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15
신안.
미래를 제한적으로 보거나, 세상을 탐색하거나.
남들이 못 보던 걸 보는 등, 여러 기능이 있는 권능이었다.
소피아는 예전에 성좌로 모셨던 피티아에게서 얻었고.
성지한의 누나인 성지아도 이를 지녀, 공허의 마녀로 선택받기도 했었지.
‘소피아한테 남아 있는 건, 피티아가 살아 있을 적에 비하면 그리 존재감이 강하진 않았는데 말이지…….’
아무래도 신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건 무신의 종인 피티아였고.
소피아한테는 흔적 정도나 남아 있던 상황이었다.
성지한이 김지훈의 껍데기를 쓰고 있던 시절에, 한번 발동하긴 했지만.
그 이후엔 잠잠했는데.
백광이 100이 넘고 나서 소피아를 보니, 갑자기 저 빛의 눈이 모습을 드러낸 상태였다.
특히 평소 신안은 빛이 뭉친 형태인데 반해.
이번엔 확연히 눈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동방삭의 심상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 형태라…….’
설마 신안도 울드랑 연관이 있었나?
이 여자는 대체 못 하는 게 뭐야.
성지한이 동방삭을 찾았던 수백 개의 빛의 눈을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리자.
“어…… 지한? 제, 제가 뭘 잘못했나요?”
소피아는 당황한 얼굴로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자기 딴에는 반가워서 뛰어왔는데.
막상 상대가 표정을 찌푸리고 있으니 그럴 법도 했다.
“아. 소피아. 혹시 지금 신안 발동시키고 있는 중입니까?”
“신안요? 어…… 아뇨?”
자기 이마를 매만지며, 눈만 껌뻑이는 소피아.
“어. 이거, 제멋대로 발동해서요. 혹시 저도 모르게 빛이 나왔나요?”
본인은 신안이 발동하고 있는지도, 눈 형태로 모습을 띠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흠. 잠깐, 이마 좀 만져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스윽.
소피아가 바로 이마를 내밀자.
성지한은 거기서 천천히 손을 가져다댔다.
그러자.
번쩍……!
거기서 빛이 터져 나오더니.
성지한의 머릿속으로, 하나의 장면이 떠올랐다.
어두컴컴한 공간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사람의 손.
새하얀 빛이 일렁이는 그 손에는 막대한 빛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이건…… 환상인가? 신안을 매개로 한.’
성지한이 이걸 보며 그리 생각하고 있을 즈음.
[내게 복종하라. 신참자여.]손의 주인에게서 목소리가 들리자, 몸에선 일시적으로 힘이 빠져나갔다.
이거, 아무리 신안을 통해 보이는 환상이라지만.
‘실제로 제약을 당하는 느낌인데…… 가만히 있어선 안 되겠군.’
꺼림칙한 기분이 든 성지한은 스탯 청을 재빨리 운용했다.
스스스…….
그러자, 성지한은 목소리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았지만.
신안이 보여 주는 환상은 계속되었다.
[그래. 신참자여. 내게 복종했는가?] [……네. 당신께 복종하겠습니다.]신안을 보는 성지한은 멀쩡했지만.
환상 속의 그는 사정이 다른지, 상대를 따르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꽈악!
빛의 손이 성지한의 목을 움켜쥐더니.
곧이어,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크. 크흐…… 아바타가 한 건 했구나.]삐쩍 마른 몰골의 대머리 남성은.
광기 어린 얼굴로 성지한의 이모저모를 살피고 있었다.
[좋아…… 이곳으로 들어온 경위를 말하라.] [이곳으로 들어온 이유는……]질문의 답으로, 빛의 일족이 되어 울드의 사정을 알려 했다고 순순히 이야기하는 성지한.
그걸 들으며 남성은 두 눈을 번뜩였다.
[울드가 네놈의 능력을 그렇게 탐낸다고? 좋아. 이놈을 협상 카드로 써야겠군…… 오랜 굶주림에서 해방되겠어……]성지한을 거래할 생각에, 희희낙락거리던 중년의 남성.
그의 섬뜩한 미소를 끝으로.
삑!
신안이 보여 주는 환상이, 끝났다.
그리고, 마지막엔.
[이드, 조심.]처음 듣는 여성의 목소리가 뇌리에 남았다.
‘……허. 이드라고.’
이드는 분명 백색의 관리자를 칭하던 이름이었는데.
설마 저 삐쩍 마른 대머리가 백색의 관리자라고?
‘흠. 근데 아바타라고 이야기하면서 내 사정을 캔 걸 보면…… 여기서 지금 활동하고 있는 백색의 관리자는 분신이고. 그가 본체인가.’
그리고 분신에게서 정보가 전달은 안 되나 보네.
아까 질문한 것들을 보면 백색의 관리자라면 모를 수가 없는 것만 물어봤으니까.
‘물론, 이건 신안의 환상이 거짓이 아니란 전제하에 가능한 추측이지만…….’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마지막 목소리에 대해 떠올렸다.
분명, 울드의 목소리는 아니었지.
‘물론 그녀의 함정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겠지만…….’
동방삭의 심상에서, 빛의 눈을 운용하던 건 분명 울드였으니까.
최악을 가정하면, 이 환상을 보여 준 존재가 그녀라고 추측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목소리의 주인이 울드는 아닌 거 같단 말이지.’
그녀가 이렇게 번거롭게 함정을 팠을 것 같지는 않고.
울드도, 이드도 아니면…….
‘혹시 제 3의 인물인가.’
지금 성지한이 하고 있는 일은 ‘빛의 일족’이 되기 위한 작업.
빛의 일족이란 명칭을 보면 제 3자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
그는 여러 상황을 가정하면서도.
‘일단은, 백색의 관리자를 만났을 때 더 주의해야겠네.’
신안에서 본 내용을, 일단 기억해 두기로 했다.
한편.
“……지한? 몸, 괜찮나요? 표정이 안 좋은데.”
이마를 가져다 댔던 소피아는 성지한의 표정이 심각한 걸 보곤 눈을 깜빡였다.
“아. 괜찮습니다. 이제 끝났거든요.”
“네…… 근데 저 아직 신안 발동 안 했는데…… 지한 눈엔 뭐가 보였나요?”
소피아는 성지한이 손을 떼자, 자신의 이마를 매만졌다.
“음…… 아까 신안 발동이 느껴지지 않았습니까? 아까 빛도 새어 나왔을 텐데.”
“네! 아무 느낌이 없었어요.”
“나도 못 봤어. 빛 같은 건.”
소피아에 이어 옆에서 지켜보던 윤세아까지.
둘 다 같은 대답을 했다.
‘흠…… 백광이 100을 넘어서 볼 수 있었던 건가?’
성지한은 소피아의 이마에서 눈 모양이 사라진 걸 보곤 그리 생각하다가.
‘저 눈을 직접 봤던 동방삭에게도 물어봐야겠군.’
일단은 폐관수련을 하러 돌아가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지한. 벌써 가세요? 그…… 이거 때문에 그런 건가요?”
성지한이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간다고 하자.
소피아가 자신의 이마를 가리키며 반문했지만.
“아뇨. 원래도 폐관수련할 게 있어서 인사만 드리려 했습니다.”
“아…….”
“오늘 소피아 덕에, 생각지도 못한 정보를 얻게 되었군요. 다음에 이 일은 꼭 보답하겠습니다.”
성지한은 그렇게 인사를 하곤, 포탈을 열어 그리로 들어갔다.
그렇게 그가 떠나는 걸 지켜보던 소피아는.
윤세아 쪽을 향해 고개를 휙 돌렸다.
“……세아. 나, 뭐 한 건가? 지한이 이마만 만지다가 떠난 거 같은데.”
“글쎄…… 신안에서 삼촌이 뭘 본 거 같은데? 나중에 엄마한테도 물어봐야겠다.”
“응응. 근데, 폐관수련이 뭐야? 아까 지한이 하러 간다고 했는데.”
삼촌 때문에 한국말을 열심히 배우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용어까지는 모르나.
윤세아는 씩 웃으며 소피아에게 단어 설명을 해 주었다.
“폐관수련? 음…… 외부로 안 나오게 문 걸어 잠그고, 수련에 집중한다는 뜻이야.”
“아. 그럼 지한은 한 1주일 수련하나?”
“음…… 뭐 당분간 안 나온다고 했으니. 그거보단 더 걸리지 않을까? 한 2, 3주?”
“아하.”
윤세아와 소피아는 길어야 몇 주 내에 나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삼촌. 이번엔 수련 오래 하네.”
그는 한 달이 넘도록 집에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 * *
타워의 최상층.
성지한과 동방삭은 각자 검을 든 상태로.
서로를 향해 대치하고 있었다.
“후우…….”
나직이 한숨을 쉰 채, 만신창이가 된 몸을 회복하는 성지한과는 달리.
“이번 것은 나쁘지 않았네.”
소매 한쪽만 살짝 그을린 동방삭은, 기꺼운 눈으로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폐관수련을 한다고 해서, 혹시나 무슨 신공을 가르쳐 주나 했더니…….’
동방삭이 성지한을 위해 택한 수련법은 다름 아닌 무한한 전투였다.
-죽어도 얼마든지 살아나서 싸울 수 있다니. 무인에겐 축복이나 다름없는 환경이야.
그렇게 성지한과 모의전을 시작한 동방삭은.
[이게…… 수련인가? 고문 아닌가?]적색의 관리자에게서 그런 말이 나오게 할 정도로.
성지한을 베고 또 베었다.
스탯은 타워의 보정으로 인해 동등한 상태.
여기에 무림제국의 황제였던 기억을 되찾은 동방삭은, 압도적인 규격 외의 괴물이어서.
그간 도전자를 손쉽게 제압하던 성지한도, 그의 검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이런, 최상층의 도전자가 너무 많이 쌓였군……
-정리 좀 하고 오겠네.
타워 맵에 걸려 최상층까지 오른 플레이어가 많아질 때면.
동방삭이 이를 정리한다고 나서서 잠시 쉴 수 있었지만.
-흠…… 타워 난이도가 너무 낮지 않은가? 이러다 자네 수련 시간이 없어지겠어.
도전자를 정리하고 오느라, 수련 시간이 짧아지는 걸 우려한 동방삭은.
-내 아래 층에, ‘뱀’을 놔두는 게 어떤가?
-……예전 무신말입니까?
-그렇네. 저번엔 내가 종노릇을 했지만, 타워에선 윗층에 있고 싶군 그래.
최상층의 바로 아래에 투성의 무신을 배치하자고 건의했다.
숨돌릴 틈조차 주지 않겠다는 타이트한 동방삭의 수련 방식.
‘그래…… 쉬는 시간을 챙길 정도로 여유로운 상황도 아니고. 극한까지 가보자.’
성지한은 동방삭의 제안에 따라 아래층에 에전 무신, ‘뱀’을 배치했다.
-아니…… 최상층도 아닌데 뭐 이런 강적이 튀어나와 ㅡㅡ
-어…… 이놈, 예전 무신이잖아?
-아…… 투성의?
-최상층의 노인네, 얘 부하 아니었음?
-왜 무신의 종보다 무신이 더 아래층에 있어? 난이도 조절 실패 아냐?
-근데 그 인간 노인보다는, 상대하기 쉬워보이는데……?
예전의 무신이 차상층에 배치된 걸 보고, 타워의 도전자들은 밸런스를 뭐 이따위로 조절하냐며 앓는 소리를 했지만.
‘……뱀 녀석. 일 너무 잘하는데?’
정작 가장 힘든 건 성지한이었다.
예전 무신 NPC가 도전자들을 일제히 짓밟으면서, 위로 안 올려보내는 바람에.
성지한도 덩달아 동방삭과 무한한 전투를 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힘든 만큼, 얻는 게 있었군…….’
성지한은 그을린 동방삭의 소매를 보며, 내심 뿌듯함을 느꼈다.
한 달 전만 해도, 일격도 허용하지 않던 상대였는데.
이젠, 옷자락이나마 조금 태울 수 있었으니까.
거기에.
‘스탯 청의 효율도 크게 증가했다.’
무혼이 함께 융합되어 있던 스탯 청.
동방삭의 수련으로, 무의 재능이 발전하면서.
SSS급에 오른 후, 정체되어 있던 청에도 변화가 생겨나고 있었다.
아직 EX급에 오를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실마리가 잡혀가고 있는 고유 능력.
이대로 수련을 계속한다면 더 발전을 꾀할 수 있겠지만.
“……이제 때가 왔군요.”
“백광이, 벌써 200에 도달했는가?”
“지금 199입니다.”
폐관수련도 어느덧 끝을 낼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음. 아쉽구만. 발전하는 게 눈에 보여서 좋았는데 말이야. 좀 더 단련하면 좋겠는데…….”
성지한의 성취를 보며, 동방삭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아쉬워 했지만.
[수련을 빙자한 고문은 나중에 여유 있을 때 또 해라. 지금은 빛의 일족이 되는 게 먼저다.]“그래…… 중요한 일부터 처리해야겠지.”
적색의 관리자의 지적에, 미련을 버리곤.
스스스…….
태극을 띄워, 그 안에서 태극마검을 꺼내들었다.
“자. 빛의 힘. 얻어가게.”
“알겠습니다.”
청홍에서 청염이 미세하게 타오르고.
치이이익……!
이는 태극마검의 겉면만 살짝 그을려 빛의 힘이 새어나오게 했다.
‘이걸 흡수하면, 200인가…….’
한 달 간, 무한정 검에 썰리던 것도 오늘로 끝이군.
성지한은 시원섭섭한 감정을 느끼며 빛을 흡수했다.
[백광이 1 오릅니다.] [스탯 ‘백광’이 200에 도달합니다.] [빛의 권능을, 한 단계 더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그리고 백광이 목표치에 도달하자.
100 때처럼 권능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뜨는 메시지창.
‘권능 확장…… 이게 또 되는 거였네?’
성지한의 두 눈에 이채가 띄었지만.
일단 이건 내버려 두고, 인벤토리에서 테스트기를 꺼냈다.
꾸욱.
그리고 바로 버튼을 누르자.
[음……? 이 신호는. 아, 아니…… 벌써?]거기서, 백색의 관리자의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