웃 나라’는 어디?] [데이비스 감독, 저번 경기 패배의 원인으로 윤세아를 지목한 걸 사과하다] [아이디 ‘블랑슈슈’, XX수는 누구인가?]성지한이 직접 거론한, 진화 중단 건.
그건 성지한과 인류 사이에서,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명확하게 보여 주었다.
-우리 이웃 나라 해 봤자 얼마 없잖아? ㅋㅋㅋㅋ
-중국이랑 일본 정부에서 아예 공식 성명 내면서 대대적인 단속 나섰다고 하던데 ㅋㅋㅋ 관리자 건드리지 말라고.
-다른 인류랑 다르게 자기들만 최하급 종족 되면 진짜 피눈물 나지.
-근데 걔네들이야 국가 대항전에서 하도 져서 악플 좀 단다 쳐도, 우리나라에서 성지한을 왜 욕함??
-그러니까 XX수 이거 누구야?
-내 이름 김철수인데 나보고 블랑슈슈 아니냐고 벌써 백 번 질문받음 ㅡㅡ
-남자라서 백 번 들은 거야. 수로 끝나는 여자들은 그거의 열 배 시달리고 있을 듯.
-나 불렀니…… 진짜 직장 때려치우고 싶다…….
성지한이 언급한 ‘이웃 나라’들은 그게 자기들이 될까 봐, 정부 차원에서 단속에 나서고 있었고.
수로 끝나는 이름을 지닌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주변에서 너 아니냔 질문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하. 미친…… 씨발. 진짜 말이 돼? 어떻게 배틀튜브 정보를……!”
당사자, 김희수는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윤세아 건으로 성지한에게 된통 당하고, 집안에서 거의 내놓은 자식이 되어 버린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내몰린 이유로, 성지한을 탓했다.
그래서 그냥 소소하게 배틀튜브에서 욕 좀 하고, 악플 좀 달았을 뿐인데.
어떻게 저 인간이 대놓고 방송에서 자신의 상태창을 열어 버릴 수가 있지?
‘내, 내 아이디만으로…… 나인 건 모르겠지? 사, 상태창에도 별거 없었고.’
플레이어 생활을 안 하고, 레벨 1에 머물러 있길 잘했다.
플레이어 생활을 했으면, 분명히 사람들에게 더 집요하게 추적을 당했겠지.
“들키면 나 진짜 죽어…….”
김희수는 얼마 전, 할아버지의 생일 때를 떠올렸다.
성지한 때문에, 대한일보도 한차례 불매운동에 시달렸기에.
평소 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던 회장이었지만.
이번 모임에서는 태도가 완전히 180도 달라져 있었다.
-이번에 4기 암 진단을 받고, 이대로 죽나 싶었는데…… 종족 진화 효과로 생존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고 하더구나. 내가 이렇게 살아 있는 것도 다 성지한 님 덕이다.
예전엔 성지한 놈이라고 부르던 할아버지가, 이제는 님을 꼬박꼬박 붙이고 있었다.
예전이었으면 꼼짝없이 죽음을 기다려야 했던 말기암도.
종족이 두 단계 진화되고 나니,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변화했던 것이다.
그렇게 죽었다 살아난 할아버지는 성지한의 열렬한 신봉자가 되어 있었고.
‘그거 보고 배알이 꼴려서 욕했는데…… 재수 없게 딱 걸렸어!’
만약 성지한이 저기서 손바닥을 다 치워 버렸으면…….
이걸 상상한 김희수의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그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그녀의 방으로 중년의 여성이 들어왔다.
“……희수야. 너 요즘 왜 이래? 밥도 안 먹고. 방에서 안 나오고.”
“어, 엄마. 요즘 속이 안 좋아서 그래.”
“……그래? 대학교도 못 갈 만큼?”
“어, 어! 그러니까 좀 내버려 둬!”
소리를 버럭 지르는 딸을 보곤, 심각한 얼굴이 된 그녀는.
딸의 방 안을 둘러보았다.
성지한 관련 뉴스만 떠 있는 모니터 화면.
그러고 보니, 딸이 이상해진 건 성지한의 배틀튜브 방송 이후부터였다.
“너……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설마. 아니지……?”
“아, 아니야! 내가 왜 성지한 님을!”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몸을 부들부들 떠는 김희수.
하는 행동이 누가 봐도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애초에 성지한과 트러블이 났던 전적이 있는 딸이 이리 나오니.
김희수의 엄마는 금방 눈치를 챘다.
“……희수야. 너, 할 거면 제대로 해.”
“뭐, 뭐?”
“사람들이 지금 범인 찾기에 나서고 있는 거 알지? 너 이딴 식으로 반응하면, 너뿐만이 아니라 우리 집안도 말아먹어.”
“엄마……! 엄마 설마 날 의심하는 거야?”
“지금 네 반응 보면 알지. 의심 안 가게 생겼니?”
김희수의 엄마는 팔짱을 낀 채,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러니까 연기할 거면 제발 제대로 해. 가족한테 피해 끼치지 말고. 만약에 너 들키면, 우리가 나서서 절연할 거야.”
“……아니, 그게 딸한테 할 소리야? 엄마 맞아?”
“너야말로 미친 거 아니니? 욕할 사람이 그렇게 없어? 왜 이 세상에서 가장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을 건드려?”
“으, 그, 그게…….”
“……안 되겠다.”
딸의 모습을 본 엄마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너 집에만 있어. 나오지 마.”
“어, 엄마!”
“네 연기력 못 믿겠어. 그냥 여론 잠잠해질 때까지, 외부 활동을 아예 하지 마.”
“…….”
“가정부 아줌마들 있을 땐, 방에서 절대 나오지 말고. 니 방도 니가 청소해.”
“아니, 엄마! 무슨 방 청소를 해, 내가!”
방까지 내가 청소하라고?
김희수가 그 말에 화를 내자.
“하아, 미친년아. 그게 화가 나? 우리 집은 너 때문에 망하게 생겼어!”
쾅!
그 말을 끝으로 문이 닫히자.
김희수는 암울한 얼굴로 책상에 머리를 쳐박았다.
‘아니, 한국 국적의 악플러가 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재수 없게 딱 걸려서 이게 뭐야.’
그렇게 그녀가 운 없음을 한탄하고 있을 때.
성지한의 배틀튜브를 띄워 놓은 모니터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수련실에서 가만히 시뮬레이션만 재생하던 성지한이.
“이제 끝났군요.”
방송을 종료한 것이다.
‘끝…… 그러면 수련실에서 나오는 건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김희수의 심장이 불안감에 빨리 뛰었다.
지금까지는 성지한이 수련한다고, 다음 스탭을 밟지 않았는데.
이제 나오게 되면, 제대로 칼을 뽑아 드는 거 아니야?
‘……아, 제발.’
정작 상대는, 자신에게 관심도 없었지만.
김희수는 불안한 눈으로, 꺼진 배틀튜브 화면만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잠들긴 힘들 것 같았다.
* * *
청과 무혼의 합일.
원래의 성지한 재능이면, 오랜 세월 동안 매진해도 힘든 이 일은.
백색의 관리자까지 성지한을 스타 버프로 도와준 덕에, 생각보다 빠르게 완성할 수 있었다.
‘이제 동방삭과 싸웠을 때보다, 능력 자체는 조금 더 강해졌군.’
주화입마로 묶였던 무혼이 청에 합쳐지면서.
성지한의 힘은 그때보다 더 강해진 상태였다.
거기에.
‘모든 무공에 청을 섞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스으으으…….
성지한의 주변에 피어오르는 푸른 아지랑이.
그것은 무혼의 영역을 전개할 때, 자연스레 같이 발동된 청의 힘이었다.
이제는, 무공을 쓸 때 청의 단절 능력도 자연스레 깃들게 할 수 있으니 위력이 배가되겠지.
‘수복 능력도 예전보다 강화되었고.’
성지한은 얼굴을 만져 보았다.
스타 버프를 썼을 때, 공허도 덩달아 강화되면서 몸뚱어리가 금방 이에 잠식되려 했지만.
청은 그때마다 시간을 되돌려 균열을 수복하며, 몸이 유지되도록 도왔다.
‘다만 능력이 999에서 멈춘 게 아쉽군.’
성지한은 상태창에서, 자신의 스탯을 바라보았다.
청 : 999 (SSS급으로 오를 시, +231)
999에서 멈춘 스탯 청.
뒤의 단서 조항은, 청의 등급이 SSS급으로 오르면 231이 추가된다는 내용인 건가.
‘무혼과 합일하면서 스탯 등급은 SS로 올랐는데…… 여기서 한 단계를 더 올려야 저걸 다 흡수하는 거군.’
줄 거면 좀 그냥 주지.
참 따지는 게 많아.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스탯 청의 등급에 관해 생각해 보았다.
처음 받았을 땐 최저 등급이었지만, 고속 성장을 기록한 끝에 SS에 도달한 청.
여기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려면.
‘수복 능력을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어.’
아소카의 권능을 보며, 활용 방법을 배웠던 청의 수복 능력.
시간을 과거로 돌리는 방식의 수복은, 아직 성지한이 완전히 이해하는 영역이 아니었다.
지금도 거의 감으로 쓰는 지경이지.
아마 수복의 활용 방안을 알아내고 나면, 청이 SSS에 도달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수련장에 더 있어야 하는 게 맞겠지만…….’
그렇게 수련만 하기엔, 성지한에게 여유가 많지 않았다.
특히 동방삭이 많이 개척해 두었던 청과 무혼의 합일 건과는 달리.
이번 건은, 아무리 스타 버프가 도와준다 한들 언제 완성될 지 전혀 기약이 없었으니까.
“삼촌, 수련 이제 끝난 거야?”
“한 건 남아 있긴 한데…… 일단은 무신부터 잡으려고.”
투성에 자리 잡은 무신과, 그를 도와주는 것으로 추정되는 적색의 관리자.
성지한은 이 둘, 특히 적색의 관리자에게 시간을 많이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이제는 주화입마가 사라져서, 상대가 뭐 하는지 잘 추적이 안 되니까.’
주화입마의 변경과, 적의 왜곡도 변화로 투성에서 일어나는 일을 간접적으로 추측했던 성지한.
하나 정보의 한 축인 주화입마는 청으로 흡수되며, 이제 관리자 모드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스탯 적은, 초반에는 왜곡도가 느나 싶더니 요즘은 꾸준히 50에 머물러 있었고.
‘동방삭의 태극마검을 쓸 수 있을 때, 빨리 때려잡자.’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윤세아의 머리 위를 바라보았다.
청과 무혼을 결합하면 저 모자 때려 부숴야지 생각하고 있었으니.
투성에 쳐들어가기 전에, 이거부터 처리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너 무슨 일 있었냐?”
“왜?”
“모자의 힘이 더 강해졌는데?”
어째 수련장에 들어갔을 때보다, 중절모의 존재감은 훨씬 강력해져 있었다.
“그래? 난 모르겠는데. 삼촌 공허를 흡수한 거 말곤 별로 한 일이 없거든.”
“내 공허 말이지…….”
“응.”
성지한은 그 말에 짚이는 게 있었다.
‘스타 버프로 강화된 공허. 세아가 많이 처리해 줬지.’
지난 5주 동안.
수련을 위해, 공허를 극한으로 증폭시켰다가.
진짜 안 되겠다 싶을 때, 윤세아를 불러서 흡수한 적이 수십 번은 되었다.
그렇게 증폭된 공허를 차곡차곡 흡수했으니, 저 중절모도 강해진 건가?
‘이거 원, 저걸 꼭 부숴 버려야 할 이유가 늘었군.’
아레나의 주인의 모자가 강해진 건, 성지한의 공허도 한몫했으니.
자신이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저걸 처리해야 했다.
다만.
‘일단 무신부터 제압하고 처리하자.’
중절모가 지닌 공허가 상당히 강해져서, 아무리 성지한이라 한들 부수는 데 힘이 상당히 소모될 것 같았으니.
지금은 가장 시급한 문제, 무신과 적색의 관리자부터 처리해야 했다.
“세아야. 미안한데, 아무래도 무신부터 먼저 잡아야겠다.”
“그다음엔 모자 부수게?”
“응.”
“알았어. 이건 급한 거 아니잖아? 무신부터 끝내야지.”
“그래. 좀만 참아. 무신 금방 잡고 올 테니까.”
“아, 내가 도와줄까? 나도 공허 좀 있잖아.”
“넌 가면 인질이야, 인마.”
성지한은 윤세아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곤, 거실 창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쏜살같이 사라지는 성지한.
그가 향하는 곳은, 태극마검이 꽂혀 있는 서해의 해저겠지.
윤세아는 성지한이 나간 창밖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 이 정도 힘으론 아직도 인질인가.”
스으으으…….
그러자, 서서히 그녀의 머리 위로 생겨나는 중절모.
검은빛의 모자는, 이제 거실의 유리창에 비칠 정도로.
확실하게 실체화되어 있었다.
“공허, 좀 많아졌는데 말이야.”
윤세아는 모자를 들었다.
중절모의 안쪽 가운데에는, 막대한 공허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이 정도의 힘을 지니고도, 아직 삼촌한테는 발목잡기밖에 안 되는구나.
“더 정진해야겠네.”
탁.
그녀는 모자를 다시 쓴 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싱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