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715
외전 44화
“무극을, 그리고 초월체를 이기라구요……?”
성지한은 동방삭의 말에 힘없이 반문했다.
동방삭의 말.
정론이다.
무신이라면 모름지기 무로써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법.
무극도 초월체도 자신의 힘으로 뛰어넘는 게 맞았지만…….
‘그게 과연, 가능한가?’
강상조차도 무의식 중에 완성한 무극.
그리고 빛의 힘이 총망라되어 있는 초월체.
이를 하나도 아니고 둘 다 극복하라니.
목표 지점이 너무나도 아득히 멀게 느껴졌다.
아니.
보이긴 하는 건가?
목표에 닿을 수는 있는 건가.
무극과 초월체를 같이 극복하라는 과제…….
어디서 길을 찾아 나가야 하는가?
“……대체 어떻게 해야 가능하겠습니까?”
“나는 도움을 줄 수 없네.”
“…….”
“길은 자네가 직접 찾아야 하니까.”
스으윽.
동방삭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문을 이어 나갔다.
“나도 극복 방법을 알지는 못하네만…… 만에 하나, 안다고 한들. 자네가 내 지시대로 나아가면 그건 무신의 길이 아니지. 자네는 영원히 나를 극복하지 못하게 되는 거네.”
“그건…….”
성지한은 동방삭이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무의 정점인 무신이 되려면.
최후의 관문은 스스로의 힘으로 돌파해야 했으니까.
여기서도 동방삭의 가르침에 따른다면.
자신은 평생 동방삭의 무게에 짓눌려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가짐을 지닌 상황에서는.
‘무극과 초월체를 극복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동안은, 동방삭과 아소카.
두 사람이, 수많은 난관에서 성지한을 이끌어 주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둘의 도움 없이.
‘내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만…… 어떻게?
초월체는 빛의 일족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천재, 미트라가 만들어 낸 창조의 에너지원이었으며.
무극은 무신에게 제약받지 않은 강상이 최후의 순간 모든 재능을 폭발시켜 완성한 무의 마지막 단계였다.
이걸 하나도 아니고 둘 다 극복하라니.
그게 가능이나 한 걸까.
막막함에 눈앞이 깜깜해질 때.
“다만 작은 도움을 줄 수는 있네.”
동방삭은 그리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구궁팔괘도를 무수히 중첩한 이 공간 안에서는 시간이 극도로 느리게 흐르네. 자네가 무에 대해서 궁구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질 거야. 자네가 먼저 꺾이지만 않는다면 말일세.”
“시간은 충분하다는 겁니까.”
“그렇네. 거기에 외부의 개입도 철저하게 차단이 될 걸세. 미트라나 초월체라 하더라도 이곳까지는 살필 수 없다는 뜻이지.”
폐관수련하기에는 딱 좋은 곳이 여기라는 건가.
예전에도 공허를 이용해서 비슷하게 수련한 경험이 있었는데.
이번엔 동방삭이 구궁팔괘도를 통해 무대를 마련해 준 것 같았다.
다만.
‘극복할 방안을 찾기 전에 내가 먼저 꺾일 수도 있겠군…….’
사실 지금도 반쯤은 꺾여 있긴 하니까.
무극과 초월체.
이 둘을 이길 만한 해법이 뭔지 전혀 감도 오지 않았다.
여기 계속 갇혀 수련을 한다 한들, 답이 나올까?
그래도.
‘……할 수밖에 없다. 해야 한다.’
양자택일의 선택지에서, 새로이 나온 제 3의 방법.
당장 가능성은 거의 없었지만, 성공만 한다면…….
윤세아도 살리고 현실 세계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었다.
동방삭이 여기까지 준비를 해줬는데.
도전, 안 할 수가 있겠는가.
“그 도움, 받겠습니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해결책을 찾아보겠습니다.”
“좋은 자세네.”
동방삭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나가 보지.”
“……가십니까?”
“그래. 폐관수련에 내가 있으면 방해가 될 뿐.”
스스스…….
동방삭의 몸이 점차로 투명해지면서.
그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자네가 나를 극복하기를. 그리하여 나를 완전히 소멸시키길 기대하겠네…….”
무극과 초월체를 동시에 극복할 방안을 찾아서.
‘무신 동방삭’을 꺾어 달라고.
동방삭은 성지한을 격려하며 사라졌다.
“…….”
복잡한 심경으로 동방삭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던 성지한은.
꿈틀. 꿈틀…….
태극의 망혼.
다른 시간 축에서 살던 자신의 파편이 긴장을 풀곤 다시 움직이는 걸 보곤 한숨을 쉬었다.
특히.
[동방삭을 이긴다니……] [그건…… 불가능하다.] [나는 나를 안다. 나는 천재가 아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적이 얼마나 있었나?] [성지한…… 네가 이룬 것은 결국 동방삭. 아니면 아소카가 가르쳐 준 것이 태반 아니던가? 스탯 청도 결국 아소카의 유산……] [초월체를 이겨? 아크에서의 승리도, 초월체에 현혹당하지 않으려고 발악한 것에 불과한데……]성지한의 몸에 공허로 들어선 후, 그의 여정을 알고 있던 태극의 망혼은.
그의 성공 가능성을, 극히 낮게 보았다.
[천년을 수련해도.] [만년을 수련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된다……]비관의 끝에 도달해 있는, 육체의 파편.
그들의 의지가 들려오자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조용한 곳에서 수련해도 해답을 찾기 힘든데.
사방에서 ‘나의 파편’이 야유를 보내고 있다니.
‘하. 마음 같아선 싹 다 태워 버리고 싶군…….’
문득 충동이 들었지만.
성지한은 그런 마음을 애써 억눌렀다.
이 녀석들도 아크에서 감정을 대신 받는 등 고생하지 않았는가.
저렇게 찬물을 끼얹는다 해도 실력으로 보여 주면 되겠지.
성지한은 자신의 능력부터 점검했다.
‘청과 백광…… 이제는 둘 다 사용해야 한다.’
초월체와 무극.
이 둘을 극복하기 위해선 더 이상 능력을 가려 써선 안 될 터.
성지한은 두 눈을 감고.
방법을 찾아나가기 위한 수련을 하기 시작했다.
* * *
어비스의 지하.
공허의 마녀가 있던 곳에서 쪼그려 앉아 있던 윤세아는.
엄마가 성지한에게 부탁하기 위해 사라졌을 때도.
미동도 없이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다 소용없어.’
삼촌이, 가짜인 자신을 살릴 리가 없잖아.
그것도 이렇게 누더기같은 세상 말고.
현실 세계를 포기하면서까지 말이야.
‘엄마도, 저렇게 석상인 채 놔두고…….’
성지한과 감각 공유를 통해 본 엄마 성지아는.
예전의 그리운 모습 그대로였다.
공허에 파묻혀 이목구비도 제대로 달려 있지 않는 현재의 석상과는 천지 차이인 모습.
삼촌 성지한은 그렇게 전지전능하면서도, 엄마를 저렇게 계속 놔두지 않았던가.
‘여기가 가짜니까 그런 거겠지…….’
윤세아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만 숙일 무렵.
뚝……
또다시, 세상이 멈춘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또, 로그아웃했나?’
불행한 이세계와는 달리 행복한 현실로 돌아간 건가.
[‘망혼’의 파편을 일부 지녔습니다.] [‘성지한’과 감각을 공유합니다.]윤세아가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마음이 착 가라앉았을 때.
스스스…….
‘어……? 여긴…….’
그녀의 눈앞에 떠오른 풍경은 기존에 보던 소드 팰리스가 아니었다.
‘어비스잖아?’
그것도 성지한의 파편이 무수히 땅바닥에 널브러져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끔찍한 풍경.
거기에 구궁팔괘도에서 항상 나타났던 동방삭이.
성지한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둘의 이야기를 윤세아로서는 모두 이해할 순 없었지만.
‘……내가 진짜였어?’
성지한이 양자택일이 아닌 새로운 길을 걸으려 하는 이유에.
자신도 큰 영향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성지한의 어비스의 바닥에서 수련을 하는 광경이.
그녀의 눈에 선명히 담겼다.
-소용없는 짓……
-왜 깨닫지 못하는가?
-나로선, 불가능하다…….
성지한의 파편이 스스로에게 불가능하다고 몇 번이고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쯧. 니들이 그러니까 졌지.
오히려 파편에게 한마디를 던지곤, 수련에 열중하는 성지한.
콰쾅!
어떨 때는 몸 일부가 터져 나가고.
스겅……!
성지한이 만들어 낸 검이 스스로의 몸을 베기도 하면서.
그의 수련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었다.
‘대체…… 이런 수련을 언제까지 하는 거야?’
이 정도면 수련이 아니라 거의 자해 수준인데.
성지한이 하는 걸 보면서, 처음엔 불가능하다고 말하던 파편들도 점차로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태였다.
그만큼 성지한의 수련은 주변에서 뭐라 하지 못할 만큼.
독기가 가득했으니까.
‘…….’
행복한 현실을 보았을 때와는 정반대의 풍경.
윤세아는 이 가짜 세상이 지옥 같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론, 아니었다.
진짜 지옥은 저곳.
자신의 육체 빼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스스로에게 야유를 들어가며 보이지 않는 목적지를 향해 무작정 수련을 해야 한다니.
간접적으로 보기만 해도, 힘든데.
실제로 저기서 수련을 하고 있는 성지한은 어떤 심정일까.
‘이건…… 아니야.’
이대로 가다간, 삼촌이 망가지는 건 시간 문제 같았다.
윤세아는 성지한을 바라보며 순수하게 걱정하기 시작할 때.
[아이야……]윤세아의 귓가에 중후한 음성이 들려왔다.
[벌써 10년의 과정을 보았다. 이러다간 네가 폐인이 될 터.]10년?
벌써 10년이 지났다고?
[그만 보거라.]그 말과 함께.
슈우욱……!
윤세아의 감각이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그러자 눈앞에는.
[세아야……]공허의 마녀와.
“괜찮으냐?”
무신 동방삭이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절…….”
“네게서 태극의 망혼이 있음을, 이제서야 느꼈다. 어찌 된 것이냐?”
“저…… 그게…….”
“솔직히 답하거라. 그것이 모두를 위한 일이다.”
“……알겠어요.”
성지한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던 무신 동방삭.
윤세아가 그를 믿고 천천히 성지한과 감각 공유가 되었던 일을 이야기하자.
“미트라의 장난이로군. 너를 통해 성지한의 행동을 감시하려 들었구나.”
동방삭은 금방 상황을 파악했다.
“저를……통해서요?”
“그래. 그러니 ‘무신의 종’칭호를 해제해라. 태극의 망혼은, 내가 다시 집어넣을 테니.”
윤세아가 그 말에 잠깐 주저하자.
동방삭이 엄격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너를 위해 저 안에 갇혔다. 그런데 폐인이 된 너를 보여 줄 셈이냐?”
“……아뇨.”
그 지적에 얌전히 ‘무신의 종’칭호를 해제하는 윤세아.
그러자.
스스스…….
그녀의 몸에서 공허의 기운이 한줄기 뻗어나가더니.
슉!
공허의 마녀에 새겨진 구궁팔괘도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아까보다 약간 더 커진 진.
그렇지만.
“……처음 봤을 때보다는, 진이 좀 작아졌네요.”
“성지한은 청색의 관리자네. 시간의 흐름을 계속 왜곡하여 수련하게 놔둘 순 없지.”
그러면서 동방삭은 공허의 마녀에 새겨진 진을 가리켰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의 와해는 가속화 될 테고…… 저게 다 사라지면, 성지한은 강제로 나오게 된다.”
“……삼촌이 나온다구요? 그 지옥에서요?”
“그래. 길게 잡으면…… 천 년 정도 후겠지.”
천년이라니.
자신의 파편이 널브러진 어비스의 바닥에서.
제 3자가 봐도 정신병 걸릴 거 같은 공간에 990년을 더 있어야 한다고?
윤세아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자.
스으윽…….
동방삭은 수염을 쓰다듬었다.
“물론, 성지한이라면 그 전에 나올 거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제가 많은 걸 아는 건 아니지만. 10년 동안 삼촌이 별 수련을 다 했는데 전혀 진전이 없어 보였는데요.”
그러면서 윤세아는 자신을 가리켰다.
“그냥 제가…… 죽는 게 낫지 않을까요? 삼촌한테, 너무 민폐인 것 같아요.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는데…….”
“…….”
동방삭은 그 말을 말없이 듣더니.
스으으윽……!
윤세아의 몸에서, 공허를 한줄기 더 뽑아내어 구궁팔괘도에 집어넣었다.
“숨겨진 파편이 하나 더 있었네.”
“아, 네…….”
“그리고 아까의 질문에 대답하자면.”
툭. 툭.
동방삭은 자신의 입가를 가리켰다.
“웃는 연습이나 하게.”
“웃는, 연습이요……?”
“그래.”
동방삭은 흔들림 없는 눈으로 구궁팔괘도 쪽을 바라보았다.
“성지한도 죽상인 조카의 얼굴보다는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할 테니까.”
“…….”
윤세아에게 10년을 헤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성지한에 대해 변함없이 굳건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동방삭.
윤세아는 그의 눈빛을 보자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무신도 저렇게 성지한을 믿어 주는데.
자기는 10년의 방황을 보고는.
성지한이 불가능할 거라고, 너무 빨리 단정 지은 것 같았으니까.
“네…… 연습해 볼게요.”
꿈틀. 꿈틀.
윤세아가 입꼬리를 비틀며 억지로 웃음을 지으려 하자.
“연습 많이 해야겠구나.”
그걸 보던 동방삭이, 흐뭇하게 웃으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한편.
구궁팔괘도 안에선.
“……그렇게 안 거였나.”
[그렇다.]성지한이 새로 들어온 태극의 망혼을 통해서.
윤세아가 어떻게 짭세아를 알고.
‘현실’에 대해 알았는지에 대해 생생하게 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