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51)
* * *
윤세아가 떠난 직후, 분을 못 이긴 김희수는 기프트관에 도착한 그길로 경비원과 접촉했다.
“22일에 기프트관 앞에서 있었던 일, CCTV 영상 있죠? 당장 주세요.”
“안 됩니다.”
“전 피해자의 입장에서 정당하게 요구하는 거예요.”
“그래도 정식으로 고발장이 접수되지 않는 이상 반출할 수가…….”
“하. 설마 당신도 대한일보가 그리 만만해 보이나요?”
김희수는 표독스러운 눈빛에 경비원이 몸을 움찔했다.
22일 밤에 경비를 섰던 그는, 김희수가 성지한에게 당하는 걸 두 눈으로 똑바로 보았었다.
그때 보았던 김희수의 증오와 분노는 진짜였었다.
‘괜히 밉보였다가는 큰일 난다…….’
그는 성지한처럼 뛰어난 플레이어도 아니고, 그럴싸한 뒷배랄 것도 없는 흔한 소시민일 뿐이었다.
괜히 여기서 규정을 내세우다가, 안 그래도 분노하고 있는 그녀에게 화풀이를 당할까 두려웠다.
“아, 알겠습니다.”
김희수의 강권에 못 이겨, 그날의 CCTV를 재생하는 경비원.
사촌 오빠는 다리가 부러진 채 눈썹이 모조리 뽑히고.
자신도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다가 머리카락과 눈썹이 뽑히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날의 아픈 기억이 떠올랐다.
“으으……!”
김희수는 괜히 몸이 움츠러들려는 걸 애써 참으며, 계속 영상을 확인했다.
자신이 황급히 사촌 오빠를 데리고 도망치고.
얼마 안 가 남은 성지한 일행이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자, 그녀는 눈에 이채를 띠었다.
‘윤세아 저거…….’
평소 해맑은 미소와 함께 밝은 텐션을 유지하고 있던 윤세아.
하나 CCTV 영상 속에 나오고 있는 윤세아는 한껏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프트가 잘 나왔다면, 절대 저런 표정을 짓진 않았을 것이다.
“이 사람들, 여기서 무슨 이야기를 했죠?”
“그건…….”
“이미 CCTV까지 보여 줬는데, 숨길 게 있나요?”
김희수가 싸늘한 어조로 말하자, 경비는 결국 그날 들은 말을 실토했다.
“망해서, 수능 공부해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뭣, 망했다고요?”
“네. 그래도 나중에는 마음을 다잡는 것 같았습니다만…… 그 이후에는 자세히 듣지 못했습니다.”
“하. 하하. 하하하! 정말? 정말이죠, 그말?”
“예.”
“하하하하하하! 미친년.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아카데미 출신이, 자퇴하고 수능 공부라니!
그건 아카데미 재학생 중에서, 가장 재수 없을 때 택하는 진로였다.
“허세였구나? 윤세아.”
김희수는 입가에 가득 미소를 지었다.
이 사실을 어떻게 터뜨리는 게 좋을까?
대한일보를 통한 기사화?
아니면 면전에서 쏘아붙일까?
‘둘 다 해야지!’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실에 돌아온 김희수가 주변을 둘러봤다.
“야. 윤세아 어디 있어?”
“걔 자퇴서 내고 바로 집에 가던데.”
“뭐?! 벌써?”
“자퇴 처리야 금방이잖아.”
기프트를 받고 나면 아카데미의 커리큘럼을 끝까지 이수하지 않고 자퇴하는 학생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아카데미의 자퇴 절차는 간단했다.
‘쳇…… 도망갔네.’
면전에서 친구들과 함께 한껏 비웃어 주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다.
“근데 윤세아는 왜 찾아?”
친구가 고개를 갸웃하며 반문하자, 김희수는 방금 알아낸 일을 이야기해 줄까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당사자도 없는데 여기서 터뜨릴 수는 없지.’
이 입 싼 것들에게 이야기했다가는, 대한일보가 아니라 다른 데서 먼저 기사화될 수도 있다.
‘우리 신문에서 먼저 터뜨려 줘야지.’
어떻게 하면 더 자극적으로 윤세아를 망가뜨릴 수 있을까?
온갖 방법이 샘솟듯 떠올랐다.
김희수는 입가에 즐거운 웃음을 지었다.
머리털과 눈썹이 뽑힌 이후, 처음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짓는 미소였다.
* * *
[4년 만에 등장한 대한민국의 TOP 100 참가자 성지한에 대해 ARABOJA] [1등을 한 번도 놓치지 않은 괴물 플레이어가 있다??(놀람) – 렉카뉴스] [나 혼자만 1등 플레이어?! TOP 100 배당률 2등?! 성지한의 우승 가능성은?]성지한의 TOP 100 승급전 참가 소식이 알려지고 난 이후.
대한민국의 온갖 매체에선 성지한에 대해 집중 조명에 들어갔다.
TOP 100.
각 등급 리그별로 펼쳐지는 이 별들의 승급전은 사실 한 달에 한 번 펼쳐지는 만큼, 1년 단위로 따져 보면 그만큼 참가하는 인원이 많았다.
1년으로 치면 브론즈리그에서만 해도 1,200명의 선수가 TOP 100에 참가하는 격이었으니까.
하지만 1년에 각 리그에서 1,200명.
브론즈 승급전에서부터 플레티넘 승급전까지 합치면, 4,800명.
그 안에 대한민국 국적의 플레이어가 4년 동안 한 번도 없었다는 게 바로 현 한국의 배틀넷 리그의 현주소였다.
리그 수준 자체는 중상위권의 실력을 유지했지만, 뛰어난 유망주는 대부분 여러 선진국의 스카웃을 받아 거액에 영입되기 일쑤였으니까.
결국 한국에 남은 유망주라고는 최고를 노리기엔 애매한 이들만 남아 있었다.
그러던 와중, 성지한이란 존재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등장했다.
그는 검왕의 상징으로 불리던 소드 팰리스의 쌍검상을 부수는 충격적인 데뷔와 함께, 요 한 달간 브론즈리그를 씹어 먹다시피 하며 TOP 100 무대에 올라섰다.
당연히 한국 사람이면, 성지한에게 기대를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국인이라면 제발 성지한한테 겁시다!!!!
-응~ 배런이야~~~
-배런만 아니었으면 당연히 애국픽 드갔지
-미련한 넘들,,, 배런 쉑~~ 승률 75퍼센트밖에 안 되는데~~ 당연히 1등 승률~~ 100퍼센트~~ 우리 성지한을 찍어야지~~
-배알못들 #^&$나 많네;; 75퍼센트를 그 뉴욕 1에서 달성한 건 모르나?
-성지한 영상이나 돌려보고 오셈. 이 사람 브론즈 수준이 아님. 적어도 골드급이라고 봐야 한다
-ㅈㄹ뇌피셜 싸지마라 그렇게 따지면 배런은 플티급임ㅋ
“에휴, 아직도 싸우네.”
키보드 워리어의 투쟁심은 끝이 없다고 하더니.
윤세아는 배틀넷 사이트에서 벌어지는 갑론을박의 대제전을 보면서 질린 표정을 지었다.
배틀넷 관련 사이트뿐 아니라, 요 근래 한국의 모든 커뮤니티엔 죄다 성지한 VS 배런에 대한 내용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세아야. 뭐 봐?”
“아, 삼촌…… 이거.”
이 난장판을 어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윤세아는 방금까지 보고 있던 화면을 보여 주었다.
[확신이 들었다. 배런 안 찍으면 그냥 병신새끼임ㅋㅋ](댓글 : 5779)잃는 거 무섭다고 손을 뗐거나 현금 관망하는 새끼들이 있다면 그냥 자살 바란다ㅋㅋㅋ 돈 벌기가 이렇게 쉬운데ㅋㅋ
상황이 이해가 안 돼? 호구들이 돈을 나눠주고 있잖아. 한마디로 돈이 복사된다고.
중위권 100퍼센트 VS 최상위권 75퍼센트.
어디에 걸어야겠냐?
배런 안 찍는 새끼들은 도대체 뭐야? 왜 살아?
ㅋㅋ특히 이 상황에서 돈 벌어 보겠답시고 주식이나 하는 놈들 #$%&^ 깝치지 마.
더 이상 답답해서 말할 필요도 못 느끼는데, 하나 경고한다.
성지한이나 그밖에 찌끄레기들 픽한 새끼들 애국하는 ‘척’, 분석력 좋은 ‘척’ 꼴값 떨다가는 그냥 마구 갈겨 버린다.
깽값? 변호사? 배런이 해 준다.
나는 무적이다.
배런은 “신”이고.
자.
이것 봐라.
10억 배런한테 박은 인증 간다.
그러면서 글 아래 뜨는 스크린샷에는, 배런에게 100만GP를 건 것이 떡하니 나타나 있었다.
“오. 좋은 사람이네.”
그리고 성지한은, 그걸 보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좋은 사람이야? 저게?”
“어. 저 사람 10억 내가 가져갈 거니까. 어쩐지, 내 배당률이 좀 올랐더라고.”
“올랐어? 아…… 그것보단 최근에 무슨 배런 하이라이트 영상이 핫 토픽으로 올라오던데, 그 영향인가?”
배런의 하이라이트 영상.
브론즈리그를 씹어 먹던 대마법사의 하이라이트 모음에, 대중은 열광했다.
성지한도 그간 압도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 주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영상으로 보여 주는 것에서는 전사보단 마법사가 더 스펙타클하기 때문인지, 대중은 이미 배런에게 마음이 쏠린 상태였다.
그리고 성지한은, 그게 너무 고마웠다.
“응. 다수 킬까지 포함하면 거의 5배로 바뀌었더라고.”
“와…… 그렇게 올랐어?”
윤세아는 눈을 반짝이며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삼촌. 나도…….”
“아니. 하지 마.”
“확실한 거라며!!!”
“내가 번 돈 다 너한테 줄 테니까, 도박은 그냥 하지 마.”
성지한의 단호한 말에 윤세아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자신을 도박 중독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마음은 알겠지만.
5배인데…….
성지한이 그렇게 확신하는 거면, 50억만 투자해도 250억인데!
그게 정말 욕심이 안 나는 건가?
“……쳇. 나도 삼촌 도와주려고 그런 건데.”
성지한은 피식 웃으며, 윤세아의 등을 두드렸다.
“날 도와주려면. 돈은 생각하지 말고, 훈련을 하세요.”
“윽.”
“자. 오늘 할 일이 뭐라고?”
“팔 굽혀 펴기 300개. 윗몸 일으키기 300개. 스쿼트 300개. 런닝 머신 30km…… 입니다아…….”
“그래서, 얼마나 했을까?”
“아직…… 안 했습니다…….”
“자~ 그럼 이제 해야지?”
윤세아는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레어 스탯을 얻기 위한 방법이라면서 성지한이 알려 준 훈련 방법은 너무 단순 무식했지만.
그래도 이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나 훈련하러 갈게. 삼촌. 컴퓨터 꺼 줘.”
“응.”
그렇게 윤세아가 방 밖으로 나가고.
성지한은 켜진 컴퓨터에서, 배틀튜브에 들어갔다.
아까 이야기가 나온 배런의 하이라이트를 한번 보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해서 본 영상.
[ULTIMATE MAGE, Barron Williams!]궁극의 마법사라고 칭하는 제목처럼, 하이라이트 영상은 배런의 무자비한 강력함을 집중 조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지한은 그 모습에도, 오히려 웃음을 지었다.
“역시 싹수부터 노랬군.”
역시 저번 생의 세계 랭킹 1위는 변한 게 없었다.
그는 브론즈부터, 눈이 썩는 컨트롤을 자랑하고 있었다.
배런 윌리엄스.
그는…… 태생적인 발컨이었다.
* * *
[TOP 100 브론즈 승급전을 시작합니다.]전 세계 리그 1등, 미국 뉴욕 리그 1의 시간에 맞춰서 TOP 100 승급전이 시작되었다.
8월 25일, 미국의 뉴욕 시간대로는 저녁 6시.
13시간의 시차 간격이 있는 한국은 이 날짜가 8월 26일 아침 7시였다.
그와 동시에 전 세계의 채널 0에는 미국의 배틀넷 방송이 송출되기 시작했다.
각국의 리그 중, 파워 랭킹 1등을 달리는 뉴욕 리그가 혜택을 받아 전 세계의 경기 중계를 도맡게 된 것이다.
그 때문인지, 한껏 고양돼 있는 모습의 미국의 배틀넷 해설자와 캐스터가 열성적으로 중계를 진행했다.
=자. 8월의 TOP 100 승급전! 드디어 이날이 다가왔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브론즈리그가 첫 스타트를 장식하는군요!
=이번 브론즈리그의 승급전은 평소보다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요! 크리스토프, 왜 그랬죠?]
=그거야 당연히! 저희 아메리카의 라이징 스타, 배런 윌리엄스가 출전했기 때문이죠!
배런! 배런! 배런! 배런! 배런!
배런 윌리엄스의 이름이 거론되자마자, 해설 사이로 팬들의 광기 섞인 샤우팅이 BGM처럼 깔렸다.
SSS급 기프트의 소유자, 플레이어 배런 윌리엄스.
그는 이미 미국에서 톱스타를 능가하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배런에게도. 막강한 경쟁자가 있습니다!
=그렇죠! 그 배런보다도 리그 성적은 훨씬 뛰어난, 사우스 코리아의 플레이어 성! 그는 무려 한 게임도 1등을 놓치지 않은 괴물 같은 플레이어입니다!
=한 게임도 1등을 놓치지 않다니! 크리스토퍼 씨,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제가 자료를 검색해 보니 2010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명의 플레이어도 해내지 못한 기록입니다! 물론 사우스 코리아의 리그 수준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놀라운 기록이죠!!
우우우우우우!
배런의 대적자.
성지한에 대한 칭찬이 나오자, 야유 소리가 자연스럽게 깔렸다.
해설자들은 배틀넷 TOP 100 승급전 경기의 최초 중계권을 가진, 세계 리그 1등 미국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고 있었다.
중립적인 척하는 편파 해설과 미국 팬들의 직설적인 감정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래서 오늘 브론즈 승급전의 포커스는, 키 플레이어 배런과…….
=플레이어 성에게 집중될 예정입니다.
=자. 경기 시작 5초 전입니다! 경기 시작됩니다!
[5…… 4…… 3…… 2…… 1…….]시스템의 카운트다운을 마지막으로.
세계의 브론즈 TOP 100명을 모은, 별들의 전쟁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