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76
외전 (5)
성지한이 반지하 방에서 게임을 시작한 지 3일째.
방 안의 풍경은 얼마 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또 쓰레기가 있네요.”
컴퓨터 모니터를 보던 성지한이 가구 틈새에 떨어져 있는 담배 꽁초를 가리키자.
스스스…….
허공에 저절로 떠오르던 꽁초가 푸른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쓰레기가 보이는 족족, 싸그리 다 소멸시켜 버리는 성지한.
-와…… 방 완전히 깨끗해졌네
-담배꽁초고 뭐고 다 소멸시켜버리잖아 ㅋㅋㅋ
-이렇게 보니 반지하도 살만해 보이는데?
-이 정도면 우리나라에선 상위 5%입니다……
인류 시청자들은 깔끔해진 반지하 방을 보고는 나름의 호평을 했다.
다만.
-저딴 데서 어떻게 사냐……
-보는 내가 다 답답하네
-좀 나가면 안 됨? 사육장 같네
외계의 시청자들은 닭장 같은 반지하 방에 적응하지 못하고.
밖에 좀 나가자며 보채고 있었다.
아무래도 큰 스케일에 익숙한 종족이 많아서 그런가.
이들이 보기엔, 성지한이 반지하 방에서 컴퓨터 모니터만 보고 있는 게 닭장에 갇힌 닭을 보는 느낌인 것 같았다.
하나.
“7일 생존하라는데, 일단 쟤 지켜야죠.”
성지한은 침대에 누워 있는 윤세아를 가리키며, 그 이야기를 일축했다.
그러자.
-그럼 좀 넓은 데 가서 살면 안 됩니까?
-밖은 보여야지 뭔 이런 데서 어떻게 사나……
-아 이거 도저히 답답해서 안 되겠다…… 제가 이 시기에 돈 복사 할 수 있는 방법 알려 드릴게요외계의 시청자 중 누군가가 이 시기에 GP를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팁을 알려 주기 시작했다.
-배틀마켓에서 백색 리자드 맨의 알이랑 드래곤의 피 구매하고, 알을 피에 담궈 두세요. 3일 담구면 ‘용혈을 머금은 알’로 바뀌는데 이거 되팔면 3배 이상 뻥튀기 가능합니다.
-헐 저거 제조 방법이 저렇게 간단했음? 한 시대를 풍미한 사기였는데……
-??? 뭐야 용혈 알 사기였어? 나 1만 개 사 놨는데? 드래곤 펫 나온다며?
-몰랐음? ㅋㅋㅋㅋㅋ
-누가 저딴 거 사나 했더니 다 고객이 있구만……
‘용혈을 머금은 알’ 제조 방법을 듣고는, 이에 대해 활발하게 코멘트하는 외계의 시청자들.
‘3배라.’
성지한은 그 말을 듣고 혹시나 해서 배틀 마켓을 열어 보았지만.
“마켓은 구현이 안 됐네요.”
-아 마켓까지는 구현이 안 됐나 보구나
-맞아 여기 그냥 게임 속 세상이었지……
-아쉽네요 돈 복사 방법 아직도 10개는 더 있는데
-형님…… 옛날 방법 말고 요즘 거 좀 풀어주십시오
-ㅎㅎ 여러분들한테 사기 쳐야 하는데 미리 알려 줘선 안 되죠-와 성지한 님 저 새끼 좀 쫓아내 주세요 ㅡㅡ-쫓아내도 어차피 이건 제 노예의 배틀튜브 계정이라 ㅎㅎ외계의 시청자들이 돈 복사 방법에 대해 사기꾼과 이야기를 하고 있을 무렵.
딸깍. 딸깍……
성지한은 채팅창에서 시선을 끄고 마우스를 움직여 기사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가 보고 있는 건 현재 한국의 정세를 파악할 수 있는 뉴스들.
-와 인류 스페이스 리그도 꼴찌야? ㅋㅋㅋㅋ
-여기 세계 왜 이래? 개 암울한데;
-검왕 이 인간은 대체 왜 아직까지 일본에 있냐 ㅡㅡ?
-성지한 님이 없어서 그런 듯……
그와 같이 시청자들도 현재 세상을 알아가고 있었다.
-지금 IF 세계의 위키 작성 중이더라
-IF 세계는 또 뭔데?
-성지한이 없는 IF 세계
-지금 성지한 님이 기사 보는 거 다 정리 중임?
-그것도 있고, 인류 플레이어들은 5분 정도 활동할 수 있잖아. 각자 인터넷 접속해서 정보 모으던데 -그거 보면 한국은 ㄹㅇ 이민각임ㅋㅋㅋ-검색 결과 우리나라는 이미 망했습니다……
성지한을 통해 컴퓨터 암호와 핸드폰 잠금 패턴을 알게 된 인류 플레이어들은.
무신의 탑에서 이 맵에 걸릴 때마다, 5분의 제한 시간 동안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뭐, 이 세계에도 내가 있긴 했는데 말이지.’
회귀 전, 현시점엔 그냥 배팅 폐인이었으니.
없는 거나 다름없나.
성지한은 쓴웃음을 지으며 마우스를 계속 움직였다.
한국과 세계의 사정을 대충 파악하고 난 후, 그가 집중적으로 본 것은 바로 스페이스 경기 영상.
-스페이스 리그 경기인가…… 근데 왜 상대 종족들은 그림자처럼 나타나 있지?
-그러게 분명히 세계수 엘프랑의 대전이라고 써 있는데 -엘프들 또 뭔 수 쓴 건가?
-ㄴㄴ 엘프뿐만 아니라 우르크랑의 스페이스 리그 경기도 저렇게 그림자로 떠 있음-이거, 외계 종족들은 구현이 안 된 거 아님?
-배틀 마켓도 안 되고 외계인들도 안 보이는 거 보면 인류만 구현된 거 같네
‘확실히 외계까진 만들어지지 않았군.’
화면 속에서 외계 종족들이 그림자로 표현되어 있었다.
성지한은 이 세계가 한정적으로 구현되어 있다는 걸 파악했다.
뉴스 기사로만 보면, 아무래도 범위는 인류까지인 거 같은데.
‘물론 이건 실제 인간들을 봐야 확실해지겠지.’
7일간 생존하라는 미션만 아니었으면 나가볼 텐데 말이야.
성지한이 미동도 없이 누워 있는 윤세아 쪽을 힐끗 바라볼 때.
딩동. 딩동.
[택배입니다!]현관문 쪽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
-???
-뭐야 왜 갑자기 택배 ㄷㄷ 성지한 님이 뭐 주문했었나요?
-ㄴㄴㄴ 내가 지금 3일 동안 잠도 안 자고 보고 있는데 물건 주문 안 하심-옛날에 주문한 게 지금 온 거 아냐?
‘…….’
스윽.
현관문을 유심히 바라보던 성지한은 말없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드르륵……
현관문의 잠금장치가 열리기 시작했다.
-??? 뭐야 왜 열려
-한국에선 택배 기사가 문도 따나요?
-아니…… 총도 들고 있는데?
문을 열고 들어오는 두 남자.
평범하여 그리 눈에 띄지 않는 인상이었으나, 각기 손에 권총을 들고 있었다.
그것도 소음기가 달린.
[역시 눈치채고 있었나?]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죽여.] [그래. 여잔 네가 죽여라.]중국어가 잠시 들리나 싶더니.
핑!
소음기를 통해 줄어든 격발 소리.
그렇게 총알은 성지한을 향해 날아갔지만.
스스스…….
푸른 기운이 잠시 허공에 일렁이나 싶더니.
[……어?]총알이 허공에 멈춰 서 있었다.
[뭐, 뭐야.] [플레이어였어?]-쟤네 왜 중국말 하냐?
-저들은 어디까지나 게임 속 npc입니다. 중국과는 관련 없는 사람입니다 -아니 뭐 그렇긴 한데……
-IF 위키엔 뭐 정보 없음?
-중국이야 잘 나가지 중국 일본이 동북아시아에서 1, 2위 다툼하고 있어서 ㅋ-그거야 뭐 나라 사이즈가 다르니깐우드드득……!
성지한이 손을 뻗자, 권총이 우그러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박살 나는 총기를 보고, 남자들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뜰 때.
콰직! 콰직!
[아, 아악……!]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두 남자가 방바닥에 자빠졌다.
그러자 바지 사이를 꿰뚫고 튀어나온 부러진 다리뼈.
아무리 스탯 청이 1이라 한들, 그의 영역에 들어온 이상 평범한 인간은 저항할 수 없었다.
“그래…….”
저벅. 저벅.
성지한은 쓰러져 있는 이들을 향해 걸어갔다.
“누가 사주했지?”
뼈가 부러져 바닥에 뒹구는 와중에도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두 남자.
성지한은 그런 이들을 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아. 택배입니다. 이거 말고는 한국어를 모르나?”
[……]“그럼 알게 해 주지.”
딱.
성지한이 허공에 손가락을 튕기자.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두 남자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체의 일부분이 불쑥 튀어나왔다가 들어가는 걸 반복했다.
두 남자가 눈을 부릅떴다.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고통.
그들은 이를 도저히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지르려 했지만.
“아. 시끄러울 테니 입은 막고.”
[끕……!] [으. 으읍……]스으윽.
그들은 성지한이 입을 잠그자 비명도 내지르지 못한 채 땅바닥만 뒹굴었다.
쾅!
현관문까지 저절로 닫히자, 둘의 눈이 공포로 물들었다.
이러다가, 여기 갇혀서 계속 이 끔찍한 고문만 당하게 생겼으니까.
[읍. 읍……!]그러다 한 남자가 통증을 못 이기곤 손으로 방바닥을 치며 자신의 입을 막 가리켰지만.
“음? 나는 너희들의 의지력이 겨우 이 정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지한은 자백을 바로 받아 주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십 분은 버티겠지. 그동안 살게는 해 주마.”
스스스……
그러면서 푸른 기운이 잠시 일렁이자, 두 사람의 다리 쪽 출혈이 멈추었다.
다만, 부러진 뼈는 아직도 튀어나와 있는 상태.
자백을 하겠다는 데도 고문을 멈추지 않자, 한 남자는 통증을 참지 못하고 실신해 버렸지만.
“치료가 필요하겠군.”
스스스…….
푸른 기운이 다시 그들의 몸에 닿자, 기절한 이들이 다시 눈을 떴다.
한층 나아진 컨디션을 보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의아해할 때.
[끄읍……!]또다시 시작된 고문.
그렇게 회복시키고 고문하고를 반복하자.
-와 힐 주고 고문하는 거임?
-이 정도면 내 은행 계좌 암호까지 다 깔 거 같은데……
-근데 ㄹㅇ 배후가 누굴까?
-여러분 여기는 단지 게임 속 세계입니다. 뭘 말하던 현실의 중국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왜 미리 실드침 ㅋㅋㅋㅋ
-중국어 내뱉은 게 크긴 크다 ㅋㅋ
채팅창에선 배후가 누군지 범위를 대강 좁히고 있었다.
한편.
‘확실히 여기서는 감정이 진하게 느껴진다…….’
성지한은 쓰러져서 고문을 받고 있는 둘을 보고는, 자신의 상태를 관조하고 있었다.
저번 생에서 윤세아를 자살로 위장한 채 암살했던 배후.
그들의 일원을 이렇게 고문하게 되자, 과거의 복수를 행하고 있다는 느낌에.
여러 감정이 다양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사실, 10분 연장할 필요도 없었지.’
예전에 사용했던 분근착골보다 더 고통스러운 현재의 고문.
성지한이 치료를 동시에 하지 않았다면, 이미 저들은 쇼크사로 사망했을 것이다.
그러니 아까 땅바닥을 치던 남자의 입을 열게 해 줬다면, 확실히 배후에 대해 사실을 토해 냈겠지.
하나 성지한은 굳이 10분을 더 끌었다.
마음속에서 파도치는 감정이 최근 그 어느 순간보다 살아 있다는 실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이 세계에 중독될지도 모르겠는데.’
안 그래도 여기서 가만히 있을 때만 해도 현실보다 더 살아 있다는 자극을 받고 있었는데.
이렇게 윤세아를 밀어버린 조직의 끄나풀을 고문하게 되니 확실히 감각이 더 선명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10분이 지나.
파지직……
성지한이 힘을 거둬들이자.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남자가 얼른 입을 열었다.
[저, 저희를 사주한 건…… 천지 길드의 진유화입니다!]“한국말로 해라.”
“네. 그…… 천지 길드의 진유화가 저희에게 윤세아를 암살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사고사로 위장하려 들지 말고, 확실하게 처리하라면서…….”
떠듬떠듬 한국말로 실토하는 두 암살자.
그리고 ‘진유화’라는 이름이 나오자, 채팅이 마구 올라오기 시작했다.
-진유화는 누구야? IF위키에 있음?
-아니 없는데? 지금 별로 안 유명한 사람인 듯
-나 저 이름 옛날에 들은 적 있음. 중국 애들이 예전에 진유화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라면서 시위했던 거 같은데 ㅋㅋ-아 그 깡패들 모아서 시위했던 거? 성지한의 무공 정체를 밝히라면서 ㅋㅋ-천지 길드도 그리고 보니 삼합회랑 연관 있던데 -하여간 깡패 놈들이 사람을 몰라보고…… 어쨌든 중국과는 연관이 없는 이들입니다 진유화는 이번 세계에서 직접 윤세아를 암살하러 왔다가 되려 한국에서 심장마비로 죽었지만.
그녀의 죽음을 어떻게든 성지한과 엮어 보려는 중국 정보 조직의 공작에 의해, 한동안 소드 팰리스 앞에서 시위가 일어나곤 했다.
그래도 성지한의 알리바이가 워낙 확실했기에, 사람들은 그냥 생떼 정도로 생각하고 시위도 흐지부지 끝나긴 했지만.
‘내가 한 거나 다름없지. 아리엘이 마무리했으니.’
성지한은 현재 세계에서 진유화를 제거했을 때를 떠올리며, 그들에게 정보를 캐냈다.
“왜 세아를 죽이려 드는 거지?”
“저, 저희도 자세한 건 알지 못합니다. 위에서 시켜서 하는 일이라…….”
“그럼 천지 길드가 이 일에 연관이 있는 건가?”
“아닙니다. 이 일은 진유화의 개인사라…… 길드에서는 신경도 쓰지 않는 일입니다.”
“그럼 진유화만 죽이면 되겠네?”
꿀꺽.
성지한의 물음에, 남자가 침을 삼킬 즈음.
부르르르…….
암살자 중 한 명의 품속에서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어디.”
스으윽.
성지한이 손을 뻗자 바로 손 안으로 들어오는 핸드폰.
화면에 뜬 번호를 암살자들에게 보여 주었다.
“……진유화 아가씨께서 연락하셨습니다.”
그가 성지한의 눈치를 살피며 번호의 정체에 대해 밝혔다.
“진유화가 한국에 있었나?”
“예…… 저번 일의 실패로, 이번에는 직접 챙기신다고…….”
저번에도 한국 건너와서 죽어 주더니.
참 적극적인 타입이군 그래.
“잘됐네. 그럼 전화 받아서 걔, 이리로 불러.”
그럼, 이번에도 똑같이 처리해 줘야지.
성지한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