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720
외전 49화
성지한이 진정한 무신에게 도전한 지 3일째.
“좋군. 좋아……!”
강상은 그 어느 때보다 밝은 얼굴로 성지한과 검격을 나누었다.
폭주하던 무극을 보고 근심 걱정에 사로잡혀 있던 모습은 어디 가고.
그는 순수하게 현재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성지한같은 도전자와 순수하게 무를 겨루는 건.
오랜 삶을 살아온 그에게도 처음 맞이하는 경험이었으니까.
한편.
‘역시…… 동방삭 때와는 다르군.’
성지한은 강상의 무극을 보면서 미간을 좁혔다.
미션 속 세계에선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았던 무극.
그 검은 성지한이 완성한 검에 의해 쉽게 부서졌지만.
강상의 것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파아아앗……!
검과 검이 맞부딪치자 순식간에 일그러지는 공간.
두 자루의 무극이 서로 공명하면서 무無의 영역을 넓히려 들었지만.
초월체의 빛이 번뜩이며 검의 폭주를 막아섰다.
그렇게 몇 차례 합을 나누자.
파직. 파지직…….
온전히 투명하던 강상의 무극에는 어느새 초월체의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3일간 몇 번이고 보였던 상황.
하나.
스스스…….
강상의 무극이 잠시 일렁인 듯싶더니, 빛이 금방 잠식되었다.
‘부러질 듯, 부러지지 않네.’
폭주하던 무극이 보이던 강력한 구심력은 초월체의 힘에 의해 억제가 된 듯싶었지만.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강상의 검이 빛에 의해 완전히 먹혀야 무극이 제압될 텐데.
빛은 검을 잠식할 듯하면서도 무극에 빨려 들어갔다.
“흐음…….”
그리고 이 대련을 순수하게 즐거워하던 강상은.
자신의 무극이 또다시 빛을 빨아들이자 잠시 검을 멈추었다.
“헌데 말이네.”
“말씀하시지요.”
“자네 검의 이름은 무엇인가?”
3일간 순수하게 전투를 즐기다, 이제서야 검의 이름을 묻는 강상.
성지한은 그 질문에 대답했다.
“이름은 짓지 않았습니다.”
“아니, 왜? 그런 검을 완성해 놓고.”
“제가 한 것은 무극과 초월체의 힘을 융합한 것에 불과하니까요. 새로이 만들어 낸 것도 아닌데, 명명까지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사람이 그리 겸손해서야. 서로 다른 힘을 한데 모은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네.”
강상은 수염을 쓰다듬더니, 멀리서 둘을 지켜보던 동방삭을 바라보았다.
“동방삭. 내 저 검에 지어주고 싶은 이름이 있는데. 혹시 자네와 생각이 같을지 궁금하군.”
“검의 이름이라…… 떠오르는 건 하나 있소.”
“뭔가?”
“무한無限.”
그 말에 강상의 미소가 짙어졌다.
“나는 나군. 생각이 같아.”
“무한이라…….”
“무無로의 여정을 막는 건, 무한히 팽창하는 방법밖에는 없지. 사위의 검은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지 않는가?”
빛의 힘을 통해 무극을 통제하고 있는 성지한의 검.
이를 무한이라고 칭한 건가.
성지한은 자신의 검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름은 마음에 듭니다만 실상 무한하지는 않습니다. 초월체의 힘도 한계는 있지요.”
“그래서 전력을 다하지 않는 건가?”
“……예?”
“자네의 무한은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아끼는군.”
강상은 빛이 사라진 자신의 검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짐을 생각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난 3일간 충분히 즐겼네. 이제 슬슬 전력을 다해서 검을 부숴 주게.”
3일의 전투를 통해.
성지한의 무한이 자신의 무극을 뛰어넘었다는 걸 간파한 강상은.
그에게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
성지한은 빛을 품은 자신의 검을 바라보며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전력을 다하면…… 초월체의 힘은 끝이 난다.’
비록 검의 이름은 무한이라 지어졌지만.
이름과는 달리 한계는 있었다.
폭주하는 강상의 무극을 제어하기 위해선 초월체의 힘을 대부분 쏟아부어야 했고.
거기에 또한 성지한의 무극도 같이 통제를 해야 했다.
무한이 부러질 것을 상정하고 전력을 다해야.
그때서야 비로소 강상의 검을 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초월체의 힘을 거의 사용할 수 없게 돼.’
창조를 가능케 하는 초월체의 힘.
예전엔, 욕심을 전혀 내지 않던 권능이었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꼭 필요한 힘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때문인가?
성지한에겐.
약속을 지켜야 할 대상 ‘태극의 망혼’이 있었으니까.
그가 내면에서 들린 목소리에 가벼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래서, 결단을 못 내렸군……
-하나 성지한.
-모든 세계를 복원할 필요는 없다.
태극의 망혼은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 * *
‘모든 세계를…… 복원할 필요가 없다고?’
그게 무슨 소리인가.
태극의 망혼.
일천의 성지한은 이를 위해 어비스의 지하에서 오백 년을 쏟아붓지 않았나.
그만큼 절실했기에.
서로가 최선을 다하여 이뤄 낸 결과가 바로 무한無限 아니었나.
하나.
-우리의 죽음…… 너도 보지 않았는가?
-대부분은 절망의 끝에서 태극에 휘말려 사망했으니.
-굳이 무리하여 그 시절로 돌아갈 필요는 없다.
몇몇 성지한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참한 상황에서 최후를 맞이했던 태극의 망혼.
가족이 없는 건 물론이거니와.
도박 중독 상태에서 사망하거나, 밀입국을 하다 태극에 휘말리는 등.
제반 상황이 그리 좋다 할 수는 없었다.
-삶을 되돌려봤자 너보다 잘하진 못하겠지……
-너의 삶을 통해 모든 것이 바로잡히는 걸 보았으니 되었다.
-그보다 더 원하는 것이 있다면.
-태극太極을 넘어, 일원一元…… 무극無極에 다다른 무의 정점.
-강상을 우리의 검으로 꺾어리.
절망적이었던 삶을 되돌리는 것보다는 평생 극복할 수 없었던 큰 벽.
‘진정한 무신’이라고 할 수 있는 저 상대를 이겨 달라.
‘…….’
성지한의 뇌리에 어비스의 지하가 떠올랐다.
동방삭이 서 있기만 해도 두려워하며 피하려 들던 태극의 망혼.
동방삭은 망혼에게 증오의 대상이었지만.
동시에 뼛속 깊이 공포를 안겨 준 트라우마이기도 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건, 결국 오백년을 함께 빚어낸 무한으로.
무극을 완전히 꺾는 방법 뿐.
-더이상 그에게 두려워하지도.
-겁을 먹지도 않도록.
-성지한. 무신이 되어라.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망혼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방법……
-삶을 되돌리는 것보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태극을 넘어서는 것이다.
일천의 망혼.
그들은 하나같이 의지를 표명했다.
우리가 만들어 낸 무한으로.
무극을 확실하게 꺾어 달라고.
다만 둘.
-……그런가.
-무극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결국 멸망할 테니…… 어쩔 수 없겠지.
소피아 그리고 이하연과 결혼을 하여 아이까지 가졌던.
두 망혼은 잠시 주저하는 기색을 보였다.
가정을 이룬 그들에겐.
다른 망혼과는 달리, 자신의 세계를 복원할 동기가 훨씬 컸으니까.
성지한은 그 기색을 읽고는.
‘……너희에게 동의를 구하지. 초월체의 권능을 보존하면. 저 둘의 세계부터 구현하겠다. 괜찮겠는가?’
망혼에게 의념을 전했다.
-동의한다.
-칙칙한 나의 세계보다는 그것이 낫겠지.
-우리 몫까지 잘 키워라.
그러자 가정을 이룬 이에게 선선히 양보해 주는 망혼.
-9명 동시에 만나던 놈은 괜찮나?
-어. 애도 없고, 나야 놀 만큼 놀았으니까.
-다행이군. 너는 동의 안 할 생각이었거든.
-그럼 물어보질 마, 새끼야.
더 나아가 훈훈한 대화가 이어지는 걸 잠시 듣던 성지한은.
“……알겠습니다.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슬쩍 웃더니 결정을 내렸다.
파아아앗……!
성지한의 검, 무한의 테두리에서.
끊임없이 흐르던 빛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이는 곧.
강상의 무극뿐만 아니라.
성지한의 것까지 완전히 집어삼켰다.
파직. 파지직…….
3일간.
초월체의 빛에 대항해 오던 무극이 서서히 잠식되어가고.
스으윽…….
강상의 손에서 검이 힘없이 빠져나가자.
거대한 빛이 두 무극검을 동시에 감쌌다.
“허…….”
빛과 두 군데의 무의 영역이 공존하더니.
서로가 중화되면서 사그라지기 시작하자.
스으윽.
강상은 씁쓸한 얼굴로 수염을 쓰다듬었다.
“이것이…… 패배인가.”
“…….”
“울드에게 당했을 때와는 느낌이 참으로 다르군…….”
“무의 영역에선 패배한 것이 처음일 테니 그럴 것이오.”
동방삭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상은.
“넘어야 할 것이 있는 삶이라…….”
무극이 온전히 사라지는 걸 담담히 지켜보다가.
“그것도 나름 재미있겠구나.”
서서히 표정을 폈다.
무의 정점에서 한 단계 내려오기는 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의 승부욕을 자극한 것 같았다.
“이제 무극을 부쉈으니. 이야기해 주게. 무한은 어떻게 만들었나?”
“일천의 성지한이 함께 만들어 냈습니다.”
“일천의 성지한……?”
무극을 제압하고 남아 있는 빛의 힘을 급히 수습하던 성지한이 그리 대답하자.
동방삭이 대신 사정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이를 들은 강상이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런 재밌는 걸 자네만 하고 있었다니 유감이군. 일천의 강상은 못 만드나?”
“……끔찍한 소리 마십시오.”
일천의 강상이라니.
우주를 단숨에 끝장 낼 검이라도 만들 생각인가.
“허허. 어쩔 수 없이 이 친구랑 놀아야겠구만.”
강상은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동방삭의 어깨를 두드렸다.
“나의 제국으로 초대하지. 같이 가겠는가?”
“기꺼이.”
“그럼 사위.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일 다 보면 제국으로 오게. 회포를 풀지.”
“알겠습니다.”
초월체의 힘을 수습하던 성지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상과 동방삭은 같이 자리를 떴다.
그리고 둘이 사라지자.
스스스…….
성지한은 무극을 제압하고 흩어지던 초월체의 힘을 최대한 끌어모았다.
‘……이 정도면 두 세계는 구현할 수 있어.’
무한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두 세계만, 실체화할 수 있을 정도로 턱없이 적게 남은 초월체의 힘.
성지한은 양손에서 번뜩이는 빛을 바라보다가.
‘정말, 둘에게 양보해도 괜찮겠나?’
다시 한번, 망혼에게 의사를 물었다.
-괜찮다.
-가정이 있는 이가 우선이지.
-우리는 네 놈 몸에 빌붙다 서서히 사라질 테니……
-쫓아내지나 마라.
아까와 뜻이 변하지 않은 태극의 망혼.
일천의 자신이m 그렇게 이야기하자.
성지한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래…… 얼마든지 있어라.’
* * *
소드 팰리스 빌딩 내부, 식당가의 소고기집.
윤세아는 쌓여만 가는 소고기 접시를 보면서, 눈만 껌뻑거렸다.
“……엄마. 그게 다 들어가?”
“석상 상태일 땐 몰랐는데. 인간 몸이 되니까 배가 고파져서…….”
성지아는 겸연쩍은 듯 그리 말하면서도 젓가락질을 쉬지 않았다.
“딸은 안 먹어? 어비스의 지하에서 그렇게 오래 굶주렸잖아.”
“나는…… 그렇게 배가 고프진 않아. 영원 때문인가?”
“그거 참 신기한 능력이네.”
그러면서, 소고기를 몇 접시 더 구워 먹은 성지아는.
“그럼 이제 디저트 먹으러 갈까?”
“……또?”
“디저트 배는 따로 있잖아. 소드 팰리스…… 여기서 자주 가는 까페 있는데 이 세계에서도 하려나?”
신이 난 기색으로 디저트 까페 갈 생각이 가득했다.
‘펜트 하우스에 가 보려고 했는데…… 일단 엄마 소원부터 풀어줘야겠네.’
성지한은 윤세아보고 펜트 하우스엔 가지 말라고 했지만.
이 세계의 윤세아를 한번 만나고 싶었던 그녀는, 식사만 끝내면 위로 올라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람으로 되돌아온 엄마가 저렇게 즐거워하니.
2차 디저트 까페까진 아무래도 가야 할 것 같았다.
“엄마 자주 가던 까페…… 이름이 판도라였나?”
“응. 맞아. 맞아. 그 이름이었어.”
“가 보자. 여기도 있을지 궁금하네.”
그렇게 들뜬 성지아와 함께 까페 ‘판도라’로 향한 윤세아는.
CLOSED 팻말이 붙은 걸 보곤 고개를 갸웃했다.
“오늘 쉬나 봐. 엄마.”
“그래? 아쉽네…… 그럼 딴 데 갈까?”
그렇게 문 닫은 까페를 보고는 행선지를 돌리려는 두 사람.
그때.
드륵!
까페 ‘판도라’의 문이 안에서부터 활짝 열리면서.
사람이 한 명 튀어나왔다.
“아. 엄마! 갑자기 이러는 게 어딨어!”
“엄마가 오죽하면 이러겠니? 너 맨날 집에서 배틀넷만 하니까 그렇지!”
“아니……! 그렇다고 무슨 말도 없이 남자를 소개시켜 줘! 화장도 안 하고 나왔는데!”
씩씩거리면서 까페 안의 ‘엄마’에게 화를 내는 여성.
성지아는 그녀를 보곤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그녀도.
“아. 죄송합니다…….”
자신의 앞에 있던 ‘윤세아’를 발견하곤, 급히 고개를 숙이다가.
“……어?”
놀란 얼굴로 윤세아를 마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뭐, 뭐야…… 너?”
“어…… 안녕?”
“너, 너 대체 누구야?”
까페에서 나온 사람도.
‘윤세아’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