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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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 들을 수 있어?]“이젠 들리는군.”
[좋아.]“넌 내 말을 알아듣나?”
[당연. 난 성좌의 분신. 하위 종족의 언어, 쉽게 이해해.]“……삼촌?”
옆에서 윤세아가 고개를 갸웃하자, 성지한은 머쓱해진 얼굴로 검은 태양을 가리켰다.
“음.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는데, 이게 말을 걸고 있었어.”
“그…… 래? 뭐, 컨디션이 이상해지거나 그러진 않지? 나 누군지 알아보겠어?”
“기억상실증이나 환각 같은 거 아니니까 걱정 마.”
“음, 삼촌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럼 무슨 일 있으면 말해 줘. 난 나가 있을게!”
윤세아가 방을 나서자, 검은 태양에서 다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의문이 있다.]“뭔 의문?”
[승급전. 네 뒤의 플레이어들이 죽은 것. 본체가 그걸 궁금해한다.]옴짝달싹할 수도 없이 묶었는데, 어떻게 죽였는지 궁금한 건가.
별게 다 의문이군.
“나도 궁금한 게 있는데. 내 의문을 풀어 준다고 약속하면 알려 주지.”
[알겠다.]성좌의 확답을 들은 성지한은 말문을 열었다.
“심장의 혈관을 미리 끊어 놓았다.”
[심장…….]“그래. 포스의 힘으로 연결만 해 놓은 상태였지.”
그림자 여왕을 도발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면, 그녀에게서 어떤 공격을 받을지 모를 노릇.
성지한은 혹시나 하는 상황을 대비해, 미리 살려 둔 4명의 플레이어에게 장치를 해 두었다.
심장의 혈관을 끊어 놓고 포스의 힘으로 연결만 시켜두면, 포스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연결된 혈관이 끊어져 즉사할 테니 1등은 지킬 수 있었다.
[겨우 그걸로 즉사?]“그래.”
[……하위도 아닌, 최하위 종족이었나.]무미건조한 목소리의 톤이, 더 차게 식었다.
[아무리 이레귤러라도, 최하위 종족이라니.]“최하위라?”
[결정이 내려왔다. 본체는 널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인간’이라는 종 자체가 쓸모없다고 판단한 것일까.
검은 태양은 고압적인 태도로 그리 선고했다.
하지만, 성지한은 여유만만이었다.
“뭐, 그러시던가.”
[……?]성좌의 후원.
분명 거기서 얻는 것도 막대하지만, 잃는 것도 만만치 않다.
‘굳이 이쪽에서 매달릴 필요는 없기도 하고.’
더구나 튜토리얼 기간이 끝나면, 성지한을 지원하고자 달려드는 성좌는 차고 넘칠 것이다.
몇 개월만 기다리면 되는데, 굳이 성좌의 힘을 빨리 얻어 보겠답시고 아쉬운 소리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게 목적이 아니지.’
방랑하는 무신.
저번 생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전前 성좌의 기이한 행동에 대해, 같은 성좌의 정보가 필요했다.
성지한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됐고. 내 의문이나 풀어 주지 그래?”
[알았다. 본체와의 연결이 곧 끊기니, 빨리 질문해라.]“별건 아니다. ‘방랑하는 무신’에 대해 아는 걸 말해 줘.”
[…….]성지한의 질문에, 순간 그림자 여왕의 말문이 멎었다.
“아는 게 없나?”
[방랑하는…… 무신.]“왜 그러지?”
[무신인가? 전신이 아니라?]“그래. 무신이다.”
[별의 주인 중 전신은 넘치지만, 무신은 단 하나밖에 없다. 정말 무신이 맞는가? 네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 맞냔 말이다.]덤덤하던 목소리가 다급해지며, 성지한에게 대답을 재촉했다.
“맞다니까.”
[……본체가 당황했다. 전신을 착각한 게 아니냐고 계속 물어보고 있다.]“무신 맞다. 그러니 아는 거나 답해 줘.”
[본체가 황급히 네게 반문한다. 너의 리그 수준을 초월한 힘도 무신과 관련이 있는 거냐고.]“질문은 내가 했어.”
그 말에, 검은 태양이 머문 왼팔에서 검은 기운이 훅- 뿜어져 나왔다.
연기처럼 뿌옇게 나타난 기운은 곧 한데 뭉치더니.
성지한의 손바닥만 한 크기로 줄어들어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 냈다.
“다크 엘프?”
“아리엘이다.”
반투명한 형상의, 허공에 떠 있는 작은 다크 엘프.
이목구비가 큼직큼직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주는 여타 엘프들과 달리 오밀조밀 귀여운 느낌이었지만.
무표정한 얼굴에, 흰자 없이 검은 눈을 지녀서 그런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무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본체만이 답할 수 있다. 그래서 본체가 지금 다시 너와 제대로 연결을 하려고 하는데…….”
“근데?”
“GP가 필요하다. 1,000만 정도.”
“…….”
그 말과 함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GP 1,000만을 ‘태양의 그림자 – 아리엘’에게 지원하겠습니까?]1천만 GP.
원화로 100억.
이번에 1등을 자신으로 찍어서 만든 게, 딱 1천만 GP쯤 될 것이다.
그 돈을, 방랑하는 무신의 정체를 듣기 위해 쓰라고?
‘그럴 수는 없지.’
이 GP는 꼭 쓸 데가 있었다.
“됐다. 그냥 튜토리얼 끝나고 들려줘.”
“……잠깐. 1,000만 GP가, 연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럼?”
“연결이 되면. 성좌 ‘그림자 여왕’이 널 직접 후원할 것이다. 성좌께서 널 선택하신 것이다.”
호오. 이것 봐라?
성지한이 입가에 슬쩍 미소를 지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흥미가 떨어진 것 같더니, 방랑하는 무신 이야기가 나오니까 태도가 180도 바뀌었잖아?
“선택? 선택은 내가 하는 거다.”
그럼 이쪽도 태도를 바꿔 줘야지.
몸이 달은 건 이쪽이 아니라 저쪽이니까.
“뭐라?”
“내 성좌가 되고 싶으면, 그쪽에서 흥미로운 조건을 제시하라고.”
“진심인가? 최하위 종족이?”
“그리고 1,000만 GP야 성좌한테는 얼마 안 되잖나? 애꿎은 실버보고 달라고 하지 말고, 그쪽에서 투자해라.”
“……튜토리얼 세계엔, 외부에서 간섭을 하지 못한다.”
“이미 넌 여기가 튜토리얼 세계인데도 나한테 왔잖아?”
“이건 어디까지나 특수한 경우…….”
“싫음 말고.”
성지한의 단호한 말에 아리엘이 두 눈을 껌뻑거렸다.
“정말인가?”
“응.”
“정말로, 진짜? 후회할 텐데?”
“두 번 말은 안 해.”
“……알았다. 그럼 작별이다.”
허공에 둥둥 떠 있던 아리엘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의 몸을 흩트리기 시작했다.
이내 검은 기운이 되어 문양으로 빨려 들어가는 아리엘의 몸.
그때였다.
번쩍-!
사라져 가던 아리엘에게서 새하얀빛이 점멸했다.
“……본체?”
아리엘은 크게 당황한 눈치였다.
“적극, 협조? 최하위 종족에게? 본체, 진심?”
“……?”
“그냥 사라질래. 안 된다고? 싫어…… 명령이라고?”
혼잣말을 반복하는 아리엘.
사라져 가던 그녀의 존재가 다시 뚜렷해지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크기도 손바닥만 했던 크기에서, 이제는 그 두 배 정도까지 무럭무럭 자랐다.
“……명령을 따르겠다.”
다시금 완전히 형태를 갖춘 아리엘.
그녀는 한껏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본체가, 네게 협조하라고 했다.”
“성좌가 그랬다고?”
성지한은 성좌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극히 오만하고, 인간을 깔보는 별의 주인들.
특히 지구는 스페이스 리그 – 브론즈에서 언제 강등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별인지라, 성좌들은 플레이어들을 착취하는 데 열중했다.
그런 족속들이 인간의 편의를 봐주다니?
방랑하는 무신 이후로 처음 경험해 보는, 일방적인 호의였다.
‘방랑하는 무신이 그만큼 존재감이 큰 성좌였나?’
뭐 어쨌든, 협조해 준다는데 굳이 안 받을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성좌가 보는 눈이 있군.”
“……최하위 종족이 내 주인이라니.”
“한탄은 그만하고, 네 쓸모나 이야기해 봐.”
그러자, 성지한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성좌 ‘그림자 여왕’의 분신, ‘아리엘’이 스탯 검영劍影을 부여합니다.] [상태창의 공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검영 스탯을 받아들이겠습니까?] [검영을 받아들일 경우, 더 이상 새로운 스탯을 추가할 수 없게 됩니다.]시스템 메시지가 보여 주는 상태창의 능력치 공간은 대부분 무력과 포스로 채워져 있었다.
무력은 기존의 힘, 민첩, 체력 스탯을 지우고 만든 3줄짜리 크기의 스탯이었고, 포스 역시 마력과 신성력을 합쳐서 만든 3줄짜리 크기의 스탯이었으니까.
남은 스탯 칸은 2줄밖에 없었다.
근데 여기에 검영을 받아들이면 새로운 스탯을 추가하지 못한다고 하니, 검영 능력치는 2줄짜리인 듯했다.
‘업적 상점에서 상태창 확장 기능이 없었다면 고민 좀 해 봤겠군.’
하나 업적 포인트만 지불하면 상태창 확장이 가능한 이상, 검영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때문에, 성지한은 스탯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검영劍影 스탯이 생성되었습니다.]“좋아. 검영…… 이건 무슨 능력이지?”
“그림자를 지배하여, 검으로 뒤바꾸는 능력이다.”
간단하면서도 애매모호한 대답.
하지만 성지한은 그 말을 듣자마자 이게 무슨 능력인지 알 수 있었다.
승급전 때, 모든 플레이어의 그림자가 검처럼 변형되어 뒤를 찔렀지.
그래서 검영, 검의 그림자인가.
“거기에 SS급 검, 이클립스의 강화까지 가능하다.”
“이클립스라면 내 팔을 잘랐던 그 검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TOP 100 승급전에서 목도했던 암흑검.
하늘 높이 치솟던 기세가 강렬해, 꽤 쓸모 있어 보였었다.
‘지금까지 쓸 만한 무기가 없었는데. 잘됐군.’
지금까지는 봉황시를 쏠쏠하게 써먹어 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발사할 때만 제 위력을 발하는 소모품.
SS등급을 자랑하는 이클립스에 비교하면 확실히 달리는 무기였다.
“이클립스의 강화가 가능하다는 건 SS급에서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는 건가?”
아리엘은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EX급까지 가능하다.”
“호오.”
SSS를 뛰어넘는 초월 등급까지라니.
회귀한 성지한이 받았던 ‘업적 포인트 상점 교환권’ 역시 EX급이 아니었나.
생각보다 성장성이 대단했다.
“그러니 앞으론 검영 스탯에 집중 투자해라.”
“글쎄. 그것보다 우선해서 올릴 능력이 있어서.”
“이젠 허세는 그만둬라, 최하위 종족.”
성좌가 하사한 특수 스탯, 검영.
최하위 종족 주제에 이것보다 우선시될 게 뭐 있다고, 아직도 뻗대고 있는 건지.
아리엘은 심드렁하게 반응하는 성지한을 보고 한심하다는 듯 이야기했다.
“검영은 레어 스탯이다. 최하위 종족은 레어가 뭔지 모르겠지만. 일반 능력과는 수준이 다르다.”
“그건 알지. 하지만 유니크 스탯이 있다면 어떨까?”
“……유, 니, 크?”
“그래. 유니크 스탯 두 개, 이젠 레어도 하나 추가.”
“둘이나 된다고?”
아리엘은 처음으로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유니크 스탯이라니?
그걸 최하위 종족이, 그것도 브론즈가 가지고 있다고?
“그래. 그러니까 레어는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말도 안 돼!”
믿지 못할 대답에 아리엘의 두 눈동자가 사정없이 떨려 왔다.
그때.
벌컥!
“삼촌. 손님 오셨어! 어…… 저건, 그때 경기장의 다크 엘프?”
“응. 내 팔에 있던 거.”
“와. 신기하다! 삼촌 소환수야?”
윤세아의 말에 아리엘이 정신을 차리고 발끈했다.
“최하위 종족. 난 소환수 따위가 아니다!”
“와 우리말도 해!”
“최하위 종족의 언어 따위, 쉽게 사용 가능하다.”
“그래? 근데 왜 우릴 최하위 종족이라고 불러?”
“허약하니까.”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성지한이 적당할 때 말을 잘랐다.
“세아야, 손님이 왔다며?”
“아! 맞아. 삼촌, 빨리 나가 봐야 할 것 같아. 배틀넷 관리국에서 오셨어.”
“관리국 손님이라면 박윤식 과장님이겠네.”
“응. 근데…… 과장님뿐만이 아니라, 국장님도 오셨어.”
“국장이?”
성지한의 눈이 가늘어졌다.
검왕이 떠난 이후, 소드 팰리스에 더 이상 오지 않던 배틀넷 관리국장.
승급전을 보고, 생각이 달라지기라도 한 건가?
“알았어. 나가 볼게. 아리엘은 잠깐 여기 있어.”
“……아니다. 네 검영 능력치가 낮아서 오래 현신은 불가능하다. 팔로 다시 들어가겠다.”
스으으으-
아리엘을 이루던 검은 기운이 다시 연기처럼 흩어지더니, 성지한의 팔에 다시 빨려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손님만 아니었으면, 검영에 대해 이리저리 테스트를 해 봤을 텐데.
‘일단은 손님맞이를 해야겠군.’
“가자. 세아야.”
“응. 삼촌.”
성지한은 자신의 방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