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1)
* * *
“길드 마스터요?”
소드 팰리스 빌딩의 한 카페.
카페 안쪽의 프라이빗 룸에서 성지한을 만난 이하연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보자고 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나 했더니, 길드 마스터를 해 달라는 게 아닌가.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인가요?”
“네.”
“왜죠?”
길드의 오너와 길드 마스터가 다른 건 종종 있는 일이었다.
아메리칸 퍼스트만 해도 그렇고, 국내의 10대 길드에서도 세 개의 길드가 이런 시스템을 갖추었다.
하지만 그들이 내세우는 길드 마스터는 모두 길드 내에서 가장 뛰어난 플레이어였지, 이하연처럼 일반인은 아니었다.
“하연 씨한텐 서포팅 기프트가 있지 않습니까.”
“……이 쓸모없는 기프트 말하시는 거예요?”
이하연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자신의 상태창을 띄웠다.
[기프트 – 육성 (등급 A)]-서포팅 기프트입니다. 다른 플레이어가 빠르게 성장하도록 돕습니다.
다른 플레이어의 성장을 돕는다는 심플한 기프트.
이하연은 옆에 서 있는 임가영을 흘깃 쳐다보곤 말했다.
“우리 보디가드한테 테스트해 본 결과. 이 기프트는 큰 쓸모가 없었어요. 길드에서 GP로 구매할 수 있는 경험치 버프랑 중복 적용이 안 된다고 했거든요.”
“제가 관심 있는 건 경험치 버프가 아닙니다.”
“육성 기프트는 경험치에만 적용되는데요?”
“아뇨. 겨우 그런 효과로 등급 A를 받을 리가 없습니다.”
서포팅 기프트를 지니고 있는 건 이하연인데도, 오히려 성지한이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서포팅 기프트 중에서, 등급 A 이상 나온 걸 본 적 있습니까?”
“……글쎄요. 못 보긴 했어요. 대부분 D나 C고, B도 거의 보기 힘들었죠.”
다른 기프트가 SSS급까지 등급이 매겨진 것과는 달리.
현재 인류에게 풀린 서포팅 기프트의 등급은 A가 최고였다.
이는 곧.
이하연의 기프트가 서포팅 기프트 중에서는 최고 등급이라는 걸 뜻했다.
“같은 계열에서 최고 등급인데. 겨우 경험치 버프 10퍼센트만 준다? 이상하지 않나요?”
“지한 씨께서는 외부인이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서포팅 기프트를 받은 사람들끼리 실험한 결과를 공유해 본 끝에 나온 결론은…… 이건 기프트 등급에 관계없이, 겨우 ‘경험치 10퍼센트’만 주는 게 맞아요.”
이하연이라고 왜 이 기프트를 써먹을 방법을 생각하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여러모로 테스트를 해 봐도, 서포팅 기프트는 쓸모가 없다는 게 팩트로 드러났다.
“그 실험 결과에. 성장률 증가에 포인트를 올인한 길드의 길드 마스터 케이스도 포함되어 있습니까?”
“……성장률 증가요? 그 쓸모없는 옵션에 투자하셨다고요?”
“예. 제가 대기 길드를 만든 이유가 바로 그 옵션 때문이었으니까요.”
“길드 이름이 대기…… 인가요?”
이하연은 길드의 이름을 듣고, 성지한이 왜 이런 길드를 만들었는지 곧 파악할 수 있었다.
“조카 생각이 지극하시군요?”
“세아 생각이야 지극하지만, 꼭 녀석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러며 성지한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도 성장해야 하니까요.”
“……정말 성장률 증가 옵션이 효과가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세계적으로 수많은 나라와 길드가 연구를 해서 큰 효과가 없다는 게 밝혀졌는데.”
“전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저렇게 확신을 할 수가 있지?
성지한에게서는 뭔가를 알지 않고서는 나올 수가 없는 자신감이 보였다.
진짜 서포팅 기프트에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다른 능력이 있는 걸까?
“그래도 전 이성 길드 소속인데…….”
“길드의 소속 플레이어는 아니잖아요? 직원일 뿐이죠.”
“……그건 그렇죠.”
“그럼 병행해도 됩니다. 굳이 길드 마스터로 활동을 할 필요 없이. 이름만 빌려 줘도 돼요.”
“이름만요?”
“네. 길드 마스터에 서포팅 기프트를 지닌 플레이어 가 있다. 이게 중요하니까요.”
이름만 올려도 된다고 말하자, 이하연에겐 촉이 왔다.
이 사람, 뭔가 알고 있다고.
‘그리고 이 제안은 나한테 손해 볼 건 없어.’
오히려 이번 일로 서포팅 기프트에 대한 추가 정보를 알게 된다면 자신에게도 이득이 될 터.
그래도 추가 정보 하나로 만족할 수는 없기에, 그녀는 표정을 관리하며 말했다.
“그래도 이름을 그냥 빌려 드리기는 그런데요…….”
“물론 적절한 보상을 드릴 생각입니다. 일단은 길드 마스터가 되어 주신다면 저번처럼 확실한 베팅 픽을 알려 드리죠. 아, 이번에 많이 버셨죠?”
“아…….”
성지한의 말에,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던 이하연의 표정이 잠시 일그러졌다.
그걸 보고, 성지한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완벽하게 찍어 드렸는데. 손실을 보신 건?”
“그. 그게…….”
“한일전 찍어 드린 건 믿기지 않아서 그렇다 쳐도. 제 TOP 100 경기에서 5배는 재미 보셨지 않나요?”
“…….”
“성지한 님. 전 덕분에 벌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차마 말을 하지 못하는 이하연 옆에서, 임가영이 고개를 푹 숙여 인사했다.
평소의 무표정은 사라지고, 은은한 미소가 보였다.
보디가드는 벌었는데, 정작 벌어야 할 이하연은 저렇게 똥 씹은 표정이라니.
설마 배런한테 걸었던 건가.
‘역시 제로인가. 알려 줘도 잃네.’
성지한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전 저 두 건으로 100배를 넘게 벌었습니다. 그래서 순수 제 자금으로만 길드를 창설할 수 있었고요.”
“100배요?!”
“예. 그런데 하연 씨에게는 아무래도 베팅은 무리 같군요. 알려 줘도 듣질 않으니 어쩌겠습니까?”
“아, 아니에요. 이제 믿고 따를게요. 알려만 주세요!”
“알려 줘도 잃을 텐데요. 차라리 따로 보수를 드리는 게 낫겠습니다.”
“아. 할게요. 길드 마스터! 이름만 올리면 되는 거죠? 할 테니까 제발……!”
“아, 아가씨……!”
“100배 벌었대잖아!!!! 할게요!”
이하연은 임가영의 만류를 뿌리치며, 급히 소리쳤다.
이성을 잃은 모습이었다.
성지한은 그녀가 저번 생에 아메리칸 퍼스트 2군 길드장으로 거액의 돈을 받고도 빈털터리로 살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거참. 이렇게 쉬울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굴러 들어온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성지한은 바로 길드 마스터 임명 절차에 들어갔다.
성지한이 이하연을 가리키자, 그녀의 눈앞에 시스템창이 나타났다.
[대기 길드의 길드 마스터가 되겠습니까?]“아가씨! 정신 차리세요!”
임가영이 얼른 손을 뻗어 이하연을 막아서려고 했지만.
그녀의 손가락이 ‘예’를 터치하는 게 먼저였다.
그리고.
[대기 길드의 길드 마스터가 되었습니다.] [길드의 성장률 증가 레벨이 10이 넘었습니다. 서포팅 기프트, 육성의 효과가 소속 길드원 모두에게 강화 적용됩니다.] [성장률 증가 옵션의 효율이 2배로 늘어납니다.] [모든 길드원에게 경험치 30퍼센트 증가 옵션이 적용됩니다.]“……?”
이하연의 눈앞에 펼쳐지는 수많은 메시지.
그제야 정신을 차린 이하연은 믿기지 않은 듯 눈을 비볐다.
“이, 이게 뭐죠……?”
“제가 뭐랬습니까.”
길드 오너인 성지한도 같은 메시지를 보고, 웃음을 지었다.
“성능 확실하네요?”
* * *
다음 날, 똑같은 장소.
이하연은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이성 길드의 길드 마스터이자, 그룹의 후계자인 오빠 이상진과의 통화를.
-성지한이 널 길드 마스터로 임명하려 한다고? 너한테 반했나 보구나.
-오빠. 그게 아니라, 제 서포팅 기프트를 보고…….
-서포팅 기프트? 그게 쓸모가 있을 리가 없잖니? 하연아. 그는 네 미모에 반한 거야.
-…….
-잘됐다. 어차피 길드에서 하는 일도 크게 없었잖니? 성지한의 일을 도와주며 그를 우리 이성으로 들어오게 설득해 보렴. 열애설은 나오지 않게, 잘 조절해서 말이야.
이하연은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
20살이나 차이 나는 배다른 오빠, 이상진.
그는 이복동생인 이하연에게 친절했지만.
그 친절은 어디까지나 재벌가의 혼맥을 다지기 위한 ‘상품’을 보는 데서 나왔다.
-보디가드도 네 옆에 있으니, 실수할 일은 없을 테지.
이하연은 자신의 옆에서 묵묵히 서 있는 임가영을 힐끗 바라보았다.
기본 업무인 경호와.
남자가 꼬이지 않게, 감시를 겸하고 있는 보디가드.
전근대적인 집안 분위기와 그녀 덕택에, 연애는 꿈도 못 꿨지.
아마 결혼하기 전까진, 계속 붙어 있을 것이다.
“이하연 씨. 벌써 와 있었군요.”
“네. 지한 씨.”
그녀는 성지한이 카페 프라이빗 룸에 들어서자, 하던 생각을 멈추고 표정을 관리했다.
“어제는 제가 추태를 부렸어요. 사과드립니다.”
“아뇨. 덕분에 좋은 길드 마스터를 모셨으니 괜찮습니다.”
“그 길드 마스터 말인데…… 제가 언제든지 사퇴가 가능한 건, 알고 계시죠?”
“사퇴하시게요?”
성지한의 반문에, 이하연은 고개를 저으며 조심스레 말했다.
“아뇨. 지한 씨 덕분에 제 기프트가 얼마나 쓸 만한지 알게 되었는데요. 다만…… 기프트에 걸맞은 대우를 받길 원해요.”
“걸맞은 대우라. 어떤 걸 원하십니까?”
성지한은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베팅할 건수만 알려 주고, 그녀를 이용할 생각은 없었다.
이하연의 재능은 서포팅 기프트 쪽에서는 독보적.
그에 걸맞은 대가를 주고, 길드 마스터에 오래 있는 게 서로가 좋았다.
“이번에 대한일보 건에서 문제가 되었던 지한 씨의 매니지먼트 건…… 저희 이성에서 하고 싶어요.”
전 세계에 생중계된 TOP 100에서 놀라운 모습을 보여 준 성지한.
그는 이미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었다.
그런 성지한의 매니지먼트를 이성이 맡게 된다면, 이하연은 길드에 들어와서 큰 실적을 세우는 셈이었다.
“그러시죠. 근데 전 광고는 별로 찍을 생각이 없습니다만. 음…… 그래도 하연 씨 체면을 생각해서, 한 달에 한 개는 찍도록 하죠.”
“어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죠. 그래도 일주일에 한 개는 찍으셔야…….”
“겨우 브론즈 TOP 100 가지고 물이 들어왔다니요. 스케일이 작으시네요.”
성지한은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실버 TOP 100에서 우승하기 전까진 한 달에 하나입니다.”
“……벌써 우승 확정이세요?”
“할 사람이 저 말고 누가 있죠?”
이 무슨 자신감이란 말인가.
그래도 이성의 매니지먼트를 받기로 약속했으니, 이 화제는 넘어가기로 했다.
“알았어요. 그럼, 이 건은 그렇게 하시고. 한 가지만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또 하나? 욕심이 없으시네요.”
“네. 길드 마스터 업무 말인데…… 저, 한번 제대로 해 보고 싶어서요.”
“흐음.”
그냥 바지 사장으로 있어도 되는데.
길드 마스터 업무를 보겠다고?
‘오빠가 성지한을 설득해, 이성 길드로 데려오라고 했으니까. 그러려면 접점이 있어야지.’
이하연의 본심은 이랬지만, 겉으로는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지한 씨. 솔직히 길드 운영에 큰 관심 없으시죠? 이 길드는 그냥 지한 씨랑 조카 분 버프용이죠?”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버프용 길드.
너무도 정확한 지적에, 성지한은 살짝 놀랐다.
제로가 이렇게 머리가 돌아갔던가?
“운영을 제대로 할 거였으면, 길드 인원 확장에 1포인트라도 투자를 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거야 성장률 증가가 더 중요해서 그런 겁니다만.”
“거기에 지한 씨 배틀튜브만 봐도 그렇고요.”
배틀튜브는 갑자기 왜?
성지한이 고개를 갸웃하자, 이하연이 스마트폰을 꺼내 그의 채널을 보여 주었다.
“이거 봐 보세요. 구독자가 이제 60만이 넘는데, 편집자가 없는 채널이 어디 있어요? 적어도 하이라이트는 따로 빼 놓던가 영상을 분할해야지, 죄다 풀 버전이잖아요.”
“뭐, 그래도 많이 봅니다.”
“더 많이 보게 만들어야죠!”
이하연은 오히려 자신이 더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이건 다이아몬드 광산을 그냥 방치하는 느낌이라고요.”
“그걸 길드 마스터로서 대신 관리해 주시겠다는?”
“네!”
“흠…….”
괜찮은데?
애초에 길드를 제대로 운영할 생각이 별로 없었던 성지한이었다.
그녀가 관리하겠다고 하면서, 대기 길드에 오래 붙어 있으면 있을수록 자신에겐 이득이었다.
‘저번 생에서 2군 길드장 할 때도, 도박만 아니면 뛰어난 길드장이란 평가를 받았지.’
제로 시절, 그렇게 도박 중독자의 모습을 보였는데도, 공과 사는 철저해서 길드 공금에는 손을 대지 않고 월급날만 기다리곤 했지.
그걸 생각해 본다면, 저쪽에서 열심히 해 본다는 걸 굳이 말릴 이유는 없었다.
“좋습니다. 대신 관리해 주면, 저도 개인 수련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근데 갑자기 왜 하고 싶은 겁니까?”
“지한 씨. 제가 승부 예측 베팅을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냥 도박 좋아해서 아닌가요?”
“아니에요! 원래 제 꿈이 길드 오너였어요! 길드 창설을 위해 자본을 모으기 위해서 베팅을 한 거라고요. 원래는 도박에 도 자도 모르는 순진한 아이였어요! 그렇지, 가영아?”
이하연의 물음에 임가영은 고개를 ‘매우’ 천천히 끄덕였다.
“그랬던…… 것 같기도 한 것 같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기 길드로 운영 연습을 해 보시겠다?”
“연습이라니,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제 길드처럼 열심히 할게요!”
“좋습니다. 그러면…….”
이왕 하겠다는 거, 제대로 밀어 줘 볼까.
성지한은 길드 창을 열어, 길드 오너의 권한을 살펴보았다.
‘이게 제일 낫겠군.’
길드 지분 양도.
성지한은 이하연에게 20퍼센트를 넘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