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00
공허를 소모하자 변화가 생긴 욕심 쪽.
성지한은 빛의 일족이 되기 위한 조건인 2개의 해결법을 알아낼 수 있었다.
‘백광 200은 배틀튜브 틀어놓은 채로, 무신의 탑을 운용하면 계속 쌓일 테고.’
‘욕심’에 해당하는 공허 스탯은, 언제든 외계로 나가서 태극마검을 만들어 소모하면 되니까.
이렇게 두 조건은 해결 방법을 마련했지만.
-너무 부지런합니다.
‘이건 뭐 어쩌라는 거야?’
살다 보니까 부지런한 게 이렇게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다.
어디…… 회귀 전의 폐급 시절처럼 한번 살아 봐?
성지한이 그 메시지를 보면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었을 즈음.
[스탯 창에 기반하여 판단한다고 하지 않았나. 이것도 네 능력치와 연관이 있는 거겠지.]적색의 관리자가 그의 주의를 환기했다.
‘하기야…… 그건 그렇다만.’
성지한의 상태창의 능력을 쭉 둘러보았다.
청, 적, 영원, 공허, 백광.
하나하나가 관리자의 능력으로, 일반 플레이어들이 보면 죄다 탐을 낼 만한 능력이었다.
만약 스탯의 질이나 양이 부지런의 척도라고 한다면.
현재 플레이어 중에 성지한보다 부지런한 이는 없겠지.
‘그렇다고 지금 와서 게을러진다고 이 능력들을 포기할 수는 없지.’
지금까지 어떻게 쌓아올린 능력들인데.
빛의 일족이 되려고, 이걸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애당초 빛의 일족이 되려는 것도.
인간형 종족의 원류가 왜 인간인지, 그리고 업데이트 버전과 인류의 넘버가 왜 같은 건지.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 아니었나.
‘저 궁금증을 풀기 위해, 내 능력을 희생할 수는 없지.’
공허야 털어도 되는 능력이라 털어냈을 뿐.
나머지는 아까워서 안 된다.
성지한이 그렇게 결심할 때.
[적은 소모해도, 충전하면 되지 않나.]“적을?”
[그래. 너에겐 적을 보충할 명계가 있으니.]적색의 관리자가 나직이 말을 이어 나갔다.
[내 나름대로 부지런함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는데…… 레벨 대비 스탯의 총합이 너무 높으면, ‘부지런하다’고 인식할 수 있지 않겠나.]“흠.”
[아니면, 잔여 포인트를 일부러 남겨놓아도 되겠지. 레벨 업을 했는데도 능력을 안 찍는 것도, 게으름의 척도일 수 있으니.]현재 성지한의 레벨은 190.
지금까지 받은 잔여 포인트는 모조리 청에 투입하고 있어서, 스탯 청은 554였다.
근데 이걸, 일부러 찍지 말아 보자 이거지?
‘한번 시도해 봐야겠네.’
관리자의 능력 중 공허랑 적은 써도 써도 아깝지가 않았으니.
이는 해 볼 만한 시도였다.
‘그럼 이왕 하는 거, 청염을 단련하자.’
울드의 몸을 불태웠던 푸른 불꽃, 청염.
청과 적의 힘이 뒤섞여서 한층 더 강력한 위력을 선보였던 그 힘은.
빛의 시계는 태웠지만 공허 상태의 울드에겐 해를 끼치지 못했다.
그래도.
‘그때는 좀 청염을 가다듬지 못했지.’
울드를 상대하다가 이게 효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급하게 힘을 집중시킨 거라.
당시엔 청염에 힘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질 못했다.
이번에 이왕 적을 소모하는 거, 이거나 제대로 수련해 봐야겠네.
‘그리고 이 청염으로, 태극마검을 불태워 봐야겠군.’
공허의 힘이 응축된 태극마검.
이게 청염에 제대로 불붙는다면, 공허 상태의 울드한테도 어느 정도 타격을 입힐 수 있지 않을까.
‘바로 해 보자.’
무극멸신武極滅神
진청개문鎭靑開門
청염靑炎
성지한의 손에,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
* * *
3주 후.
파지지직……!
집 거실에서 포탈이 생겨나자, 눈을 깜빡이던 윤세아는.
거기서 성지한이 나오는 걸 보고는, 반가운 얼굴로 말을 걸었다.
“삼촌……! 진짜 오랜만이다.”
“그래? 우리 언제 마지막에 봤지?”
“한 2주 전? 그 때도 음료수 한 캔 먹고 수련하러 갔잖아. 이제 끝난 거야?”
“음…… 당분간은? 오늘은 일단 성좌 후원 바꾸러 왔어. 이제 곧 스페이스 리그 경기 아니야?”
윤세아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3일 뒤야. 상대는 공허추종자래.”
“공허추종자라…… 걔들 랭킹은?”
“2위야.”
“이번에도 쉽지 않겠네.”
골드 리그에서도 최상위권의 상대.
성지한이 데려온 전사, 길가메시와 아리엘이 있긴 해도.
현 인류의 전력으로 이들에게 승리를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그래도.
“최대한 저항하는 모습은 보여 줘야겠지.”
“응…… 저번처럼 압살당하면 사기가 말이 아닐 테니까.”
“그래서 이번엔 길가메시와 아리엘에게 성좌 후원 바꾸려고. 아직 세진 형은 레벨 완전히 다 회복하지 못했잖아?”
“맞아. 아빠는 쪽잠 자면서 무신의 탑 돌고 있긴 한데…… 레벨 올라가니 확실히 레벨 업 속도가 느려졌나 봐.”
남자 하프 엘프가 되기 전까지 압도적인 인류 최강 전사였던 윤세진.
그 경지를 단번에 회복하는 건 아무리 무신의 탑을 이용한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근데 삼촌은 무슨 수련을 그렇게 쉬지도 않고 해? 진짜 부지런하다. 그래야 그 경지까지 가나 봐?”
윤세아의 부지런하다는 칭찬에, 성지한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부지런하다라…… 지금 나, 게을러지기 위해 이런 거야.”
“……응? 그게 뭔 소리야?”
“시스템에게 내가 게으르다고 판정을 받아야 할 일이 있거든.”
게으름 판정을 받기 위해 부지런해야 한다고?
윤세아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눈만 깜빡이자.
“자세한 건 확실하게 게을러지면 이야기해 줄게.”
“알았어…… 근데 게을러진다는 거 세상에서 제일 쉽지 않아? 그냥 저 소파에 누워서 TV만 봐도 되잖아.”
“그렇게 판정받을 거였으면, 진작했겠지…….”
성지한은 지난 3주를 떠올렸다.
스탯을 소모해서 게으르다는 판정을 받아보자는 적색의 관리자의 제안에 따라.
무신의 탑 운영과 청염의 단련을 24시간 쉬지 않고 병행한 지난 시간.
빛의 일족 테스트기 버튼에서 부지런하다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
성지한은 귀환 후, 가장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너무 부지런합니다.
태극마검을 주구장창 소환해 공허가 100 아래로 떨어지며, 욕심이 없습니다 메시지는 사라졌지만.
저 부지런하단 메시지는 ‘너무’ 딱지도 떼지 않은 채, 계속해서 뜨고 있었다.
아니 물론.
요 3주간은, 잠도 안 자고 적을 태워 가며 부지런히 살긴 했다만.
‘스탯창만 본다며. 왜 미동도 없냐.’
성지한은 스탯창을 살펴보곤 미간을 찌푸렸다.
공허도, 적도 100 이하로 떨어졌는데.
이놈의 버튼은 왜 자꾸 부지런하다는 거야.
아직도 스탯이 높다 이건가?
성지한의 생각이 복잡해지자.
[음…… 이러면 잔여 포인트를 더 쌓아가는 쪽으로 선회하는 게 낫겠다. 스탯 총량은, 부지런함을 측정하는 기준이 아닌가 보군. 미안하다.]그 안에 있던 적색의 관리자가,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며 사과를 해 왔다.
‘아니. 됐어. 해 볼 만한 추측이었고, 덕분에 청염은 원 없이 단련했으니까.’
메시지의 변화는 없긴 했지만.
그래도 3주간의 수련이,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
청염을 통해, 공허의 태극마검을 불태우는 시도는.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었으니까.
‘아직 울드의 그 막강한 힘을 제압할 정도는 아니지만…… 대항은 할 수 있다.’
여기서 좀 더 발전을 하면, 그 괴물을 제압할 수단이 만들어질 거 같은데.
근데 적은 보충하면 된다 쳐도.
‘이거 공허가 아쉬워지네 갑자기.’
이번 수련에 공허를 원 없이 털어 버려서, 이젠 태극마검을 만들 공허가 남아나질 않았다.
물론 태극마검을 안 띄우고 청염 수련에 들어가도 되긴 했지만.
불태울 대상이 있는 것과 없는 건, 수련에 있어서 효율 차이가 엄청났으니까.
성지한은 그렇게 셀프 점검을 끝내곤 윤세아에게 물었다.
“일단 성좌 후원부터 바꿔야겠네…… 아리엘이랑 길가메시는 뭐 하고 있어?”
“아리엘은 자기 방에서 열심히 배틀넷이랑 무신의 탑만 돌리는데, 길가메시 아저씨는 맨날 놀러 다니더라. 벌써 연예인이랑 클럽에서 목격담도 여럿 떴어.”
“아니…… 그 자식은 왜?”
“자긴 용병이니까, 하루 할당량 끝내면 놀 거라면서…….”
그러면서 윤세아는 잠시 입을 다물더니,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음…… 그러면서 말이지? 자기는 술과 여자가 너무 좋다고. 상대도 최소 3명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해. 그래서 요즘 기자들한테 아주 슈퍼스타야.”
“내가 수련한다고 자리 좀 비우니까, 벌써부터 인간계 맛을 들였구만.”
성지한은 본체 길가메시를 떠올리며,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복제된 존재라고 해도 이렇게 원본을 똑같이 따라가나?
“아. 그, 그래도…… 사실 이런 경우가 해외엔 엄청 많잖아? 탑 플레이어들이 가십 일으키는 거. 우리나라가 좀 특이하게 없었던 거뿐이지, 미국같은 덴 남녀 가리지 않고 탑 플레이어들이 세 다리 네 다리 걸치는 거 흔하니까.”
“뭐, 그건 그렇지.”
“그러니까 음, 아무리 그래도 죽일 필요까진 없지 않을까……?”
“……? 야. 내가 언제 죽인댔냐.”
“아. 안 죽일 거야?”
뜻밖이라는 듯 성지한을 쳐다보는 윤세아.
“옛날엔 길가메시 보면 맨날 죽일 거라 했던 거 같아서.”
“예전 본체처럼 전 인류에게 씨 뿌린단 헛소리만 안 하면, 성인이 할 일 다 하고 노는 걸 뭘 제재하겠어.”
그리고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길가메시가 저렇게 나대는 건, 놀아주는 사람이 있으니 그런 거 아니겠나.
안 그래도 할 일 많은데.
저놈 노는 거까지 신경 쓸 생각은 없었다.
“다만 길가메시가 자신의 하루 업무량을 자기 마음대로 정한 거 같은데. 그건 수정해 줘야지.”
“음…… 내가 듣기론, 1일 1 게임. 1 무신의 탑이었어.”
“쯧. 탑 10번은 돌아야지. 레벨도 낮은 게 빠져 가지곤.”
“……삼촌은 평생 게을러지긴 힘들 거 같아.”
윤세아는 질린 듯 그리 대꾸했지만.
성지한의 업무 할당량은, 어디까지나 길가메시가 지닌 생명의 기운을 감안한 것이었다.
겨우 하루에 탑 1 번만 돌면, 체력 남아돌 텐데.
힘 좀 빼게 해야지.
“업무량은 내가 그놈 만나서 이야기해 주고. 그래…… 칼레인은 뭐 하고 있는지 알아?”
“아…… 삼촌이랑 약속한 거 지킨다고, 언데드 테마파크 만든다는데?”
“언데드 테마파크……?”
“어. 남산에다가 레벨 업 명소를 만들겠대. 죽은 자의 기운이 넘치는 게 딱 적합하다나?”
총독부가 있을 땐 생명의 기운이 가득했던 남산이었는데.
그게 이젠 180도 바뀌었냐 보네.
‘길가메시가 여자 밝히는 거보다, 저게 더 감독이 필요하겠군.’
길가메시야 개인의 일탈에 지나지 않지만.
칼레인이 만든다는 언데드 테마파크는, 그가 생각하는 콘셉트가 어떤가에 따라서 주변에 큰 피해를 줄 수도 있었으니까.
“흠. 아무래도 거기부터 가 봐야겠다. 너, 대표팀 합숙은 언제지?”
“오늘 저녁이야.”
“그럼 거기서 성좌 후원 바꿀 거라고 이야기해 줘. 칼레인이 만든다는 언데드 테마파크 감독 좀 하고 갈 테니.”
“응응.”
성지한은 그렇게 윤세아에게 말한 후, 남산을 향해 포탈을 열어 이동했다.
그러자.
“오. 머리야! 마침 잘 왔어!”
예전 총독부가 설치되어 있던 자리에서 서성이던 칼레인이.
그를 향해 반가운 듯 손을 흔들었다.
그러더니.
“나, 나중에 죽은 별 새로 만들 때 이 산 떼 가면 안 되냐?”
“……남산을?”
“어어! 여기는 사령술사의 천국이야!”
땅바닥을 주물럭거리면서 흥분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세계수 연합의 세계수가 있었다며?”
“어. 총독부로 자리했지. 꽤 상급의 세계수였어.”
“아하. 그래서 그런가……? 뭔가, 여기서 혁명적인 언데드를 만들 수 있을 거 같아! 흐흐흐…….”
음산한 웃음을 지으며, 흙을 손으로 파서 먹어보는 칼레인.
‘멀쩡한 얼굴로 저러니까 더 미친 놈 같네.’
성지한이 그렇게 칼레인이 하는 행동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을 때.
“머리야. 머리야! 혹시 안 바쁘면, 나 조금만 도와줄 수 있어? 언데드 테마파크에 내 언데드 다 기증할 테니까!”
“뭘 하려고?”
성지한이 심드렁하게 반문하자.
“세계수, 세계수를 언데드로 만들어 보자!”
꿀꺽.
흙을 삼킨 그가, 두 눈을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