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6)
* * *
협곡 맵의 정글.
그곳은 정글이라는 명칭에는 걸맞지 않게, 일반적인 숲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게다가 숲길이 잘 나 있고 길 자체도 평탄해서 영락없는 공원 산책길 같은 느낌이었는데.
문제는 곳곳에 거대 몬스터가 자리 잡고 있어, 최대 레벨이 50밖에 되지 않는 실버 플레이어는 감히 지나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크르르르……!”
정글 지역에 들어서자마자, 머리가 두 개인 거대 늑대가 성지한을 반겼다.
전고만 해도 3m나 되는 거대 늑대는 성지한을 보자마자 바로 덤벼들었다.
정글 몬스터 중에서 가장 약한 축에 드는 ‘쌍두늑대’였다.
레벨 역시 65나 되었기에, 원래라면 파티원 셋 정도는 같이 협력해야 잡을 수 있었지만…….
무명신공無名神功
삼재무극三才武極
태산압정泰山押頂
봉황시가 수직을 가르자, 달려오던 늑대의 거대한 몸이 반으로 쪼개졌다.
누구든 물어 죽여 버릴 것 같았던 흉폭한 기세와는 다른, 허무한 결말이었다.
이내.
슈우우우…….
쌍두늑대의 사체에서 회색의 연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성지한의 몸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쌍두늑대의 기운을 흡수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5퍼센트 강화됩니다.]정글 몬스터에게서 나오는 능력치 강화 축복.
정글 몬스터의 레벨에 따라 능력치 강화 정도는 달랐지만, 최소 5퍼센트 이상은 보장됐다.
그래서 정글 몬스터 잡는 속도만 빠르면, 미니언 50마리를 잡는 것에 비해 더 빠르게 버프를 중첩시킬 수 있었다.
[‘실버 리그의 정글러 (1)’ 업적을 클리어 하였습니다.] [업적 포인트를 1,000을 얻습니다.]‘1,000이라…… 짭짤하군.’
굳이 업적에서 ‘실버 리그’라는 수식어가 붙은 건, 원래는 실버가 단독으로 잡을 수 없는 난이도라 그런 것일 터.
‘일단 빠르게, 우리 정글을 정리하자.’
무명신공無名神功
보법步法
섬천뢰보閃天雷步
성지한의 몸이 한 줄기 뇌전으로 변해 사라지고.
미드 라인과 탑 라인 사이에 있던 정글은, 금방 정리되기 시작했다.
-죄다 한 방컷이누
-아ㅋㅋ 왜 정글 안 도냐ㅋㅋ 버프가 복사가 되네ㅋㅋㅋ
-얘 실은 힘을 숨긴 게 아닐까? 실은 페이스오프한 플레나 다이아 아닐까?
-응~ 인간 자체가 강함~
-암튼 이 끕에선 앞으로 성지한이 혼자 정글 독차지 하는 거임?
-독점 개꿀 ㅋㅋㅋㅋ
성지한의 정글 방송.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정신이 없을 정도로 화면이 빠르게 돌아갔다.
숲 안을 고속으로 이동하다가.
“키이이이!”
갑자기 몬스터가 튀어나오면, 봉황시가 한 번 움직인다.
“꾸엑!”
그러면 그 어떤 몬스터도 일격을 견디지 못하고 성지한에게 버프를 헌납했다.
버프를 얻고 나면, 또다시 섬천뢰보로 고속 이동을 하는 성지한.
그렇게 북서부의 정글 지역에 위치한 정글 몬스터 다섯은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모조리 전멸해 버리고 말았다.
몬스터가 다시 리스폰되기까지는 시간이 남은 상황.
‘이제 킬도 따야겠군.’
다른 정글 지역을 가기 전에 퍼스트 킬도 겸사겸사 따 놓을 필요가 있었다.
탑 쪽에서는 적 플레이어들이 타워에 바짝 숨어서 몸을 사렸지만.
미드나 바텀 라인에서는 그래도 전선을 유지하며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테니까.
‘빠른 기습만큼 효과적인 지원도 없지.’
그렇게 생각한 성지한이 정글에서 가장 가까운 미드 라인을 습격하려고 할 때.
[퍼스트 킬을 달성했습니다.] [업적 포인트가 100 오릅니다.]갑작스럽게 자신이 최초 킬을 달성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
정글 돌 동안, 적 플레이어는 구경도 못해 봤는데.
갑자기 킬이라니?
‘설마…….’
성지한은 소환해 뒀던 아리엘을 떠올렸다.
* * *
탑 라인.
성지한이 떠나고, 그가 남긴 작은 다크 엘프와 함께 하게 된 여전사는 각오를 다졌다.
‘지한 님 소환수는 그렇게 강하진 않을 거야. 내가 역할을 잘 해야 해.’
마침 저쪽 팀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탑을 끼고 살던 두 플레이어가, 천사 미니언들과 함께 슬금슬금 전장에 나서고 있었다.
“아오~ 씨…… 성지한 놈은 뭐 저리 세다냐?”
“똥겜 수준. 진짜 밸런스 따윈 없다니까.”
“쯧…… 그놈 없는 동안 닥치고 빨리 밀기나 하자.”
이미 천사 진영 탑 타워는 내구도가 반이나 깎여 있었으니, 성지한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어떻게든 균형을 맞춰야 했다.
그렇게 생각한 두 플레이어는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닼엘님! 조심하세요!!!”
“최하급 종족. 설마 나보고 조심하라고 한 건가?”
“어? 한국말도 하시네요. 맞아요. 조심해요. 너무 앞에 있지 말고 뒤로 좀 빠져 계세요.”
“하아…….”
여전사의 걱정에 아리엘은 한숨을 쉬었다.
성좌의 분신인 자신이, 최하급 종족에게 걱정을 사다니…….
굴욕적인 상황이었다.
아리엘은 다가오는 천사 미니언 부대를 향해, 몸을 피하기는커녕.
그쪽으로 걸어가며, 손을 뻗었다.
“일어나라. 그림자여.”
그러자, 천사 미니언의 그림자가 꾸물거리며 변형되기 시작했다.
이윽고 TOP 100의 마지막 때처럼, 머리 쪽의 그림자가 작은 검처럼 변해 천사 미니언의 등을 찔렀다.
푹-!
미니언의 등판에 꽂히는 그림자검.
하나 천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진할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검이…… 너무 작은데요?”
그림자검의 크기가, 사람 손가락만큼 작았기 때문이다.
“크읏, 남겨진 힘이 부족해서다!”
“열 마리한테 다 써서 그런 거 아닐까요? 하나씩 처리하죠.”
“……알겠다.”
더없이 굴욕적!
하나 여전사의 말은 정론이었다.
힘이 달리는 지금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였다.
아리엘은 순순히 여전사의 의견에 따라, 하나씩 적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적 플레이어들은 풀어졌던 경계심을 키웠다.
“저거, 나름 센 거 같은데.”
“너도 방송에서 봤잖아. 원래는 장난 아냐. 혹시 모르니까 그림자 계속 체크해.”
그렇게 진행된 라인전은, 초반에는 팽팽하게 진행되었다.
초반에는 말이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났다.
“저. 닼엘님…… 몸이 커지셨네요?”
“정글 돌러 간 하급 종족이 강해졌다.”
성지한이 정글 몬스터를 잡아 버프를 얻을수록, 아리엘도 그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미니언을 제압하는 그림자검의 수도 하나 더 늘어 있었다.
“헐. 저 소환수…… 점점 세지는데?”
“빨리 쟤부터 잡아야겠어.”
“……찬성. 저거 더 강해지면 라인 감당 안 된다.”
적 플레이어들은 아리엘의 성장에 경각심을 느끼고, 그녀부터 제거하기로 결심했다.
둘은 미니언과 한참 투닥거리는 척하더니.
“파이어 볼!”
적 마법사가 기습적으로 아리엘을 향해 화염 마법을 던졌다.
“음……!”
아리엘은 급히 몸을 피하려고 했지만.
“차지!”
그전에 적 전사가 돌진 스킬을 사용하며, 아리엘에게 먼저 접근했다.
콰앙!
그리고 이어지는 방패 밀치기.
순식간에 펼쳐진 전사의 콤보였다.
방패 밀치기의 효과로 행동불능 상태에 빠진 아리엘에게, 마법사의 파이어 볼이 날아들고.
콰아아앙!
아리엘의 형체는 갈기갈기 찢겨,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좋아!”
생각보다 손쉬웠군.
전사와 마법사는 부서져 내린 다크 엘프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넋 놓고 있다가 끝도 없이 밀릴 뻔했네.’
사전에 빨리 처치해서 다행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둘의 착각일 뿐이었다.
푹!
“……어라.”
어느새 전사의 가슴팍엔, 흑색의 검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그가 입고 있는 갑옷은 그대로 스쳐 지나간 채.
정확하게 심장 부위만을 관통한 검.
“어, 어떻게…….”
털썩!
전사의 몸이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져,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림자가 꿈틀거리더니, 무표정한 얼굴의 아리엘이 올라왔다.
“정말로 심장을 뚫리면 죽는군. 역시 너흰…… 최하급 종족이다.”
이 종족.
인간이라고 했던가?
약점이 참 많은, 연약한 생명체다.
‘역시 본체는, 선택을 잘못했어.’
아까 성지한이 이클립스를 완벽히 다룰 때만 해도, 그녀의 선택이 맞았던 건가 싶었지만.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근본이 이렇게 형편없어서야…….’
최하급에서 시작하면, 아무리 등급을 상향 평가한다고 해도 최상급까지 언제 올라가겠는가.
아리엘은 역시 본체가 실수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현상은 뭐지?’
아리엘은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사실 아리엘은 적 플레이어들의 합격으로 나름 데미지를 입은 상태였다.
때문에 몸의 크기가 줄어들 줄 알았건만, 이상하게 별 타격이 없던 것이다.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닼엘님…… 더 커지셨네요?”
오히려 원래보다 몸이 커지고 있었다.
거기에 원래 7분이 지나면 역소환되어야 하는데, 전혀 그럴 기미도 보이질 않았다.
푹! 푹!
그림자검은 어느새 세 개 이상을 다룰 수 있게 되었고.
“와. 진짜 뭐. 소환수도 뭐 저리 강해지냐! 미친 게임 진짜……!”
도망치려던 마법사도 가볍게 본진으로 보내 줄 수 있게 됐다.
“어…… 타워, 우리만으로 밀겠는데요?”
여전사는 적 마법사마저 사라지는 걸 보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입을 떡 벌렸다.
성지한이 센 건 백 번 양보해서 그럴 수도 있다.
한데 소환수까지 이렇게 세도 되는 거야?
“그럼 밀자.”
“넵.”
여전사는 고개를 끄덕인 채, 미니언들의 돌진을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았다.
구경꾼이나 다름없는 그 모습에, 아리엘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 하나? 안 때리나?”
“저 근딜이라 저거 가까이서 때리면 죽어요.”
지이이잉-!
여전사가 타워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줄기를 가리키자, 아리엘이 눈을 가늘게 떴다.
“……자랑이다. 최하급 종족.”
그러면서도, 아리엘 역시 타워에 다가가지는 않았다.
* * *
한편.
[‘실버 리그의 정글러 (2)’ 업적을 클리어 하였습니다.] [업적 포인트를 2,000을 얻습니다.]성지한은 악마 진영의 정글 남서부까지 싹 다 돌고, 협곡 맵 중심부에 위치한 개울가를 건너고 있었다.
‘천사 진영 정글 몬스터까지 내가 다 쓸어 버리면, 분명히 숨겨진 업적이 뜨겠지.’
맵에 있는 모든 정글 몬스터를 잡는 건, 정글러를 운용하지 않는 실버 리그이기에 가능한 일.
성지한은 분명 이와 관련된 히든 퀘스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예상은 적중하여.
[히든 퀘스트, ‘정글 최초 정복’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업적 포인트 10,000을 얻습니다.]천사 진영의 정글 몬스터까지 모두 잡아 내니, 1만이나 되는 업적 포인트가 손쉽게 들어왔다.
‘좋아. 이제 슬슬 게임 끝내러 가야겠군.’
이제는 더 이상 정글 쪽에서 업적 깰 게 없을 터.
성지한은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 원래 배정받았던 탑라인으로 갈까 하다가, 다른 라인으로 눈을 돌렸다.
‘아리엘이 잘하고 있는 거 같으니. 미드 쪽을 밀어 줘야겠어.’
정글에서 나와, 북쪽의 개울가를 쭉 따라 중앙으로 내려가는 성지한.
개울의 중간쯤에 다다르자, 좌측에 가파른 계곡이 보였다.
계곡의 아래에는 보랏빛을 띠는 물이 마치 호수처럼 고여 있었다.
‘상위 리그의 협곡 맵에서는, 저기서 보스 몬스터가 나왔지.’
이름이 내시드 백작이었던가.
물웅덩이를 잠시 바라보던 성지한이 다시 미드 라인으로 가려고 시선을 돌렸을 때.
[연계 퀘스트, 사도의 흔적 (1)이 개방되었습니다.]갑자기 퀘스트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