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711
외전 40화
배틀넷 센터의 VIP룸.
훗카이도에서의 원정을 끝낸 성지한은 착 가라앉은 얼굴로 의자에 앉았다.
회귀 전의 세상과 다른 점을 찾아가다 보니 시즈루 쪽이 수상하여, 그리로 파고든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 후에 보게 된 백광 덕에 생각은 더욱 복잡해진 상태였다.
‘백광이 확실히 드러났으니…… 이 세계는 미트라가 만들었던지, 아니면 내가 만들었겠군.’
성지한은 조금 전 백광을 얻었을 때를 떠올렸다.
0.001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시즈루의 기프트를 부수고.
여기 윤세아의 코드까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세아의 코드…… 분명히 기억 속에 있었지.’
백광이 사라지기 전, 최대한 외워 보려고 했던 윤세아의 코드.
하나 그가 외우려고 하기도 전에,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거의 동일한 정보가 저장되어 있었다.
둘의 차이점이라고 하면.
윤세아가 여기서 영원을 얻고 되살아난 후, 레벨이 성장함에 따른 변화 정도였다.
물론 그의 기억 속에 있는 코드랑 여기 윤세아의 코드가 거의 같다 한들.
그녀가 ‘회귀 전’의 윤세아라고 확신할 수 있는 근거는 되지 못했지만.
‘……아니. 확신이 들어. 세아가 회귀 전의 윤세아라는 게.’
성지한은 본능적으로 그녀가 1회차의 윤세아와 동일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헌데 대체 이 코드 정보는 어디서 얻었던 거지?
‘…….’
성지한은 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아크에서의 일.
대부분 생생하게 기억이 나지만 강상과의 대화를 통해서 드러났듯이.
‘무극’과 관련된 정보는 기억이 나지 않은 게 많았다.
그리고 이제.
회귀 전 윤세아에 대한 코드까지도 망각한 정보에 추가되었군.
‘이 둘, 표면상으로는 연관성이 없지만…….’
무극.
그리고 회귀 전의 윤세아.
표면적으로는 전혀 연관성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네가 베어야 하네.
-그래야…… 무극이 완성될 걸세.
구궁팔괘도 속에서 동방삭이 한 이야기나.
-그 아이가 진짜일 가능성은 없는가?
현실에서 강상이 지적한 말을 떠올리면서.
성지한은 무극과 윤세아에 관한 연결고리를 찾아 나갔다.
‘무극은 내가 진정으로 무無를 추구해야만 닿을 수 있는 경지. 강상의 경우에는 자신의 소중한 것이 모두 사라지면서…… 무극을 이룰 수 있었지.’
울드에 의해 세상이 멸망당한 강상.
그의 무림제국도 행성도 모두 사라지자.
절망에 빠진 그는, 모든 것을 무로 돌리겠다는 일념 하에 무극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하나 성지한이 아크에 있을 땐, 자신의 세계를 지키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무극은 금방 포기하고 다른 방법으로 아크에서의 일을 해결했다.
그랬기에.
왜 여기서 동방삭이 무극을 완성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지 처음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는 강상을 보고 어렴풋이 깨달았다.’
먼 우주에서 무극의 통제를 힘들어하던 강상.
여차하면 자신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무극을 제어해 보겠다고 했지만.
과연 그런다고 확실하게 틀어막을 수 있을까?
성지한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가 만약 실패한다면 성지한에게 직면한 문제는 바로 강상마저 집어삼킨 무극일 테니.
‘백광을 봉인한 나로서는 이를 막을 수 없었겠지.’
성지한은 하나씩 퍼즐을 맞추어 보았다.
아크에서 벗어난 무극은 우주마저 뒤흔들 수 있는 시한폭탄.
이를 강상에게만 맡겨서는 제대로 대비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니, 성지한도 무극에 대해선 확실하게 파악해야 하는 상황.
‘헌데, 무극을 익히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진심으로 모든 것을 무無로 되돌리겠다는 의지.
동방삭은 이를 무정해져야 한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무정이란, 말로만 한다고 이루어지진 않는 것.
정말로 이를 행하기 위해서는.
강상처럼 소중한 게 사라지는 경험을 겪어야 했다.
‘그렇다고 현실 세계를 없앨 수는 없으니…….’
대신, 이 세계가 만들어진 건가?
성지한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었던, 회귀 전의 윤세아.
그녀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은 세상을 만들고.
거기에 더 나아가, 구궁팔괘도에 봉인된 세상까지 더한다.
자식의 죽음도 벌써 두 번이나 보았고.
다른 성지한의 세상이 멸망하는 건, 수두룩하게 목격했다.
현실 세계를 파괴하는 대신, 이런 간접 체험을 통하여 ‘무정’을 이루고.
이로써 무극을 완성하라는 건가.
‘그리고 세아는 마지막 퍼즐…….’
윤세아의 죽음으로 무정에 들어서면.
그제야 비로소 무극에 도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현실 세계를 온전히 놔두고도 무극을 완성하는 방법인가.
하지만 이렇다기엔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다.
‘난 여기서 오히려 감정을 되찾았는데 말이지.’
이 세계에 들어서기 전만 해도 자극이 없어서 소파에 앉아만 있지 않았던가.
그때의 상태도 어떻게 보면 무정과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오히려 여기서 활동하면서 감각을 되찾고 감정이 풍부해졌다.
이건 무정과는 완전히 반대 방향 아닌가?
‘뭔가 최초의 의도와는 어긋난 느낌이 든다.’
성지한은 아까의 시스템 메시지를 떠올렸다.
[정말로, 사욕을 위해 백광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명백히 비웃음을 머금고 있던 메시지.
자신이 만약 이 세계를 창조했다면, 저렇게 스스로를 비꼬진 않았겠지.
이 세상이 처음 추측대로 무극을 완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해도.
중간에 뭔가 왜곡이 생긴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왜곡을 만든 이는.
‘……미트라인가?’
백광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건 성지한 아니면 미트라였으니까.
그의 의지가 어떤 방식으로든 개입해서, 이 세계를 만들어 낸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가 결국 원하는 건.
‘내가 빛의 힘을 쓰게 하는 거겠지.’
창조의 권능, 초월체와 백광을 포기하고 이를 무신의 탑에 봉인했던 성지한.
미트라가 원하는 건 성지한이 이 힘을 다시 끌어내서 창조를 사용하는 것일 터.
그러면 자연히 그가 창조할 대상은.
‘윤세아군.’
사실 이 세계와 이곳의 윤세아는.
결국엔 사라져야 할 대상이었다.
애초에 무신의 탑의 ‘버그’로 시작된 공간이었으니까.
하지만 여기에 있던 윤세아가 1회차의 그녀랑 똑같은 사람임을 알게 되자.
성지한은 처음처럼 냉정해지지 못했다.
‘……이러면, 양자택일인가.’
여기서 무극을 완성하려는 이유는 강상의 무극이 폭주하는 걸 막기 위함이었으니.
현실 세계를 위해서라면 최종적으로 여기의 윤세아를 베어야 했다.
하나 그가 만약 무극 대신 회귀 전 윤세아를 되살리겠다고 마음먹는다면.
백광을 다시 받아들여야 했다.
그리고 이는.
‘현실 세계의 안위가 위험해짐을 뜻하지.’
백광을 지금까지 왜 거부했겠나.
창조의 권능을 왜 그토록 봉인하려 들었겠나.
이 힘을 받아들이고 난 후, 이어질 파장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헌데 감정에 못 이겨서, 윤세아를 현실 세계에 되살렸다간.
백광에 자신이 휘둘릴 우려가 컸다.
애초에 지금 이 상황도.
빛의 권능이 자신을 컨트롤하려 드는 것 아니겠나.
‘현실 세계와 단 한 사람. 양자의 무게는…… 같지 않아.’
둘 중에 무얼 우선시해야 하나.
사실 정답은 뻔했다.
현실 세계 전체를 단 한 명이 이겨 낼 수는 없었으니까.
‘…….’
성지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갈 즈음.
-성지한 님 표정 왜 이렇게 안 좋음?
-시즈루를 아까 안 죽여서 그런가?
-에이 아까 못 봤음? 검왕 표정 살벌한 거
-편집 없으면 검왕 컨트롤도 안 될텐데, 그 여자랑은 상관없을 듯 ㅇㅇ;
성지한의 침묵이 길게 이어지자.
채팅창에서는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니냐는 내용이 여럿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그가 이에 반응하지 않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을까.
딩동. 딩동.
VIP룸의 문 앞에서 다급히 벨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스윽.
성지한이 손을 까딱하자, 열리는 문.
그리로, 박윤식 과장이 다급한 얼굴로 들어왔다.
“무, 무신님. 큰일입니다!”
“왜?”
“거, 검왕이…… 자살했다고 합니다!”
“……뭐?”
* * *
박윤식 과장이 급히 들어와, 재생한 영상.
거기 담긴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시즈루. 시즈루!] [왜, 왜 숨을 안 쉬나! 내가 너의 팔과 다리가 되겠다고 했는데……!] [살려라. 당장 살려!!!]일본의 병원 CCTV에서는.
모자이크 처리가 된 ‘무언가’를 들고.
절규하며 소리치는 검왕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 저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저 모자이크 처리된 내용물이 이토 시즈루라고 합니다.”
“그래?”
“네. 사지가 잘린 채 죽은 상태였다고…….”
“아…….”
박윤식 과장의 방문에 자신의 방에서 나왔던 윤세아는 탄식을 흘렸다.
“정말로 잘렸대요?”
“예…… 아마 출혈과다와 쇼크로 인해 사망했을 거라고 추정한답니다.”
그러면서 계속되는 영상.
일본의 의사들이 모자이크 처리된 시즈루에 확실히 사망했다고, 고개를 젓자.
[흐. 흐흐……] [안 돼…… 날 두고 어딜 간단 말이냐……!!!] [왜 하필, 윤세아 말을 들어서……] [아니…… 그래! 따라가면 되지. 따라가면!]괴성을 터뜨리며 울부짖던 검왕은.
푹!
검을 꺼내 자신의 심장을 그대로 찔러넣었다.
이미 혈흔이 묻어 있던 검에는.
검왕의 피가 뒤섞이면서 시뻘겋게 물들고.
[아…… 크흐…… 흐……]검왕은 울음인지, 웃음일지 모를 흐느낌을 흘리다.
툭……!
그의 몸뚱아리가 시즈루의 시체 위에 포개졌다.
‘……세아 말 듣고 사지를 잘랐다가, 그녀가 죽자 자살한 거군.’
편집 능력이 사라진 시즈루는 일반인이나 다름없었으니.
그런 그녀의 사지를 잘라 낼 거면, 죽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던 건가.
‘아니, 애초에 세아 말을 들은 시점에서 정상은 아니었지…….’
삑.
그렇게 영상이 끝나자.
박윤식 과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일본 열도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그런가.”
“예. 일반인이 했어도 충격적인 사건인데, 하필 검왕이 저런 사건을 저질렀으니까요.”
그러면서 그는 윤세아 쪽을 살짝 바라보았다.
“거기에 검왕의 말 중 ‘윤세아 말을 들어서…….’란 것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본의 배틀넷 협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질의가 들어왔구요.”
“…….”
윤세아가 충격을 받은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박윤식은 한숨을 푹 쉬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혹시나 기자들이 이와 관련하여 도를 넘게 취재해 올 수 있으니 조심하셨으면 합니다.”
“알겠다.”
그러면서 방을 나가는 박윤식 과장.
그는 의식하지 않는 척하면서도 몇 번이고 윤세아를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검왕이 유언에서 갑자기 윤세아 탓을 하는 게 뜬금없어서 그런지.
평소 조심하던 박윤식도 티가 날 정도로, 이에 대해 궁금해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와…… 세아가 아까 팔다리 자르라고 할 때만 해도 진짜 이럴 줄은 몰랐는데 -근데 따라서 죽는 건 충격적이네…… 매혹이 그만큼 무섭구나 -매혹 건 대상이 죽으면 원래 풀려야 하는 거 아냐? 저렇게 같이 죽을 정돈가;
-그러게 소름 돋네……
-검왕님 소원대로 검왕 죽었네요……
영상을 같이 본 시청자들도, 그렇게 놀란 반응을 보일 즈음.
지이이잉……
성지한의 눈앞에.
[연계 퀘스트 ‘진정한 극복’ 클리어에 실패합니다.]극복 대상을 잃은 퀘스트의 실패 메시지가 떠올랐다.
[공허의 마녀와 직접 ‘협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