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59
“뭔가 진척이 있는가?”
강상의 물음에 성지한은 자신이 본 것을 답했다.
“저희 서버에 남아 있는 존재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울드와 이드, 둘은 죽었는데도 아바타는 남아 있군요.”
“흐음…… 본체가 죽어도 아바타는 남는 건가. 그놈들 참, 명줄이 길군.”
“거기에 데이터 관리자라는 존재가 있습니다만…… 아마 흑색의 관리자가 아닐까 추정 중입니다.”
“흑색이 데이터 관리자였나…….”
수염을 쓰다듬으며 성지한의 말을 곱씹던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위,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계획이라…… 일단은 여기서 초월체를 통제할 방법을 찾아야겠지요. 아크의 장치를 면밀하게 살펴볼 생각입니다.”
“하나 아크의 장치로 초월체를 통제할 수 있었다면, 울드가 이미 하지 않았겠나?”
“그렇긴 하죠.”
아크에 초월체를 조종할 방법이 있었다면 울드가 이미 했겠지.
그게 안 되니까 서버를 계속 생성해 내며 뭔가 수를 쓰려고 했던 것 아니겠나.
‘예토혼세를 보면서 발악했을 때를 떠올리면…… 그녀가 찾던 방법이 이거 같긴 한데.’
분명 성지한이 ‘정상인’으로 활동하는 걸 보고 울드의 눈이 뒤집혔었지.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하면서, 죽기 전엔 답을 찾았는데 이대로 죽어서 원통해 하지 않았나.
‘과연 울드는 무슨 방법으로 초월체를 이겨 내려고 한 걸까.’
추측 가는 바가 있기는 했다.
최후의 발악 때 사방에서 날아오던 ‘격리자’들.
울드의 목적은 아마도 그들이 지닌 고유 권능을 흡수하려던 것이 아닐까.
‘흠. 격리자들의 권능을 모두 흡수하면 초월체에 대항할 방법이 있었을지도.’
하지만 격리자들은 빛의 시계를 완성하기 위해 이미 다 사라진 상황.
그 당시야, 시계가 완성되지 않으면 초월체에 결국은 먹힐 상황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안전이 담보되고 나니 아쉬운 느낌이 들긴 했다.
“……이런 의도가 아니었나 싶긴 했습니다.”
성지한이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강상에게 이야기하자.
“확실히 일리 있는 이야기네. 그럼, 본인에게 직접 들어보는 건 어떤가?”
“본인에게 듣자구요?”
“그래. 서버의 울드는 아직 활동 중이지 않던가. 아바타라서 모두 알진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정보는 있겠지.”
“흠…….”
서버의 울드에게 본체가 뭘 하려고 했는지 물어보자고?
그것도 방법이긴 하겠다만.
“본체를 죽인 저한테 순순히 답을 해 주겠습니까?”
“답이야, 이끌어 내면 그만 아니겠나. 그래…… 무슨 수를 쓰든 말이야.”
그러면서 강상은 차갑게 미소를 지었다.
고문을 가해서라도, 답을 끄집어내라 이건가.
‘흠. 울드는 통증 쪽엔 거의 면역인 거 같던데…….’
신체의 고통 정도로는 눈썹도 꿈틀하지 않던 울드.
그런 그녀에게 답을 듣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육체적인 고통엔 완전히 초월한 상대입니다. 대답을 이끌어 낼 방법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군요.”
“그래. 그녀에게 통증은 의미가 없지. 대신…… 이 방법은 어떻겠나?”
“좋은 생각이라도 있으십니까?”
“시간의 감옥에 그녀를 가두는 거네.”
시간의 감옥에?
성지한이 그 말을 듣고 두 눈을 크게 뜨자.
강상이 말을 이어 나갔다.
“자신의 권능, 시간 역행에 역으로 밀린다면…… 아무리 아바타라고 한들 절망적이지 않겠나? 특히 시간의 감옥에 당한 이들이 어떻게 되는 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녀라면 말이네.”
“흠…….”
“물론, 이건 자네의 권능이 아바타를 상회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네만.”
“그건 장담할 수가 없겠군요.”
아크의 시계를 싹 다 모아 흡수하긴 했지만.
울드의 아바타보다 확실히 ‘시간 역행’의 권능이 뛰어나다곤 장담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강상이 말한 방법이 울드에겐 가장 잘 먹힐 거 같긴 해.’
자신의 권능에 밀려 패배하여 고통스런 순간을 영원히 재생하는 ‘시간의 감옥’에 갇힌다면.
그때는 계속 버티지 못할 터.
‘시간 역행을 여기서 더 강화할 수는 없나.’
성지한은 아크의 장치를 계속 살펴보았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이이잉……
그의 눈앞에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최고급 광체화 장기 생성]이그드라실에서 보았던 광체화 장기 생성.
허나 아크의 장치에서 뜬 건, ‘최고급’이란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뭐 얼마나 좋기에 최고급이라 그러는 거야?
‘근데, 공교롭긴 하군. 내가 마침 시간 역행을 강화시키고 싶다고 하니까, 이게 나오다니……’
[사용자의 니즈에 자동적으로 맞춰 준 거겠지. 아크의 장치 정도면 그 정도 기능은 있다.]‘내 니즈에 맞춰줬다고? 근데 초월체 제압에 관한 건 왜 안 나오냐?’
[그런 기능까지 아크에 있겠나?]성지한은 적색의 관리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 역행을 강화시키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거기에 딱 맞춰서 최고급 광체화 장기를 내놓았다 이거군.
‘이럼 광체화 장기를 흡수해서 시간 역행이 랜덤 강화되도록 유도하면 되겠네.’
이그드라실에서 흡수할 땐, 스탯 청이 커버할만한 범위에서 백광을 흡수해야 했지만.
예토혼세 위에선 그런 한계에 대해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성지한이 장기 생성을 누르자.
파아아앗……!
기기장치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새하얀 빛의 구체가 여러 개 만들어졌다.
“저건…….”
“광체화 장기입니다. 최고급이라더니 겉모습은 별 차이 없네요.”
“흐음. 하나 그 안에 담긴 빛의 힘은 강렬하군…… 저걸 흡수할 생각인가?”
“예. 울드의 아바타를 시간의 감옥에 가두려면, 최대한 강화를 해야죠.”
성지한은 그리 말하며 빛의 구체를 손에 쥐었다.
그러자.
[체내의 장기가 진화합니다.] [스탯 ‘백광’이 10,000에 도달합니다.] [광체화가 더디게 진행되어 빛의 힘을 모두 담을 수 없습니다.] [빛의 권능이 강제로 확장합니다.] [확장 가능한 권능 목록을 불러옵니다……]스탯 백광은 단번에 일만에 도달하며.
권능을 더 얻으라고 하고 있었다.
‘한 개만 흡수했는데…… 최고급인 이유가 있네.’
체내에 빛의 힘이 강해지는 걸 느끼며, 메시지를 지켜보던 성지한은.
‘음……?’
권능 목록이 뜨자 두 눈을 크게 떴다.
성공률 5%의 실체화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곳에는.
‘……대체 몇 개야 이건?’
빛의 권능 수백 개가 쭉 나열되어 있었다.
* * *
[‘은폐’ – 성공률 50%] [‘절단’ – 성공률 50%] [‘발화’ – 성공률 50%]……
성지한의 눈앞에 수없이 떠 있는 강화 가능한 권능들.
이들은 모두 성공률 50%로 성지한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 설마 여기서 성불했던 격리자들의 권능인가?’
성지한에 의해 정상인이 되어 초월체에 흡수당했던 격리자들.
그들의 권능은 그냥 공중에서 산화했나 했더니.
이렇게 여기서 확장 가능한 상태로 나올 줄은 예상하질 못했다.
‘지금 당장은 시간 역행을 강화시켜야 하는데…… 실체화는 어디 갔어?’
성공률 5%로, 언제나 확장 실패를 보장해 주었던 실체화.
헌데 지금은, 50% 권능들만 보일 뿐, 실체화는 전혀 보이질 않았다.
그렇게 몇 번이고 뒤져도 찾던 권능이 안 보이자,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안 되겠군. 일단은 50%짜리라도 눌러야겠는데.’
어차피 빛의 권능이 강제로 확장된다고 했으니까.
강제될 바에야 이쪽에서 직접 찍는 게 낫지.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면서, 50%짜리들을 누르기 시작하자.
번쩍! 번쩍!
성지한의 신체 여기저기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사위. 몸이 점점 빛나는구만?”
“아까 사라졌던 격리자들의 권능이 강화 가능한 상태더군요.”
“아. 그래서 그들의 권능도 얻고 있는 건가? 잘 되었군. 그럼, 울드가 목표하던 상태가 되겠어.”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성지한은 몸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빛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렇게 권능 얻다 보면, 나중에는 그냥 신체가 모조리 빛으로만 이루어지겠는데.
‘……뭔가 찝찝하군.’
이게 맞나?
어느새 몸의 반 정도는 발광체가 되자, 성지한은 장기 흡수를 멈추었다.
처음 목표인 시간 역행 강화는 어느 정도 이루어진 상태였지만.
어느새 신체는 탈인간이 되어 가고 있었다.
“황제시여. 제 얼굴 보이십니까?”
“짐이야 볼 수 있네만. 대다수의 인간은 그냥 태양을 바라보는 느낌일 거네.”
“……역시 그렇습니까?”
뭐, 서버 4212를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전신이 빛으로 번쩍거리는 거야,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지만.
‘이 상태로 계속 가는 건, 좀 아닌 거 같아.’
성지한은 찝찝한 느낌을 흘려보내지 않았다.
여기선 멈추는 게 맞다.
그는 그렇게 마음을 정한 채 입을 열었다.
“이 정도에서 강화를 멈추고 울드의 아바타를 만나봐야겠습니다.”
“흠. 그녀를 역으로 시간의 감옥에 가둘 수 있겠나?”
“예.”
“좋은 자신감이로군. 그럼 그녀를 어떻게 만날 생각인가?”
“일단, 저 안에 있나 살펴보죠.”
성지한은 아크 중앙부에 있는 서버 접속기기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번쩍……!
자동적으로 발동하는, 주시의 권능.
그러자, 접속기기의 표면이 투명해지며 그 안이 환하게 드러났다.
둘 중 한 곳은, 안이 텅텅 비어 있었고.
남은 한 곳에는.
“거대한 갑옷만 있는가…… 거기에, 투구만 없군.”
“예. 어째 흑색의 관리자의 것과 모양새는 엇비슷하군요.”
서버 내에서, 투구만 둥둥 떠다니던 흑색의 관리자.
남은 본체는 이 접속기기 안에 있었던 건가.
“어떤가. 저거 바로 부술 건가? 그럼 짐도 한 손 보태겠네.”
흑색의 관리자를 보자, 호승심이 생긴 건지 무극검을 만지작거리는 강상.
성지한은 그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일단은 서버에 갔다 온 후에 생각하죠. 흑색의 관리자에게도 알아낼 건 있으니까요.”
“흠…… 알겠네. 헌데 자네가 직접 서버에 갈 생각인가?”
“예. 비어 있는 접속기기로, 갈 생각입니다.”
“이건 어쩌고?”
그가 예토혼세를 가리키자, 성지한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했다.
“현재 안정화 된 상태라 제가 자리를 비워도 어느 정도는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금방 갔다 오죠.”
“그렇군…… 알겠네. 여기는 내가 지키고 있지.”
강상이 그리 대답하자.
성지한은 서버 접속기기로 걸어갔다.
그런 그에게.
“……아. 그리고 말이네. 혹시 모르니, 자네. 가족에게 인사 정도는 해 두게.”
강상이 착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인사…… 입니까.”
“그렇네. 혹여…… 후회할 일 없도록 말이야.”
과연.
이번에 서버에 접속하는 게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건가.
성지한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