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584
흑색이 내놓은 중재안.
그것은 인류를 골드 리그에 배정하자는 안건이었다.
“골드라니…… 그것도 과한데. 지금 인류는 레벨 초기화된 플레이어들이 많다.”
[흑색의 관리자가 이번 배정은 그것도 감안 된 결과라고 합니다.]지이이잉…….
그러면서 성지한 눈앞에 떠오른, 인류의 전력 평가 리포트.
그는 이를 스윽 눈으로 훑어보았다.
[NO.4212 – 인류]현재 능력 – 현 리그 기준, 최하급
배틀넷에서의 성적 – 데이터 없음
성장 가능성 – 하급
종합 평가 수치 – F
키 플레이어 : 윤세아
비고 – 관리자의 관할 종족. 위의 평가는 관리자의 개입에 따라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음.
관리자를 고려할 시, 위의 평가를 모두 세 단계 이상 상향해야 함.
‘인류 플레이어의 실력 자체는, 실버 최하위권이라고 분석하는군……’
인류의 키 플레이어로, 윤세아가 써 있는 걸 보아하니.
리포트에선 윤세아를 포함해도 인류의 수준이 실버 최하위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헌데 비고란에 있는 내용 때문에, 골드 리그에 배정한다 이건가.
[흑색의 관리자가 당신이 인류에게 전혀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면, 그들을 브론즈리그로 배정해도 된다고 합니다.]“무개입이라…….”
성지한은 그 메시지를 보고는 울드 쪽을 힐끗 바라보았다.
“내가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저 여자는?”
“어머. 인류가 리그에 새로이 배정받으면, 저도 관리자 신분상 대놓고 쳐들어갈 수는 없어요. 식민지에서 벗어나 새로 배정받는 거라, 리그에선 신참자나 다름없는 혜택을 받거든요.”
“그래도 대놓고는 안 된다 해도, 간접적인 방법은 가능하겠지.”
그 말에, 여유로이 웃음만 짓는 울드.
성지한은 그 모습을 보며, 무개입을 택하는 건 위험성이 크다는 걸 깨달았다.
‘골드라…….’
마음 같아서야 아예 인류를 아예 배틀넷에서 빼내고 싶었지만.
지금 상황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그건 불가능해 보였다.
‘거기에 지금은 리그 배정받고 신참자 혜택을 받는 게, 나가는 것보다 안전할지도 모른다.’
신참자에게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가 존재하는 배틀넷.
울드라면 물론 이러한 규제를 피해서 견제해 오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선은 있을 터였다.
하지만 배틀넷에서 인류가 탈퇴하면.
잠시간의 자유는 되찾을지 몰라도, 스탯 청에 눈 뒤집힌 울드가 인류를 찾아내 인질로 활용할지도 몰랐다.
‘울드를 처리하기 전까지는, 여기 있는 게 낫겠어.’
성지한은 그리 판단하고는, 흑색의 관리자의 중재안을 받아들였다.
그가 찬성표를 던지자.
“이럼, 제가 반대해 봤자 의미가 없네요.”
울드는 웃으며 자신도 이 안에 찬성했다.
[NO.4212의 리그 배정 안건이 찬성 3표, 반대 0표로 통과되었습니다.]그렇게 골드 리그로 배정을 받게 된 인류.
“당신이 이렇게 정식 관리자가 되었으니 더 이상의 안건 제출은 별 소용이 없겠네요. 아까 것이 통과되었으면 쉽게 끝났을 텐데, 아쉬워라.”
“그 우습지도 않은 세 안건 말인가?”
“그래요. 얼마나 평화적이에요? 당신 하나만 희생하면 되는데.”
“나보단 네가 희생하는 게 이 배틀넷에는 평화적일 거 같군.”
“어머.”
성지한의 말에, 울드는 눈을 깜빡였다.
“오래 살다보니 참, 이런 이야기도 들어보는군요. 흥미로워요. 그런데 당신…… 백광을 지녔는데도, 아무렇지 않나 봐요?”
그러면서 새하얗게 번뜩이는 울드의 두 눈.
성지한은 그 모습을 심드렁하게 바라보았다.
“딱히?”
“아직 백광이 정착하지 않아서 그런가?”
울드는 성지한을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째깍. 째깍…….
등 뒤로, 빛의 시계를 소환하기 시작했다.
“또 그건가.”
여기서 시간을 조종하려고 하다니.
성지한은 자신도 대응하기 위해 금륜적보를 다시 만들어내려 했지만.
“안심하시길. 이번엔 어디까지나 ‘선의’니까요.”
울드는 웃으면서 시곗바늘을 정방향으로 돌렸다.
그러자.
[스탯 ‘백광’이 1 오릅니다.]아까 회의실에 들어올 때, 떠올랐던 메시지가.
10차례가 넘게 떠올랐다.
‘회의실의 시간을 빠르게 앞당긴 건가?’
울드로 인해, 스탯 백광이 15에 도달하자.
더 이상 떠오르지 않는 성장 메시지.
“이곳의 빛은 더 이상 안 들어가네요.”
울드도 그걸 감지한 건지, 시계를 역소환하고는.
성지한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이젠 절 보면 어떻죠?”
“어떻긴. 아까랑 똑같은데?”
“흐음…… 똑같다는 건, 역시 죽이고 싶어요?”
“당연하지.”
성지한의 즉답에, 울드는 즐겁게 미소 지었다.
“당신 능력, 정말 쓸 만하네요. 백광도 제어하고.”
“……내가 이걸 제어했다고?”
아니.
당사자는 전혀 느끼질 못했는데, 능력을 어떻게 제어했다는 거야.
15까지 늘어나긴 했어도, 아직까지 사용처는 전혀 감이 안 잡히는 백광.
“빛에 물들었으면, 당신은 저를 존경했을 거예요. 살의를 품는 대신.”
“존경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백광을 지닌 이는, 원래 당연히 그래야 한답니다. 자식이 부모를 따르듯. 약자가 강자를 따르는 게 빛의 율법이죠.”
“그럼 나는 그 율법에 속하지 않나 보군.”
“그래 보이네요. 스탯 청 때문인가…….”
흥미롭게 성지한을 지켜보던 울드는, 그에게 한 가지를 제안했다.
“스탯 청…… 배틀넷에 정보 업데이트를 안 했던데. 하는 게 어때요? 하면 1년간은 당신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하죠.”
“별로 내키지 않는군. 네게 1년이야 시간을 돌리면 금방 아닌가?”
“후후…… 그럼 조건을 추가하죠. 인류에 남아 있는 하프 엘프들, 가만히 내버려 둘게요.”
“……하프 엘프들을?”
“네. 나중에 터뜨릴 폭탄이었는데, 당신이 제거 중이더라구요? 그래서 모두 인간으로 되돌아오기 전에 광화시키려 했는데…….”
울드.
하프 엘프에게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나.
성지한은 그녀의 협박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흑색의 관리자가 인류가 골드 리그에 신참자로 배정된 이상, 그러한 개입은 불가능하다고 경고합니다.]옆에서 이를 듣던 흑색의 관리자가, 울드에게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정말…… 도움은커녕, 방해까지 할 줄은 몰랐네요. 당신.”
흑색의 관리자를 향해 눈을 흘긴 울드는.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네요.”
지이이잉…….
그녀의 뒤편에, 녹색의 포탈을 열었다.
“다음엔 방해꾼이 없는 곳에서 뵙죠. 청색의 관리자님.”
그 말을 끝으로, 포탈 안으로 휙 사라지는 울드.
성지한은 공갈 협박을 하다가 안 되니 빠진 그녀를 보고는,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눈 뜨고 코 베이겠네.’
흑색의 관리자가 옆에서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으면, 순간 흔들릴 뻔했네.
성지한은 보랏빛 투구 쪽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조금 전, 알려 줘서 고맙다.”
[흑색의 관리자가 한 가지 충고를 해도 되겠냐고 합니다.]“얼마든지.”
[인류를 수호하는 것도 좋지만, 백색의 관리자 쪽도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설마 그놈도 내가 지키라고?”
지금 인류만 해도 신경 쓸 게 많은데.
백색의 관리자까지 지키라는 건 아니겠지?
“그냥 네가 케어해라. 애초에 임기 관리자가 상시 관리자를 지키는 게 말이 되냐?”
[흑색의 관리자가 그것 말고, 빼앗는 방법도 있다고 알려줍니다.]“……빼앗아?”
번쩍……!
성지한의 반문에, 보랏빛으로 번뜩이는 투구 안쪽.
[백색의 관리자 자리. 백광을 지닌 이상, 청색의 관리자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말합니다.]“……흐음.”
백광을 지닌 이는 모두 백색의 관리자까지 올라갈 수 있는 건가?
성지한은 이를 기억해 두면서도.
“아직은 생각 없다. 백광 자체도 아직 파악을 못 해서 말이지.”
흑색의 관리자에게는 그렇게 답변했다.
[흑색의 관리자가 선택지 중 하나로 검토하라고 합니다.]“……그래. 그럼 일단, 난 다시 가보지.”
관리자 세계도, 쉽지 않구만.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지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마저 떠난 관리자 회의실에선.
[……]보랏빛의 투구가 홀로 남아.
빛으로 물든 회의실 반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 * *
대기 길드의 사무실.
“제가 사라진 지, 일주일이 지났다구요?”
성지한은 이하연에게서 시간이 훌쩍 흘렀음을 들으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울드가 회의실에서 시계를 돌린 게, 이렇게 영향을 주었나 보군.’
관리자 회의 때, 체감 상으론 반나절도 채 안 지난 거 같았는데.
울드가 백광을 15까지 올려 줄 동안, 현실 세계에서는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 있었던 건가.
“예. 오너님. 그 동안 각국의 하프 엘프들이 모두 소집되었어요. 그런데, 많은 국가들이 100% 소집에 성공했지만…… 몇몇 국가에서는 소집을 불응하고 잠적한 하프 엘프들도 있다고 합니다.”
“……? 소집을 불응해요? 왜죠?”
“그…… 각양각색의 이유가 있지만.”
이하연은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어 나갔다.
“대체적으로 남자 하프 엘프 중에서는, 오너님과 닮은 외양을 가지고 안 좋은 곳에 쓰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고. 여자 하프 엘프 중에서는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걸 꺼려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남자들은 저 닮은 얼굴로 사기 치려고 하고. 여자들은 미모를 포기못하는 이들이 많다 이거네요.”
“가, 간단히 정리하면 그렇게 되죠……?”
성지한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아주 가관이군 그래.
“소집에 불응하면 무기징역입니다. 3일 더 줄테니, 당장 튀어나오라고 하세요.”
“아. 무기징역……이요?”
“예. 세계수 연합에서 하프 엘프를 쓰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저번처럼 사단 내기 싫으면, 당장 다 끌고 나오라고 하세요. 어차피 숨어도 제가 다 찾을 수 있으니, 쓸데 없는 시간 낭비 하지 말구요.”
전 세계의 시간도 되돌렸는데.
하프 엘프들 숨어 있는 거쯤이야, 성지한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찾을 수 있었다.
순전히 시간 낭비라 안 하는 거지.
성지한이 그렇게 ‘무기징역’까지 꺼내자.
이하연은 사안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당장 소집이 불응된 국가에게, 지시사항을 공지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세요. 그럼 3일간은, 소집 완료된 국가를 돌아야겠군요. 리스트 좀 주시겠어요?”
성지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집 완료된 국가 리스트를 건네는 이하연.
사락. 사락.
성지한이 리스트 파일을 천천히 넘겨보고 있을 때, 그녀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아. 그리고…… 혹시 들으셨어요? 세아.”
“아뇨. 여기 바로 와서요. 혹시, 드디어 깨어났습니까?”
“네. 4일 전에 깨어나서, 금방 건강 회복했어요. 지금은 길드의 트레이닝 룸에서 수련하고 있구요.”
“트레이닝 룸에요?”
성지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은 리스트를 볼 때가 아니네.
“잠시 갔다 오겠습니다.”
슉!
성지한의 모습이 길드 마스터실에서 사라지고.
그의 몸은 순식간에, 트레이닝 룸으로 순간이동했다.
‘저기 있네.’
귀에는 이어폰을 꽂은 채로, 열심히 벤치 프레스를 하고 있는 윤세아.
성지한은 그녀의 운동이 한 세트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툭!
그녀가 역기를 놓았을 때, 그쪽으로 다가갔다.
“세아야.”
성지한이 누워 있는 그녀를 향해, 얼굴을 들이밀자.
“아……!”
휙!
벤치에서 몸을 얼른 빼낸 그녀가.
탈의실 쪽으로 순식간에 뛰어갔다.
그리곤, 탈의실 벽 사이로 얼굴만 빼꼼 내민 채.
“그…… 삼촌?”
윤세아가 조심스러운 얼굴로, 성지한을 살폈다.
“……뭐 하냐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