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45
성지한이 인류 총통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즈음.
이드가 그를 부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참으로 부럽군. 그분과 비견되는 능력이라니…… 아까 말을 정정하지. 네가 일반인이었으면, 고위 관료가 아니라 최고위 관료가 되었을 거다.”
“고위든 최고위든 그게 뭐가 중요하냐? 지금 일반인들 다 초월체에 합체된 상태구만.”
“그, 그거야 그렇다만…… 흠흠.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성지한은 아까 보았던 통로에 대해 이야기했다.
남쪽과 북쪽, 둘로 나뉜 공략 루트와.
길을 선택했을 때 감당해야 할 리스크까지.
그의 말을 듣던 이드는 남쪽 루트에 금빛 시계가 깔려 있단 이야기에 난색을 드러냈다.
“흠…… 그렇게 금빛의 시계가 많으면, 보호의 권능 만으론 뚫지 못할 거다. 네가 보기엔 그냥 실드만 쓰는 것 같지만, 이것도 다 복잡한 컨트롤이 필요하거든.”
“그래? 조심스럽게 공략해 나가는 방법은 기각해야겠네.”
“그게 나을 거다.”
성지한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남과 북, 어느 방향이든 강행돌파하는 방법밖에 없네.
‘동방삭과도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군.’
그리고 그를 소환하려면 이그드라실의 영역에 가는 것이 필수니.
성지한은 문을 가리켰다.
“이동하자.”
“그, 식사는 하고 가면 안 되겠나? 몸이 더 약해졌다…….”
그러면서 이드는 미련이 남는 눈으로 서버 접속기기 쪽을 바라보았지만.
“시간 줬는데 쓸데없는 데다 힘 뺀 게 누군데? 이야기 끝나면 그때 먹어라.”
성지한은 그럴 시간 없다며, 먼저 길을 나섰다.
“쳇. 쓸데없는 거라니…… 그게 사는 이유인데…….”
이드도 입으론 투덜거리면서도 성지한의 뒤를 얌전히 따라 나가는 이드.
한 번 왕복했던 길인 데다가 주시의 권능까지 보유한 성지한은.
능숙한 발걸음으로 이그드라실이 위치한 서부 구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동하는 와중, 금빛의 시계를 보호의 권능으로 막아 낸 이드는.
성지한에게 확실하게 이야기했다.
“……확실히 이 금빛의 시계, 계속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천천히 공략하는 건 불가능해.”
“알았어. 참고하지.”
결국 중앙부로 가기 위해선 강행돌파가 최선인가.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곤 서부 구역 안으로 들어섰다.
‘음…… 타워를 소환하기 전에, 여기도 감독관의 권한을 쓸 수 있나 봐야겠군.’
노아가 저번에 이그드라실의 권한자로 장난을 쳤던 걸 생각해 보면.
여기서도 써먹을 곳이 분명히 있겠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주시의 권능을 발현한 채, 이그드라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지이이잉…….
[‘아크 감독관 – 주시자’의 권능을 인식합니다.] [‘주시자’에게 허용된 권한을 불러옵니다.]강철의 나무 이그드라실의 표면에 새로운 메시지 창이 떠오르면서.
주시자가 행할 수 있는 항목들이 나타났다.
[‘이그드라실의 명부’ 수정] [서버의 변경 데이터 업데이트] [광체화 장기 생성] [아크 내부 관측]‘뭐야. 추가된 건 관측밖에 없네.’
하긴, ‘이그드라실’에 있어선 노아는 자신보다 하위 권한자이긴 했지.
그래서 그녀의 권한도 박탈하고 끝장을 내지 않았던가.
물론 마지막에 그녀를 죽인 건 이드긴 했지만.
성지한은 그렇게 저번 일을 떠올리며, 혹시나 해서 아크 내부 관측을 눌러 보았다.
그러자.
지이이잉…….
서버 접속기기에서 보았던 것과 동일한 지도가 떠올랐다.
“오……! 이거 설마 지도인가? 횡재했군. 감독관…… 이렇게 아크 내부를 훔쳐볼 수 있었다니. 나도 저렇게 감시당했던 건가?”
뒤에서 성지한이 하는 걸 훔쳐보던 이드는, 이를 보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내가 아까 주시의 권능으로 파악했다고 했지 않냐. 그게 이 기능이다.”
“아…… 그래? 이건 그럼 네가 이미 봤던 거군. 근데, 이거로 울드가 있는 곳은 못 보았나?”
“빛밖에 안 보여.”
삑.
성지한이 그러면서 지도 중앙부를 누르자.
화면이 전환되더니 빛만 가득한 공간이 나타났다.
“으…… 음…….”
그리고 그걸 보자, 이드의 두 눈이 풀리더니.
휙!
그가 성지한을 제치려 하면서, 화면에 다가가려 들었다.
물론.
“뭐 하냐?”
팍!
성지한의 영역을 뚫지는 못하고 제자리에 주저앉았지만.
“으. 으…….”
그는 주저앉은 와중에도 어떻게든 화면 속 빛에 다가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꿈틀거렸다.
탁.
성지한이 중앙부 대신, 다른 맵을 찍자.
“어……?”
그제서야 눈이 돌아갔던 이드가 서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뭐. 뭐지…….”
“중앙부의 빛을 보더니 정신 나갔던데. 왜 그런거냐?
“아. 빛…….”
성지한의 물음에 또다시 몽롱한 얼굴로 조금 전을 회상하는 이드.
“아까는 마치 내가 천국에 있는 느낌이었다…… VR을 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감각이 날 지배했지. 이것이 정상인들이 이야기하던 승화인가?”
“승화?”
“그래. 빛으로의 승화…… 광체화 시스템에 연결된 정상인이 격리자한테 저급한 욕구만 추구한다고 비웃었지. 그래. 이런 걸 경험하면…… 그럴 만해…….”
빛 때문에 이렇게까지 맛이 가나.
성지한은 주저앉아서 혼자서 주절주절 거리는 이드를 내버려 두곤, 이그드라실의 화면 쪽으로 눈을 돌렸다.
‘백광이나 한계치까지 올려둬야겠군.’
서버에서는 하루에 30씩 오르는 백광.
이것도 사실 꽤나 빠른 성장 속도긴 했지만.
자판기에서 음료수 뽑는 것처럼 이그드라실에게서 광체화 장기를 뽑는 게 가장 빨리 백광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가 광체화 장기 생성을 눌러 저번처럼 일을 진행하자.
툭. 툭. 툭.
땅에 빛으로 된 구체가 수십 개 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서버에서 별 이상 없었으니까 여기서 바로 흡수해도 되겠지.’
스으윽.
성지한이 그렇게 빛을 흡수하자.
[체내의 장기가 진화합니다.] [스탯 ‘백광’이 3000에 도달합니다.] [광체화가 더디게 진행되어 빛의 힘을 모두 담을 수 없습니다.] [빛의 권능을 확장해 주십시오.]스탯 백광이 오른다는 메시지가 계속 떠오르더니.
백광이 3000에서 성장세가 멈추었다.
저번엔 1500에서 성장이 멈추더니.
권능 ‘시간 역행’을 얻었다고, 이렇게 백광 한계가 팍 늘어난 건가.
‘거참 능력 올리기 쉽단 말이야.’
배틀넷의 스탯 중 0번째 순서였던 백광.
순번으로만 따지면 가장 희귀해야 할 이 능력치가.
어째 지금까지 얻어 왔던 능력 중 가장 얻기 쉬웠다.
성지한이 순식간에 오른 백광을 보고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파아아앗……!
그의 몸에서 강렬한 빛이 발현되더니.
그가 미리 쳐놓고 있던 청의 차단을 뚫으려 들었다.
‘음…… 능력치가 한 번에 너무 확 뛰었군.’
여기서 청이 빛을 차단하지 못하면.
바로 ‘정상인’ 판정을 받아 초월체와 합류하게 되겠지.
성지한은 청을 집중해서 빛이 새어 나오지 않게 컨트롤했다.
스스스…….
그의 몸을 감싸는 푸른 막이 더 짙어지자.
안에서 날뛰던 빛은 금방 진압이 되었다.
하지만.
[백광이 기준치를 크게 초과했습니다. 빛의 권능을 확장해 주십시오.] [5분 내로 권능을 확장하지 않을 시, 시스템에서 권능 확장을 강제로 진행합니다.] [가장 확률이 높은 권능을 우선적으로 개발합니다.]이걸 제어하고 나니 그 다음엔 넘쳐나는 백광을 빨리 써먹으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 * *
‘이거야 뭐, 실체화 강화를 하면 되겠지.’
권능 확장 칸을 열어보니 여전히 성공 확률 0%인 실체화.
이 권능에 백광을 투자하면, 저번처럼 기존 권능이 강화되겠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실체화에 백광을 모조리 투자했다.
그러자.
[권능 확장이 실패했습니다. 기존 권능, ‘시간 역행’이 강화됩니다.]처음에 시간 역행이 강화되는 걸 시작으로.
기존에 지닌 권능이 모두 골고루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시의 권능이 몇 차례 강화되자.
파아앗……!
성지한의 우측 눈에 빛이 강렬하게 터져 나왔다.
그와 함께.
[주시의 권능이 강화되었습니다.] [주시의 권능을 통해 대상의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습니다.] [미래 예지는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부터 세 항목까지 나타나며, 언제나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이제부터 주시의 권능을 통해서.
현재뿐만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음성이 들려왔다.
‘과거와 미래를 본다니…… 강화한 보람이 있네.’
물론, 미래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단서를 달아 두긴 했다만.
하기야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피티아’가 신안을 통해 했던 예언들.
죄다 성지한 자신이 어긋나게 만들지 않았던가.
이런 미래가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라.
미래 예지는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면 되겠지.
‘그럼, 어디 바로 써먹어 볼까.’
역시 지금 당장 볼 건, 미래겠지.
남쪽 루트냐 북쪽 루트냐.
선택의 기로에 놓인 지금.
한번 보고 가는 것도 괜찮겠지.
‘내 미래를 한번 보자.’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주시의 권능을 써보았다.
그러자.
그 음성과 함께.
그의 눈동자 위로 하나의 환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가장 처음 나온 장면은.
촤아아악!
울드의 목을 치는 성지한 자신의 모습이었다.
시간역행이 구현되는 영역, 목 전체를 완벽히 소멸시킨 성지한은.
-……확실히 죽었군.
안도의 한숨을 쉰 채, 땅바닥에 나뒹구는 울드의 목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게 가장 가능성 높은 미래라고?’
울드 공략이 성공하는 게, 처음 나오다니.
이번 아크 진입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이거네.
성지한이 내심, 첫 번째 보이는 미래에 만족스러워할 무렵.
지이잉……!
울드가 서 있던 새하얀 빛의 공간이.
잠시 푸른 빛으로 뒤바뀌었다.
그러자.
스스스…….
성지한의 몸에 피어올라 있던 청이 사방으로 퍼지더니.
그가 애써 차단하던 빛의 권능 발현지가 죄다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파아앗!
성지한의 몸이 빛으로 변하더니.
곧, 완전히 사라졌다.
‘……이거 초월체랑 융합한 건가.’
울드 목을 친 거까진 좋았는데.
청의 기운이 초월체에 의해 걷히더니, 그대로 흡수를 당해 버린건가.
아니, 이러면 성공해도 성공한 게 아니잖아.
그러고 환상이 사라지자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두 번째는 뭐냐.’
이에, 새롭게 떠오르는 환상.
거기선.
-……하. 하하. 뭐야. 진짜 서버가 약점이야?
울드가 광기 어린 웃음을 지은 채.
툭. 툭.
하나의 화면을 두드리며, 성지한을 협박하고 있었다.
-아크까지 올라온 존재가, 서버에 미련을 보이다니…… 설마 설마 했는데, 후후. 후후후…… 이런 멍청한 사람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대요?
-……멈춰라.
-멈춰라? 말 제대로 해야죠?
그러면서 울드는 입꼬리를 잔뜩 올렸다.
-주인님. 제발 멈춰 주십시오. 간청드립니다. 라고.
-……
-지금 당장 해 보세요. 네? 아. 그래. 무릎 꿇고. 머리도 박으시구요.
그 말에, 이를 악물더니 천천히 몸을 굽히는 성지한.
이걸로, 두 번째 미래 예지의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야. 됐다. 꺼.’
픽.
그러자 사라지는 두 번째 환상.
첫 번째는 울드를 이겼지만 초월체 행이고, 두 번째는 그녀에게 굴복하는 미래 예지인가.
‘둘 다 최악인데?’
세 번째에선 희망이 좀 보이려나.
성지한은 가라앉은 눈으로, 다음 예지를 재생했다.
그러자, 새롭게 떠오른 환상에서는.
방금 전 맵으로 보았던 북쪽 구역의 모습이 나타났다.
거대한 바위 위에 무극검이 꽂혀 있던 그 장소에선.
동방삭이 검 손잡이를 쥔 채로, 성지한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래…… 그대, 짐의 도움을 받고 싶은가?
‘짐?’
아니.
짐은 황제가 자신을 가리키는 말 아닌가?
그러고 보니 동방삭의 얼굴도 어째 평소와는 달리 오만해 보이는데.
성지한이 그렇게 바위 위의 동방삭이 하는 행동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제齊 황실의 일원이 되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내게 싹수 있는 딸이 있네. 그 녀석과 혼약하겠다고 맹세하게.
-……네?
-그럼 황제의 성, 강姜씨를 주지.
-하. 강 씨, 입니까……
-그래. 영광으로 알게.
그러면서 혼자 흐뭇해하는 동방삭.
성지한이 자기 딸과 혼약할 거라고 굳게 믿는 모습이었다.
‘……아니, 보는 것마다 왜 이러냐?’
-근데 왜 대답이 없는가?
-아니. 생각할 시간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생각할 시간? 허어. 감히 제 황실의 제안을! 내 1001번째 딸을 거절한단 말이냐?
성지한은 환상 속의 동방삭이 대답이 늦었다고 성을 내는 걸 보면서 잠시 눈을 감았다.
이쯤 되면 미래 예지가 아니라.
‘……배드 엔딩만 보는 느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