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27
성지한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 검 끝을 바라보았다.
‘……무극검 보여 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흉내를 내?’
아무리 예전의 동방삭이 도달했던 경지라고는 해도, 발전 속도가 말이 되나.
확실히 무에 대한 재능은 무슨 수를 해도 따라잡을 수가 없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방금 그의 제안을 떠올렸다.
‘무극검의 완성을 위해서 아크에서 자신을 소환해 달라라…….’
거기서 소환이 되나?
애초에 지금 동방삭은 타워에 묶여 있을 뿐더러.
아크에 진입할 수 있는 건 빛의 일족만 가능하지 않던가.
그때.
[뭐, 나도 네게 딸려 가며 진입하긴 했지.]‘하긴. 그러고 보면 너도 걸러지진 않았네. 청홍 안에 있어서 그런가?’
가만히 이를 듣던 적색의 관리자가 말문을 열었다.
[청이 나를 차단해서 그런 건지는 확실치 않군. 내 본체, 헤파이스토스도 아크의 보조 동력원으로 쓰이고 있으니. 명계의 힘이 아크에서는 용인되었을 가능성도 있다.]‘흠…….’
[헌데 동방삭은 애초에 타워 밖으로 나올 수가 없지 않나? 타워를 아크에서 구현하지 않는 한 불가능할 텐데.]‘거기가 배틀넷도 아니고, 타워를 어떻게 만들어?’
[음. 헤파이스토스의 안에 있을 때 파악한 아크의 운영 시스템이, 배틀넷과 매우 흡사하긴 했다만……]아크의 운영 시스템이 배틀넷과 흡사하다고?
어쩐지 거기서도 능력은 별 문제 없이 쓸 수 있더니, 큰 뼈대는 같기라도 한 건가.
‘하긴…… 생각해 보면, 격리자의 기준 중 공허가 있는 것도 이상하단 말이지.’
백광이야 신인류가 지니고 있는 권능이니 그렇다 쳐도.
공허가 아크에서 왜 ‘욕심’의 판단 기준이 되는 건지 의아하긴 했다.
서버의 데이터를 삭제하는 힘이 공허라면.
서버보다 상위에 있는, 아크에서는 이게 쓸모가 없어야 하지 않나?
‘여기서의 공허야, 지금 공허 EXP 포션의 제물에 불과하다만.’
아크에선 또 다른 쓰임새가 있는 건가.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 아크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군.’
이번에 진입할 때는, 좀 더 정보를 모아 봐야겠어.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동방삭을 바라보았다.
“이번에 아크에 진입할 때, 최대한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저도 어르신이 조력자로 오면 든든하니까요.”
“고맙네.”
그렇게 이번에 아크에 진입하면 동방삭을 소환할 방법을 찾기로 한 성지한은.
다시 공허 EXP 포션을 만들러 집에 돌아갔다.
‘백광 300될 때까지는 얌전히 레벨 업이나 해야겠군.’
그렇게 집에서 콜라와 사이다 페트병이 쌓여가고.
공허 EXP 포션 한 컵으로 레벨 업이 안 돼서, 네 다섯번을 마셔야 겨우 1이 오를 정도가 되었을 즈음.
[서버 관리자시여. 긴급히 대처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흑색의 관리자가, 성지한에게 급히 연락을 해왔다.
* * *
“긴급 대처라니?”
성지한의 반문에.
지이이잉…….
그의 눈앞에 하나의 화면이 떠올랐다.
어두컴컴한 우주 공간에서 빛 한줄기가 번뜩이더니.
[울드……! 공허마저 동원하다니!!! 역시, 네가 내 이빨을 뽑아갔구나……!]거대한 입과, 그 아래 팔이 달린 괴생명체.
이드가 이빨이 없는 입을 열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놈은 뭔 착각을 하는 거야?’
예전에 서버 관리기기 없어진 걸 보고, 울드가 이빨 뽑아간 거 같다고 패닉에 빠진 놈을.
어찌저찌 잘 달래서 계속 도망치라고 한 게 얼마 전인데.
계속 잘 도망치고 있을 것이지, 왜 급 발작을 하고 있냐.
성지한이 미간을 찌푸리고 있을 때.
[공허를 통제하고, 총동원할 정도면 내 이빨을 뽑아간 게 틀림없는데…… 왜 또 날 찾는 거냐? 대체 왜?! 아…… 설마, 나와 협상할 게 있는 건가?]이드는 손으로 계속 사라진 이빨 쪽을 만지면서, 쉴 새 없이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럼 빨리 요구 조건을 말하라. 이렇게 압박만 주지 말고……!]하는 모양새가 어째, 겁먹은 개가 더 짖는 모습과 같은 이드.
성지한은 흑색의 관리자에게 질문했다.
“쟤 왜 저러고 있냐?”
[백색의 관리자와 울드가 접촉하지 않도록, 공허를 동원하여 그의 소재를 실시간으로 파악했습니다만.] [공허의 감지를 느낀 백색의 관리자가, 돌연 혼란에 빠졌습니다.]“아. 울드가 동원한 줄 알고 저러는 거냐?”
[그렇습니다.]가지가지 한다 진짜.
성지한은 자꾸 입에 손을 집어넣는 이드를 보면서,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아니, 도망만 치라고 판 다 깔아줬는데.
주변에 공허 보인다고 지레 겁을 먹곤 저렇게 꽥꽥거리고 있어.
“울드는?”
[백색의 관리자가 강하게 존재감을 드러낸 덕에, 그녀가 그의 소재를 파악했습니다. 이곳으로 오는 중입니다.]“골치 아프게 되었네.”
울드가 이드랑 마주치면, 서버 관리기기가 그에게 없다는 걸 금방 파악하겠지.
그럼, 바로 서버 관리자 탐색이 시작될 거다.
‘그리고, 나도 그 용의자 중 한 명으로 간주되겠지.’
애초에 현 서버에서, 서버 관리기기를 탈취할 만한 플레이어가 거의 없었으니까.
성지한은 유력한 후보군 중 하나로 간주되어, 그녀의 추궁을 받게 되겠지.
물론.
‘공허 통제 권한도 나에게 있으니까 현 서버의 울드를 죽이는 건 이제 손쉽다만…….’
공허 모드의 울드도, 더 이상은 위협적이지 않은 데다가.
이쪽은 이제 흑색의 관리자도 동원할 수 있었다.
성지한이 마음만 먹으면 울드를 해치우는 건 손쉬운 일.
하지만.
‘그러면 서버가 터지지.’
여기서 울드를 죽여 봤자, 결국 아크의 울드가 깨어나서 서버 4212를 폭파하면.
모든 게 끝이다.
그러니 지금은.
울드가 이드를 계속 추격하고 그에게 서버 관리기기가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야.
현재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드의 아바타를 컨트롤 할 게 필요하겠어.’
이빨이 사라지고 멘탈이 두부가 된 상대를 보며 성지한은 그리 생각했다.
아무리 말로만 괜찮아, 그냥 계속 도망치면 돼 얘기해 봤자.
오래 가지 않고, 혼자서 패닉에 빠져 발악을 하니까.
이드가 이 서버에서 미끼 역할을 계속 수행하려면.
아무래도 저놈을 제어할 수단이 필요했다.
‘아크의 본체에게 한번 가 봐야겠군.’
그러려면, 역시.
“‘긴급 점검’을 해야겠네.”
아크 진입을 뜻하는 긴급 점검.
사실 아크에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 진입하고 싶었는데.
이드가 혼자 저리 발악하는 바람에 아무래도 시기가 앞당겨지게 되었다.
성지한은 무신의 탑 최상층으로 이동하면서 자신의 스탯을 점검해 보았다.
‘레벨 396에. 청은 760까지 성장했고…… 백광은 297인가.’
백광이 300에 도달하면, 슬슬 들어가려고 했었으니까.
뭐, 타이밍이 조금 빨라진 것 뿐인가.
성지한이 그렇게 생각하며, 서버 관리기기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바로 긴급 점검을 진행하려 할 때.
[이드……? 당신. 서버 관리기기는 어디에 있죠?] [그게 무슨 소리냐? 네가 빼앗아 가 놓고는……!] [뭐라구요?]흑색의 관리자가 띄운 화면 속에서는.
울드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드를 살펴보고 있었다.
[……흑색의 관리자. 설마 당신이…… 아니. 당신은 그럴 리가 없겠죠. 공허 통제 권한도 이쪽에 있는데 그런 월권을 저지를 리가.]그렇게 흑색의 관리자를 용의선상에서 제외하던 그녀는.
[……대체 누가?]아직 진짜 서버 관리기기의 주인에 대해서는 감을 못 잡고 있었다.
[뭐냐. 설마. 너가 가져간 게 아닌 거냐……?]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고 이드가 긴가민가하자.
[하. 아직도 그 소리예요? 서버 관리기기를 제가 가져갔으면, 당신을 왜 또 추격했겠어요?] [그, 그건……] [멍청한 소리 그만하고.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말해 봐요. 당장 여기서 죽고 싶지 않으면.]울드가 버럭 짜증을 내면서, 그를 추궁했다.
‘이러다 저놈 입에서 내 이야기도 곧 튀어나오겠군.’
그전에 긴급 점검에 들어가야겠어.
삑!
성지한이 가슴팍에, 서버 관리기기를 가져다 대자.
[‘긴급 점검’을 시작합니다.] [격리자가 아닙니다. 아크에 진입할 수 없습니다.]저번과는 달리.
특성 ‘기기숙련’을 추가로 익혀서 그런지, 성지한을 격리자로 볼 수 없다는 음성이 들려왔다.
‘공허도 다 털고, 특성도 하나 제어해야겠네.’
슈우우우……
성지한은 레벨 업을 위해 가득 채워 넣었던 공허를 털면서.
그간 테스트했던, 특성 제어법을 실행했다.
‘백광의 특성은, 신체 한 부분에서 빛이 나는 걸로 발현되었다…….’
성지한이 지닌 특성은 현재 두가지로.
‘타워의 선명한 구현’과, ‘기기숙련’이었다.
이 중, ‘타워 구현’은 성지한이 타워에 들어설 때마다, 왼쪽 눈에서 백광이 퍼져나가며 발동했으며.
‘기기숙련’은 서버 관리기기를 터치할 때마다, 오른손에서 백광이 미세하게 퍼져 나갔다.
처음에는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현상이었지만.
성지한은 그간 특성을 걸리지 않게, 스스로를 살피면서 이를 알아챌 수 있었다.
그리고.
‘백광이 발현하는 신체 부위를, 완전히 청으로 물들이면…… 감지를 못한단 말이지.’
스스스…….
성지한의 왼쪽 동공과 흰자위 모두가 시퍼런 빛에 잠기고.
그가 다시 서버 관리기기를 매만지자, 아까와는 다른 음성이 들려왔다.
[‘기기숙련’을 지닌 격리자입니다. 긴급 점검에 소모되는 빛의 힘이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스탯 ‘백광’이 50 소모됩니다.]격리자임을 인정하면서, 백광을 50만 가져가겠다는 서버 관리기기.
그렇게 빛의 힘이 소모되고 나자, 긴급 점검 절차가 시작되었다.
‘저번에 이드가 날 올려보낼 땐 백광이 소모되지 않더니…… 그땐 그가 대신 내 준 건가.’
성지한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서버 관리기기를 ‘아크’로 전송합니다.]위이이잉……!
서버 관리기기와 함께, 그의 육체가 빛에 잠겨갔다.
그렇게 서버 4212가 멈추려 할 때.
[아니. 이건, 설마……?]울드만이 뭔가 이상을 느낀 듯 두 눈을 부릅떴다.
허나 그녀가 뭘 더 파악하기도 전에, 세상이 정지되고.
성지한의 몸이, 서버 관리기기와 함께 사라졌다.
* * *
아크의 남부 구역.
치이이익……!
헤파이스토스의 옆에 만들어진 서버 접속기기가 열리더니.
거기서 성지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버 접속기기로 접속했으니 돌아올 때도 이리로 오나 보네.’
[그런 것 같다. 완성된 명계의 불꽃은, 여전히 아름답군……]화르르륵…….
명계의 불꽃을 키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헤파이스토스를 보며.
적색의 관리자는 황홀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가. 저번처럼, 내 본체의 머리를 쪼개고 내가 다시 들어가는 게? 그땐 서버 접속기기를 만드느라 아크에 대해선 많이 살펴보질 못했다. 이번에 들어가면, 정보를 더 알아낼 수 있어.]‘그러다가 저번처럼 무극검 튀어나오면 어쩌려고? 여기서 볼일 끝내고 돌아갈 때, 살펴볼 시간을 주지.’
[……아쉽지만, 그게 맞겠군.]성지한의 말에, 적색의 관리자가 납득하자.
그는 주변을 살폈다.
명계의 불꽃이 계속해서 피어오르는 [컬렉션 – 헤파이스토스]의 공간은.
불길이 강력한 데에 반해선, 방 안 온도가 그리 덥진 않았다.
‘옆에 있는 서버 접속기기도, 저 강렬한 불길에 전혀 영향을 받진 않았네.’
미래 기술로 만들어서 불 옆에서도 끄덕 없는 건가.
그래도.
‘혹시 모르니 옮겨 둬야겠네.’
스으윽.
성지한은 서버 접속기기를 이 공간 안의 가장 끄트머리 쪽으로 밀어 넣고는.
‘여기서 더 살필 건 없는 것 같고……’
주변을 좀 더 살피다가, 출입문 쪽으로 걸어갔다.
예전에 성지한이 부수고 들어왔던 거대한 백색문은 어느새 복구가 된 상태였지만.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려 할 때와는 달리, 여기서 나가려고 하자.
지이이잉…….
문이 저절로 열렸다.
‘들어올 때만 부수면 되겠네.’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면서, 문밖으로 나가려 할 때.
툭!
“히. 히이익……! 문이 열렸다!”
문밖에서 누군가가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오며.
둥. 둥…….
허공에 떠올라 있던, 빛의 시계도 같이 끌고 들어왔다.
“……뭐 하냐 너?”
화르르륵!
성지한이 시계를 모조리 불태우며, 그를 돌아보자.
“흐. 흐으…… 살았군…….”
안으로 들어온 사람.
‘이드’의 본체는 성지한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