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536
“흑색의 관리자는 대체 뭐 하고 계신대냐?”
배틀넷에서 가장 높은 서열.
‘상시 관리자’ 중 한 명인, 흑색의 관리자.
공허의 주인이자, 같은 상시 관리자인 백색의 관리자도 그 힘에 대해선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그는.
막상 백색의 관리자가 개입한 게 드러났는데도, 별다른 액션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놀고 있나 싶었는데.
“백색의 관리자에게 저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서, 앞으로 1천 년간 배틀넷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받았대.”
“……그걸로 끝?”
백색의 관리자가 천 년 봉인된 것에 그친 건가.
성지한이 아쉬워하자, 윤세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다고 백색과 사생결단을 내서, 배틀넷을 폐쇄할 순 없잖아?”
“백색이 죽으면 배틀넷이 사라지냐?”
“응, 시스템을 유지하는 건 백색의 권능인걸.”
흑색의 권능, 공허는 주로 삭제를 담당했는데.
반대로 백색은 시스템 유지에 관여하나.
“백색이 명계로 공허를 대체하려고 했는데, 흑색의 관리자는 참 마음이 넓군그래. 봉인으로 끝내고 말이야.”
“뭐…… 여러 가지 양보받은 것도 있다고 메신저가 그러더라. 그런 세부 사항까진, 나한테 알려 주지 않았지만.”
“그래? 뭐, 흑과 백의 사정은 대강 알겠어. 근데.”
스윽.
성지한은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녹색의 관리자는 왜 내버려 두고 있지?”
“녹색의 관리자?”
윤세아는 그 물음에, 고개를 갸웃했다.
“지구가 식민지 된 거 말하는 거야? 이런 사소한 일까지, 신경 쓰진 않으셔.”
“사소한 일인가.”
“응. 인류라 해 봤자 중하급에 불과한 종. 이들의 흥망성쇠는 흑색의 관리자께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거든.”
공허에 있어선.
인류가 세계수 연합의 식민지가 되든 말든 관여할 바 아니란 건가.
‘하긴, 그렇게 다른 종족 챙겨 주는 동네가 아니었지. 저긴.’
공허가 원래 맡고 있는 역할은 존재의 소멸.
녹색의 관리자가 인류에게 스탯 청을 뽑아내건 말건.
흑색의 입장에선 전혀 상관이 없는 문제였다.
“오히려 관리자께서 관심을 지닌 건 삼촌이었어.”
“나? 내가 나온 건 흑색이 아나 보네.”
“응…… 그, 아마 나 때문인가 봐.”
윤세아는 뺨을 긁적였다.
“아레나의 주인 테스트를 보면서 삼촌과 만난 정보도, 자연스럽게 흘러갔거든…… 미안.”
윤세아가 공허에 소속된 이상, 이거야 어쩔 수 없지.
“뭐, 그거야 괜찮아. 상시 관리자니 어떻게든 알았겠지. 그것보다, 나한텐 뭔 관심을 보였지?”
“삼촌이 적색의 관리자를 가둔 봉인…… 그게 풀리면,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하셨어.”
봉인이라 함은, 청홍에 갇힌 헤븐넷을 말하는 건가.
“녹색은 사소한 일이라며 내버려 두더니, 이런 건 신경 쓰나.”
“그건, 공허를 대체할 힘이었잖아? 그럼 사소한 일이 아니지.”
“그래…….”
백색마저 봉인시킨 흑색의 관리자가 경계하는 건, 헤븐넷이었나.
성지한이 미간을 찌푸리자, 윤세아가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아. 물론, 봉인이 완전히 풀려서 명계가 세상을 뒤덮을 정도가 되어야. 흑색께서 개입하실 거야.”
“완전 개방 정도가 아니면, 이것도 그에게는 사소한 일인가?”
“아마도 그럴걸…….”
“흠.”
성지한은 윤세아의 말을 듣고,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일단, 은근히 신경이 쓰이던 백색의 관리자는 흑색에게 봉인당한 상태.
여기까진 좋았는데.
녹색의 관리자에 대해선 개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성지한의 청홍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는 건 그다지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물론 청홍이 완전히 개방되어야 개입할 거란 전제가 있긴 했지만…….’
녹색 놈은 별의별 짓거리 다 해도 넘어가는데, 왜 이쪽에 포커스를 맞추는 건지.
흑색도 참 도움 안 된다고 성지한이 생각할 때.
“근데…….”
윤세아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흑색의 관리자께서, 봉인 넘겨주면 상황을 대신 정리해 주겠다고 말씀하시긴 했어.”
“봉인을 넘기라니, 청홍을?”
“응. 절대로 강요는 아니고, 어디까지나 제안이라고 하셨지만.”
헤븐넷이 봉인된 청홍.
흑색의 관리자가 가장 걱정하는 이놈을 넘기면, 녹색을 대신 정리해 준다는 건가.
‘그럴 순 없지.’
넘긴다고 과연 상황을 해결해 줄지, 흑색을 온전히 신뢰할 수도 없을뿐더러.
만약 그렇다 해도, 성지한은 청홍을 넘길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녹색의 관리자를 처벌하는 건 자신의 손으로 해야 했으니까.
거기에.
‘녹색의 관리자가 나 대신 청을 수집해 주고 있는데, 이거 회수해야지.’
이번 기회에, 청의 등급도 SS에서 한 단계 더 올려야지.
성지한은 그렇게 결론을 짓곤 말했다.
“됐어. 없애도 내 손으로 없애야지. 남의 손 빌리고 싶진 않다.”
“역시 그렇지? 알았어.”
성지한이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윤세아.
그렇게 흑색의 관리자에 대한 이야기가 일단락되자.
성지한은 화제를 바꾸었다.
“그래서 너. 시험 통과했으니까 이제 완전히 아레나의 주인 된 거야?”
“아, 그거 말이지.”
윤세아는 그 질문에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이거 봐 봐!”
갑자기 윗옷의 단추를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얘가 시험 보고 오더니 이상해졌나.’
성지한이 삼촌 된 도리로 한마디 하려다.
“……어?”
두 눈을 크게 떴다.
거기엔, 살갗 대신.
우주의 형상이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다.
* * *
“헤헤, 놀랐어?”
“이거…… 코스모스라고 했던가.”
“맞아.”
우주 형상의 얼굴을 했던 아레나의 주인.
공허의 메신저는, 이걸 일컬어 코스모스 종이라고 지칭했었다.
윤세아도 아레나의 주인이 되면, 얼굴이 저렇게 변화하나 했더니.
“얼굴은 그대로네?”
“응, 아직은 상반신만 변했어. 다 변하려면 한 300년 걸릴걸?”
“300년?”
그 긴 세월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다니.
진짜 이젠 인간종을 초월한 느낌이 물씬 났다.
‘이것 참. 벌써 이렇게 변할 줄이야…….’
예전에 윤세아가 아레나의 주인 모자를 받으며, 공허 소속이 되었을 때.
성지한은 무신과 적색의 관리자를 없앤 후, 이를 원래대로 되돌리려고 했다.
윤세아는 그냥 인간으로 잘 살기를 바랐으니까.
한데, 명계를 봉인하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간 조카는 공허에서 자리를 잡더니, 어느새 이렇게 종까지 진화해 버렸다.
“넌 괜찮아?”
성지한은 그녀의 몸을 보곤 그리 물었지만.
“응? 왜? 난 코스모스 돼서 너무 좋은데?”
윤세아는 그 질문을 들으며 눈만 깜빡였다.
“오히려 완전 진화까지 300년 남은 게 아쉬워.”
“인간에 미련은 없고?”
“미련? 옛날엔 조금 있었는데…… 삼촌 기록말살형 투표할 때 다 사라졌어.”
윤세아는 피식 웃었다.
“사실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때의 투표,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야. 지금 당장 나랑 가족들 강등돼서 죽게 생겼는데…… 삼촌만 잊으면 살려 준다잖아. 죽는 거보단 한 사람을 잊어버리는 게, 당연히 합리적인 선택이지.”
“…….”
“하지만 그냥…… 아무리 세계수 연합의 계획이었다 해도, 그 상황에 몰린 거 자체가 환멸이 났어. 이렇게 외부 환경에 쉽게 휘둘리느니, 당당히 자립하고 싶었거든.”
성지한의 기록말살형을 두고 벌어졌던 투표.
거기서 느꼈던 무력감과 회의가 상당했는지.
그녀는 예전보다도 종족이 뒤바뀌는 걸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립이라고 해도 공허 소속인데?”
“그거야 그렇지만…… 삼촌처럼 관리자가 아니고서야 다들 어딘가 소속될 텐데. 이왕 어디에 소속될 거면 센 놈에 붙는 게 낫지 않아?”
이왕 소속될 거면 센 쪽인가.
인류보다야 공허, 백이 든든하긴 하지.
“알았어. 네 생각이 그렇다면.”
“오 삼촌. 코스모스 지지해 주는 거야?”
“뭐, 네 뜻이 확고해 보이니까 반대는 안 하마.”
어차피 지금은 반대한다고 해도 되돌릴 수도 없을 정도로 진행된 코스모스 화.
성지한은 굳이 대안도 없는데, 무작정 반대할 생각은 없었다.
대신.
‘청이 SSS급이 되면, 금륜적보를 구현할 수 있을 테니…… 그때가 되면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어.’
아소카가 보여 주었던 권능, 시간역행.
스탯 청을 지금 수준에서 한 단계 더 발전시키면, 이걸 지금보다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겠지.
그럼, 그때 가서 다시 뜻을 물어봐야겠다.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윤세아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역시 삼촌! 고마워. 그럼 응원하는 김에, 나중에 엄마도 같이 설득해 줄래? 코스모스 되면 누구랑 결혼하겠냐고, 종족까진 바꾸지 말라고 말리셨거든.”
“그런 건 네가 알아서 해라.”
“에이…… 인심 쓰는 김에 더 쓰지.”
“난 어디까지나 반대를 안 하는 거지, 찬성도 아니야.”
“아, 중립이네 그럼.”
성지한의 대답에, 윤세아는 아쉬워했지만.
“알았어…… 내가 직접 말씀드려야겠지. 좋아…….”
그러면서 풀었던 단추를 다시 잠갔다.
“응? 근데 왜 잠가.”
“헤헤. 그게 꼭 오늘일 필요는 없잖아?”
그러면서 그녀는 성지한의 손을 잡아끌었다.
“테스트 때문에 귀환 축하 파티도 못 했는데. 오늘 하자!”
그놈의 파티.
꼭 하고 싶나 보네.
성지한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자.”
스스스…….
그러면서 성지한이 김지훈의 몸을 놔둔 채 원래의 형상으로 빠져나오자.
윤세아가 눈을 깜빡였다.
“그건 왜. 놔두고 가게?”
“껍데기를 굳이 데려갈 필요 없잖아?”
“어…… 근데 나 남자 하프 엘프 좀 궁금해서 그런데. 데리고 가면 안 될까?”
김지훈의 껍데기에서 나온 성지한은 이를 쳐다보았다.
이 어설픈 모조품이 왜 궁금하단 건진 모르겠지만.
데려가는 거야 어렵지 않았다.
‘세계수 연합의 추적 신호야, 가볍게 조작하면 되니까.’
세계수 연합의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자동 위치 추적 기능이 달린 김지훈의 몸뚱어리.
하나 성지한은 이를 쉽게 왜곡할 수 있었다.
“그래.”
삑. 삑.
성지한이 김지훈의 몸을 몇 번 두드리자, 뒤바뀌는 위치 정보.
그는 그 몸뚱어리를 들고는.
“가자.”
윗집으로 올라갔다.
* * *
소드 팰리스의 펜트하우스.
“와, 진짜 신기하네.”
윤세아는 신기한 듯, 인형처럼 누워 있는 김지훈의 몸뚱어리를 이리저리 만져 보았다.
“삼촌이랑 뭔가 어설프게 닮아서 이상한데?”
“세아야, 이게 제일 많이 닮은 버전이야.”
“진짜? 다른 남자 하프 엘프들은?”
“더 이상해.”
그러면서 성지아가 김지훈의 몸을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저 얼굴로 나한테 작업을 건 사람 있었는데, 얼마나 소름이 돋던지…….”
“아니, 엄마한테 작업을 걸어? 엄마 나이 몰라 그 사람?”
“그 인간, 아니 하프 엘프도 얼굴만 저렇지 40대였거든?”
“아하, 하긴 다 젊진 않겠구나.”
허우대만 성지한이고 속은 40대 남성이 들이댔다는 이야기에 납득하는 윤세아.
그걸 보고 성지아는 기분이 나쁜 듯 얼굴을 찡그렸다.
“얘. 그렇게 납득하지 말아줄래? 젊은 애들도 엄마한테 구애 많이 했거든?”
“그래? 근데 왜 솔로야 엄마.”
“동생 실종되고 딸은 삼촌 찾는다고 집 나갔는데 무슨 연애를 해.”
“이젠 다 돌아왔으니까 해도 되겠네?”
“어휴…… 그래. 눈에 차는 남자 있으면 엄마도 알아서 만날 테니까. 너나 좀 만나라.”
“아. 알았어.”
엄마의 말에, 코스모스가 된 게 떠올랐는지 시선을 돌리는 윤세아.
“얘. 너 그렇게 여유 있을 때가 아니야. 이제 나이가 몇인 줄 아니?”
성지아가 그걸 보곤 더 잔소리를 하려고 할 때.
삑. 삑삑. 삑.
현관 쪽에서, 벨소리가 들렸다.
“응? 누구 왔나 봐.”
“아, 너희 아빠 불렀어. 너 오면 불러 달라고 했거든.”
“응응. 내가 나갈게.”
윤세아가 밝은 얼굴로 나가자.
성지한은 성지아에게 말했다.
“누나. 그럼 나 잠시 내 방에서 은신해 있을게.”
“아…… 응. 미안해. 금방 보낼게. 저 사람.”
“에이. 오랜만에 부녀상봉인데 시간 보내야지.”
그렇게 성지한은 김지훈의 몸뚱아리를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세아야……!]처음엔, 윤세진이 돌아온 딸을 보면서 너무 반가워서 울먹일 정도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지만.
[……근데 집에, 손님 왔었니?] [응? 누가 와 여기에?] [아니, 바닥에.]딸을 반기던 아버지의 목소리는.
[……하늘색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어서 말이야.]점점, 가라앉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