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546
“……뭐?”
아니, 갑자기 무슨 왕 소리야.
성지한은 황당하단 눈으로 자기를 닮은 세 머리를 바라보았다.
‘아까 엘프를 너무 빨리 죽였나.’
자꾸 지한아 지한아 하길래 단번에 태워 버렸는데.
어떻게 저걸 만들었는지는 좀 들을 걸 그랬군.
적색의 불에도 견디는 머리는.
또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난 인류의 왕…….”
“씨를…… 뿌려야…….”
“살려라…… 날 살려라…….”
인류의 왕에, 씨를 뿌린다고?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거, 길가메시의 단골 멘트잖아.’
하지만 그놈이 살아났을 리가 없는데?
그는 길가메시의 최후를 떠올려 보았다.
무신과 마지막 결전을 펼치기 직전.
-길가메시. 내 이름이 뭐라고?
-네 이름? 성지훈…… 이 아니라, 한? 서, 성지한? 잠. 잠깐!
길가메시를 실컷 이용하고 살려 주겠단 계약을 했던 성지한은, 관리자 권한으로 이름을 잠시 변경했다.
그러곤 봉황기로 그의 가슴을 꿰뚫어서, 확실하게 태워 버렸다.
길가메시의 끈질긴 재생력을 알고 있는 그였기에.
후환을 남기지 않기 위해, 확실하게 뼛가루도 남기질 않았는데…….
그때.
스스스스…….
성지한의 등 뒤에 둥둥 떠 있던 청홍에서, 붉은 눈이 떠올랐다.
[이자는…… 길가메시의 파편인가.]“넌 쟬 어떻게 아냐?”
[그는 적색의 대기. 원래는 내가 명계를 만들기 위해 쓸 예정이었지.]“적색의 대기라…….”
[호오. 너도 아는 눈치로군.]“그래서 이놈을 흔적도 없이 태워 버렸거든.”
애초에 길가메시를 확실히 죽이기로 마음을 먹은 주 요인이.
그가 지닌 기프트, ‘적색의 대기’ 때문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적색의 관리자에게 큰 도움이 될 거 같아서.
아예 후환이 되기 전에 싹을 잘라 버렸지.
[그래서 내가 살렸을 때 적색의 대기 기프트가 없었군.]“……범인이 너였냐?”
[그런 것 같다. 기프트가 없는 그는 관심 외라 그냥 터뜨려 버리고 말았으니까.]길가메시의 재생을 염려한 성지한과는 달리.
적색의 관리자는 그냥 그를 터뜨려 죽이는 선에서 그쳤다.
그럼 육체의 파편이 남아 있을 테니.
길가메시가 이를 통해 재생했겠군.
‘근데 왜 여기서 내 머리가 되어 있는 거냐. 이놈은.’
성지한은 불에 저항한 상태로, 웅얼거리는 세 머리를 바라보았다.
“살려…… 라…….”
“씨…… 뿌려…….”
“난…… 왕…….”
마치 앵무새처럼 생존 욕구와 번식욕, 그리고 왕임을 말하는 상대.
어째 영, 제정신으로 보이진 않았다.
[세계수 연합이 인류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붙잡힌 모양이군. 그러고는 생체 실험을 당하는 중인가.]“그런가 보네.”
청색의 관리자한테 죽더니, 적색이 부활시켰다가 또 죽이고.
어째 저째 살아남으니, 그다음엔 녹색이 와서 붙잡아간 건가.
세 관리자한테 어째 돌아가면서 당하네.
‘그놈 참, 재수도 없군그래.’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세 머리를 내려다보았다.
현 상황에 대해선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계속 길가메시가 지녔던 욕망만 중얼거리고 있는 상대.
인지 능력이 현저히 낮아진 걸로 보아하니, 저게 길가메시의 완전체 같진 않았다.
아마 파편 정도만 가지고 실험을 진행 중이었던 건가.
‘근데 왜 저놈을 나한테 끼워 넣냐 이거지.’
지금까진 성지한 키메라를 보며, 그냥 미친 엘프 하나가 또 괴상한 실험 하나 싶었는데.
길가메시의 파편이 나온 순간, 이야기는 달라졌다.
이 실험에, 뭔가 의도가 있지 않을까.
[저 머리에 대해 정밀 검사를 추천하지. 스탯 적, 어차피 이 행성의 세계수로 충전하면 되지 않나.]“그래.”
어차피 현재로선 남아도는 능력치인 적.
여기서 정밀 검사로 좀 낭비한다고 해도, 아까울 건 없었다.
[스탯 적이 10 소모됩니다.]지이이잉…….
성지한의 검에서, 붉은빛의 레이저가 빠져나오더니 세 머리를 스캔했다.
그러자, 거기서 신체의 조직 구성부터 시작하여.
수많은 데이터가 도출되었다.
그리고 이 중.
[성좌 ‘길가메시’의 파편] [‘기프트 – 청색의 대기’ 생성 프로젝트의 주 물질]확연히 그의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 * *
‘청색의 대기라니…….’
성지한이 알고 있는 대기 기프트는 두 가지.
윤세아가 지닌 공허의 대기와, 길가메시의 적색의 대기였다.
근데 세계수 연합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는.
청색의 대기를 새롭게 만들려고 연구 중이었던 건가.
[한 번 대기 기프트를 지녔던 길가메시에게, 청색의 대기를 생성하려 한 건가. 확실히 완전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보다는 쉽겠군.]적색의 관리자는 이 시도를 보곤, 흥미롭다는 듯 말을 이었다.
[이그드라실…… 그녀는 무슨 수를 써서든 네 능력을 갈취하고 싶은 것 같다. 길가메시의 파편은 이 연구실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청색의 대기를 만드는 데 쓰이고 있겠지.]“다른 곳에서도 이런 키메라가 양산되는 건가.”
[그건 알 수 없다. 널 어설프게 닮은 저 키메라는, 이 연구실 주인의 취향일지도 모르니까.]“흠…….”
길가메시야 어떻게 되든 사실 알 바 아닌데.
그놈을 매개체로 청색의 대기가 만들어지는 게 문제네.
‘이거.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선, 연구실이 있는 곳을 더 털어야겠는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손을 세 머리로 가져갔다.
저기서 데이터는 뽑아먹을 만큼 뽑아먹었으니.
이제 불에 저항하는 머리를, 직접 태워 버릴 생각이었다.
툭.
그가 그렇게 머리에 손을 대자.
위이이잉…….
거기서 푸른빛이 미세하게 번뜩이더니.
[기프트 – 청색의 대기(미완성)를 감지합니다…….] [미완성 상태의 기프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기프트를 획득하시겠습니까?]그에게 청색의 대기를 얻겠냐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어디, 어느 정도 수준까지 만들었나 볼까.’
미완성이라고 해도, 이렇게 기프트 추가까지 될 정도니 어느 정도 구색은 갖추고 있을 터.
성지한은 청색의 대기 기프트를 획득했다.
그러자.
[플레이어가 스탯 ‘청’과 완전히 일체화되어 있습니다.] [‘기프트 – 청색의 대기’가 업그레이드됩니다.]성지한이 청색의 관리자라서 그런지.
기프트가 금방 업그레이드되며, 미완성 딱지가 사라졌다.
그는 기프트 설명을 열어 보았다.
기프트 – 청색의 대기 (등급 C)
-스탯 ‘청’을 담을 수 있는 기프트.
-기존의 한계치에서 추가로 상한선이 늘어나, 능력을 더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그릇의 기반 물질이 부족하여 스탯 ‘청’을 담아내는 역할이 제한됩니다.
스탯 청의 상한선을 올려 주는 청색의 대기.
이건 현재 능력치가 999에서 멈춰있는 성지한에게는, 꼭 필요한 기프트였다.
근데, 막상 청은 담을 수 있는데.
그릇을 만들 ‘물질’이 부족해서, 기프트가 제대로 활용되질 못했다.
‘이래서 등급이 C밖에 안 되나.’
이건 뭐 물은 넣을 수 있는데, 물통이 없는 셈이니까.
“아깝네…….”
성지한이 아쉬움을 삼킬 즈음, 적색의 관리자가 말했다.
[물질이 부족하면 구하면 되지 않는가?]“그걸 어디서 구해?”
[길가메시의 파편을 해체해 보아라.]“아, 맞네.”
꽈악!
성지한이 주먹을 움켜쥐자, 머리가 사라지며.
슈우우우우…….
그의 손으로 무언가가 빨려 들어갔다.
그와 함께.
[기프트 – 청색의 대기가 B등급으로 업그레이드됩니다.] [스탯 청의 상한선이 30 오릅니다.]청색의 대기가 B급으로 오르며, 청의 상한선이 같이 상승했다.
‘30?’
성지한은 얼른 상태창을 확인했다.
그러자, 거기엔.
기존의 999에 머물러 있던 스탯 청이, 1029로 올라 있었다.
‘오…… 쓸 만한데 이거?’
스탯 청의 등급이 SS라, 능력치가 999에서 멈춘 바람에.
지금까지 성장이 멈춘 거나 다름없던 성지한.
이런 상황에서 청색의 대기는, 현재 그에게 가장 필요한 기프트였다.
‘길가메시 놈이 도움 될 때도 있네.’
지금은 그의 파편 일부만 흡수해서 +30이지만.
다른 연구실도 돌면서 길가메시의 파편을 찾다 보면, 한계치를 더 늘릴 수 있겠지.
이러면 자동적으로, 그가 다룰 수 있는 스탯 적도 늘어나게 된다.
‘앞으론 연구실 위주로 침공을 해야겠네.’
이젠 D급 세계수 털어 봤자 뭐 얻는 것도 없으니.
그것보단, 길가메시의 파편으로 대기를 완성하는 게 더 효율적이겠어.
성지한은 그리 판단하곤, 완전히 소각된 연구실에서 빠져나왔다.
이제 그가 노리는 건, 이 행성의 세계수.
“저, 적색의 관리자, 왔구나……!”
“전투 준비를!”
“곧 구원군이 더 도착할 것이다……!”
성지한이 다가가자.
많은 수의 엘프 군단이 방어 태세를 갖춘 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구실에서 예상보다 더 시간을 써서 그런가. 원군이 벌써 꽤 와 있네.’
요즘은 5분 내로 세계수 파괴하고 떠 버려서, 엘프 군단이 오기도 전에 상황이 끝나 있었는데.
이번 연구실이 있는 행성에선, ‘청색의 대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소모해서 저쪽도 준비가 끝나 있었다.
그래도.
‘이그드라실이 직접 나서지 않는 한, 이 정도로는 안 되지.’
휙!
성지한이 손을 한 번 흔들자.
거대한 불의 파도가 피어오르며 엘프 군단을 덮쳤다.
“온다.”
“배리어를……!”
“세계수와 공명하라. 모든 힘을 끌어내야 적색의 관리자에게서 버틸 수 있다……!”
지이이이잉……!
군단을 보호하기 위해, 일제히 떠오르는 녹색의 배리어.
하나, 불의 파도는 이를 통째로 집어삼키며.
전방의 엘프 대부분을 일제히 태워 버렸다.
아무리 고엘프가 이끄는 최정예 부대라 한들.
적색의 관리자의 힘을 펑펑 쓰고 있는 성지한에겐, 그다지 위협적이질 못했다.
‘흠…… 이제 곧 새 엘프 올 테니까, 쓰레기장은 다음에 가야겠네.’
총독 미아가 아까 복귀하면서, 수 시간 내에 새 엘프가 온다고 했지.
그러니 여기서의 일, 빨리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새 엘프가 파견되면, 그땐 드라마 시청 모드로 놔둘 수 없으니까.
‘오늘은 이 행성의 세계수만 없애고, 김지훈의 몸으로 돌아가야지.’
성지한은 그렇게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하곤, 계속 전진했다.
그가 다가올 때마다, 급속도로 허물어지는 방어진.
“여, 역시 관리자…….”
“이건…… 이그드라실께서 강림하셔야만, 막을 수 있어.”
“다른 원군이…… 와 봤자 의미가 있습니까?”
엘프 군단의 수뇌부는 여유롭게 걸어오는 적색의 관리자를 보곤 절망했다.
아무리 힘을 써도 상대는 막을 수 없는 재앙 그 자체.
손짓 한 번에 생겨난 불의 파도는.
엘프들이 아무리 배리어를 치고, 몸을 던져 막아 보려 해도.
아무런 타격 없이, 군단을 덮치고 있었다.
이 속도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수가 있는 곳까지 닿겠지.
“이건…… 도저히 막을 수가 없군. 다음 원로원 회의 때, 전략 수정을 건의해야겠네.”
“저도 그 의견엔 동의합니다만…… 저희에게 다음이 있겠습니까?”
“아, 그렇군. 어차피 후퇴도 못 하는데 말이지…….”
화염의 파도 앞에서.
원로인 고엘프들도 이미 패색이 짙은 상태로 죽음을 기다렸다.
그래서일까.
위이이잉……!
하늘 위에 초록색 포탈이 떠올랐을 때.
‘아니…… 지금 구원군은 의미가 없는데.’
‘또 죽으러 오는군…….’
‘어디서 파견되었는지는 몰라도 불쌍하게 되었어.’
엘프 군단은, 구원군에 대해서 반가움보다는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다.
어차피 와도 저 불의 파도 앞에선 개죽음이니까.
하지만.
이번에 도착한 엘프 부대는, 기존의 이들과는 사뭇 달랐다.
“아…….”
“저 검은…….”
100명으로 이루어진 이들은.
모두 청검을 들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스르르릉……!
이들이 일제히 전방에 서서, 검 끝을 불의 파도로 향하자.
슈우우우……
처음으로 불길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오오…….”
“처, 청검. 효과가 있는가!”
약해지는 불의 파도에, 엘프 원로들의 얼굴이 화색이 돌았을 때.
‘오늘은 뭐 시켜 먹지…… 응?’
집에 돌아가서 이번엔 뭐 배달 시킬까 고민하던 성지한은.
불의 파도가 약해진 걸 보곤 두 눈에 이채를 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