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65
“중대한…… 착각이라 하셨습니까?”
“그렇네.”
강상은 손가락으로 공허의 영역을 가리켰다.
“단순히 저 공허를 뚫었다고 현실이 가상으로 변한다는 게 이상하지 않나?”
“그건 그렇습니다만……”
“이왕 나온 거, 지구에 한번 가 보는 게 어떻겠나?”
성지한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가 보죠.”
지이이잉……
그가 포탈을 열어 지구로 넘어오자.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사람들이 모두 멈춰 서 있었다.
‘이건…… 아크에서 번쩍였던 시간 역행의 권능 때문인가.’
아까 서버 관리기기를 통해서 아크로 되돌아갔을 때.
시간역행이 발동하긴 했지.
왜 그 빛이 번뜩이나 했더니 세상을 멈추려 그랬던 건가.
‘근데 스케일이 차원이 다른데…… 인류뿐만 아니라, 모든 걸 멈춰 버렸어.’
아크에서 이 정도의 권능을 보일 정도면 초월체의 힘을 써야 가능할 텐데.
성지한이 그렇게 멈춘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 무렵.
강상은 멈춰 있는 인류를 바라보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흠. 이곳이 서버 4212의 지구인가…… 무를 숭상하는 이가 없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아십니까?”
“당연하지. 사람들에게 무기가 없지 않는가.”
“……황제의 무림제국에선 모두 무기를 들고 있었습니까?”
“그렇네. 사람이라면 당연한 소양이었지.”
그렇게 서버 4212의 사람들을 보며 쯧쯧 혀를 차던 강상은.
“여기 이들은 여전히 코드로 보이는가?”
성지한에게 그리 물었다.
이는 서버 접속기기로 세상에 들어왔을 때와.
공허의 영역을 뚫고, 아크에서 직접 나왔을 때랑 보이는 게 다른 건지를 물어본 것이었지만.
“예. 보이는 것은 똑같습니다.”
주변 세상은 여전히 분석이 통했으며 모두가 코드로 보였다.
“흠…… 그럼 자네 조카에게 가 보지.”
성지한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집으로 가 보았다.
그러자.
거기선 식탁에서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먹으려던 윤세아가 멈춰 있었다.
“이 아이인가?”
“그렇습니다. 세아는 코드로 보이지 않는군요.”
“흐음…… 공허의 영역을 넘어서 들어왔건만 보이는 건 똑같은가.”
이러면 서버 접속기기로 들어온 것과 똑같은 풍경인가.
강상이 멈춰 있는 윤세아를 보면서,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을 즈음.
[……청색의 관리자여.]성지한의 안에서.
그간 침묵을 지키고 있던 적색의 관리자가 의지를 전해왔다.
[혹시, 나는 어떻게 보이는가?]“너?”
[그렇다. 청홍의 안에 있는 나도, 네게 완벽하게 분석이 되는가?]“한번 봐 보지.”
스으윽.
성지한은 청홍을 꺼내 그 안에 담긴 붉은 빛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거기선 코드가 70% 쯤 떠올랐지만.
“완벽하게 분석이 되지는 않네.”
[정말인가?]“어. 30%쯤은 미지수야.”
[그렇군……]그 말에 어딘가 기쁜 기색을 보이는 적색의 관리자.
[여기선 더 볼 게 없는 것 같은데, 아크로 돌아가지.]그는 평소와는 달리 주도적으로 성지한에게 제안했다.
“뭔가 알아낸 것이라도 있나?”
[그래. 아크에 있는 헤파이스토스에게 가 줬으면 한다.]헤파이스토스라면 무한하게 불타 사라지는 적색의 관리자 본체 아니던가.
분명, 아크의 보조 동력원으로 썼었는데…….
‘뭐, 지금은 더 볼 것도 없으니까.’
적색의 관리자에게 생각이 있는 거 같으니, 돌아가 볼까.
성지한은 윤세아 쪽을 힐끗 한 번 본 후, 아크로 되돌아왔다.
그들이 뚫어 놓았던 아크의 균열은 이미 회복된 상태였지만.
툭.
성지한이 가볍게 손으로 외벽을 건드리자.
구멍이 쉽게 뚫리며, 재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헤파이스토스가 있는 곳으로 가자.
화르르륵……!
불길에 타오르는 붉은 거인이 눈에 보였다.
[그는 어떻게 보이는가?]적색의 관리자의 물음에 성지한은 분석을 발동해 보았다.
그러자.
“흠……? 반쯤 분석이 되는데?”
아크 내부에선 분석을 발동해도 그대로였던 것과는 달리.
헤파이스토스는 반쯤 코드가 나타나 있었다.
[역시 그렇군…… 그럼 이제 나를 저곳에 넣어다오.]그리고 성지한의 대답을 들은 적색의 관리자가 그에게 부탁을 해 왔다.
“뭘 하려고?”
[네 분석안의 실체를 알아보려 한다.]“……네가 이걸?”
[그래.]무슨 수로 하겠다는 건지 성지한은 의아했지만.
‘뭐, 이놈이 지금 허튼 생각할 단계는 아니니까.’
보조 동력원에 불과한 붉은 거인으로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성지한은 그를 순순히 헤파이스토스의 안에 넣어 주었다.
그러자.
화르르륵……!
붉은 거인이 아까와는 달리, 내부에서부터 거세게 타오르더니.
지이이잉……
헤파이스토스의 코드가, 보다 더 선명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헤파이스토스’의 분석이 90% 완료되었습니다.] [‘헤파이스토스’분석 실험을 중지하시겠습니까?]성지한의 눈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 * *
“너…… 뭐 한 거냐?”
[무언가 변화가 있는가?]“그래.”
성지한은 자신이 본 시스템 메시지를 이야기해 주자.
타오르는 적색의 거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분석 실험이라. 보조 동력원으로 썼을 뿐만 아니라, 날 따로 분석하고 있었군.]“그래서 너 대체 뭘 한건데?”
[나는 헤파이스토스가 끝까지 숨기려 했던 적의 운용 방식을 스스로 개방했다.]“그놈이 은폐하려던 게 있었어?”
[그래…… 정확히는 시스템이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것이겠지.]시스템이 파악하지 못한 헤파이스토스의 운용 방식이라.
성지한은 그 말을 듣고는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시스템이 파악하지 못했던 걸, 적색의 관리자가 스스로 개방하니까. 그제야 분석이 먹혔다. 이건…….’
지이이잉……
성지한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복잡한 코드를 지니고 있는 붉은 거인을 바라보았다.
시스템 메시지대로 정말 90%만 보이는 코드.
이 현상은 결국.
“시스템의 분석과, 나의 분석안이 연동되어 있는 건가?”
[그래 보이는 군.]“그럼, 황제의 코드가 전혀 보이지 않는 건……”
[저 괴물은 시스템도 제대로 분석을 못한 거겠지.]헤파이스토스보다 무극검이 시스템 입장에선 더 분석이 안 되는 영역이었나.
그가 붉은 거인과 강상을 번갈아 바라보며 차이를 인지할 때.
화르르륵……!
붉은 거인의 몸에서, 강렬한 불길이 또다시 피어올랐다.
[그럼, 일단 실험을 중지시켜 주겠나?]“그래.”
성지한이 아까의 메시지를 통해 실험을 중지하자.
붉은 거인의 몸에선 더 이상 불이 타오르질 않았다.
[이제야 살겠군. 잠시 여기 있어도 되겠나?]“허튼 짓만 안 한다면야.”
[어차피 난 분석이 끝나지 않았는가. 네가 마음만 먹으면, 나는 금방 삭제될 것이다.]그거야 그렇지.
분석이 90% 끝난 헤파이스토스는 성지한이 마음만 먹으면 금방 없앨 수 있는 대상이었다.
성지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후후…… 그래도 내 능력에 대해 다시 나름대로 자부심이 생기는군. 위대한 시스템도 날 완전히 분석하지 못했으니 말이야.]적색의 관리자는 그간의 의기소침했던 자세에서 벗어나.
자존감을 좀 회복한 상태였다.
“분석이 시스템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어떻게 알아챈 거지?”
[다른 존재들은 분석이 되었는데, 무극검은 안 되었다고 하지 않았나.]스으윽.
그러면서 붉은 거인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이 몸도, 아크에 보관되어 있던 존재. 물론 헤파이스토스가 보조 동력원으로 쓰였다지만, 그것보다도 혹여 분석이 다 안 되어서 살려 두었나 싶었지.]“흐음……”
성지한은 그 말에 윤세아의 융합기를 떠올렸다.
그것도 시스템에서 아직 파악을 하지 못한 덕에 분석이 안 되었던 건가.
‘융합기도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확보했다면, 세아도 코드로 보였을 지도 모르겠군…….’
그리고 중요한 건.
“아크 내의 헤파이스토스도 코드로 보이는 거면…… 서버의 존재들이 가상이자 허구라는 것도 거짓인가.”
“그런 것 같네. 사위의 눈에 세상이 코드로 보이는 건, 시스템이 이들을 모두 완벽히 파악해서 그런 것이지…… 이들이 가상의 존재들이라 그런 게 아니야.”
아크의 벽 너머에, 떡하니 존재하고 있는 서버 4212.
그리고, 헤파이스토스의 분석이 90% 완성됨에 따라, 실시간으로 코드화가 더욱 진행된 거인.
성지한은 눈앞에 드러난 사실들을 통해.
코드화된 세상이 어떤 의미인지를 깨달았다.
‘바깥의 세상이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었군…….’
후우우.
성지한은 한숨을 크게 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누나를 보면서 그녀가 코드로 이루어진 걸 보았을 때는.
형용할 수 없는 씁쓸한 감정을 느꼈는데.
그녀가 가상의 존재가 아니라 실체가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속 한쪽이 한결 가벼워졌다.
“후우. 그럼 눈이 시스템과 연동되어서 그렇게 코드로 보였을 뿐이군요…….”
“그런 것 같네. 헌데 이럼. 서버 1부터 4211까지는 죄다 실존하는 이들을 없앤 건가……?”
[그렇겠지. 동족도 초월체에 합체시키는 놈들인데, 다른 존재들 죽는 거야 신경 썼을까.]적색의 관리자의 말에.
뚝.
강상이 수염을 한 가닥 끊으며 두 눈에 살기를 드러냈다.
“……그럼 결국 내가 속했던 세계도 확실하게 멸망한 거군. 나의 처와 자식, 제자들과 제국 신민 모두. ‘진짜’인 이들이 공허에 휩쓸려 죽었어…….”
[그건 헤파이스토스 쪽도 마찬가지다. 뭐, 나야 현 서버에 속한 존재니, 별 미련은 없지만.]노기를 끌어올리는 강상과는 달리.
헤파이스토스의 몸을 사용할 뿐인 적색의 관리자는 예전 세상에 대해 별 아쉬움을 보이지 않았다.
“역시, 짐은 진짜 원수에게 복수를 하러 가야겠네.”
“진짜 원수라면…….”
“서버 접속기기에 누워 있는 흑색의 관리자, 미트라 말이야. 그놈이 결국 이 모든 일의 원흉 아니겠는가?”
투구 속의 기운은 비록 없었지만.
나머지 갑주는 아직도 서버 접속기기에 남아 있는 흑색의 관리자.
강상은 그것들마저 확실하게 없애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하고 있었다.
그때.
스으윽.
[기다려라.]적색의 관리자가 강상의 앞을 가로막았다.
“……허. 날 막을 셈인가?”
[그래. 괜히 그를 건드렸다가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어쩔 셈인가?]“…….”
[서버 4212는 이대로 놔둬도 평화롭게 유지될 수 있겠지. 성지한, 네가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서버 4212가 실존한다는 걸 확인했으니.
이대로 현상 유지만 하면 세계는 정상적으로 굴러갈 거다.
근데, 괜히 누워 있는 흑색의 관리자 죽였다가 변수를 만들지 말자 이건가.
하나.
“그건 최악의 선택이다.”
[최악이라고……?]“그래.”
성지한은 그러면서 울드가 서버를 멸망시켰던 미래를 떠올렸다.
아크에서는 손가락 하나면 너무나도 손쉽게 멸망하는 세계.
여기서 세상의 존립이 계속해서 좌우된다면.
그걸 진짜 ‘안전’하다고 할 수 있겠나.
[그럼 어쩌려고 그러는가?]“어쩌긴. 아크고 시스템이고. 초월체고…….”
스으윽.
성지한은 주변을 돌아보며.
“싹 다, 권한을 박탈해서 없애야지.”
둘에게 자신의 뜻을 확실하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