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96
벨로 회귀한 무신 외전 25화>
외전 25화
“무극에 대해 아십니까?”
“네. 아버님이 혼원일기공을 가르쳐 주실 때, 맨 먼저 언급하는 게 무극이었어요.”
혼원일기공은 황가의 직계에만 전수된다는 기본 무공.
저쪽의 윤세아에게 가르쳐, 쏠쏠한 효과를 보았었다.
헌데.
‘강설영의 나이가 분명 100살 이상이라 했으니…… 그럼 그 전부터, 강상은 무극을 의식하고 있었던 건가?’
이거 들어볼 가치는 있겠네.
“무극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일원을 이룬 상공께 이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건 주제가 넘을 테고…… 아버님께서 했던 말씀 중, 이번 일과 관련 있는 것 위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강설영은 생각을 정리하고는 말을 이어 나갔다.
“무극은 태초의 순간, 무無의 영역으로 향하는 경지. 황가의 일원이라면 누구나 이를 추구해야 한다.”
“다만 나는 무無의 영역에 닿기를 원하나, 너희를 포기하면서까지 무극에 닿지는 않을 것이다.”
“무정無情함이 정답임은 알고 있으나 제국을 버릴 수는 없구나.”
그렇게 강상의 말투를 따라 하며 이야기를 시작한 강설영.
성지한은 묵묵히 그녀가 전해 주는 정보를 기억에 담아 두었다.
‘결국…… 강상이 그녀에게 해 줬다는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무극은 혼원일기공을 가르칠 때부터 제자들에게 제시된 목표고.
무정함이 정답이라고 하는 걸 보면.
강상은 제국을 버려야 무극에 도달할 수 있지만, 너희들을 생각해서 그러지는 않겠다.
이런 이야기를 한 건가.
‘왜 제국을 버려야 무극에 닿는다고 하는 거지?’
성지한은 강상의 무극에 대해 떠올려 보았다.
그가 무극검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건.
울드가 그의 세계를 완전히 파괴하고 나서였지.
그전에는 분명 무극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던 상태인 걸 고려하면…….
‘그때도 지켜야 할 것이 모두 사라지면서 비로소 무극에 닿을 수 있었던 건가.’
지켜야 할 것이 사라지거나.
아니면 그것에 무정해져야 무극에 도달할 수 있다.
강상은 다른 방식으로 무극에 도달하겠다고 자식들에게 이야기했지만.
결국 자신도 제국이 울드에 의해 멸망하고 나서야 무극에 닿을 수 있었다…….
‘내가 일원에서 멈춘 이유와 연관이 있었나.’
미트라와 아크에서 대적하고 있을 때.
성지한이 버텨 낼 수 있었던 건 지켜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근데 무극에 도달하려면.
지켜야 할 것에 의미를 두지 않거나, 아니면 그게 사라져야 가능하니.
이러면 본말이 전도된 거나 다름없었다.
그러니까 일원에서 멈추고 에토혼세의 구현에 집중한 건가.
‘물론 이 추측도 확실치는 않으니 강상의 답을 기다려야겠지만…….’
강상이 강설영에게 했던 말을 미루어 짐작해 보면.
확실히 이와 연관이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극의 전제조건이 이런 거였다면, 내가 이걸 추구할 리가 없는데…….’
빛의 권능을 얻어 창조주에 가까운 힘을 얻었음에도.
지켜야 할 이들 때문에, 이를 기꺼이 포기했던 성지한이다.
근데 무극을 이루겠다고, 지킬 것들을 저버리거나.
무심해지려고 들지는 않았을 터.
다만.
‘현실에서 자극에 무감각했던 것은 무정과 연관이 있을지도.’
아크에서 귀환한 이후, 자극에 완전히 무감각해져서 소파에 앉아 있기만 했던 성지한.
그때만 해도 창조의 힘을 발현하다가 이걸 모두 봉인한 후에 오는 부작용인 줄 알았는데.
현재 미션 속 세계에서 사건이 진행될수록 감각이 돌아오는 걸 보면.
확실히 저 세계와 연관이 있어 보였다.
성지한이 그렇게 곰곰이 생각에 잠기자.
“상공. 그러면 전 아버님께 연락을 하러 가겠습니다.”
“부탁 좀 하죠.”
강설영은 고개 숙여 인사를 한 후, 다시 거실 창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적막이 흐르는 집 안.
성지한은 소파의 지정석에 앉아 생각을 이어 나갔다.
‘본심을 따르라…… 동방삭은 무극의 성취가 나의 본심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만.’
무극의 전제조건을 생각해 보면 도저히 이것엔 동의하기가 힘든데.
미션 속 세계에 처음 들어가서 보았던 메시지, ‘본심을 따르라’와.
동방삭의 이야기가 정말 같은 의미인가?
‘……뭔가 의심쩍군.’
성지한은 미션 속 세계에서 일어났던 일을 정리해 보다가, 결국 답을 찾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은 의문만 남을 뿐 정보가 부족하다.
일단은 더 부딪쳐 보면서 진실을 알아내야겠어.
-혹시 아버님과 연락이 닿으면 배틀튜브로 이야기 해 주십시오. 바로 나오겠습니다.
성지한은 그렇게 강설영에게 메시지를 보내놓고는 또다시 미션 속 세계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그가 사라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삑. 삑삑.
현관문이 열리더니 소피아가 들어왔다.
“지한……! 아, 없네? 분명 로그아웃 한 거 봤는데…….”
성지한과 구궁팔괘도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싶어 찾아온 소피아는.
그가 사라지자 걱정스러운 눈으로 거실 소파 자리에 걸어갔다.
“오랜만에 현실로 귀환했는데, 좀 쉬다 가지…….”
로그아웃한 걸 보고 기본 화장만 하고 바로 왔는데.
그 짧은 시간 새에 다시 진입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한. 저기에 너무 깊이 빠진 거 같은데.’
지이이잉…….
[청색의 관리자 ‘성지한’이 배틀튜브를 시작합니다.]소피아는 성지한이 배틀튜브를 시작했다는 알림 메시지를 보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후우.”
성지한은 재진입을 한 후 깊게 한숨을 쉬었다.
확실히 현실에서 감각이 많이 돌아오긴 했지만.
이곳만큼 충실한 느낌은 주지 못했다.
그가 그렇게 전신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느끼고 있을 즈음.
“무신님?”
소피아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기야 그녀 입장에선.
구궁팔괘도 속의 소피아가 남긴 유언을 전해 주고 난 후부터.
성지한이 멍한 상태로 계속 침묵만 지키고 있으니 이상하게 보였겠지.
“아. 그래. 일단은…… 나도 네 말대로 힘을 모아 보지.”
“아……! 감사합니다. 저도 그녀의 말처럼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성지한과 소피아의 대화가 일단락되자.
멀리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크리스토프가 다가왔다.
“무신님. 그럼 이제부터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어떻게라니?”
“아…… 혹시 오늘 어비스까지 진격하실 건가 해서요. 아직 시간적 여유는 조금 있어 보여서요.”
그러면서 크리스토프는 현재 4시라고 시간을 알려 주었다.
이른 아침부터 나서긴 했다만.
그래도 평양까지 길을 틀고 거대 던전 포탈 4개를 휩쓸 때까지 시간이 그거밖에 안 걸렸나.
‘아무래도 구궁팔괘도에서 시간이 왜곡된 게 컸군.’
확실히 4시면 어비스에 한번 발은 담글 수 있겠네.
크리스토프를 언제까지고 여기 묶어 둘 수는 없으니까.
그를 쓸 수 있을 때, 뽕을 뽑아야 했다.
“다들 안 지쳤나?”
“무신님이 다 하셨는데, 지칠 것도 없죠.”
“맞아요. 더 나아가도록 합시다!”
성지한의 물음에 아메리칸 퍼스트의 대다수가 진격에 찬성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뒷짐 지고 구경한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어비스에 최초로 진입한 영예를 누리고 싶어 했다.
“가자. 그럼.”
성지한의 결정에 따라, 어비스로 향하는 일행.
“무신님…… 혹시 저 안에서 소피아 님이랑 무슨 일이 있으셨어요?”
“왜?”
“자꾸 이쪽을 쳐다보셔서요…… 눈빛도 약간 뭐랄까, 애틋한 느낌인데.”
그러며 흥미진진한 눈으로 소피아와 성지한을 번갈아 보는 윤세아.
“그녀의 말, 너도 듣지 않았나.”
“강력한 몬스터 앞에서 지켜 주셨다는 이야기 말이죠?”
“그래.”
아무렴 ‘성지한과 결혼해서, 애가 둘이나 있었다’라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으니.
소피아는 일행들에게 ‘무신님이 강력한 몬스터에게서 자신을 지켜 주었다.’라고 이야기를 해 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윤세아도 어비스로 가는 헬기 안에서 이야기를 다 들었지만.
“뭔가 더 있는 거 같은데…….”
그녀는 소피아 쪽을 곁눈질하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왠지 목숨을 구해 준 것 이상의 열기가 느껴지는데 말이지.
“그런 거 없다.”
“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나아가는 헬리콥터.
어비스의 근처 구역은 성지한이 펼친 암혼와류로 인해 몬스터가 깔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역시 블랙홀…….”
“근데 아까보다 크기가 훨씬 커진 느낌이네요?”
“어비스라서 힘을 더 사용하신 건가.”
성지한이 구궁팔괘도에 들어갔다 나와서, 한층 더 성장했을 거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한 사람들은.
규모가 더 커진 암혼와류를 보면서, 그가 본격적으로 힘을 사용하고 있다고 추측했다.
그렇게 어비스의 지근거리까지 몬스터들이 모두 정리되자.
두두두두…….
헬기가 지상으로 착륙해 플레이어들을 내려주었다.
“오늘 무슨 관광 온 것 같네…….”
“그러니까요. 아무것도 안 하네요, 진짜.”
아메리칸 퍼스트 플레이어들은 그렇게 휘파람을 불며 밖으로 나왔지만.
스스스스…….
막상 내리니 얼굴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지진이 나서 땅이 갈라진 듯.
대지에 거대한 균열로 존재하는 어비스에서는.
불길해 보이는 보랏빛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여기가 어비스…….”
“저,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건가?”
“연기 때문에 깊이가 어느 정돈지도 모르겠네요.”
연기 때문에 접근 자체가 힘들어 보이는 어비스였지만.
스으윽.
성지한이 손을 한번 움직이자.
파아아앗……!
보랏빛의 연기가 급격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성지한이 균열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자.
“오오……!”
“역시 무신…….”
사람들이 얼른 그의 뒤를 따라왔다.
하지만 곧.
“와…….”
“끝이 안 보이는데?”
“어디까지 내려가야 바닥이 있는 거야?”
대지의 균열이 생각보다 깊은 걸 보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아래만 쳐다보았다.
타고 왔던 헬기로 하강하기에는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
사람들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성지한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모두가 내려가는 건 무리겠군. 내가 갔다 오지.”
“아…….”
“크리스토프랑 세아는 나랑 같이 가고.”
“아…… 저, 저도!”
소피아는 자신도 가겠다고 손을 들었지만.
“아니. 쉬고 있어 넌. 마음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잖아?”
“……네.”
성지한의 대답에 맥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두둥실……
크리스토프와 윤세아를 둥둥 띄운 성지한은.
“가자.”
균열 속으로, 급강하했다.
슈우우욱……!
-아니 대체 바닥 언제 나와?
-계속 떨어지는 거 같은데……
-이거 오늘이 크리스토프의 마지막 방송이 되는 거 아니야?
-무신이 힘을 거둬들이면 바닥에 시체도 안 남겠어
-좀 심하게 깊은데?
“아 재수 없는 소리 좀 하지 마!”
크리스토프가 자신의 채팅창에 올라오는 채팅을 보면서, 한 소리 내뱉을 때.
서서히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
탁!
세 명이 안정적으로 바닥에 착지하자.
크리스토프는 얼른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랏빛의 연기가 계속해서 피어오르는 땅바닥.
하나 무신의 힘 덕인지, 연기는 셋한테 가까이 가는 족족 사라지고 있었다.
“연기 나는 것 빼고는 그렇게 특이한 점이 없네요…….”
“탐색 써 봐.”
“앗, 네……!”
성지한의 말에 탐색을 발동시킨 크리스토프는.
곧 한 쪽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저쪽에 뭔가 숨겨진 게 있는 것 같은데요…….”
“남쪽에?”
“네.”
남북으로 거대하게 갈라져 있는 균열.
성지한은 그가 남쪽 끝을 가리키자 반대 쪽 방향을 바라보았다.
‘동방삭은 저쪽에 있는 거 같은데.’
북쪽 균열의 끝.
거기에서는, 소름 돋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어비스의 주인인 무신 동방삭이 있는 게 틀림없는데.
‘동방삭은 대놓고 보이니까. 탐색으로 찾을 만한 건 남쪽에 있는 건가.’
어차피 지금 동방삭이랑 싸울 것도 아닌데.
한번 남으로 가 봐야겠네.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행을 데리고 남쪽으로 질주했다.
그리고 곧, 균열의 끝에 도달하자.
“저, 저깁니다!”
크리스토프가 손가락으로 균일의 끝에 위치한 벽을 가리켰다.
그러며 그의 탐색이 다시 한번 발동하자.
파아아앗……!
벽의 한쪽이 사라지면서.
그 안에서 보랏빛의 운무가 강렬히 피어올랐다.
그러더니 거기서 처음 드러나는 건 돌로 만들어진 눈과 코였다.
‘이건…….’
성지한이 이를 살펴볼 즈음.
지이이잉…….
그의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서브 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