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40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요.”
매주 ‘타워’와 관련된 영상을 가장 많이 올리는 플레이어에게, 스탯 적을 뿌린다고 약속했던 성지한은.
아크에서 귀환한 후에도 이를 빼먹지 않고 꾸준히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야…… 오늘도 스탯 적을 아낌없이 뿌리셨네……
-능력치 이렇게 퍼줘도 되나요?
-이 이벤트 언제 끝날지 몰라서 불안하네 제발 한 번은 되어야 하는데 ㅡㅡ
-아니 양심적으로 저번에 적 얻은 플레이어들은 그만 참가해라 좀
-싫은데? 왜 스탯 공짜로 올라가는 기회를 저버림?
-꼬우면 이겨 보시던가 ㅎㅎㅎ
그렇게 종료된 타워 이벤트를 보고, 시청자들이 여러 반응을 보이고 있을 무렵.
성지한은 방송을 종료하고 집으로 돌아오며 현재 상태를 확인했다.
‘백광은 이제 하루에 30 넘게 들어오네.’
아크에 가기 전과 비교하면, 일일 획득량이 3배나 늘어난 백광.
아마 아크에서 인공 장기를 많이 흡수한 게 영향을 미친 것 같았다.
‘이번엔 백색의 관리자도 잘 도망치고 있으니, 능력치 최대한 올려놓고 아크에 진입해야겠어.’
백색의 관리자와 흑색의 관리자, 둘을 다 부리게 되고 나니.
이제 서버 4212는 성지한이 장악한 수준이었다.
울드의 아바타가 그나마 남아 있는 변수긴 했지만.
서버 관리기기를 회수하기 위해, 백색의 관리자를 추격하고 있었으니까.
어느 정도 시간은 벌 수 있겠지.
‘백광은 1860인가…… 2일이면 권능 강화를 할 수 있겠군.’
하루가 다르게 쭉쭉 오르고 있는 백광.
그에 반해, 스탯 청은 레벨업 속도가 더뎌지며,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상태였다.
이렇게 두 능력의 성장 속도가 확연하게 차이 나게 된다면.
언젠가는 청으로 빛을 틀어막지 못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는데.
성지한이 그렇게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을 때.
삑. 삑.
집 문이 열리더니.
서류 뭉치를 든 이하연이 성지한 쪽을 향해 꾸벅 인사하다 말고 깜짝 놀랐다.
“엇…… 오너님. 눈이 저번 주보다 더 빛나시는데요……?”
“그래요?”
스윽.
이하연의 말에, 성지한은 거울을 힐끗 보았다.
아크에서 귀환했을 때보다, 백광이 400 넘게 성장해서 그런지 더 강렬해진 빛.
스스스…….
성지한이 스탯 청의 기운을 끌어올리자 빛은 그 안으로 갈무리되었다.
“이젠 안 보이나요?”
“네. 근데 굳이 안 가리셔도 되는데…… 번쩍거리는 눈도 멋있어요.”
“이게 멋있다구요?”
취향 한번 독특하네.
성지한은 피식 웃곤, 이하연이 들고 있는 서류 뭉치를 바라보았다.
“근데 그 서류는 뭡니까? 설마 결제가 필요한 건가요?”
“네네. 외국 길드에서 협업 요청을 해온 것들이 있어서요.”
외국 길드와의 협업이라.
지금 아크와 서버 4212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성지한으로서는.
여기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음…… 그냥 이런 안건은 저번에 도장 드린 걸로 찍으세요.”
“……그거 정말 써도 되요?”
“아무데나 팍팍 써도 됩니다. 아. 아예 대기 길드 오너 자리도 넘겨드릴게요.”
성지한은 이 기회에 아예 길드 오너 자리까지 통으로 넘기려고 했지만.
“아. 아니에요. 오너님 안 계시면 저희 길드에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이하연은 강하게 손사래를 치며 오너 자리를 끝끝내 사양했다.
‘이번 기회에 아예 넘기려고 했는데 아쉽네.’
하긴, 성지한이 대기 길드의 오너 자리에서 내려오면, 길드 가치가 대번에 확 쪼그라들긴 하겠다만.
그래도 공짜로 준다는데 받지도 않다니, 강적이네.
“그럼 앞으로는 제 결제 필요한 안건은 맡겨 둔 도장으로 다 찍으세요. 굳이 보고하러 안 오셔도 됩니다.”
“아. 네…… 그럼 이제 오너님 얼굴 뵙기 힘들겠네요.”
“얼굴요? 저 보고 싶으면 지금처럼 오세요.”
“용건 없어도요?”
성지한은 이하연의 되물음에 피식 웃었다.
“언젠 그렇게 용건 챙겼습니까.”
“나름 챙긴 건데…….”
“뭐, 이번 일만 해결되면 거진 백수 될 거 같으니까. 그때 많이 놀러 오세요.”
“배, 백수요? 오너님이?”“네.”
아크의 일만 해결하면.
이 서버에서, 더 이상 처리할 게 없으니까.
그때가 되면 백색의 관리자와 흑색의 관리자를 휘하에 둔 채로 여유롭게 쉬어도 되겠지.
“백수되면 제가 귀찮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전혀 상상이 안 가네요…….”
이하연이 그 말에 눈을 깜빡일 무렵.
지이이잉…….
성지한의 눈앞에 보랏빛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청색의 관리자시여. 울드가 지구로 향했습니다.]“울드가?”
[예. 기분 전환 차, 지구에 키우고 있는 걸 보겠다고 했습니다.]“키우는 거라……”
성지한의 두 눈이 착 가라앉았다.
‘날 그렇게 생각하나 보군.’
스탯 청을 지닌, 특이 케이스.
잘 육성했다가, 나중에 집어삼킬 플레이어.
울드의 인식 속에서 성지한은 그 정도 존재감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헌데 지구로 향했다면…… 설마 소드 팰리스로 오는 건가?’
예전에는, 눈치를 보는 척이라도 해서 여기에 직접 쳐들어오지 않았지만.
이젠 공허 통제 권한이 아직도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면서, 흑색의 관리자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으니까.
다이렉트로 여기 쳐들어올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하나.
[울드가 ‘타워’에 진입했다. 아무래도 이리로 직접 올 생각은 없는 것 같군.]적색의 관리자는, 그녀의 행선지가 타워라고 알려 주었다.
‘타워에 진입했다고? 뜻밖이군.’
[아무래도, 새로 추가된 게임 타입을 둘러볼 생각인 거 같군. 그리고 최상층의 동방삭을 이기면, 무신의 탑에 도전할 수도 있으니까. 그리로 오려는 것 아니겠나.]웬일로 절차를 다 지키면서 오나 했더니.
타워를 살펴보려 그런 거였나.
어쨌든.
‘내 입장에선 좋네.’
이쪽도 소드 팰리스에서 맞붙는 것보단, 무신의 탑에서 상대하는 게 편하니까.
성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포탈을 열었다.
“아무래도 지금, 가봐야겠네요.”
“네. 오너님. 저는 신경쓰지 말고 다녀오세요.”
그렇게 그가 이동한 곳은 동방삭이 머물고 있는 타워의 최상층.
아크에서 무극검을 본 이후, 혼이 반 쯤 나가 있던 그는.
“울드가…… 이리로 온다고?”
“예.”
울드가 타워 아래층부터 올라온다는 이야기를 듣자.
멍한 눈에 빛이 돌아왔다.
“그녀…… 내가 죽이면 안되겠는가?”
“죽이면 이 서버도 끝날 겁니다. 아크의 본체가 깨어나, 이 서버를 ‘에러’라고 판정할 테니까요.”“아크의 본체가……”
그 말에, 동방삭은 천천히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래. 참아야겠군. 참아야겠어. 아바타 따위에게 복수했다가, 진짜를 놓칠 수야 없는 노릇이지……”
확실히 무극검과 마주치면서, 예전 서버의 기억이 더 돌아와서 그런지.
그는 울드에게, 전보다도 더한 감정을.
정확히는 복수심을 품고 있었다.
“그럼…… 무극검을 사용해선 안 되겠군. 태극마검만으로, 그녀를 상대하겠네.”
“예. 부탁드립니다.”
“헌데 그럼, 울드를 오래 방해할 순 없을 걸세. 그녀가 공허 상태로 들어가면, 방어가 쉽지 않을 테니.”
무극검 없이 공허 상태의 울드를 상대하는 건 역시 힘든가보네.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저도 돌아가 준비를 하고 있을 테니, 최대한 시간을 끌어주십시오.”
“그렇게 하겠네.”
무극검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로, 시간만 끌어달라.
동방삭이 그 부탁을 받아들이자.
‘이제 나도 무신의 탑으로 가야겠군.’
성지한은 타워에서 나와, 무신의 탑 최상층으로 되돌아갔다.
* * *
무신의 탑 최상층.
거기엔 울드가 그토록 찾던, 서버 관리기기가 바닥에 턱 하니 놓여져 있었다.
‘이거 보면 눈 돌아가겠네.’
성지한은 서버 관리기기를 주워, 가슴팍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마치 원래 몸의 일부분이었던 것처럼, 합쳐지는 서버 관리기기.
‘청으로 이것까지 차단해야겠군.’
스스스…….
청의 기운이 자욱히 깔리더니.
성지한의 몸이 이에 완전히 잠겼다.
그렇게 빛으로 번쩍이는 신체에 이어 서버 관리기기까지 모두 가려지자.
그는 다음 단계를 고민했다.
‘울드를 어느 선까지 상대해 주냐가 문제군.’
성지한을 자신이 육성 중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만만하게 쳐들어 온 울드.
그녀는 서버 관리기기만 자신에게 회수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이 서버의 주인은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터였다.
물론.
‘이미 권한은 나한테 다 넘어왔지만 말이지.’
서버 관리기기를 획득한 후, 이를 통해 공허 통제권한까지 가져온 성지한.
이제 그는 마음만 먹으면, 공허 상태의 울드도 대번에 무력화시킬 힘을 지니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야, 이 자리에서 끝을 내던가.
아니면 완전히 무력화를 시켜서, 무신의 탑 안에 유폐해도 되겠지만.
‘그러다가 죽기라도 하면, 이 서버가 터진단 말이지……’
참 까탈스러운 상대다.
제압할 방법은 이미 다 마련했는데.
상대가 혹시나 자진해서 죽을까 봐 걱정해야 하는 꼴이라니.
‘그럼 날 만나서 뭘 하려고 하는지, 일단은 지켜봐야 하나.’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예전에 그녀가 쳐들어왔을 때를 떠올렸다.
무신의 탑 최상층을 엄청난 속도로 돌파해 온 그녀는.
빛의 시계를 소환하려다 실패하자.
-……청색의 관리자님. 지금까지 대체 성장 안 하고 뭐 했어요?!
성지한보고 왜 성장 안 했냐고 타박을 줬었지.
무신의 탑은, 약한 쪽을 기준으로 보정이 되었기에.
그 때만 해도 성지한의 스탯이 워낙 약해서, 빛의 시계는 완성이 되질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지.’
아크에 두 번 갔다 오면서, 급격하게 성장한 스탯 백광.
아무래도 이 능력이 있는 한, 빛의 시계는 무조건 소환될 것이다.
그러면.
‘아마 나도 아크의 격리자들처럼, 시간의 감옥에 가두어 능력을 빼내려 들겠지.’
그런 울드의 의도에, 어디까지 대응을 해야 하나.
성지한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상정하며, 어떻게 하면 안 죽이면서 이쪽도 무탈하게 끝을 낼지를 생각했다.
그렇게 장시간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백광이 30 오릅니다.]스탯 백광이 성장했다는 메시지를 보곤.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야. 언제 하루 지났어?’
예전엔 무신의 탑을 그냥 순식간에 돌파하더니.
얘 뭐 하는 거야?
“울드 지금 어디 있지?”
성지한이 청홍을 소환하여, 적색의 관리자에게 질문하자.
[그녀는 아직 무신의 탑엔 진입도 못 했다.]“그럼, 설마 타워에 있나? 아직도?”
[그래. 네가 아까 동방삭보고 최대한 시간을 끌어달라고 하지 않았던가.]그가 그리 대답하며.
지이이잉……
하나의 화면을 띄웠다.
거기에선.
[……참 끈질기게도 버티는군요.]공허에 물든 울드가.
짜증섞인 얼굴로, 만신창이가 된 동방삭을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