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92
외전 21화
‘몬스터가 참, 많긴 많네.’
튜토리얼 때부터 방치되어 있던 북한 지역.
본 게임에 들어서며 몬스터 생성 속도가 빨라지고 나서부터는 가히 폭발적인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삼재무극을 사용한다고 해도 깔끔하게 정리되진 않겠어.’
횡소천군이나 태산압정, 선인지로를 사용한다고 해도.
천지에 깔린 몬스터를 단번에 쓸어버리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물론 힘이 남는다면, 예전의 무신이 한 것처럼 수천 번의 횡소천군을 동시에 사용하여 모든 방위를 점거해도 되겠지만.
‘지금 그 정도로 힘이 남지는 않지.’
청이 4까지 오르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화력을 쏟아 내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속도는 조금 느리더라도 확실히 정리할 수 있는 무공을 펼쳐야겠군.’
그러기에, 딱 안성맞춤인 무공이 있었다.
암영신결暗影神訣
암혼와류暗魂渦流
스윽.
성지한이 손가락을 땅에 가리키자.
슈우우우…….
대지에 검은 소용돌이가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큰 크기가 아니어서.
“음……?”
“무신이 뭐 한 거지? 보여?”
“아니. 안 보이는데…….”
헬리콥터에 있던 플레이어들도 포착하지 못했지만.
스스스…….
땅에 있던 몬스터가 하나둘씩 암혼와류로 빨려 들어가자.
검은 소용돌이의 크기가 점점 커져 가며 그들의 눈에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블랙홀……?”
“저거, 몬스터를 잡아먹으면서 크기가 커지는데……?”
그렇게 암혼와류의 크기가 커질수록 몬스터가 빨려 들어가는 속도도 빨라지고.
검은 소용돌이는 어느덧, 헬기의 아래쪽 대지를 가득 메울 정도로 커졌다.
그리고, 몬스터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자.
“엇……!”
“던전 포탈도 빨려 들어간다!”
국경지대 근처에 생성되었던 던전 포탈까지 암혼와류의 안으로 빨려 들어가 모습을 감추었다.
검은 소용돌이가 생긴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생겨난 변화였다.
성지한은 더 이상 빨아들일 게 없는 소용돌이를 보고는.
“가자.”
스윽.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였다.
그러자.
대지에서 휘몰아치던 암혼와류는 그의 손가락을 따라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알아서 규모를 키워 가며, 전방의 모든 것을 삼켜 버리는 검은 소용돌이.
성지한은 그렇게 길을 만들고는.
탁.
헬기에 다시 들어와 앉았다.
“길을 텄으니, 이젠 출발하지.”
“네. 넵……!”
두두두두……!
그렇게 헬기가 점점 커지는 암혼와류를 따라갈 때.
“저…… 무신님. 이분이 블랙홀이 점점 커지면 저희도 빨려 들어가는 거 아니냐고 묻는데요?”
소피아와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누던 윤세아가 성지한에게 그리 질문했다.
“네가 통역하는 건가?”
“네…… 헬기에 통역사 분은 안 타셔서.”
“그냥 다이렉트로 말하라고 해. 영어도 가능하니까.”
“어, 영어도 가능하세요……? 삼촌이 하는 언어만 가능하신 줄 알았어요.”
“네 삼촌도 영어 할 줄 안다.”
“네? 삼촌이 영어를……?”
그 말에 못 믿겠다는 듯이, 눈만 껌뻑이는 윤세아.
확실히 그녀의 안에서 성지한의 이미지가 어떤지 잘 알 수 있었다.
“저건 내가 컨트롤이 가능하다. 그런 걱정은 하지 말도록.”
“앗. 네…….”
한편 소피아는 성지한의 대답에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니.
얼른 고개를 숙여 시선을 피했다.
그와 직접적으로 대화하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이런 반응은 또 신선하네.’
성지한이 그런 소피아를 잠깐 쳐다보고 있을 때.
“앗. 무신님……!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도 통역 대동하지 말 걸 그랬습니다!”
옆에서 크리스토프가 분위기를 전환하듯 끼어들었다.
“그럼 저희는 계속 저 블랙홀을 따라가면 될까요?”
“그래. 대신, 일반 던전 포탈도 빨려 들어가서 거기 들리진 못하겠군.”
“아, 괜찮습니다……! 저 몬스터 떼를 헤집고 던전 포탈을 공략하느니. 편안하게 블랙홀 따라가겠습니다!”
여기서 암혼와류의 명칭은 블랙홀로 고정인가.
성지한은 크리스토프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어비스까지 직행하지.”
그러면서 그가 자리에 앉자.
스스스스…….
어느덧 헬기에서까지 들리는 암혼와류의 소리.
호기심을 못 이기고 아래를 바라본 아메리칸 퍼스트의 플레이어들은.
암혼와류의 규모가 너무 커져, 몬스터고 포탈이고 죄다 빨려 들어가는 걸 보곤 침을 꿀꺽 삼켰다.
‘저거 저렇게 계속 더 커지면 헬기에 닿을 거 같은데…….’
‘무신이 저렇게 장담했는데 괜찮겠지……?’
그렇게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지니고, 쭉쭉 나아가는 어비스 탐사대는.
“다 왔군.”
성지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라지는 암혼와류를 보곤,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진짜 저 거대한 소용돌이.
완전히 컨트롤 하고 있었구나.
“그럼 내려가지.”
스윽.
성지한이 바라보는 대지는 몬스터 하나 없이 거대한 던전 포탈만 남아 불길한 빛을 일렁이고 있었다.
***
어비스의 동서남북 방위에 위치한 거대 던전 포탈.
현 인류로서는 최초로 진입하는 이 포탈을 보려고.
수많은 사람이 크리스토프의 배틀튜브에 쏠렸다.
-여기가 거대 던전 포탈……
-인류 최초 진입입니다
-크리스의 탐색 능력, 드디어 보는 건가?
-아무래도 여기 몬스터는 강할 테니, 정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지 않겠어?
-아니 무신의 힘을 보면 몬스터 정리야 금방일 거 같은데……
-검왕은 진짜 봐준 거였어
거대한 암혼와류를 이동시켜 길을 대번에 뚫어 버린 성지한.
그의 힘을 생방송으로 똑똑히 보게 된 사람들은, 그가 검왕을 봐줘도 많이 봐줬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추측한 대로.
저벅. 저벅.
던전 포탈 안에 들어선 성지한이 걸어가자.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이 일제히 폭발했다.
크기만 해도 사람의 네다섯 배는 훌쩍 넘는 대형 몬스터들이었지만.
뭐 어떻게 움직이기도 전에 모두 다 없어졌다.
-벌써 다 죽었는데?
-배런도 머리털만 뽑힌 게 다행이었어……
-무신이 배틀넷 참여했으면 걱정할 게 없었을 텐데 :(그 힘을 본 시청자들이 새삼 그가 스페이스 리그를 참여하지 못하는 걸 아쉬워할 때.
스윽.
성지한이 크리스토프를 돌아보았다.
“탐색 써 봐.”
“아. 알겠습니다!”
성지한의 말에 따라 기프트 탐색을 사용하는 크리스토프.
번쩍……!
그의 눈에서 빛이 반짝인다 싶더니.
“엇……? 이, 이건가?”
그가 어디론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가 몇 번 허공을 만지작거리자.
스스스…….
검붉은 빛의 거대한 결정체가 금방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 설마 저게 던전핵?”
“이렇게 쉽게 발견되다니…….”
“탐색 능력이 진짜 효과가 있었네요.”
“저걸 부수면 던전 포탈도 사라지는 겁니까?”
던전핵을 바라보며 호기심을 드러내는 플레이어들.
진짜 저게 부서지고 포탈이 소멸되면.
이는 인류가 배틀넷에 진입한 이후로, 역사의 한 장면이 될 만한 사건이었다.
그들의 시선이 성지한과 던전핵을 번갈아 가며 바라볼 즈음.
“이거 말고, 다른 건 탐색에 안 걸렸나?”
성지한은 크리스토프에게 그리 질문했다.
“다른 거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에 그가 다시 탐색을 발동했지만.
“어…… 저것 말고는, 탐색 되는 게 없습니다.”
크리스토프는 던전핵만 발견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엔 누나의 흔적이 없는 건가.’
어비스의 거대 던전 포탈은 총 4개.
그중 한 곳에 왔을 뿐이니, 이러면 다른 3개에서 찾아봐야겠네.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곤 던전핵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그러자.
쩌저적……!
던전핵이 단번에 갈라지며 세상이 일그러지고.
“오……!”
“밖이다!”
안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모두 밖으로 나왔다.
“던전 포탈이 진짜 없어졌군요!”
“효과가 있었어!”
성지한이 이야기해 준 던전 클리어 방법이 실제로 통하자, 신기한 듯 던전 포탈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는 플레이어들.
-오…… 던전핵을 부수니까 진짜 밖으로 다시 나왔네?
-응? 뭐야 벌써 끝났어? 화장실 갔다 왔는데……?
-던전 해결이 이렇게 쉬웠나?
-클리어 쉽게 된 건 무신 때문이지 🙂
-와! 인류는 해방되었다……!!!
크리스토프 채널에 모인 시청자 반응은 더 격렬해서.
인류가 던전의 위협에서 해방되었다는 채팅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었다.
성지한이 너무 쉽게 끝내 버려서 지금 당장은 체감이 덜할 뿐이지.
사실 던전 포탈 문제는 인류에 닥친 가장 큰 위협이었으니까.
그렇게 사람들은 축제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었지만.
“바로 다음 포탈로 가지.”
“앗, 넵……!”
성지한은 플레이어들이 기뻐할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다음 던전 포탈을 공략하기 위해 사람들을 인솔했다.
그렇게 남쪽의 거대 던전 포탈을 정리하고, 동쪽에 진입한 일행은.
“탐색.”
“여기, 발견했습니다……!”
진입한 지 1분 만에 동쪽 거대 포탈도 터뜨리고.
“탐색.”
북쪽도 똑같은 방법으로 터뜨려서, 순식간에 3개의 거대 포탈을 제압했다.
“와…… 이러다가 오늘 어비스까지 진입하겠는데?”
“속도가 미쳤어…….”
“우리 나름 호위로 온 건데, 아무 일도 안 하네.”
“이럴 때도 있어야지!”
아메리칸 퍼스트의 플레이어들은 희희낙락하며 어비스까지 갈 수 있겠다고 좋아했지만.
막상 성지한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여기서도 누나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으면, 골치가 아파지는데.’
남은 서쪽의 거대 던전 포탈에도 공허의 마녀가 없다면, 그녀를 찾을 실마리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그럼 이 다음부터는, 모래사장 속에서 바늘 찾는 격이 되니.
서브 퀘스트 클리어가 불가능해지겠지.
‘여기서는, 좀 더 탐색을 시켜야겠어.’
성지한이 그렇게 크리스토프를 더 굴려야겠다고 다짐하고, 서쪽의 거대 던전 포탈에 들어섰다.
“응……?”
“여기는 그동안의 던전과는 좀 다르네요?”
그렇게 진입한 서쪽의 던전 포탈엔.
몬스터가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몬스터가 숨어 있나? 왜 안 보이지?”
“고스트 계열일 수도 있으니 주의하죠…….”
적이 없지만, 오히려 더욱 현 상황을 경계하는 플레이어들.
그들이 주변을 면밀히 살피고 있을 무렵.
“……무신님?”
윤세아는 발걸음을 멈추고 우두커니 서 있는 성지한을 보고는, 그를 불러 보았다.
그러자.
“저거, 안 보이나?”
성지한은 땅바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네…… 저기 뭐가 있나요?”
윤세아는 그렇게 의문을 드러내고.
“무신이 땅바닥을 가리키는데…… 뭐 보여?”
“아니…… 탐색해야 나오나? 크리스. 탐색 좀 해 줘요.”
“잠깐만.”
다른 플레이어들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고개만 갸웃했지만.
‘이건…… 구궁팔괘도군.’
성지한은 바닥에 그려진 문양을 보면서 미간을 좁혔다.
멸신결 만귀봉신의 원형이 되었던, 동방삭의 구궁팔괘도.
그게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어디…….’
스으윽.
성지한은 청의 기운을 흘려서, 구궁팔괘도 외곽을 지워 보았지만.
스스스…….
진은 지워진다 싶더니, 금방 다시 재생되었다.
‘재생력은 있군. 그럼 전력을 다해 볼까.’
성지한이 본격적으로 힘을 쏟자, 금방 줄어들기 시작하는 구궁팔괘도.
진이 청에 의해 완전히 지워지자.
슈우우우우…….
“엇?”
“저건……?”
사라졌던 구궁팔괘도의 중앙에, 태극이 떠오르며.
사람들도 이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건, 태극마검의 전조인데…… 빨리 처리를 해야겠군.’
성지한이 이를 없애기 위해 다가가자.
드르르륵…….
태극이 거꾸로 한 바퀴 돈 뒤, 급격히 커지며 성지한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동시에.
“어, 어……?”
거꾸로 한 바퀴를 더 돌자.
멀리서 이를 지켜보기만 하던, 소피아가 태극에 뒤이어 빨려 들어갔다.
태극 근처에는 다른 사람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 그녀가 사라지자.
스스스…….
태극 문양이 점차 희미해졌다.
“뭐…… 뭐야?”
“아. 아니. 왜 무신님이랑 소피아를……???”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진 둘을 보며 혼란에 빠질 무렵.
태극에 빨려 들어간 성지한도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아빠!”
“……뭐? 아빠?”
그의 품속에.
어린아이가 꼭 안겨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