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32
‘위치 추적에 실시간 감지, 범죄자 교화라.’
성지한은 기계음이 알려 준 추가 기능을 듣고는 속으로 헛웃음을 삼켰다.
노아의 말을 들으며 그녀를 온전히 믿을 순 없겠단 생각이 들긴 했지만.
벌써부터 이런 장난질을 칠 줄이야.
‘이그드라실이 도움 될 때가 다 있네. 보조 권한자라니.’
그녀에게 얻었던 생명의 열쇠의 파편이, 여기에서도 쓸모를 보일 줄은 몰랐다.
살아 있을 때는 그렇게 성가시더니, 죽어서는 일을 여러 번 도와주는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기계음의 질문을 떠올렸다.
분명, 저 세 기능을 유지하겠냐고 물어봤었지.
‘여기서 바로 노아를 잡고, 판을 뒤집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지만…….’
아직 그녀에게, 울드를 어떻게 공략할지에 대해선 듣질 못했다.
그녀가 아크에 대해선 정보가 해박한 건 사실이니.
일단은, 향후 계획을 들어 볼 필요는 있었다.
‘그럼 앞의 두 기능은 일단 켜 두고. 가장 마음에 걸리는 맨 마지막 것만 비활성화해야겠군.’
위치 추적과 실시간 감지야 그렇다 쳐도.
범죄자 교화는 이름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딱 봐도, 이를 받아들였다가는 저쪽 말을 따르게 될 것 같은 기능.
‘범죄자 교화…… 정확히 뭐 하는 기능이지?’
성지한이 혹시나 해서 기계음이 들린 쪽으로 소리 대신 의념을 보내자.
[‘범죄자 교화’는 중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뇌를 개변하여 인류 정부에 충성스러운 일원으로 뒤바꾸는 기능입니다.]기계음은 친절하게 범죄자 교화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다.
중범죄자의 뇌를 개변한다니.
그것도 정부의 개로 인식을 뒤바꾸는 건가.
이딴 걸 잘도 기본 기능이라고 넣어 두었네.
성지한은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으면서 생각했다.
‘일단 이 기능은 확실히 제껴야겠네. 그리고 혹시 노아가 범죄자 교화가 비활성화된 걸 알아채면, 그냥 그때는 판을 깨 버리자.’
노아에게 향후 계획을 듣는 것도 듣는 거지만.
범죄자 교화 기능을 비활성화하는 게 중요했으니까.
‘범죄자 교화 기능 비활성화.’
성지한이 그리 의념을 보내자.
[보조 권한자의 권한으로, 범죄자 교화 기능을 비활성화합니다.]귓속에서 기계음이 들려왔다.
그러고는.
화아아아……!
성지한의 체내, 한 장기로 빛이 모여들었다.
그가 진화를 택한 장기는 간 아래에 위치한, 쓸개.
‘쓸개는 여차하면 떼어 내면 되니까.’
얘라고 몸에서 하는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심장이나 간 같은 장기보다야 아무래도 중요도가 낮으니까.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담낭에 빛을 집중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자.
[체내의 장기가 일부 진화합니다.] [스탯 ‘백광’이 100 오릅니다.] [백광의 흡수 효율이 증가합니다.]손에 신인류의 피부를 이식했을 때보다 백광이 2배가량 증가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빛의 권능을, 한 단계 더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백광이 300을 넘으면서 빛의 권능을 하나 더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백광 참 쉽게 올라가네.’
서버에 들어가서 올리려면 시간을 꽤 소모해야 했는데.
여기선 장기만 진화해도 쭉쭉 오르네.
쓸개만 바꿔도 이 정도인데, 그냥 내부 장기를 깡그리 바꿔 버렸으면.
성장 폭이 어마어마하지 않았을까.
성지한이 백광의 성장 폭을 보며, 잠시 아쉬워할 무렵.
[빛의 힘을 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셨군요.]성지한의 변화상을 주시하던 빛의 눈에서, 아쉬움이 담긴 음성이 흘러나왔다.
“뭐. 그렇지.”
[장기 진화는 단순히 빛을 받아들이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신체 기능을 전반적으로 크게 향상시켜, 인류종을 한 단계 더 고차원적인 존재로 진화하는 과정입니다. 한데 그렇게 국소 부위에만 진화를 진행하는 건, 당신의 발전을 스스로 막는 꼴이 됩니다.]노아는 그렇게 성지한을 설득하기 시작했지만.
“괜찮다. 내 몸뚱아리는 너희보단 강하니까.”
[강함의 문제가 아닙니다. 장기의 진화는, 빛의 수용을 근본적으로 뒤바꿔 주는 데에 있어 꼭 필요한 일로…….]“야. 됐다. 솔직히, 내가 너희의 뭘 믿고 다 바꾸겠어? 일단은 이렇게 가자고.”
[절 아직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건 이해하지만, 참 아쉽군요…… 나중에라도 뜻이 바뀌시면 말씀 주십시오. 다시 보급형 진화 장기를 공급하겠습니다.]“그래.”
성지한이 장기 진화는 이쯤에서 멈추겠다고 확언하자.
노아는 다음에 생각 있으면 이야기해 달라면서 일단 장기 진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끝냈다.
[다만, 이러면 울드의 공략은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왜지?”
[아크의 핵심부까지 가기 위해선, 서버의 존재. 당신이 ‘시간 역행’을 얻어야 하니까요.]성지한은 그 말에 미간을 좁혔다.
“나보고 시간 역행을 얻으라고? 울드의 특성을?”
[예.]“왜지?”
[그래야 시간의 감옥을 없애지 않고, 안으로 들어설 수 있으니까요.]“안으로 나아갈 때에는 지금처럼 시계를 없애면 안 되는 건가?”
성지한의 물음에 빛의 눈이 반짝거렸다.
[맞습니다. 아크 안쪽은 울드도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기에, 빛의 시계가 줄어드는 게 확인이 되면 바로 행동에 나설 겁니다. 그녀와 같은 권능을 지니고 있어야, 막힘없이 안을 돌파할 수 있습니다.]“흠. 시간 역행을 지니면 빛의 시계에 면역인가?”
[예. 물론 당신의 권능도 저것에 효과가 있어 보입니다만…… 시계의 숫자가 줄지 않은 상태에서 안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합니다.]스탯 청을 활용하면 시간 역행엔 저항할 수 있어도.
시계가 그 반동으로 사라질 테니, 울드가 이쪽을 주시할 수 있다 이거군.
결국, 안쪽까지 잠입하기 위해선 울드의 특성을 익히는 게 필수인 건가.
‘저번엔 시간 역행을 획득할 성공률이 40%대였던 거 같은데…….’
성지한은 백광이 300을 넘어 다시 개방된 권능 확장 칸을 열어 보았다.
그러자 거기엔.
[‘보호’- 성공률 73%] [‘주시’- 성공률 61%] [‘시간 역행’- 성공률 43%]3가지 특성의 성공률이, 저번에 비해 조금씩 상승해 있었다.
* * *
‘주시는 다른 두 특성보다 성공률이 더 올랐네.’
분명히 저번엔 50%대 중반이었는데, 성공률이 눈에 띄게 올라온 주시.
노아가 자신에 대해 밝히고, 이런저런 활동을 하면서 그런 건가.
성지한은 세 특성을 보다가 노아에게 물었다.
“이거 특성 찍는 거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기회가 날아가나?”
[아뇨. 실패하면 대신 기존에 보유한 특성이 강화됩니다.]“아하. 그럼 기기숙련이나, 타워의 구현도가…….”
“기기숙련은 한 번 고르면 끝이다. 더 이상 강화되거나 하지 않아.”
“그래?”
기기숙련은 MAX 레벨이 1인가 보네.
아니, 그럼.
‘지금 시간 역행을 찍었다가 실패하면, 타워 구현 특성이 강화된다는 거 아냐.’
타워의 콘텐츠를 선명하게 구현한다는, 빛의 특성.
처음에는 백광의 특성에 뭐가 있는지 몰라서 그냥 얻어 둔 채 써먹었지만.
아크에 와서 견문을 넓히다 보니, 이제는 세상 쓸모없는 권능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근데 빛의 권능을 강화하다가 실패하면, 이게 오른다고?
‘아니…… 이놈도 MAX 레벨 1일 수도 있지 않을까?’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둘에게 이에 대해 질문하자.
“게임 콘텐츠의 구현도 상승……? 그딴 것도 권능이냐? 처음 듣는데?”
[아니, 그건 당신이 아는 게 없어서 그렇습니다. 저런 류의 권능은 가상현실 개발자들에게 흔히들 생겨나는 능력입니다.]역시 이드보단 노아에게서 유의미한 답이 나왔다.
“그래? 뭔 효과냐 이거 정확히.”
[가상현실의 구현도를 상승시켜 주는데…… 사실 효과는 미미합니다. 대신, 다른 쪽으로 악명이 높았지요.]“뭔데 그 악명은?”
[강화 한계치가 얼만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거기에 권능 확장에 실패했을 때 구현도 특성만 유별나게 강화된다는 소문까지 돌아서 개발자들에게는 기피 능력이었습니다.]“강화 한계가 없다니…… 우리 같은 격리자한텐 별 해당 사항 없는 이야기지만. 정상인 입장에선 권능 항목에서 파 버리고 싶겠군.”
그러니까 간단히 요약하면.
이 구현도 상승, 완전히 함정 특성이라 이거군.
‘동방삭 부활한 거 빼곤, 장점이라곤 전혀 없군 그래.’
이딴 능력이 강화되면 화가 안 날 수가 없겠는데.
성지한이 그리 생각할 즈음.
[그런 특성을 지니셨으면, 더더욱 빛의 힘을 온전히 받아들이셔야 합니다.]노아는 이때가 기회다 싶은지, 성지한에게 영업을 뛰고 있었다.
[시간 역행 특성은 얻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1번에서 2번은 강화가 되어야, 울드가 있는 중앙부까지 발각되지 않고 갈 수 있을 겁니다. 한데 당신께서 지닌 그 함정 특성이 있는 한, 강화 기회를 그쪽에 많이 빼앗기게 될 테니…… 백광을 한꺼번에 대규모로 투자해서 시간 역행도 강화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기존에 얻은 특성은 내 마음대로 강화할 수가 없는 건가?”
[예. 랜덤입니다. 그리고 기존의 권능 강화보다, 새로운 권능의 확장이 우선시됩니다.]“아니. 권능 시스템은 대체 왜 그따위야?”
이건 뭐 무조건 새로운 권능부터 개발하라는 거네.
그러다가 실패하면, 예전에 있던 거에서 하나가 랜덤으로 강화되는 거고.
성지한이 빛의 권능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자.
이드가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며 한숨을 쉬었다.
“하. 그거야…… 애초에 빛의 권능은 인간의 신체 전체를 광체화하는 게 목적이니까. 다른 특성을 얻어야 신체의 다른 부위가 빛날 것 아니겠나.”
[드디어 그가 맞는 말도 하는군요. 빛의 권능은 애초에 많이 얻어야 하는 겁니다. 한데 저희 같은 격리자는 1개의 권능만 강화되는 바람에, 이렇게 사회적으로 불구자 취급을 받은 거지요.]성지한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혼. 더 나아가 스탯 청만 집중적으로 키웠던 그의 입장에선 영 이해가 안 되는 시스템이었지만.
신인류 쪽에선 저게 상식이었다 이거군.
“그래. 네 말은 대강 이해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직 빛의 장기로 몸을 죄다 바꾸고 싶진 않군.”
아무리 이그드라실의 보조 권한자로서 기본 기능을 하나 제거했다고 해도.
지금 바로 장기를 죄다 바꾸는 건 좀 꺼림칙하단 말이지.
성지한이 그렇게 영업을 한 번 더 거절하자.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당신의 서버로 돌아가서 권능 확장을 한번 진행해 보시지요.]노아는 순순히 포기하면서 서버로 되돌아가라고 권유했다.
“돌아가라고?”
[예. 시간 역행이 없이는, 더 이상 안에 들어갈 수 없으니까요.]“아니. 뭘 돌아가? 여기서 바로 권한 올리면 되는 거 아닌가?”
[만약 그가 운 좋게 시간 역행의 권능을 얻게 되면, ‘정상인’으로 판정되어 이 자리에서 초월체에게 흡수됩니다.]“아…… 그런가. 여기선 안 되는 거군.”
이드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둥. 둥……
[그럼, 나가실까요?]빛의 눈이 떠오르며, 서부 구역의 문 쪽으로 다가갔다.
‘결국, 노아의 말에 따르면 내가 시간 역행을 얻기 전까진, 더 나아가지 못한다는 거네.’
그녀가 말한 울드 공략법은, 결국 성지한의 권능에 의존하는 방식이었던 건가.
‘……근데 이럼 딱히 쟤 필요 없지 않나?’
주시의 권능으로, 뭐 아크의 숨겨진 길을 찾아주나 했더니.
결국 ‘시간 역행’ 없이 안 되는 거면.
겉모습과는 달리 속내 시커먼 눈알에게 계속 안내 받을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언제 또 무슨 함정을 팔지도 모르고 말이야.’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저벅. 저벅.
공간의 중심부에 있는 ‘이그드라실’에게 다가갔다.
“잠깐. 그럼 나가기 전에 이거 좀 만져 볼게.”
[아. 명부를 쓰시려 하십니까?]“그건 아니고.”
[아니, 그럼 왜…….]보조 권한자라는 데, 권한 한번 써 봐야지.
그러며 성지한이 나무에 손을 대자.
파아아앗……!
금속의 나무, 이그드라실에서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뭐, 뭐 하십니까!?]“아. 그냥.”
[지금. 당장 거기서 손을 떼십시오!]그걸 본 노아가 다급하게 성지한을 말렸지만.
“왜. 잠깐만 기다려 봐.”
성지한은 피식 웃으면서, 손을 계속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