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564
‘그래.’
예상보다도 좀, 많이 열 받은 거 같긴 하지만 말이지.
스스스스…….
이그드라실의 머리카락이 무지갯빛으로 번뜩이는 걸 보며 성지한은 생각했다.
‘이거, 적만 써선 절대 못 이긴다.’
이그드라실의 홈그라운드나 다름없는 연구실.
이 안에 짙게 깔린 생명의 기운은, 그녀와 강하게 공명하고 있었다.
거기에.
‘저 쌍검…… 적합도가 상당한데.’
지금까지 인류의 청검 적합도 최고 기록은 25%.
헌데, 지금 이그드라실이 들고 온 쌍검은 적합도가 그보다 월등히 높아 보였다.
거기에 검의 모습이 어째, 윤세진이 들고 있던 간장막야와 똑같이 생긴 거 보니까…….
‘설마 세진 형 건가.’
이 인간 거면, 도움이 안 되네 진짜.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검을 살필 무렵.
적색의 관리자가 말했다.
[안 되겠군. 이왕 이렇게 된 거, 인질극이다. 이 여자의 정체도 캘 겸해서, 어떤가?]‘좋아.’
이왕 유리 깨서 상황 이렇게 만든 거, 더 나아가야지.
슈우우우…….
성지한이 그녀를 잡아 들어올리자.
치이익……!
그가 잡은 목 부위가, 새까맣게 불타올랐다.
“……놓으세요.”
금방이라도 돌진해 올 것 같던 이그드라실이 멈칫하며 그리 말하자.
[검을 내려놓고, 거기 가만히 서 있으면, 불은 꺼주지.]성지한은 적색의 관리자가 읊어주는 대로, 대사를 쳤다.
“……알았습니다.”
푹!
이에 이그드라실은 땅바닥에 바로 청검을 꽂았다.
저 독한 녹색의 관리자가, 이 협박에 바로 따르다니.
그만큼 이 엘프가, 그녀에겐 중요한 상대인 건가.
[이 엘프는 뭐지?]“세계수 연합의 존재 이유입니다.”
[존재 이유라……. 이 엘프가 없어지면, 연합이 무너지는 건가?]“그 전에 당신이 먼저 죽겠지요.”
[후후후…….]슈우우우…….
두 눈 가득 살기를 담아 말하는 이그드라실을 보며, 성지한은 일단 손에서 불을 껐다.
인질도 살아 있어야 가치가 있으니까.
‘어쨌든 연합의 존재 이유라고까지 한 걸 보면, 더 많이 요구해도 되겠지만.’
그래도 여기서 이그드라실 보고 자살하라느니, 이런 요구는 택도 없을 테니까.
성지한은 이그드라실에게 원래 노리던 물건을 요구했다.
[길가메시의 파편을 내놓아라. 그럼 그녀를 풀어주도록 하지.]“역시 그걸 노렸습니까. 그럴 줄 알고, 함정을 파두었는데 어떻게 여기로 왔죠?”
길가메시의 파편을 노리는 걸, 이미 알고 있었나.
방비가 너무 없다 했더니, 군단이 출정간 것 말고도 함정을 파 두었던 거군.
‘연구실 배리어를 부쉈을 때 공간이 이동되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게 어쩌면 함정이었을지도.’
근데 어떻게 이곳에 도착한 거지?
성지한은 의아한 느낌이 들었지만, 일단은 태연하게 대꾸했다.
[글쎄? 나는 모르는 일이지.]“……잠시, 기다리세요.”
성지한의 말에 입술을 꾹 깨문 이그드라실은.
손을 허공에 뻗었다.
그러자.
휘이이잉…….
공간이 왜곡되더니, 거기서 무언가가 소환되기 시작했다.
‘이그드라실이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건 처음 보네.’
이 엘프, 그렇게까지 중요한 인물이었나?
생명의 기운이 거의 다 흩어져, 곧 죽을 거 같은 원형의 엘프.
[이 엘프, 곧 죽을 거 같은데.]‘그러니까.’
생명의 기운이 그렇게 많았는데, 뭐 이리 금방 흩어져?
시커멓게 타오른 목 부위는, 엘프 특유의 재생력도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이대로면 진짜 곧 숨넘어가겠는데.
‘그럼 눈 돌아간 이그드라실과 전력을 다해 싸워야 할 터……. 그럼 내가 성지한인 걸 들키게 된다.’
적색의 관리자의 힘 만으로는, 현재 절대 막을 수 없는 이그드라실.
그녀를 상대하기 위해선, 성지한도 전력을 다 끌어모아야 했다.
하지만 상대방의 본진에서 그러고 싸우다간, 계속되는 증원에 이쪽이 힘들지도 모르니.
여기선 이 인질의 숨통이 끊기기 전에, 길가메시의 파편 받고 후퇴하는 게 최선이었다.
‘뭐 이리 오래 걸려.’
그렇게 성지한이 천천히 소환되는 길가메시의 파편을 기다리고 있을 때.
스스스스…….
성지한이 잡은 엘프의 목 부위에서, 새하얀 빛이 잠시 반짝였다.
그러자.
[상대방에게 스탯 ‘영원’이 1 흡수됩니다.] [상대가 스탯 ‘공허’를 100 건네줍니다.]‘뭐야 이 미친 교환비는.’
성지한에게서 영원을 1 빼앗아간 엘프가, 공허를 100이나 주고 있었다.
공허.
배틀넷에서 가장 강력한 능력이긴 했지만, 많이 쌓이면 본체를 집어삼키는 양면성을 지닌 스탯.
그걸 이 엘프는, 1:100이라는 비율로 성지한에게 쏟아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성지한에게서 영원을 강탈한 엘프는.
스으으으…….
타오른 목을, 자연스럽게 치유하고 있었다.
[상대방에게 스탯 ‘영원’이 1 흡수됩니다.] [상대가 스탯 ‘공허’를 100 건네줍니다.]그리고 1분도 채 안 되어서, 또다시 뒤바뀌는 영원과 공허.
이 속도면, 인질극을 십 분 정도 더 했다가는 공허에 파묻힐 지경이었다.
이대로 있다간 안 되겠는데.
[시간을 끄나 보군. 인질, 들고 가겠다.]성지한은 그렇게 적색의 관리자의 행세를 하며.
파아아앗……!
뒤편에 붉은 포탈을 열었다.
“감히……!”
그 모습에 이그드라실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포탈을 억제하려고 했지만.
화르르륵……!
[거래에 성실히 임하지 않은 건, 그쪽이다.]그러며 성지한이 손에서 다시 불을 피우자.
“알겠, 습니다.”
으드득.
그녀는 이빨을 갈며, 허공에서 손을 당겼다.
그러자, 그곳에서 튀어나오는 푸른 그릇.
그릇의 표면에는 고통에 가득 찬 길가메시의 얼굴이 그려진 채.
표정이 계속 미묘하게 바뀌고 있었다.
‘저거…… 청색의 대기가 확실하군.’
가져가면 확실히 능력 좀 오르겠어.
성지한은 목을 쥔 손에서, 검지만 푼 채 손가락을 까닥까닥 했다.
[먼저 던져라.]“그분 먼저 풀어주세요. 바깥에 오래 계시면 안 됩니다.”
[그건 네 사정이지.]“…….”
매섭게 피어오르는 살기.
하나 성지한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후후. 연합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군. 나한테는.]“……받으십시오.”
휙!
그 말에 그릇을 내던지는 이그드라실.
성지한은 이를 받고는.
[좋다. 그럼 가도록 하지.]순순히 엘프의 목을 풀어주는가 싶더니, 그녀를 허공으로 휙 던졌다.
“……!”
휙!
이그드라실이 그걸 보고, 바로 엘프를 향해 뛰어들 때.
성지한은 열어 두었던 붉은 포탈로 얼른 몸을 맡겼다.
그때.
파아아앗……!
땅바닥에 꽂혀 있던 쌍검이, 공간을 대번에 뛰어넘으며.
그의 얼굴에 닿으려 했다.
피시시시…….
청검, 그것도 최고급 성능의 검에 닿자.
금방 불이 꺼지는 얼굴.
‘역시 안 싸우는 게 정답이었군.’
적색 권능만으론,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다.
성지한이 얼굴이 베이는 걸 각오한 채, 포탈에 몸을 맡겼을 때.
알아서 움직이던 쌍검이 잠시, 멈추었다.
“뭐해?! 왜 안 움직여?!”
엘프를 낚아챈 이그드라실이 검을 향해 노성을 지를 즈음.
번쩍……!
성지한은 무사히 포탈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적색의 관리자가 사라지자.
“성능이 가장 좋다고 해서 가지고 왔는데……. 감히 말을 안 들어?!”
허공에 둥둥 뜬, 두 청검을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던 이그드라실은.
안고 있던 엘프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눈빛이 바뀌었다.
분명, 적색의 관리자에 의해 그을렸던 엘프의 목이.
회복되어 있었으니까.
“어떻게…… 회복하셨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잠시 지켜보던 이그드라실은.
“이럴 때가 아니지.”
황급히 엘프를 들고, 무지갯빛의 나무가 있는 곳으로 다시 이동했다.
그리고 그녀를 다시 그 안에 넣은 이그드라실은.
“…….”
엘프의 목이 저절로 치유된 걸, 가만히 지켜보다 조용히 읊조렸다.
“적색의 관리자……. 생포해야겠네.”
죽이는 것보다, 생포하는 게 훨씬 어렵겠지만.
엘프가 스스로 회복한 걸 본 이상, 이그드라실에게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가라앉은 눈으로 엘프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청검 쪽으로 돌렸다.
“그러려면…… 검부터 제대로 되어야겠지.”
적색의 관리자를 벨 수 있었는데, 성지한의 얼굴이 드러나자 멈춘 청검.
절호의 기회를 놓친 이그드라실은, 얼굴이 흉흉하게 굳어 있었다.
오늘 적색의 관리자에게 당한 원한을 여기에 풀겠다는 듯.
저벅. 저벅.
그녀는 쌍검을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 * *
[위험했군.]‘그래.’
포탈을 통해, 여러 군데를 경유해서 탈출에 성공한 성지한은.
죽은 별에 도착하자 한숨을 돌렸다.
적합도가 상당히 높아 보였던 청검.
그게 중간에 멈추지 않았다면, 머리에 확실히 상처가 났을 것이다.
물론 영원이 있으니, 웬만한 상처는 금방 회복하긴 하겠지만.
검을 이겨 내는 걸 보면, 성지한의 정체가 의심받았을지도 모르지.
‘엘프의 원형…… 그녀에 대해선 결국 알아낸 게 별로 없네.’
[인질극을 좀 더 해 보지 그랬나. 그 엘프가 연합의 존재 이유라니. 그런 건 나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적색의 관리자는 엘프에 대해 더 캐내지 못한 걸 아쉬워했지만.
‘쟤 잡고만 있어도 공허 100씩 올라. 벌써 공허 400이다.’
[공허를……. 저 엘프가 올려 준다고?]‘그래. 영원을 흡수하고 공허를 주더라.’
[흠……. 그럼 어쩔 수 없었군.]성지한의 대답에, 금방 납득했다.
[세계수 연합이 공허 처리장을 만드는 이유가, 어쩌면 그녀 때문이었나.]‘이그드라실이 영원히 살려고 그런 게 아니고?’
[이그드라실의 나이를 생각하면, 공허 처리장의 숫자가 너무 많았지.]‘몇 살인데?’
[사오만 년 정도밖에 안 된다고 알려져 있다.]아…… 그게 얘네 기준에선 얼마 안 되는 거였군.
‘그럼 그 엘프가 나이 더 많은 건가.’
[그럴지도. 흐음……. 내가 좀 알아봐도 되겠는가? 내가 지닌 정보로도, 전혀 추리할 수 없는 엘프라니……. 궁금하군.]적색의 관리자는 정체불명의 엘프를 보고 호기심이 발동한 건지.
성지한에게 따로 조사를 해도 되냐고 요청했다.
그녀의 정체가 궁금한 건 성지한도 마찬가지였기에, 그는 이를 쉽게 승낙했다.
‘그렇게 해.’
[그래서 조사를 위한, 요청이 하나 있다만.]‘요청?’
[그래. 아까 엘프를 찍었던 영상, 배틀튜브에 올려보는 게 어떻겠나.]배틀튜브라니.
성지한은 뜻밖의 말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배틀튜브라니…… 그때 만들었던 계정으로? 백색의 관리자가 스토킹하는?’
[그래. 거기에 올리는 거다. 새로 만들지 말고.]‘흠…… 왜지?’
[백색의 관리자라면, 그녀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니까.]백색의 관리자랑, 그 엘프가 무슨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성지한은 적색의 관리자의 추리에 대해 아직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뭐…… 좋아.’
현재 뾰족한 수가 없는 만큼, 일단은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그럼 죽은 별에서 좌표를 바꾸어야겠군.’
파아앗……!
포탈을 타고, 자신이 예전에 초토화시킨 세계수 연합의 행성 근처로 넘어간 성지한은.
적색의 관리자가 아까 녹화한 영상을, 업로드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지켜보았다.
‘이 엘프. 두 눈에 눈동자가 없고 대신 새하얀 빛으로 번쩍거리긴 했는데…….’
그거 외에는, 백색의 관리자랑 연관 있어 보이는 부분이 아예 없었다.
그렇다고 저 빛만 가지고 죄다 백색의 관리자랑 관련을 짓는 건 무리일 텐데.
‘뭐, 업로드해 보면 저쪽에서도 반응이 오겠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곤, 봉인해 두었던 배틀튜브 계정에 접속해 보았다.
그러자.
‘……미친 놈이 도배를 해 놨네.’
그의 계정 메인 페이지는.
[‘백색의 관리자’가 스탯 백광白光을 부여하려 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백광을 받으라는 메시지로, 완전히 가득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