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80
외전 9화
던전 포탈.
회귀 전, 인류 전체가 멸망한 근본 원인으로.
지구의 국가끼리 서로 먼저 안 망하려고 이전투구를 일삼았던 게 지목되었었다.
‘나중에 던전 포탈 제거 방법을 알곤, 얼마나 허탈했던지.’
쉐도우 엘프, 아리엘이 알려 준 해결책인 서포팅 기프트 ‘탐색’이 던전핵을 제거할 줄 누가 알았겠나.
성지한이 알아낸 해결책으로 현 인류는 던전 포탈의 압박에서 해방돼서.
던전이 인류의 거주 영역을 침범하는 건 옛이야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달랐다.
-어 H마트…… 여기 우리 집 지역인데 ㄷㄷ 완전 망했네?
-집값 폭락 각 아닌가 이러면
-집값이 문제임? 살 곳이 사라졌는데;
-용인이 이럴 줄은 몰랐는데……
용인 외곽.
한때 시가지였던 이곳은 던전 포탈이 생겨나며 반 폐허가 된 상태였다.
-와 여기까지 던전 생기게 왜 놔두냐 직무유기 아님?
-IF위키에서 보니 이 세계에선 던전 포탈 제거 방법 모른다는데……
-??? 그걸 왜 모르지?
-우리도 성지한 님이 알려 줘서 안 거임 ㅋㅋㅋ
-아 또 성지한 님입니까……
성지한 덕에 높은 순위를 유지하여 별 걱정이 없던 현실의 한국과는 달리.
경기도 도시 한 구역이 폐허로 변해 있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신기하게 비쳤다.
저벅. 저벅.
성지한이 그런 폐허 지대를 걷고 있을 때였다.
“저…… 무신님. 정말 괜찮을까요? 여기 던전 포탈, 꽤나 위험 등급이라고 하던데. 군부대도 지키지 못하고 빠졌다고 해요.”
뒤에서 츄리닝 차림으로 따라온 윤세아가 조심스레 말했다.
아직까진 그래도 군대 동원 여력이 있어 도시는 지키려 했던 한국이었지만.
용인 외곽에 생긴 이 포탈은 튀어나오는 몬스터가 물리력이 통하지 않는 고스트 계열이라, 군대도 빠진 상황이었다.
그러니 윤세아 입장에선 당연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허나.
“위험하다고?”
스스스…….
성지한의 몸에 푸른 기운이 퍼진다 싶더니.
삼재무극三才武極
횡소천군橫掃千軍
그의 손이 한번 움직이자, 폐허가 되었던 용인시의 외곽이 통째로 갈라졌다.
그 안에 숨어 있는 악령들까지 모조리.
“와아…….”
무신이 도시를 통째로 반으로 가르는 걸 본 윤세아가 입을 쩍 벌렸다.
삼촌의 몸이 연약해서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더니.
그럼에도 이 정도야?
‘청 2면, 이 정도군.’
한편 성지한은 자신의 손을 한번 쥐었다 폈다.
2여도 검왕이랑 싸울 만하겠는데?
‘그래도 뭐, 안전하게 갈까.’
지인 10명 만나는 게 그래도 더 쉬우니까.
굳이 어려운 미션부터 클리어 할 필요는 없겠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윤세아 쪽을 돌아보았다.
“위험하지 않지?”
“아, 네…….”
“그럼 걱정 말고 따라와.”
그러며 그는 동네 산책하듯, 느긋하게 걸어갔다.
하나 걸음걸이는 여유로워도.
슥. 슥…….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공간이 일그러지며 접혔다.
그렇게 성지한뿐만이 아니라, 뒤를 따라오는 윤세아까지.
단지 몇 걸음 만으로, 폐허지대를 주파하게 되자.
“이건…… 그, 축지법인가요?”
윤세아가 신기한 눈빛으로 바닥을 바라보았다.
푸른 빛이 일렁이는 바닥을 걸으니, 마치 순간이동 하듯 공간을 뛰어넘었으니까.
“뭐, 비슷한 거다.”
“무공을 배우면, 이런 것도 가능한 건가요……?”
사실 이걸 무공이라고 하긴 애매하긴 한데.
‘지금까지 본 얼굴 중에선 가장 밝군.’
성지한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눈을 반짝이는 윤세아에게 그냥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스스스…….
둘은, 어느새 던전 포탈 앞에 도착해 있었다.
“이게, 무공…….”
축지를 겪으며, 윤세아가 무공을 거듭 중얼거리자.
-여기 윤세아 이러다 전사로 전직하는 거 아냐?
-뭔가 이미지가 안 어울리는데 ㅋㅋㅋ 궁수 하는 거만 봐서 -근데 대기만성 기프트가 뭐 아처용은 아니잖아?
-하긴……
시청자들은 ‘전사 윤세아’를 보는 거 아니냐고 예측하기 시작했다.
‘전사도 어울리겠네.’
거기에 영원 스탯을 지녀 무한한 재생력을 가졌으니 안성맞춤이겠어.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고 있던 차에, 둘은 어느덧 던전 포탈의 앞에 도착했다.
“그러고 보니, 배틀튜브는 켰나?”
“아…… 아직, 못 켰어요. 너무 순식간에 와서.”
윤세아는 그러며 배틀튜브를 키려고 했다.
하나.
부르르……
허공을 터치하는 손은 그녀도 모르게 떨리고 있었다.
‘……검왕가에 대한 걸, 내가 너무 가볍게 생각했나.’
악플이야 일상다반사고, 나중에는 얼굴 테러까지 당할 정도였으니.
아무래도 현실의 윤세아에 비하면, 훨씬 트라우마가 컸겠지.
사실 진작 배틀튜브를 켤 수 있었음에도, 켜지 않고 온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나.
“켜, 켰어요.”
그래도 윤세아가 떨리는 손으로 터치를 마무리하자.
지이잉…….
그녀의 뒤편으로 커다란 채팅창이 떠올랐다.
***
-알람 보고 놀랐네; 얘 아직 살아 있었냐?
-자살 실패했다던데. 아쉽게시리
-오늘 뒤지는 거 생중계하는 거 아님? ㅋㅋㅋㅋ
-그거 꿀잼일듯
검왕가의 닉네임을 자랑스럽게 붙이고 있는 시청자들이 올리는 채팅이.
이 거리에서도 한눈에 보일 정도로 커다랗게 나타나고 있었다.
“저. 그…… 삼촌? 이제, 찍고 있어요.”
둘이 있을 때는 무신, 여럿일 때는 삼촌이라고 부르라는 걸 기억하곤.
윤세아는 애써 웃는 낯으로 말을 이었다.
-삼촌? 쟤 진짜 삼촌은 맞음? ㅋㅋㅋ
-아 뭐 병신이랑 산단 이야기는 들었는데…… 허우대는 멀쩡하네 ㅋ-근데 저거 던전 포탈 아닌가? 동반자살하러 온 건가 ㅎㅎ-하 진작 뒤지지 ㅡㅡ 검왕님이 정 떨어져서 한국 뜬 후에 뒤지면 어찌하냐 방송에 처음 나온 성지한과 윤세아를 엮어서 더러운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녀는 시선을 애써 성지한 쪽으로 향했다.
“아, 하하…… 그. 삼촌. 시청자들 좀 모인 거 같아요. 이제 일 하셔도……”
“채팅은, 괜찮나?”
“아? 네, 뭐……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요.”
윤세아는 애써 떨림을 숨기며 말했지만.
-이X 나쁘지 않다는데? ㅋㅋㅋㅋㅋ
-자살할 뻔했다고 해서 우리가 너무 조심했나 봐 ㅎㅎㅎ-근데 얘 얼굴 내가 그었는데, 어떻게 회복했지? ㅡㅡ-아 님이 그 성복역 열사임?
-열사라뇨 ㅎㅎ; 저x 저렇게 멀쩡한데
-근데 칼찌했는데 어떻게 배틀튜브 볼 수 있음?
-검왕가는 어디에나 있던데요? ㅋ
스윽.
성지한이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키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에? 어? 이거…… 뭐야. 이런 게 왜 떠 있어?”
삑. 삑.
윤세아는 허공을 마구 터치해, 배틀튜브의 설정을 바꾸려 했지만.
그녀 뒤에 커다랗게 뜬 채팅창은 똑같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무, 무신님. 이거 제가 킨 게 아니라……”
이에 그녀가 반쯤 울먹거리며, 채팅창을 가리려 했지만.
-무신님? ㅋㅋㅋㅋㅋㅋㅋ 동방삭이냐?
-이젠 삼촌한테 신이라고 하는 거임? 지랄도 풍년이네 ㅋㅋㅋ-뒈질람 빨랑 뒤져 좀 ㅋㅋㅋ
-왜 얘 훼까닥 돈 거 보니까 재밌는뎈ㅋㅋㅋ
그런 그녀를 보면서, 조롱하는 채팅만 더 많아졌다.
“으…… 대체 뭐야 왜 이런 채팅창이 생겨……?”
윤세아가 패닉에 빠지자.
상황을 지켜보던 성지한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굳이 가리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서 그가 손을 뻗자.
스스스…….
윤세아의 시야가 푸른 운무에 가로막혔다.
“너만 안 보면 되니까.”
“아……”
눈앞에 뜬 채팅창도 뒤에서 커다랗게 형성되어 있는 채팅창도.
둘 다 가려지자, 윤세아가 패닉 상태에서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한편.
-너만 안 보면 된다니 ㅋ 삼촌도 지랄이네
-안 보이는 척하는 거 아냐? 한 게 뭐 있다고 ㅋㅋㅋ
-ㄴㄴ 보이긴 보이는 듯 얘 표정이 풀렸잖아
-에이 재미없게시리…… 무신님 ㅇㅈㄹ하는 거 병신같아서 재밌었는데 ㅋㅋ윤세아가 안정을 찾아가자, 악질 시청자들은 현 상황을 불만족스러워했다.
그들이 보고 싶어하는 건 윤세아의 절망이었으니까.
-아 이제 됐으니 걍 빨리 죽어라 좀 나 일해야 해
-그니까 저놈의 던전 포탈에선 왜 몬스터 안 튀어나오냐?
-어 근데 포탈에서 뭔가 나오려 하는데?
그때, 시청자들의 바람대로.
검붉은 던전 포탈이 일렁이더니.
[키. 키이익……!]희끄무레한 형상의 악령이 튀어나왔다.
물리적인 실체가 없어서 현대의 무기론 피해를 입히지 못하는 고스트 계열의 몬스터였다.
-캬 이럼 악령 빙의하고 뒤지는 건가?
-ㅋㅋㅋㅋ 검왕께 죄진 년놈들의 최후로 안성맞춤이네 -하 징글징글한 것들…… 다신 보지 말자
-잘가 ^-^
악령 무리를 보고 시청자들은 두 사람의 죽음을 확신했지만.
성지한의 영역에 악령들이 들어서려 하는 순간.
파아아앗……!
모두 형태가 일제히 무너지더니, 단숨에 소멸했다.
-???
-뭐야?
-아니; ㅅㅂ CG인가?
-배틀튜브에서 저런 조작질도 가능했나?
악령의 소멸을 보고, 당황한 시청자들이 뭔 수작을 부린 거냐고 의심할 때.
“여기 던전 포탈, 위치가 어디지?”
“그…… 용인 외곽의, ‘C-194’로 명명된 던전 포탈이에요.”
“C-194 던전 포탈인가.”
스윽.
성지한은 던전 포탈을 잠시 보더니.
검지와 중지를 모아, 위에서 아래를 그었다.
삼재무극三才武極
태산압정泰山押頂
하늘의 끝부터 대지에 이르기까지.
일순간, 거대한 틈이 생겨났다.
그와 동시에.
강렬히 빛나던 던전 포탈도, 일직선으로 꿰뚫리더니.
파아아앗…….
단숨에 사라져 버렸다.
-어……
-던전 포탈이 사라졌어?
-아니 ㅅㅂ 님들 저걸 믿음?
-ㄹㅇ 조작질을 개 오바로 하네 ㅋㅋㅋㅋ 먼 사기를 치려고 ㅡㅡ-그냥 뭐 하지 말고 뒤지라니깐???
시청자들은 성지한이 보여 준 광경을 ‘조작’으로 단정하고 비난을 쏟아 냈지만.
그는 그런 반응에 별 신경 쓰지 않고, 윤세아에게 물었다.
“그 다음으로 가까운 던전 포탈은 어디지?”
“저, 눈이 안 보여서……”
“아. 그래.”
탁.
성지한이 운무를 거둬들이자.
“어…… 저, 정말 던전 포탈이 사라졌어요?”
윤세아는 던전 포탈이 사라지고.
그 뒤의 대지까지, 크게 갈라진 걸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와 연기 봐라 ㅋㅋㅋ 쌍으로 조작질하네 ㅡㅡ
-뭔 사기를 치려고 진짜……
-혹시 모르니 C-194 가 볼까? ㅋㅋㅋ
-미쳤음? 그러다 몬스터 만나서 죽는다니깐
윤세아의 시청자들은 여전히 믿지 않는 기색이었지만.
“오늘, 던전 포탈 5개를 없앨 거다.”
성지한은 나직이 말문을 열었다.
“그걸 확인한 후에도, 한국 정부가 소위 ‘열사’라고 불린 가해자를 잡아 놓지 않는다면……”
검왕가 쪽에서, ‘성복역 열사’라고 불리는 가해자.
칼로 사람의 얼굴을 찔렀음에도, 검왕가는 어디에나 있다며 풀려난 걸 자랑했던가.
태연한 듯 보였던 성지한의 얼굴에 살기가 감돌았다.
“바로 이 나라를 뜨도록 하지.”
-ㅋㅋㅋㅋ 요즘 이민 가는 게 얼마나 힘든데 ㅅㅂ 뜨긴 어딜 떠-ㄹㅇ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 하네 -그리고 열사님을 어떻게 다시 잡아감? ㅂㅅ임? 한번 풀어준 사람을 뭘로 잡아가 -이놈들 왜 이렇게 CG 조작하나 했더니 열사님한테 해 끼치려 그런 거네 ㅡㅡ성지한의 말에도 여전히 현 상황을 ‘조작된 영상’으로만 생각하는 윤세아의 시청자들.
그는 오히려 싱긋 웃었다.
그래.
너희들은 이렇게 나와야지.
“체포 기한으로 3일을 주겠다.”
이를 끝으로 성지한은 입을 닫았고.
당일 날.
경기도에서는 5개의 던전 포탈이 사라졌다.
그리고.
“던전 포탈이…… 사라져?”
“……대, 대체 뭡니까. 이 사람은……?”
당연하게도.
이 뉴스는,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