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588
‘성공적으로 됐군.’
적색의 관리자가 고안해 낸, A안 설정.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무신의 탑이 최소 20층 이상 올라가 있어야 했다.
그리고 탑이 증축되기 위해선, 여러 조건을 설정할 수 있었지만.
일단은 ‘도전자’의 숫자가 중요했다.
‘마침 도전자로 쓸 만한 패는, 내 인벤토리에 있었지.’
무기징역을 가하겠다고 선포해서 처치 곤란으로 존재하던 500명의 사람들.
그들도, 초창기 무신의 탑에 도전할 자격은 주어진 상태였다.
“흠…… 산체스라고 했나. 너. 아까 무슨 메시지가 더 떠올랐나?”
“어…….
성지한의 물음에.
패배한 산체스는 자신의 눈 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읽어주었다.
[패배 페널티로, 레벨이 하락합니다.] [현재 레벨이 2입니다. 페널티 집행이 불가능합니다.] [패배 페널티가 대체됩니다.] [플레이어가 무신의 탑의 ‘망령’으로 강제 귀속됩니다.]그걸 들은 성지한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잘 처리됐네.”
탑의 망령.
그건 무신의 탑에 귀속된 플레이어를 이르는 용어였다.
원래는 한 플레이어를 무신의 탑 같은 콘텐츠에 귀속시키는 건 상당한 비용을 요구하는 일이었지만.
적색의 관리자가 여러 설정을 만져 본 끝에.
현 무신의 탑은, 최소한의 지출로 ‘망령’을 확보할 수 있었다.
레벨 다운 페널티를 집행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처벌을 강화하여 망령화를 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스으으으…….
산체스의 육체가 투명해지며, 마치 유령처럼 변하자.
[지금부터 망령 ‘산체스’를 배치할 수 있습니다.] [현재 배치 가능한 층은 1층입니다.]산체스를 탑에 배치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최상층은 무신인 내가 있어야 하니. 지금은 1층밖에 안 되는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산체스를 1층에 배치했다.
그러자.
[망령 ‘산체스’가 1층에 배속됩니다.]스으으으…….
“오…… 몸이!”
투명해졌던 산체스의 몸이, 반쯤 실체화되었다.
“이제 무기징역수들부터 탑에 진입시킬 건데, 너는 적당히 싸우다 져 줘라.”
“저…… 꼭 져야 합니까?”
“그래. 이기면 안 된다.”
그 말에 산체스는 울상이 되었다.
왠지 이런 건, 첫 타자가 안 좋은 거 같은데.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이, 인벤토리엔 다신 들어가기 싫어……!”
“죽어라!”
산체스는 눈에 독기를 품고 달려드는 무기징역수들을 상대하며 울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퍽! 퍽!
차라리 성지한처럼 한 방에 머리를 터뜨려 주면 모르겠는데.
다들 실력이 고만고만해서, 치열한 육탄전이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헉. 헉…… 죽, 죽은 건가?”
벌써 열 번째 쓰러진 산체스.
그를 쓰러뜨린 여자가 위층으로 올라가자.
스스스스…….
산체스의 몸이, 또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아니…… 차라리 빨리 죽게 무기라도 쓰게 해 주지…….”
그가 찡그린 얼굴로 그리 한탄할 무렵.
[무신의 탑의 증축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무신의 탑이 증축됩니다.] [1층이 확장되어, 망령을 더 배치할 수 있습니다.]쿠르르르……!
탑이 크게 뒤흔들리며,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1층은 워낙 크게 확장되어서.
‘이거, 혼자서는 못 막겠는데…….’
산체스가 막을 엄두도 못 내는 상태였다.
그때, 그의 옆으로.
스스스…….
자신을 이기고 올라갔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저…….”
“아,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아까 사생결단을 내며 싸운 게 생각난 건지.
머쓱한 얼굴로 산체스에게 인사하는 사람들.
“앞으론 당신들이 싸우십쇼. 저 벌써 10번 죽었습니다.”
산체스가 그렇게 후임들에게 1층 전투를 맡기려 할 때.
번쩍. 번쩍……!
아까와는 달리, 무기징역수 여러 명이 무신의 탑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탑이 증축되어서 도전자도 여러 명 받을 수 있게 된 건가.
그리고.
[도전자에게 망령이 1:1로 배치됩니다.]도전자와 매칭된 망령들이 1층의 전투 공간으로 격리되어 이동했다.
여기엔, 물론.
후임 망령들에게 전투를 시키려던 산체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니. 쉴 틈을 안 주네 진짜……’
이렇게, 인벤토리에 있던 사람들이 무신의 탑에서 빠르게 망령화되고.
탑이 여러 번, 확장과 증축을 거듭한 끝에.
[무신의 탑이 증축됩니다.] [탑이 10층으로 올라섭니다.]1층에서 시작한 탑은, 어느새 10층이 되었다.
그리고.
[무신의 탑을 실체화할 수 있습니다.]탑의 실체화 메시지가 떠오르자.
10층에 있던 성지한은 미소를 지었다.
‘1단계가 완성되었군.’
이제는 현실 세계에서, 탑을 설치하면 되겠어.
성지한은 어디다 이를 설치할까 생각하다가.
‘그래. 초토화된 남산 쪽으로 가자.’
연합의 총독부가 있던 남산 쪽을 떠올렸다.
녹색의 관리자의 전투로 인해, 초토화되었던 남산.
거기에 세계수도 있던 자리라, 사람들은 이곳이 불길하다고 여겨서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무신의 탑 좀 설치해도, 전혀 상관 없겠지.
슉!
성지한은 포탈을 열어, 남산으로 이동한 후.
총독부가 위치했던 공터로 다가갔다.
그리고 시스템 창에 있던 무신의 탑을 터치하자.
[이 자리에 무신의 탑을 실체화하시겠습니까?]바로 탑을 설치할 거냐는 메시지가 떴다.
“아. 잠깐. 공지 좀 하고.”
탑 설치 전에, 사람들에게 알려 주는 편이 좋겠지.
성지한은 배틀튜브를 켰다.
* * *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공지사항이 있어서 배틀튜브를 틀었습니다.”
꾸벅.
성지한이 가볍게 인사하며, 공지사항을 거론하자.
-오 요즘 자주 방송 키시네
-공지사항?
-아. 무기징역자들 처분 알려 주신다고 했었는데 그건가?
-역시 사형?
-인벤토리에 500명 넣고 다니는 것도 좀 그렇지 ㅇㅇ
-성지한님 덕에 살아난 주제에, 그렇게 경고해도 쨌으니……
사람들은 저번에 이야기한, 무기징역자의 처분에 관한 건가하고 추측하고 있었다.
“무기징역자의 처분…… 그것도 포함된 거긴 합니다.”
저벅. 저벅.
성지한은 천천히 걸으며 총독부가 있던 자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지이이잉……!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에.
푸른 빛의 거대한 탑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오…… 뭐지 저 탑은?
-저기 남산 아님?
-ㅇㅇ 총독부 있던 곳
-엘프 귀신 나온다고 등산객들 남산 얼씬도 안 하던데……
-이젠 저 탑 보러 이제 사람들 좀 가겠네
사람들은 처음에 탑이 실체화하는 걸 보며, 그냥 신기해했지만.
-??? 저기 님들. 제 시스템 창에 이상한 게 떠올랐는데요 저만 이런 거임?
-어…… 나도 무신의 탑이란 게 생겨남;
-성지한님이 무신이잖아. 저 탑이랑 연관 있나 본데 ㄷㄷ
-난 기프트도 못 받은 레벨 1인데도 생겨났음…… 뭐지?
자신들의 시스템 창에서, 무신의 탑 콘텐츠가 생겨나자.
신기함을 넘어서서,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지한은.
“여러분. 인류는 곧, 스페이스 리그의 골드 리그에 배정됩니다.”
이런 혼란상에다가, 폭탄을 내던졌다.
-네?
-골드요?
-아니 ㅎㅎ…… 저희 실버에서도 빌빌거렸는데……
-그래도 그땐 세계수 연합 놈들이 훼방놔서 그런 거 아님?
-연합 아닌 종족한테도 완패했잖아…… 꼴등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ㅡㅡ
-ㄹㅇ 윤세아 밴 당하면 쪽도 못 쓰던 폐급 종족이었잖아……
-지금은 성지한님 있으니 괜찮지 않음?
-ㄴㄴ 성지한님 관리자라 참가 못하심 브론즈 때도 그랬잖아
실버에서 꼴등해서 식민지 된 인류가.
어떻게 골드를 간단 말인가.
사람들이 실버 때의 흑역사를 떠올리며, 골드 가면 더 망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을 때.
“실버 때보다 사정은 더 안 좋습니다. 남자 하프 엘프가 되려고 기존의 능력을 포기한 랭커들이 수두룩했으니까요. 검왕님만 해도 그렇지 않습니까?”
성지한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아 맞네…… ㅡㅡ
-남자 하프 엘프 되겠다고 랭커들이 죄다 때려치고 말야 ㅅㅂㅋㅋ
-몰랐으니까. 해방될 줄 몰랐으니까……!
-와 상위 랭커들, 여자가 훨씬 더 많아졌네 ㅋㅋ
이그드라실이 막판에 이종친화 기프트를 뿌리면서.
수많은 랭커들은 기존의 지위를 포기하고 남자 하프 엘프로 전환했다.
물론 이 시도가 100% 성공한 건 아니라서 다행히 인간을 유지한 남자들도 적잖았지만.
실력 있는 랭커 중, 많은 수가 레벨이 초기화 된 상태였다.
이걸 감안하면 실버리그에서 꼴찌할 때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은 인류.
“그래서, 제가 해결책을 마련했습니다.”
스윽.
성지한이 손가락으로 무신의 탑을 가리켰다.
“무신의 탑은. 뒤처진 인류의 레벨 업을 보조할 것입니다.”
-오. 무신의 탑이 레벨 업을……?
-역시 성지한님……! 인류를 위해 이런 대책까지 마련해 주셨군요 ㅠㅠ
-그럼 남산으로 바로 가면 될까요?
-ㄴㄴ 이거 터치만 해도 진입 가능한 거 같은데?
-오 신기하네…… 지금 눌러도 되겠습니까?
인류의 레벨 업을 보조할 거라는 무신의 탑에, 전혀 의문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
이미 인류에게 성지한의 말은 절대적이었기에.
이들은 이게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고, 그의 말대로 따를 생각만 하고 있었다.
‘이거, 굳이 어떤 프로세스로 무신의 탑이 작용하는지 설명할 필요는 없겠네.’
[그래. 이들에겐 딱히 설득이 필요 없군. 네가 해온 게 있었으니까. 거기에 사실 아닌가? 레벨 업 보조는.]성지한은 적색의 관리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신의 탑은 원래 성지한의 레벨 업을 위해 만든 것이긴 했지만.
이를 어떻게 잘 운용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인류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방법이 도출되었기 때문이다.
[무신의 탑이 10층으로 확장되어, 특별한 혜택이 주어집니다.]10층으로 탑이 확장된 후, 고를 수 있었던 혜택.
수많은 항목 중, 적색의 관리자는 한 가지를 추천했다.
[특정 종족 한정, 페널티 완화.]여기서 특정 종족으로 인류를 택하자.
무신의 탑에서 패배하면 레벨이 떨어지던 페널티가.
인류 한정으로는, 경험치가 좀 깎이는 선에서 멈추었다.
“2레벨 이상부턴, 지금부터 들어가셔도 됩니다. 1층의 무기징역수들이 탑에 관해 잘 안내해 줄 겁니다.”
탑에 진입해도 된다는 성지한의 말에.
-오…… 그렇다면 바로 가 봐야지 ㅋㅋㅋ
-레벨 1은 안되나보다 ㅠㅠ
-터치해보니 진입은 가능해 보이긴 한데…… 하지 말라시니 참아야지
-ㄹㅇ 괜히 말 안듣다가 하프 엘프들 꼴 남 ㅋㅋ
순식간에 진입하기 시작하는 사람들.
레벨이 1인 사람들은 아쉬워하긴 했지만, 성지한 말 안 따르다가 무기징역수 된 케이스를 봐서 그런지 경거망동하진 않았다.
그렇게 무신의 탑 콘텐츠를 두고, 인류가 들떠 있자.
-인류만 혜택 보는 건가…… 관리자 빽 좋네
-우린 못함?
-지구 좌표 알려 주면 찾아가서 참여할 용의가 있습니다
-나도 나도
-무신의 탑이 근데 이런 콘텐츠였나……? 무신 자리 두고 싸우는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기록 좀 뒤져 봐야겠네
성지한 채널을 지켜보던 외계의 시청자들은 자기들도 못 하냐면서 관심을 보였다.
“외계의 분들은 조금만 기다려 주시죠. 탑이 더 확장되면, 이렇게.”
탁.
성지한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배틀튜브 화면 위에 탑의 형상이 떠올랐다.
“배틀튜브를 통해서 진입도 가능해집니다.”
-오오…… 신기하다
-무신의 탑 별 기능이 다 있네 ㄷㄷ
-푸른 탑이 배틀튜브 화면 위에선 회색인 걸 보니…… 아직은 기능이 활성화 된 게 아닌가
-이거, 탑이 빨리 커지길 기다려야겠네
외계의 시청자들이 그렇게 배틀튜브 화면 위에 뜬 탑 형상을 보고, 신기해 할 즈음.
번쩍…….
채팅창에서, 녹색으로 번쩍이는 글자가 크게 떠올랐다.
[음. 전, 기다리기 싫은데…… 좀 빨리 가도 되죠?]마치 후원 메시지처럼 홀로 커다랗게 번뜩이는 글자.
이건, 관리자급만이 보낼 수 있는 메시지였다.
그리고 현재 녹색의 관리자는, 바로 울드.
[잠깐 기능, 활성화시킬게요~]그 메시지가 떠오르고 나자.
파아앗……!
배틀튜브에서 회색으로 떠올라 있던 무신의 탑에.
잠시 푸른빛이 감돌았다.
그리고.
[도전자, ‘울드’가 무신의 탑에 진입했습니다.]그 메세지가 떠오르기 무섭게.
[‘울드’가 9층을 돌파했습니다.]울드는 순식간에 1층부터 9층까지 쾌속으로 올라왔다.
“……일단, 도전자를 맞이하러 가겠습니다.”
이 여자.
진짜 별걸 다 할 줄 아네.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리곤 탑의 10층으로 갔다.
그러자.
“무신의 탑…… 고대의 콘텐츠라 그런지, 숨겨진 기능이 많네요. 확실히 예전이 더 자유로웠다니까.”
거기엔 이미 울드가 자기가 탑의 주인인 양, 이를 여유롭게 살피고 있었다.
“그럼. 어디…… 칭호부터 가져가 볼까요?”
그러면서 성지한을 향해 섬뜩하게 웃는 울드.
빛이 반짝이며 그녀의 앞에 빛의 시계가 떠오르려 할 때.
[플레이어 ‘울드’가 무신 ‘성지한’에게 도전합니다.] [무신의 능력이 도전자에 비해 현격히 약합니다……] [두 플레이어의 능력치가 약한 이를 기준으로 100% 보정됩니다.]둘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응?”
도전자의 능력치가 너무 강해서, 성지한을 기준으로 보정되는 무신의 탑 시스템.
그걸 본 울드가 눈을 깜빡일 무렵.
파스스스…….
빛의 시계가, 생성되다 말고 사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