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55)
…….
[‘왕 중의 왕 – 브론즈’ 칭호를 획득합니다.]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성지한을 기다리고 있는 건 무수히 쏟아지는 시스템 메시지였다.
‘과연 TOP100이네.’
전 세계 브론즈 중 1등이란 거창한 타이틀만큼, 보상은 상당했다.
그렇게 보상 목록을 하나하나 체크해 나가던 성지한은 이번에 얻은 한 칭호를 주목했다.
[왕 중의 왕 – 브론즈]-TOP 100 승급전에서 우승한 이에게 주어지는 칭호.
-실버 리그에서 모든 능력치가 +5 상승하며, 경험치 증가 50퍼센트 효과가 적용됩니다.
‘브론즈리그의 지배자’의 상위 호환이나 다름없는 칭호였다.
‘드디어 튜토리얼을 제패한 자 칭호를 떼겠군.’
성지한은 그간 쏠쏠히 사용해 왔던 칭호를 교체하고, 계속해서 시스템 메시지를 체크했다.
[TOP 100에서 우승했습니다.] [특수 업적, ‘TOP 100에서 우승’을 클리어했습니다.] [업적 포인트 10,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기프트 없이 TOP 100에서 우승했습니다.] [특수 업적, ‘무재능으로 1위’를 클리어했습니다.] [업적 포인트 50,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방랑하는 무신에게 고마워해야 하나.’
무신이 F급 기프트를 떼 간 뒤, 대신해서 얻은 업적 포인트만 해도 벌써 9만이나 됐다.
특히 기프트 없이 TOP 100에서 우승한 업적은, 에픽 퀘스트에서 받은 업적 포인트 보상과 동급일 정도로 엄청났다.
이는 기프트가 없는 상태에서 여기까지 올라오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었다.
‘이걸 어떻게 써먹을까…….’
그렇게 성지한이 쏟아지는 보상에 어떻게 자신을 강화할지 행복한 고민에 잠길 무렵.
벌컥!
“삼촌!!!”
방문이 급히 열리더니 윤세아가 뛰쳐 들어왔다.
윤세아의 표정은 심각하기 그지없었다.
얼마나 안절부절못했었는지 낯빛도 새파랬다.
“어, 세아야. 방금 돌아왔…….”
“어디 좀 봐.”
성지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몸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하는 조카였다.
이내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하곤 한시름 놓은 듯한 윤세아가 자초지종을 물었다.
“큰일 나는 줄 알았어. 잘만 나오던 화면이 삼촌이 배리어를 깨고 나니까 다 꺼멓게만 나오고…… 괜찮은 거지?”
“그럼! 아무렇지도 않은걸.”
그림자 검에 팔이 잘리긴 했지만, 그 정도야 배틀넷 하면서 언제든지 입을 수 있는 부상이다.
거기에 지금의 배틀넷은 온라인 게임이나 다름없으니, 현실로 돌아오면 아무런 타격이 없고.
“이것 봐. 셔츠도 그대로잖아.”
성지한이 양손을 들어 보였다.
벽력섬뢰를 사용하며 타들어 갔던 오른팔은 셔츠까지 복구되어 멀쩡했고.
하늘 높이 치솟은 어둠의 검에 잘렸던 왼쪽 팔은…….
“……삼촌, 여기는 잘렸는데?”
팔꿈치 부분부터 셔츠가 사라진 채, 맨살이 드러나 있었다.
“이건…….”
순간 성지한의 눈살이 좁혀졌다.
성좌에게 베인 쪽은, 현실 세계에 와서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는 건가?
그래도 팔이 통째로 잘리지 않고 옷만 사라졌으니 다행인가 싶었지만.
그러한 안도도 잠시였다.
윤세아가 기겁을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사, 삼촌! 팔, 팔!!! 왜 그래!”
“……!”
성지한의 왼팔에 검은빛이 물들더니, 그쪽 부분만 어둠에 잠긴 것처럼 형태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윽고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어둠에 잠겨 깔끔하게 사라져 버린 왼팔.
성지한은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일단 팔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정상이었다.
‘없어졌다는 느낌은 전혀 아니야. 움직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성지한이 왼팔을 움직이려 했다.
그 순간.
스으으으-
어둠 속에서, 갑자기 왼팔이 멀쩡하게 튀어나왔다.
“뭐, 뭐야? 팔 있네?”
“응. 내 느낌으론 정상이야.”
“어…… 삼촌? 팔꿈치 쪽에 이상한 문신이 있는데?”
“문신이라고?”
윤세아의 말에 성지한이 팔을 돌려 보자, 과연 팔꿈치에 검은색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태양을 형상화한 문양이었다.
꿈틀-
게다가 가장자리의 문양은 빙글빙글 움직이기까지 했다.
이 알 수 없는 사태에 둘이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
[——.]문양에서부터,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려왔다.
흑안의 다크엘프가 말했을 때와 비슷한 언어였다.
“……세아야. 이 소리, 들려?”
“응? 무슨 소리?”
“…….”
윤세아는 인식하지 못하는, 성지한에게만 들리는 소리였다.
하나 성지한으로선 대체 뭐라고 이야기하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할 노릇이었다.
그런 성지한의 마음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눈앞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태양의 그림자(저주)]-등급 : ? (저주 상태)
-성좌 ‘그림자 여왕’의 단말.
-저주 상태로 몸에 깃들어 있습니다.
-저주 상태가 풀릴 때까지, 사용자의 GP와 경험치를 흡수합니다.
‘태양의 그림자?’
팔이 잘렸을 때 딸려 들어온 건가.
설명만 보면, 플레이어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경험치와 GP를 흡수하는 끔찍한 저주였다.
물론 그렇게 흡수하여 저주가 풀리면 어떻게 변화할지는 모르겠지만.
‘갈 길이 바쁜데 이거에 경험치와 GP를 빼앗기긴 아까워.’
그렇다고 팔을 잘라 낼 수도 없는 노릇.
혹시나 해서 신성력을 팔꿈치 쪽에 보내 봤지만, 일반적인 어둠의 기운과는 다른 건지 검은 태양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기운과 섞이기만 했다.
‘흠…….’
성지한은 조금 전의 메시지를 다시 살펴보았다.
메시지의 양식은 분명히 아이템 설명을 할 때 나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태양의 그림자도 아이템 취급을 받는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그럼, 긴급 복구도 사용 가능할까?’
성지한은 업적 상점에서 긴급 복구를 구매해 사용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태양의 그림자는 긴급 복구 가능 목록에 활성화되어 있었다.
‘좋아.’
어차피 이번에 획득한 업적 포인트도 많은데, 1만 정도야 사용해도 되겠지.
“긴급 복구.”
[‘태양의 그림자(저주)’를 복구합니다…….] [‘태양의 그림자(저주)’의 저주 상태가 극심하여, 일부만 복구됩니다.]‘한 번으로는 안 되나.’
동방삭의 붓이나 헤르메스의 외눈 안경 때와는 달리, 무려 성좌의 저주가 담긴 아이템이다 보니 긴급 복구를 사용했음에도 단번에 복구가 되지 않았다.
성지한은 큰맘 먹고, 긴급 복구를 한 번 더 구매해 사용했다.
[‘태양의 그림자(저주)’를 복구합니다…….] [‘태양의 그림자(저주)’의 저주 상태가 극심하여, 일부만 복구됩니다.]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두 번이나 날렸는데, 이대로 포기하기는 아쉽다.
마지막으로 긴급 복구를 사용하자고 생각하며, 성지한이 긴급 복구를 사용했다.
[‘태양의 그림자(저주)’를 복구합니다…….] [‘태양의 그림자(저주)’의 저주가 해제되었습니다.] [태양의 그림자]-등급 : SS
-성좌 ‘그림자 여왕’의 단말.
-성좌와 연결 고리를 유지하며, 그림자 지배 능력을 강화시킵니다.
-그림자검, ‘이클립스’의 형태로 변환 가능합니다.
-성좌 ‘그림자 여왕’의 권능을 통해, 등급을 올릴 수 있습니다.
[튜토리얼 기간입니다. ‘성좌의 단말’ 기능이 제한됩니다.]새롭게 드러난 아이템 설명을 보고, 성지한의 눈동자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등급은 SS.
거기에 성좌의 권능이 주어지면, 등급이 하나 더 올라갈 수도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상당히 쓸 만해 보이는 아이템이었지만…….
‘반쪽짜리 아이템이군.’
이 아이템을 사용하기 위한 선결 조건은 그림자 지배 능력의 사용이다.
그리고 그림자 지배 능력을 얻기 위해선, 성좌와의 연결이 필수.
하나 이를 위한 ‘성좌의 단말’ 기능은 튜토리얼 기간이라 제한되고 있었다.
‘내년까지 놔둘 수밖에 없나.’
이럴 거면, 당장 업적 포인트 3만을 쓰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성지한이 검은 태양을 바라보며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아까 어떻게 한 거야?]지금껏 무슨 말인지 전혀 몰랐던 다크 엘프의 언어가, 자동으로 번역되어 들려왔다.
“아까?”
[응……? 내 말. 들을 수 있어?]* * *
한편.
브론즈 리그 TOP100 승급전 중계진 쪽에선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화, 화면이 나오질 않습니다!
어느 순간 중계 화면이 어둠에 뒤덮이더니, 송출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허어, 선수 1인칭 시점으로 모드를 바꿔도 이러는군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배틀넷 중계 사상 초유의 방송 사고가 일어납니다!
=이럴 리가 없습니다. 이건 배틀넷 시스템이 주관할 텐데…….
방송에서는 해설자들의 목소리만 들릴 뿐.
화면은 시커멓게 변해,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 상황.
=크리스토프! 이러면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될지…….
=저,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사태는 처음이라.
또 한편.
집에서 이를 시청하고 있던 이하연은 TV를 부여잡고 절규하고 있었다.
“아아아! 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거액을 베팅한 배런이 망한 이상, 성지한이 1등을 쟁취해서 적게나마 베팅한 거라도 건져야 하는데!
그런데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질 모르니, 게임 결과가 어떻게 될지 감도 오지 않았다.
‘게임이 끝날 수 있었는데!’
그림자에 죽게 내버려 두지, 왜 다른 플레이어를 살려 준 거냔 말이다!
설마 우승할 생각이 없는 건가?!
성지한에게 에픽 퀘스트가 달려 있다는 걸 모르는 이하연으로서는 성지한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게 넋 나간 표정으로 검게 물든 화면을 쳐다본 지 몇 분이 지났을까.
[최후의 생존자 – 성지한]갑자기 검은 화면 위에, 짤막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어둠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성지한이 1등을 거머쥔 것이다.
“휴우우…….”
그제야 이하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살았다.
다행히…… 정말 다행히도 조금의 돈은 건졌다.
그런 이하연의 귓가에, 미국 해설의 말이 들려왔다.
=음…… 어떻게 된 건진 알 수 없지만, 플레이어 성지한! 그가 TOP 100에서 최종 우승하며 브론즈를 졸업합니다!
=소속 길드가 없는 플레이어가 이렇게 강력하다는 것이 드러났으니, 이제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겠군요.
=예. 제 5년 해설 경력을 걸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우리 미국은 꼭 이 선수를 영입해야 합니다. 돈이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꼭 정부에서 힘을 써 줬으면 좋겠군요!
=벌써 이 경기를 보고 협상단이 출발했을 겁니다! 기대해 보시죠!
순간, 이하연의 표정이 굳어졌다.
최소한의 돈이라도 벌고 나니, 토쟁이가 아닌 이성 길드 부장으로서의 마인드가 돌아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한 씨…… 세계를 상대로 자기 PR한 거네.’
SSS급 기프트를 지닌 배런을 한 방에 제압하고, 경기장 배리어까지 뚫은 규격 외의 플레이어가 있다?
더구나 지금은 튜토리얼이 끝나 가는 2020년.
각국이 내년을 대비하여, 뛰어난 플레이어를 영입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렇다면 성지한의 가치는…….
이하연의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이성에서…… 영입할 수 있을까?’
이성도 국내에서는 나름 먹어 주는 길드라지만, 전 세계에서 비교한다면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
‘이건 좀 힘들 거 같은데…….’
그리고 이하연의 걱정대로, 이번 경기를 관람한 각 나라의 배틀넷 전담 부서는 성지한이라는 최대어를 건지기 위해 여느 때보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특히 가장 먼저 행동을 개시한 나라는.
예전부터 성지한에게 관심이 있어 왔던, 일본이었다.
* * *
신 자위대의 간부 회의실.
“어떻습니까.”
수많은 자위대 간부들이 모인 이 자리에, 신 자위대 소속 영입부장인 다케다 카즈오는 기세등등한 얼굴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비록 상태창을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는 스스로의 능력을 TOP 100에서 증명했습니다.”
[최후의 생존자 – 성지한]다케다의 똥똥한 손가락이 회의실에 비치된 모니터 속 문구를 가리키자, 좌중에서 침음이 흘러나왔다.
“저는 다시 한번! 플레이어 성지한에게 있어서는! 상태창 자료가 없어도 ‘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확실히…… 대단한 인재이긴 합니다.”
“하지만 나는 좀 더 기다려야 한다고 보네. 기프트도 공개하지 않은 자를 영입했다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는다면 어쩌려고 하는가.”
“저도 그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그 수법’은 즉시 전력이 될 플레이어에게 사용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검왕처럼 말이죠.”
“음…… 나는 다케다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네. 저 플레이어의 잠재력은 한눈에 봐도 엄청나. 분명히 검왕만큼 클 재능이 있어.”
“아니, 그래도 이제 실버잖나! 그 방법을 사용하긴 너무 아깝지 않은가? 그냥 돈을 퍼부어 주세!”
“허. 돈 싸움이라면 우리가 미국을 이기겠나?”
신 자위대의 간부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상태창 공개 전엔 택도 없는 소리라며 일축했던 예전과 달리, 여론이 꽤 비등비등했다.
그 모습을 착잡한 눈으로 지켜보던 다케다는 회의실의 가장 상석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눈을 돌렸다.
“방위대신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국의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일본의 방위대신.
그는 가만히 토론을 지켜보다가,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이번 경기가 끝나자마자, ‘여신’께 메시지를 받았소.”
“여, 여신이시라면……?”
모든 간부들이 눈을 빛냈다.
그들이 언급하는 특수한 방법.
여신은, 이를 행하기 위한 주체였으니까.
“검왕과의 관계도 있고 하니. 일단 그에게는 분신을 보내겠다고 하시는군.”
“아…… 그렇습니까.”
“그럼 뭐 우리가 이렇게 토론할 필요도 없었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한데, 저희가 부탁드리지 않아도 여신께서 직접 나서시다니…….”
신 자위대 간부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들이 아는 여신께서는 그렇게 능동적인 분이 아니었다.
이렇게 먼저 움직이는 일은 정말로 드문데.
‘저자가…… 그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나?’
저 한국인에게 뭘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특이한 일이었다.
간부들이 그렇게 성지한에 대한 평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을 때, 방위대신이 입을 열었다.
“다케다.”
“넵!”
“지금처럼 한국에서 활동하며, 여신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분신이라고 하더라도 그분은 여신이시니, 절대로 예에 어긋나서는 안 되네.”
“아, 알겠습니다!!”
다케다는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크게 소리쳤다.
‘성 상. 여신께서 나서신 이상, 끝입니다……!’
다케다의 두 눈은 짙은 흥분으로 물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