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717
외전 46화
태극의 망혼.
또 다른 자신에게 성지한이 아는 걸 모두 전수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거…… 제대로 아는 거 맞나?] [너. 백광에 대해서는 너무 외면한 것 같군.] [초월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그런 거였나.]성지한은 자신이 백광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아크에서 나름대로 정밀하게 연구를 하긴 했지만.
너무 이 힘에 몰입하다, 초월체에 휘말릴까 봐 자제한 게 컸던 건가.
“같이 연구 좀 하자. 이 힘을 잘 활용해야 너희의 세계도 살릴 거 아니냐.”
[그래……] [빛의 권능은 나눠서 분석하도록 하지.]그렇게 빛의 권능을 낱낱이 분석하고 활용하는 데 걸린 시간은 총 100년.
[이 정도면……] [어느 정도 분석은 된 것 같다.]1천의 성지한이 제 일처럼 분석하니 효율이 매우 뛰어났다.
다만.
[지금은 수치가 작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백광에 휘둘릴 가능성은 아직도 존재한다.] [초월체의 힘이 약해졌다지만 이에 휩쓸릴 확률이 커.] [청을 이용해야 하는가?] [역시 백광, 쉽지 않은 난제군……]백광의 분석은 끝났지만.
이것의 위험성은 아직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무리 빛의 힘에 대해 분석하고 알아가도.
이걸 작정하고 쓰다 보면 미트라가 원하는 대로 타락할 위험이 있었다.
‘1천이 달라붙어도 쉽지 않네.’
일단 백광의 분석은 이 정도에서 멈추기로 하고.
성지한은 다음으로 나아갔다.
“무극에 도전해야겠군.”
[구궁팔괘도를 재현할 것인가?]“그래. 이번엔 너희가 각자 그 안에 있어야 한다.”
꿈틀. 꿈틀.
[강상이 절망의 끝에서 무극을 완성했듯이……] [우리 각자가 태극마검 앞에서 겪었던 그 공포를 계속해서 느끼라는 거군……] [……좋다.]성지한의 계획이 어떤 건지 감각의 공유를 통해 눈치 챈 이들은.
각자가 처한 최후의 순간, 구궁팔괘도 속 세계를 재현하기 시작했다.
-여긴……
-참 미련도 하다. 방랑자의 눈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떻게 돈을 다 잃지?
-전액 배팅을 하니까 그렇지, 쯧쯧
도박만 하다가 태극마검에 휘말려 비참하게 죽은 성지한을 시작으로.
지이이잉…….
성지한과 이하연이 결혼한 구궁팔괘도 속에서.
“자기야? 오늘 꼭 해야 하는 날인 거 알지?”
둘째를 가져야 하는 날이라면서, 이하연이 거사를 치르려는 세상에까지.
태극의 망혼은 각자의 세계에 맞게 들어갔다.
-할 거냐?
-정말 해? 999명의 너가 지켜보고 있는데?
-뭐…… 그래야 현 세상에 미련이 더 생기려나?
-무극을 깨닫는데, 이놈의 절망이 가장 도움될 지도 모르겠군 -그래 그럼 볼까?
그리고 태극의 망혼에게 가장 관심도가 큰 이하연 쪽의 세상.
“아. 시끄러! 안 해!”
“……자기야? 나한테 지금 그런 거야?”
“어. 그게 아니라…….”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내가 얼마나 요즘 힘든데. 시간을 빼고 빼서 이 날만을 기다렸는데…….”
“진짜 아니야!!!”
“그럼 해! 당장 벗어!”
-개판이네……
-동방삭이 빨리 나와줘야겠는데?
-우리는 어디까지나 무극을 깨우치기 위해 이 세상을 구현한 거다. 자꾸 선후관계를 혼동하지 말도록 -100년 동안 수련만 했는데 이런 사소한 즐거움이라도 있어야지 -그래도 소중한 게 있는 세상은 확실히 생기가 있네…… 아까 놈은 우중충했는데 그렇게 1천 명과 감각을 공유하면서.
자신의 세상이 멸망해 나가는 걸 끊임없이 재생한 성지한.
태극에 속수무책으로 휘말리는 것도.
그 안에서 육체가 완전히 갈려 나가는 것도, 완전히 적응이 되었을 무렵.
[실마리가……] [어느 정도 보이는 것 같군.]백광 때와 마찬가지로 100여 년이 흐르자.
성지한은 일원一元을 넘어.
무극無極을 완성할 수 있었다.
무극을 얻고 백광을 깨우치기까지 흐른 시간은 수백 년.
일천의 자신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서 이 정도지.
혼자 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겠지.
그리고.
[무극과 백광……] [둘은 어찌 보면 정반대 아닌가.] [이를…… 엮을 수는 없을까?]두 힘을 깨우친 성지한은.
다음 스텝을 진행했다.
* * *
모든 것을 무로 돌리는 무극.
빛의 힘을 뻗어 창조에까지 다다르는 백광.
창조와 소멸.
둘은 정 반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힘의 방향성을 서로 상쇄시키면……] [우리는 이를 모두 제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예전이라면 불가능했겠지만.
두 힘을 확실히 이해한 지금은 해 볼 만한 시도였다.
‘적어도 무극과 백광을 뛰어넘는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보다는…… 훨씬 구현 가능성이 높지.’
무극으로 백광을 억제하고.
백광으로 무극을 통제한다.
두 힘을 이용하여 서로를 제어하게 하면.
성지한이 이곳에서 폐관수련하며 이루려던 목표를 궁극적으로 달성할 수 있게 된다.
“하자.”
[그래.] [이것이, 정답인 것 같다.]그렇게 들어가게 된 최후의 수련.
성지한은 일천의 자신과 함께.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모두 쏟아부었다.
무극과 백광을 서로 견제케 하면서도.
그 두 힘은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0과 무한의 사이에서 우린 중심을 잡아야 한다.] [아소카의 예토혼세를 쓰자. 그의 깨달음이 우리를 흔들리지 않게 해 줄 것이다.] [서로를 통제하되 힘은 쓸 수 있어야 한다……] [참으로 어려운 숙제군.] [그래도 이제 슬슬 나가야 하지 않겠나?]무극과 백광을 서로 이용하여 제어하는 건, 지금까지 해 온 것보다도 훨씬 어려웠지만.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목적지가 보이니 더 이상 방황할 필요가 없었다.
아무리 목적지가 멀다고 해도.
계속 걸어가다 보면 결국은 도착할 테니까.
성지한은 일천의 자신과 함께 계속 시도했고.
[된…… 건가?]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스으으윽…….
성지한의 손에 쥐어진 건, 하나의 검.
투명한 검신의 테두리에는.
새하얀 빛이 순환하면서 강렬히 번뜩이고 있었다.
무극을 안에 품고.
백광의 빛은 표면에서 이에 빨려 들어갈 듯하면서도, 순환하는 구조.
겉은 반짝이나 안은 투명한 검을 보며 성지한은.
주변 태극의 망혼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만들어 냈는지, 너희도 알지?”
[그래.] [우리 모두가 만들어 낸 검이니……]“그럼 구궁팔괘도로 다시 진입해라. 이 검으로 동방삭을 꺾어.”
검의 표면이 번뜩이자.
지이이잉……!
순식간에 생겨나는 구궁팔괘도의 문양.
태극의 망혼은 각자 안에 들어가.
자신의 ‘끝’과 다시 마주했다.
“자기야. 오늘…….”
“잠깐. 급한 일만 마무리 짓고 올게.”
이하연이 잡는 걸 뿌리치고는 건물 밖으로 나선 태극의 망혼.
그는 성지한이 만들어 낸 것처럼.
빛을 머금은 무극을 생성하여 동방삭 앞에 섰다.
그러자.
파아아아앗……!
태극이 깨지고.
동방삭의 형상도 순식간에 빛에 파묻혀 사라졌다.
“하. 이렇게 쉽게…….”
그동안 수도 없이 그를 괴롭혀 오던 절망적인 존재가.
검을 꺼내자마자 사라지자 태극의 망혼은 허탈한 듯 한숨을 쉬었지만.
“아니. 잘됐어…….”
다시 마음을 다잡곤.
“야 이 새끼들아. 나 오늘 둘째 만들 거니까, 보지 마라. 경고했다!”
허공에 대고 소리쳤다.
[보라고 해도 안 볼 테지만……] [뒤를 돌아 보지 그래?]“왜?”
그 말에 태극의 망혼이 뒤를 돌아보자.
그가 나왔던 커다란 빌딩은 물론이거니와.
세상 전체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었다.
[여기는 결국 급조된 세상.] [네가 진짜 둘째를 만들려면, 성지한이 밖으로 나가 끝을 내야 한다.] [그 뒤엔 둘째든 셋째든 알아서 적당히 만들어.]“하…….”
그래.
이 무대는 결국 빛을 담은 무극이.
트라우마로 각인된 동방삭을 이겨 낼 수 있나 없나 시험하는 장소였지.
허탈한 듯 검을 내려놓는 태극의 망혼.
일천의 망혼은 이와 비슷한 과정을 모두 경험해 나갔다.
[동방삭은 극복했다……] [하지만 이걸로 정말 된 건가?] [우리가 만든 세상에서. 우리가 스스로 위안하기 위해 만든 건 아닌지……] [그가 이렇게 쉽게 극복이 되겠나?]동방삭을 이겨놓고도.
이게 통하는지 안 통하는지, 불안해하는 태극의 망혼.
그만큼, 그들에게 ‘동방삭’이라는 존재는.
강렬한 트라우마였다.
‘결국 진짜 증명은 밖에서 해야겠군.’
스으윽.
성지한은 그들의 말을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국 니들은 실제로 통하는지 보고 싶다는 거지?”
[그래……] [우리가 만든 구궁팔괘도에서 승리해 보았자, 진짜 이겼다는 생각이 안 든다.]“좋아. 나가자.”
파아아앗……!
성지한이 검을 꺼내 허공을 찌르자.
쿠르르르……!
어비스의 지하.
태극의 망혼과 오백 년을 넘게 같이 있던 이 공간이.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들어와라. 나한테.”
슈우우우……!
그러자 일제히 성지한의 안으로 흡수되는 태극의 망혼.
모든 파편이 자신에게로 들어오자.
성지한은 검을 한 번 더 비틀었다.
그러자 검을 향해 완전히 빨려 들어가는 세상.
구궁팔괘도 속의 세계가 무너지고.
“아…….”
성지한은.
동방삭과 윤세아가 있는 장소로 되돌아왔다.
* * *
스으윽.
동방삭은 성지한이 지닌 검을 보면서 수염을 쓰다듬었다.
“빛을 담은 무극…… 그게 자네의 해답인가?”
“예.”
“무극으로 빛을 통제하고. 빛으로 무극을 통제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네의 권능이 자리하고 있군.”
동방삭은 성지한의 검을 바라보며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성지한밖에 못 만드는 검이군. 빛과 청을 다루며 무武에도 극에 도달한. 자네만이 다룰 수 있는 힘이야.”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게 있습니다.”
“후후…… 그건 나인가?”
성지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동방삭은 입가에 가득 미소를 지었다.
“영광이군.”
스스스…….
그러면서 검을 생성하는 동방삭.
성지한의 것과는 달리 검은 빛을 품지 않은 원래의 무극이었다.
“이 검은 실제 무극을 완전히 구현하진 못했네.”
스으윽.
동방삭은 그런 자신의 검을 바라보면서 말문을 열었다.
“무극은 초월체도 완전히 분석하지 못한 검이었으니…… 강상의 검에 비하면 한없이 부족할 것이네.”
“그럼에도 일원으로는 꺾을 수 없는 검이었죠.”
“그건 그렇지. 자네가 무극을 만들어 냈다면…… 이 검을 부러뜨릴 수 있을 걸세.”
휙!
그러면서 동방삭의 검이 움직이자.
성지한의 검에서 빛이 번뜩였다.
순식간에 맞부딪치는 두 검.
그리고.
파아앗……!
동방삭의 검이.
단 한 번의 부딪침에 사라졌다.
“정말로, 완성했군…….”
자신의 검이 일합에 꺾이는 걸 보고는.
동방삭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마치 그건 등에 짊어진 모든 짐을 내려놓은 듯한.
후련한 웃음이었다.
“내 역할은 이것으로 끝이네. 자네와 함께해서 참으로 즐거웠네…….”
그러면서 동방삭의 몸이 서서히 투명해지자.
“어딜 가려 하십니까?”
스으윽.
성지한이 검을 비틀었다.
그러자 터져나오는 새하얀 광채.
그 빛이 동방삭에게 닿자.
“음……?”
투명해지던 그의 육신이.
금방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성지한이 그토록 컨트롤하려 했던 창조의 권능이.
동방삭에게 발현한 것이다.
“자네…… 왜…….”
“일단 절부터 받으시지요.”
“절?”
“예. 제 스승님 아니십니까.”
“스승이라니……?”
동방삭이 눈을 동그랗게 뜰 무렵.
성지한은 그의 앞에서 망설임없이 무릎을 꿇었다.
[스승이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저자는 우리의 원수거늘……!] [구궁팔괘도 속에서 숱하게 당한 걸 너도 느끼지 않았나!]성지한의 몸 안에 들어온 태극의 망혼은.
그의 행동을 보고는 크게 흥분했지만.
‘너희들한텐 원수일 지 몰라도…… 나에겐 스승이다.’
성지한은 망혼의 말을 무시하고는 큰절을 올렸다.
성지한에게 동방삭은 그 누구보다도 은인.
그의 가르침을 통해 여기까지 온 것도 그렇고.
태극의 망혼을 구궁팔괘도에 함께 넣어 수련의 기회를 준 것도 그렇고.
동방삭에겐 셀 수도 없이 많이 받기만 했다.
그런 그에게.
성지한은 최소한의 도의를 다 하고 싶었다.
그리고.
“천하제일인의 스승이라…… 내 살면서 천하제일만을 노렸거늘.”
수염을 쓰다듬으며 성지한을 바라보던 동방삭은.
“이것도 썩 나쁘지 않구나.”
여느 때보다도 더 진하게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