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555
위조 계정을 통해 접속한 제보자 W 채널.
채널의 첫 화면은 다른 일반 채널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역시, 백색의 관리자가 운영하던 것이었나.]성지한과는 달리, 적색의 관리자는.
채널 첫 화면을 보자마자 이게 백색의 관리자가 운영하는 거라고 파악했다.
‘어떻게 알았지?’
[첫 화면에서부터,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보아라.]스스스…….
성지한의 두 눈에 적의 기운이 감돈다 싶더니.
새하얀 배경 화면에서 글자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연락해라, 적색이여] [나 없이는 네 일도 실패할 터이니] [네가 협력하면 흑색의 관리자도 상대할 수 있다] [청색의 관리자를 통제하고 싶은가? 내가 도와줄 수 있다] [넌 내가 필요하고, 나도 네가 필요하다]새하얀 배경 화면에서 어지럽게 떠 있는 글자들.
죄다 적색 보고 자기한테 오라는 메시지가 대부분이었다.
글자는 그렇게 자기보고 오라는 내용을 토대로, 유동적으로 바뀌더니.
[대기 시간이 길구나] [설마 글자가 보이느냐?] [혹시 너, 적색인가] [이 좌표로 오라. 여기서 접선하자]성지한이 첫 화면에서 가만히 대기하고 있으니, 이젠 접선 좌표까지 알려 주고 있었다.
‘얘 좀 집착 쩌는데?’
[헤븐넷을 그도 나처럼 원했으니까.]‘상시 관리자면 자기가 이 세계의 절대자인데, 왜 굳이 바꾸려 들지?’
[절대자라기엔 흑색의 관리자가 있지 않느냐. 거기에, 백색은 무한한 에너지원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 같았다.]‘흠…… 그렇군. 그래서 넌 갈 생각은 없고?’
[전혀 없다. 그는 결국 나의 작품을 가져갈 생각이니까. 그러느니 여기에 있는 게 낫지.]백색의 관리자의 만나자는 호소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는 적색.
아무래도, 청홍 안에 계속 있을 모양이군.
‘그럼, 메시지는 못 본 척하고 채널 구경이나 해야겠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재생 목록을 살펴보았다.
예전에 다룬 건 소소한 가십거리 위주였다면.
요즘은 죄다 적색의 관리자와 세계수 연합 간의 충돌을 다루고 있었다.
‘와, 이틀 전 것도 올라와 있네.’
저번에 윤세아 얼굴을 한 하이 엘프와 충돌한 영상까지, 빠짐없이 등록되어 있는 제보자 W 채널.
-어…… 적색의 관리자 왜 저 엘프 살려 줘?
-세계수만 먹고 사라졌네.
-예전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더니 세계수 연합도 대응 방법이 생기는 듯.
-그래 봤자 세계수는 털렸잖아 ㅋ
-연합에서 개척 행성 철수시킨다던데, 빈 행성이라고 함부로 가서 깃발 꽂진 마라.
-ㄹㅇ 그러다가 이번 일 해결되면 다시 털림.
‘연합이 철수하나 보군.’
영상 볼 수 있는 이들이, 성좌급의 계정을 지닌 이들이라 그런지.
리플에선 꽤 고급 정보가 나오고 있었다.
‘개척 행성이면, D급 C급 세계수들 있는 곳이었나.’
스탯 적을 채워 주던, 땔감 같던 세계수들.
능력치 떨어질 때마다 가서 충전하는 게 쏠쏠했는데, 연합에서 이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나 보네.
‘적 충전용으로 좀 남겨 둘까 했더니…… 다 철수하기 전에, 영원이라도 올려야겠네.’
스탯 영원은 50이 넘으며 성장세가 더뎌져서, 이제 2-3개의 세계수를 집어삼켜야 1 오르는 수준이었지만.
저쪽에서 철수한다니까, 이거라도 올려야지.
성지한은 그리 결심하곤, 또 건질 거 없나 리플을 쭉 바라보았다.
그러자.
-근데 왜 엘프들 댓글 다 삭제함? 왜 우리 영상 유출했냐고 항의했잖아.
-그러게 맨날 자기들끼리 좋아요 눌러서 베댓 차지하더니 ㅋㅋ
-뭔가 합의를 본 건가?
-세계수 엘프들이 일방적으로 영상 털린 건데 합의를? 연합이 그렇게 저자세로 나올 이유가 없는데.
-솔직히 보는 우리야 좋지만, 이 채널 이상하긴 해.
-ㄹㅇ 영상 어떻게 털어 오는 거야? 여기 뒷배가 어마어마한가?
-연합을 물러나게 할 정도면, 상시 관리자급밖에 없는데…….
-상시 관리자? W? 이거 혹시…….
-갑자기 하얀색이 눈에 들어오네요…….
세계수 연합이 물러나게 할 정도의 존재. 배틀튜브와 연관된 곳.
거기에 W라는 네이밍까지.
시청자들은 슬슬 이 채널의 뒷배가 누군지 알아채고 있었다.
‘세계수 연합이 물러났다는 게 큰 단서가 되었네. 그리고 연합 쪽에서도 물러난 걸 보면, 그들도 이 채널 주인을 알아챈 거 같고.’
리플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이 정도인가.
성지한은 보던 영상에서 빠져나와 채널 메인 화면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적색의 관리자여] [혹시 청을 아직 완전히 지배하지 못했느냐?] [내가 도와주겠다] [대가는 필요 없다 그 무엇도 요구하지 않겠다] [만나기만 하자]하얀 배경 위로 또다시 메시지가 뒤바뀌어 있었다.
어떻게든 적색의 관리자 한번 만나 보려고, 메시지를 계속 생성해 내는 상대.
‘징글징글하군그래.’
[백색에게 갈 생각이 없다는 내 심정, 이해가 가나?]‘어.’
이런 놈한테 다시 후원받을 생각, 나 같아도 안 들겠네.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곤 화면을 껐다.
‘근데 봉인된 상태에서 이렇게 활동해도 되는 거냐?’
[원칙적으로는 안 되겠지. 하나 백색의 관리자도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니. 봉인의 빈틈을 비집고 활동하는 것일 터다.]‘흠. 그럼 백색이 알려 준 좌표, 흑색의 관리자한테 넘겨 버려야겠군.’
지금은 녹색을 상대하는 데 전념해야 할 때.
백색의 관리자가 여기서 변수로 끼어들어서 자꾸 여길 집착하기 시작하면 골치가 아파진다.
[좋은 생각이다. 다만, 그렇게 하면 백색의 관리자도 내가 저걸 읽었다고 인지할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다면 해라.]적색의 관리자만 알아챌 수 있는 좌표 주소.
한데 거기에 공허 세력이 들이치면, 적색의 관리자가 찌른 거라고 눈치챈다 이건가.
‘뭐 어때. 그 정돈 감수해야지.’
어차피 저렇게 집착하는 걸 보니까, 시간 더 주면 어떻게든 저쪽에서 나서서 여기랑 접선할 거 같은데.
그 전에 흑색 보고 봉인 좀 확인하라고 해야지.
‘남은 세계수 다 털고, 세아한테 이야기해야겠군.’
성지한은 그렇게 결심하고는, 하위 등급 행성을 털러 이동했다.
* * *
[스탯 영원이 1 오릅니다.]‘드디어 70이 되었군.’
연합의 철수 계획을 듣고는, 그 전에 다 털어 버리자고 결심한 그는.
스탯 영원을 70까지 성장시킬 수 있었다.
[그 많은 행성을 마음만 먹으면 하루 만에 끝낼 수가 있었군.]‘그동안은 아껴 둔 거지. 적 충전소로.’
C급이나 D급 세계수가 있는 행성은.
사실 그냥 들르기만 하면, 손쉽게 흡수할 수 있는 곳이었다.
아무리 저들이 청기사들을 통해, 적색의 관리자에게 대항하려 한들.
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사실 이미 상황은 끝나 있었다.
‘이제부터 적을 충전하기 위해선, B급 세계수를 흡수해야겠네.’
그리고 그 정도 급부터는, 지금처럼 손쉽게 쳐들어갈 순 없겠지.
스탯 적, 예전처럼 펑펑 써서는 안 되겠네.
성지한은 그렇게 생각하곤, 오늘은 이쯤 하기로 했다.
스스스…….
그가 다시 지구로 귀환하여, 집으로 돌아오자.
[주인…… 아까처럼 좌표가 너무 움직이면, 아무래도 그림자의 조종이 쉽지 않다.]그간 조용하던 아리엘이 말문을 꺼냈다.
‘그래? 좀 여러 군데 가긴 했지. 오늘.’
[아까도 몇 번이고 넘어졌다. 엘프 감시자의 눈을 가려서 망정이지. 다음에도 그렇게 여러 군데를 침공할 상황이면, 김지훈을 집 안에 두는 걸 추천한다.]‘그래야겠네.’
아무리 아리엘을 매개로 조종한다고 해도, 너무 잦은 좌표 변경은 힘든가 보군.
성지한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가 실체화를 하자.
“아, 삼촌. 왔어?”
스으윽.
윤세아가 방문을 열고는 거실로 나왔다.
“나 아까 삼촌 얼굴 보러 아래층 들여다봤는데, 김지훈 혼자 넘어졌다 일어나는 거 반복하더라.”
“그래?”
“응. 엘프 호위는 멍한 눈으로 그거 보고만 있고…… 뭔가 기묘한 장면이었어.”
“그림자 조종은 아리엘 덕에 정착했는데, 이번에 좀 여러 군데 가서 그랬어.”
“응? 아리엘? 아리엘이 왜 나와?”
윤세아는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 보니 그림자여왕 봉인한 이야기는 했지만, 그 뒤에 아리엘이 등장한 건 모르겠네.
스스스…….
성지한이 그림자기운을 바닥에 피어올리자.
거기서 쉐도우 엘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이다, 세아.”
“음, 여왕은…… 아니지? 생긴 게 똑같아서.”
“여왕님은, 완전히 봉인되셨다.”
“그치만…… 아리엘도 여왕 분신 아니었어? 어떻게 돌아왔지?”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다. 지금은 주인을 도울 뿐.”
“흐음.”
아리엘의 복귀를 보고도, 윤세아는 예전처럼 반기기보다는.
그녀를 면밀히 살피고 있었다.
아무래도 여왕이 제대로 뒤통수를 쳐서 그런지.
그녀의 분신인 아리엘도, 신뢰하진 않는 눈치였다.
“뭐, 지금은 내 지배하에 있으니까. 너무 그런 눈으로 볼 필요는 없어. 그리고 김지훈 원격 조종에 있어서도 그녀의 역할은 꼭 필요하고.”
“그래? 근데 아까 엄청 넘어지던데.”
“오늘 행성 100개 넘게 털어서 그래.”
“100개…… 넘게?”
윤세아는 그 숫자를 듣곤, 눈만 깜빡였다.
하루에 그렇게 터는 게 가능한 수치였어?
“와, 진짜 관리자는 급이 다르구나.”
“뭐, 개척 행성 다 털었으니. 앞으론 이럴 일 없을 거야. 그것보다.”
성지한은 아리엘을 다시 손에 복귀시키곤, 본론을 꺼냈다.
“너 흑색의 관리자에게, 메시지 전달 가능해?”
“응, 메신저를 통해서 전달은 되지. 다만 답을 듣는 건 별개의 문제지만.”
“흠, 그래? 백색의 관리자가 활동 중인 건, 답을 들을 만하지 않나?”
성지한의 말에, 윤세아가 눈을 크게 떴다.
“백색의 관리자가 활동 중이라고…….”
“그래. 너도 볼 수 있지 않나? 제보자 W 채널.”
“제보자 W?”
성지한의 말에, 윤세아는 배틀튜브를 틀어 이 채널을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가장 최신에 올라온 영상을 보곤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이 하이 엘프들…… 다 내 얼굴을 하고 있네? 벌써 성형한 거야?”
“어, 일단은 내버려 뒀지.”
“으으…… 너무 똑같아서 기분 나쁘네. 얘네.”
윤세아는 자기랑 똑같이 생긴 엘프들을 보다, 리플을 확인했다.
“오…… 성좌들 추리, 일리가 있어. 연합이 철수할 정도면, 뒷배가 백 아니면 흑일 테고. 배틀튜브는 백의 영역이니 백색의 관리자가 움직였다는 거네.”
“그래.”
“근데…… 이 정도면 흑색의 관리자께서도 알고 묵인해 주신 거 같은데? 성좌들도 눈치챈 걸 흑색께서 모를 리는 없으니까.”
채널 여는 거 정도는 봉인되어도 허용 범위라 이건가.
하긴.
그러니까 저렇게 대놓고 활동하는 거겠지.
“하지만, 적색의 관리자보고 접선 좌표를 보내는 것까진 허용이 안 되겠지.”
“접선 좌표…….”
“그래. 네가 연 배틀튜브에서도 보이네.”
윤세아가 틀은 배틀튜브에서도, 똑같이 나오는 접선 좌표.
성지한은 그 주소를 써서 그녀에게 보여 주었다.
“자꾸 나보고 이리로 오라고 하는데, 봉인 제대로 된 거 맞냐고 확인 좀 해 줘.”
“아, 알았어. 이건 문제가 되겠네. 바로 메신저에게 보낼게.”
윤세아는 성지한이 보여 준 좌표를 그대로 메신저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엇, 답변이 오려나 봐. 잠깐 기다리래.”
“알았어.”
소파에 앉아 잠시 대기하자.
메신저에게 짤막한 메시지가 도착했다.
[확인 결과, 협정을 위반한 것을 발견] [백색의 봉인, 천 년 추가]“……벌써 일 처리 끝났어?”
“응. 직접 나서셨나 봐.”
흑색의 관리자가 강하긴 하네.
그 짧은 시간에, 일 처리 다 끝내고 봉인 천년 추가라니.
“그래도 채널은 유지되어 있네…… 이건 봐주나 봐.”
“봉인 천 년 추가한 게 의미가 있냐 그럼?”
성지한이 피식 웃으며, 윤세아가 다시 떠올린 배틀튜브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거기에선.
아까 적색의 관리자보고 돌아오라, 만나자는 메시지가.
서서히 뒤바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