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705
외전 34화
‘이번엔 모습을 드러냈군.’
성지한은 하늘에 있는 동방삭을 보며 생각했다.
다른 구궁팔괘도에서는 태극만 떠오르고 세상을 없애더니.
여기에선 소피아 때와 마찬가지로 그가 직접 모습을 드러낸 상태였다.
그리고.
찌릿…….
관자놀이 쪽이 찌를 듯이 아파 오면서.
‘이건…….’
하나의 기억이 뇌리에 떠올랐다.
[가영아…… 쿨럭. 현우 데리고 얼른 가!] [……알겠습니다.]반파된 건물.
그리고 잔해에 깔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이하연.
그녀는 임가영에게 아이를 피신시키라고 했지만.
휘이이이잉……!
거대한 태극이 역으로 움직이자.
피신하려던 두 사람이 어떻게 대응하기도 전에 저 안에 빨려 들어갔다.
[아…… 안 돼……]그걸 보고, 이하연이 절망하다 눈을 감자.
성지한이 어떻게든 그리로 뛰어들려 했다.
하지만.
[유감이구나.]그의 앞을 동방삭이 막아서며.
푹!
그의 검이 곧, 성지한을 관통했다.
[대체 왜…… 나한테……] [모든 것은 무신의 뜻.]그렇게 가족을 눈앞에 잃고 패배한 성지한의 육체는.
태극으로 빨려들어 간 채.
드르르륵……!
금방 전신이 갈려 나갔다.
그러면서 끝이 나는 장면.
‘……이게 이번 태극의 망혼의 기억인가.’
소피아 때와 비슷하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동방삭이라는 자연재해를 만나 쓸려버렸던 성지한.
그 기억을 보고 성지한이 씁쓸함을 느낄 즈음.
[파편의 힘이 융합됩니다.]파아아앗……!
성지한의 몸에 빛이 번쩍이면서 스탯 청이 상승한 것이 느껴졌다.
‘……이번에도 수치상으론, 대략 2 정도인가.’
이 정도면 상당히 도움이 되겠어.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아앗……!”
아이를 안고 있던 윤세아가 갑자기 머리를 부여 잡았다.
“누나. 왜 그래? 어디 아파?”
“아…… 어…… 잠. 잠깐만 현우야.”
아이를 내려놓고 관자놀이 쪽을 매만지는 윤세아.
어째 만지는 부위가 성지한이 방금 통증을 느꼈던 곳과 똑같았다.
그리고.
“무신님, 저…….”
윤세아가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성지한에게 질문했다.
“이상한 장면을 봤는데요…….”
“혹시 건물 파괴된 걸 말하는 건가?”
“아. 네…… 무신님께서도 보셨어요?”
성지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윤세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일단.”
성지한은 이하연 쪽을 바라보았다.
“이 건물에 대피시설이 있나?”
“네. 지하에 아마 있을 거예요.”
“그럼 나갔다 올 테니, 그곳에 대피해 있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 윤세아 너도 같이 가고.”
“네. 알겠습니다.”
성지한은 그렇게 이야기하고 창밖으로 걸어갔다.
슈우우…….
몸이 반쯤 투명해지더니 창을 그대로 통과하는 몸.
“와. 아빠도 날아다니네?”
“현우야. 가자. 빨리 내려가야 돼.”
그가 허공 위를 걷자 아이는 신기한 듯 이를 쳐다보았지만.
윤세아가 얼른 그를 데리고 대피하러 나섰다.
-아 저 노인네 이번에도 뭔 깽판을 치려고 ㅡㅡ
-그래도 기다려 주긴 하네 하늘에서……
-또 그 망할 태극 보는 건가?
-태극 이미지 졸라 안 좋아짐 ㅋㅋㅋ
-이렇게 또 멸망각 나오나요 ㅠㅠ
채팅창에선 동방삭을 보고 끔찍해 하는 반응이 나타났지만.
성지한은 마음을 다잡았다.
‘스탯 청, 이 정도면…… 상당히 성장했어.’
스윽.
그는 동방삭을 올려다 보았다.
수염을 쓰다듬은 채, 가만히 그를 기다리고 있는 상대.
위에서 태양처럼 강렬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지만, 성지한은 이번엔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동방삭의 수준이 저번과 같다면…… 이번엔 이겨.’
소피아의 구궁팔괘도에 진입했을 때보다 훨씬 올라간 스탯 청.
거기에 방금 청이 2 더 올라갔으니.
이 힘이라면 충분히 싸울 만했다.
슉!성지한이 하늘로 날아가자.
“왔군.”
동방삭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른 구궁팔괘도에서와는 달리 태극부터 띄우지 않고 가만히 그를 기다려 주는 모습에.
성지한이 입을 열었다.
“다른 곳에서와는 달리, 여기선 모습을 드러내는군요.”
“그야, 이 세계엔 자네의 자식이 있지 않나.”
자식이 있어서 모습을 드러냈다고?
“……그게 무슨 뜻입니까?”
성지한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자.
동방삭이 천천히 수염을 쓰다듬었다.
“무극無極에 도달하기 위해선 무정해야 하네. 허나 자식은 이를 방해하지.”
“그래서…….”
“자네의 결심이 흔들릴 수 있으니. 내가 손수 나서는 거네.”
다른 구궁팔괘도와는 달리.
성지한이 가정을 이루고 ‘자식’까지 생긴 세계에선.
동방삭이 손수 나서서 이곳을 끝장낸다는 건가.
성지한은 아까 윤세아에게 착 달라붙어 있던 남자아이를 떠올리곤, 이를 악물었다.
“저는 무극을 바라지 않습니다. 동방삭.”
“그렇지 않아. 자네는 바라고 있네.”
“최후의 적은 제거되었고, 모든 일은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무극에 닿길 바란다구요?”
“그렇네.”
스으윽…….
그러면서 동방삭의 등 뒤로 떠오르는 수십의 태극.
거기에선 빛으로 이루어진 태극마검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라고 사실 편하겠는가? 자네의 가정을, 세상을 파괴하는 것이.”
“그럼 하지 마십시오.”
“아니. 해야 하네.”
말이 통할 듯, 안 통하는군.
스스스…….
성지한의 등 뒤에서도 태극이 떠오른다 싶더니.
음과 양으로 나뉜 두 형상이 하나로 합쳐지며 일원이 형성되었다.
그러자 이를 보고 동방삭은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보다 강해졌군.”
“예. 이번엔 다를 겁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슈슉……!
일제히 날아오는 수십 자루의 태극마검.
허나 일원이 번뜩이자, 태극마검의 빛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확실히 다르구나.”
이를 본 동방삭은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럼 어디…… 일원의 힘을 보여 주게.”
* * *
10여 분 후.
파아아앗……!
일원이 번뜩이자.
동방삭의 태극마검이 일제히 금이 가더니.
모조리 빛을 잃곤 소멸했다.
‘이길 수 있다.’
저번과는 달리 확실하게 태극마검을 압도하는 성지한의 일원.
수십의 태극이 일제히 역행하고 있었지만.
평소처럼 온 세상을 빨아들이는 흡인력도 이번엔 힘을 쓰지 못하는 상태였다.
물론.
‘이러면 다른 구궁팔괘도보다 오히려 힘이 약한 건데…….’
이상한 점이 있기는 했다.
다른 구궁팔괘도에서는 어떻게든 막아 보려 해도 태극의 역행이 세상의 종말을 야기했는데.
여기서는 막을 수가 있었으니까.
‘일단은 눈앞의 동방삭에 집중하자.’
피시시시…….
일원이 번뜩이자 순식간에 사그라지는 태극마검.
성지한은 그렇게 자신을 가로막는 검을 없애며 나아갔고.
“…….”
동방삭은 그런 성지한에게 검을 보내는 것 이상의 대응을 하지 않고.
그저 하늘에서 그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거리가 좁혀지면서 일원의 사정거리에 닿을 텐데.
그는 하늘을 떠나지도.
그렇다고 직접 공격하지도 않고 그냥 자리를 지켰다.
스으윽.
성지한이 그의 눈앞에 서서.
일원의 검 끝을 향할 때까지.
동방삭은 가만히 이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싸우지 않으시는군요?”
“일원이 완성되어 태극마검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데, 어떻게 싸우겠나?”
그러면서 그는 수염을 쓰다듬었다.
“이 ‘동방삭’은 졌네.”
“이 동방삭……?”
“그렇네. 태극마검 이상을 사용할 수 없는 나는 일원에 이길 수 없으니.”
이렇게 쉽게 패배를 인정한다고?
성지한은 그의 등 뒤에서 자리 잡은 태극을 보았다.
패배를 인정해서 그런가.
아까는 한참 회전하더니 지금은 일제히 멈춘 태극.
-이 노인네 항복한 거임?
-그래도 생각보다 저항이 강하지는 않았네 검만 날리고 -저번엔 그 검에 밀렸잖아 성지한 님이 힘이 많이 회복되서 쉽게 제압한 거 아닐까?
-하기야…… 그땐 아메리칸 퍼스트 빌딩 부서졌었잖아-근데 왜 한국에는 배런같이 성지한님 커버쳐주는 플레이어 없음?
-배런 님…… 그립습니다……
-빨리 끝장내죠 엘리의 복수 갑시다!
성지한의 승리가 가시화되자, 일제히 올라오는 채팅들.
생각보다 동방삭이 쉽게 제압된 것 같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성지한은 그런 채팅을 잠깐 쳐다보다가.
“동방삭. 이 일의 전말을 알려 주십시오.”
딱히 싸울 생각이 없어 보이는 그에게 그리 질문했다.
하나.
“일의 전말이라…… 나는 몇 번이고 이야기했네. 이 모든 것은 무극에 닿기 위한 과정이라고.”
“제가 원하지 않았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지금의 자네’는 잠시나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지.”
“지금의 저…… 말입니까?”
“그렇다네. 하지만.”
스으윽.
태극이 갑자기 돌아가더니.
푸슉!
태극마검이 튀어나오며 동방삭의 몸을 찔렀다.
-???
-뭐임 갑자기?
-왜 자해함? ㄷㄷㄷ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람들이 당황해할 즈음.
파아아앗……!
동방삭의 몸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예전의 자네는 그렇지 않았어.”
“내가 원했다는 겁니까……? 무극을?”
“그래. 이 세상의 유일한 관리자가 된, 청색의 관리자는…… 무극을 파악할 의무가 있다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동방삭의 몸이 완전하게 사라졌다.
언뜻 보기에는 태극마검에 잡아먹혀 소멸한 것처럼 보였지만.
‘……아니. 이건…….’
성지한은 사라진 그의 자리를 보면서.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강렬한 힘을 느꼈다.
‘무극……과 흡사해.’
강상과 오랜시간 같이 있으면서 여실히 느껴왔던 무극의 존재감.
동방삭이 소멸한 자리엔 무극과 비슷한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가 파악함과 동시에.
파아아아앗……!
세상이 일순간.
무극이 있던 자리로 모조리 빨려들어갔다.
저녁임에도 하늘을 가득 밝혔던 빛과.
발 아래, 드높게 지어져 있던 건물들.
그 외에도 세상 모든 것이.
동방삭이 스스로를 검으로 찔러 투명해진 ‘공간’에 모조리 빨려 들어갔다.
-뭐, 뭐야 이거
-갑자기 싹 다 사라졌는데……?
-태극이 빨아들이는 것보다도 훨씬 강렬한 거 같은데……
갑자기 일변한 상황에 당황한 시청자들.
그때.
“아앗……!?”
성지한의 옆으로 윤세아가 나타났다.
“뭐, 뭐지……? 저 아까까지만 해도 현우를 안고 있었는데……! 모두가 사라졌어요!”
갑자기 변한 세상에 당황하여 횡설수설하는 윤세아.
그녀 외엔.
이 구궁팔괘도 속 세상이 모조리.
무극無極에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는.]허공에서 동방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네가 베어야 하네.]“뭐……?”
윤세아 네가 베라는 말을 듣곤, 성지한이 미간을 찌푸리자.
[지금은 아니더라도, 추후에는 꼭 해야 하네.]동방삭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그래야…… 무극이 완성될 걸세.]파아아앗……!
그 말을 끝으로 빛이 번쩍이더니.
툭. 툭…….
성지한과 윤세아가 어비스의 지하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아아…….”
임가영도 반쯤 혼이 나간 얼굴로 구궁팔괘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