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75)
* * *
[오너님~ 아메리칸 퍼스트에서 손님 오실 거 같아요.]“내려가겠습니다.”
1일 1게임을 끝낸 성지한은 길드 사무실로 내려갔다.
예전에는 작은 사무실 하나만을 빌렸던 대기 길드는 어느새 소드 팰리스의 한 층을 모조리 임대하고 있었다.
이 건물에서 언젠가 이사 갈 것을 생각하면, 이렇게 통임대하는 건 그다지 좋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정부에서 쓰라던데요? 임대료 안 받을 테니, 제발 써 달라고…….”
소드 팰리스를 기부받은 정부는 건물 관리인을 파견하기는 했지만, 성지한 쪽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펜트하우스에서 나가라고 소리를 바락바락 질렀던 배틀넷 관리국장은 이미 실권을 잃은 상태였고.
한국 정부는 성지한이 혹여 외국으로 간다고 할까 봐, 이런저런 편의를 봐주지 못해 안달이었다.
‘여기서 이사 가긴 해야 하는데…… 세아 운동하기에는 펜트하우스만한 곳이 없단 말이지.’
밖에 있는 여러 유명 헬스장보다, 검왕 윤세진이 머물렀던 펜트하우스야말로 운동하기가 가장 좋았다는 게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예전엔 아빠 흔적 때문에 짜증 났는데…… 뭐 이젠 괜찮아. 어디 가서 이런 시설에서 운동하겠어?
윤세아도 기프트를 받고 난 이후.
매일 고강도 트레이닝을 반복하며, 이만한 시설이 없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사무실 확장하길 잘했지.’
대기 길드 사무실이 엘리베이터 너머로 보였다.
아직은 빈 공간이 많지만, 그래도 사람 몇몇이 오가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오너님. 오셨어요?”
“사람이 좀 늘었군요.”
“네. 지금 가장 시급한 영상팀을 좀 충원했어요. 오너님 영상을 비롯해서, 다른 길드원의 영상도 관심을 받고 있어서요.”
“좋네요.”
“저쪽이 영상팀이 쓰는 공간인데. 대부분 프리랜서로 재택근무를 하는 형태라, 자리가 많이 비어 있어요.”
그렇게 말한 이하연은 어깨를 으쓱였다.
“정직원으로 뽑고 싶었는데, 편집자들이 워낙 재택근무에 익숙해서 그런가…… 출근을 안 하려고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한 분은 있네요?”
“아~ 네. 저분은 나와서 하는 걸 선호하세요. 출근하는 기분이 든다나?”
영상팀이 사용하는 공간에서, 한 여자가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더니, 곧 성지한이 온 걸 봤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쪽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입사한 주은지입니다!”
“반갑습니다. 영상 편집, 잘 부탁드려요.”
안경을 낀 젊은 여성은 피부가 눈에 띄게 새하얀 걸 제외하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인상이었다.
“넵!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 그런데. 성지한 님 팬인데 사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주은지는 종이와 펜을 가져와, 성지한에게 펜을 내밀었다.
성지한이 펜을 받는 과정에서 둘의 손이 살짝 스쳤을 때.
“아. 저, 정전기가…… 죄송해요.”
맞닿은 손에서 정전기가 살짝 일어났다.
“괜찮아요. 정전기로 죄송할 게 있나요.”
성지한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주은지에게 능숙한 손놀림으로 사인을 해 주었다.
저번 생에서 워낙 많이 사인을 해서 그런지.
영어로 된 성지한의 사인은 꽤 멋들어져 있었다.
“오너님. 사인 잘하시네요. 연습하신 거 아닌가요?”
“뭐, 조금은?”
성지한은 자신의 사인을 바라보았다.
미국 시절 팬들에게 수없이 해 줬던 것과 똑같은 사인.
아무리 과거로 돌아왔어도, 습관이란 건 남아 있나 보다.
“정말 고맙습니다! 가보로 간직할게요!”
성지한에게 사인을 받아 들고 주은지는 눈웃음을 지으며, 활기차게 말했다.
“가보는 무슨…… 그럼 수고하세요.”
피식 웃음을 터뜨린 성지한은 주은지에게 가볍게 인사한 후, 이하연과 같이 길드마스터실로 들어섰다.
그런 성지한을 멀거니 바라보던 주은지는 별안간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 * *
대기 길드의 길드마스터실.
성지한은 아메리칸 퍼스트에서 온 두 플레이어를 맞이했다.
‘소피아도 왔군.’
성녀 소피아.
저번 생에서 성지한을 꽤나 귀찮게 했던 그녀는 이번 생에도 그에게 흥미를 지니고 있는지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에 반해, 옆에 서 있는 배런은 탐탁지 않은 기색.
얼굴은 벌게져 있고, 술 냄새가 나는 게…….
‘저 주정뱅이, 또 술 처먹었군.’
성지한은 그들을 향해 악수를 청했다.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배런이오.”
배런은 성지한과 악수를 짧게 끝내고 손을 치웠지만.
“소피아예요. 방송 잘 보고 있어요. 팬이에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하군요.”
“어쩜 그렇게 강하실 수가 있죠? 제가 본 이들 중에서 최고예요!”
“과찬입니다.”
“사실, 전사 중에서는 소드 킹 윤을 좋아했는데…… 그보다 뛰어난 가능성을 보여 주는 플레이어가 나올 줄은 몰랐어요. 한국은 전사의 나라인가 보죠?”
“소드 킹은 일본에 갔습니다만.”
“그래도 태생은 여기잖아요?”
소피아는 성지한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은 채, 열성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영어 참 잘하시네요?”
“한국인들은 원래 다 영어 배웁니다.”
“그래도 너무 잘하세요. 발음도 좋고. 거기에 얼굴도 화면보다 훨씬 핸섬하시네요…… 키도 크고.”
“감사합니다.”
듣는 사람이 민망할 만큼, 칭찬 세례를 퍼붓는 소피아.
옆에 있던 배런이 도무지 못 들어 주겠다는 듯 한 소리를 했다.
“소피아. 그만하지? 여기가 무슨 팬 사인회인 줄 아나?”
“어머. 저 그러려고 온 건데! 오늘도 오면서 성 방송을 봤다니까요. 아, 성! 앞으로 지한이라고 불러도 되죠?”
“……그러십시오.”
“와. 정말 고마워요, 지한! 그럼 사인도 좀!”
아직도 성지한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소녀 팬처럼 비명을 질러 대는 소피아.
배런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저 꼴을 언제까지 봐야겠는가.
“후우…… 마스터. 임대…… 진행해 주시오.”
“아. 네. 알겠습니다.”
이하연은 소피아가 신기한지 그쪽을 쳐다보다가, 힘이 빠진 배런의 말에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길드마스터님도 영어 잘하시네요?”
“어릴 때 유학갔다 와서요.”
“후후…… 통역이 필요 없네요.”
아메리칸 퍼스트에서 딸려 준 통역사 쪽을 힐끗 바라보던 소피아는 화기애애하게 계속 대화를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소피아! 그만 잡담 떨지?”
“아. 알았어요. 정말.”
배런이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재촉하자, 그녀는 더 이상의 대화를 멈추고 임대를 진행했다.
아메리칸 퍼스트 길드에서 탈퇴하고, 대기 길드에 가입한 둘은.
“이게 그 버프 효과인가…….”
“와. 이게 말로만 듣던 성장률 버프군요?”
가입하자마자 받은 길드 버프 효과를 보고 눈을 빛냈다.
아메리칸 퍼스트 소속일 때 받은 올스탯 추가 효과는 사라졌지만.
그거야 나중에 재가입해서 효과를 누리면 되는 거고.
지금 당장은 이 성장률 버프를 통해, 스탯 성장을 노려야 했다.
“이렇게 간단한 걸. 길드마스터가 미국으로 오면 좋았을 텐데 말이오.”
배런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버프를 바라보다가, 또 비행기 타고 돌아갈 걸 생각하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럼 배틀넷을 이틀이나 못하게 되지 않겠는가!
“어머. 왜요? 전 와서 지한이랑 안면도 트고 좋은데!”
“흥……! 미국 출장 좀 오지, 왜 거절한 것이오? 로버트가 많은 대가도 약속했다고 들었는데.”
배런의 물음에 이하연 대신 성지한이 나섰다.
“한 번 길드마스터가 해외로 떠나게 되면. 다른 길드에게서도 매번 그런 요구를 받게 될 겁니다. 길드마스터는 길드의 중심. 그렇게 이곳저곳 다니는 건 바람직스럽지 않습니다.”
아메리칸 퍼스트에서 출장비로 거론한 액수는 꽤 탐났지만, 대기 길드의 핵심은 지금 서포팅 기프트 육성을 지니고 있는 이하연이었다.
괜히 외부로 싸돌아다니다가 그녀가 가진 능력이 노출되느니, 여기서 자리를 지키는 게 더 중요했다.
하나 이런 사정을 모르는 배런은 한껏 비웃음을 지으며, 성지한의 말을 자기 멋대로 해석했다.
“과연 그런가? 날 견제해서 그런 건 아니고?”
“……?”
성지한은 어이가 없었다.
견제라니, 누가 누굴?
“배런, 당신을 견제한다고요? 제가?”
“그렇소.”
“제가 왜…… 견제를 하죠?”
성지한은 진심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저한테 단 한 방에 죽은 플레이어를. 대체…… 왜?”
“읏. 그, 그건…… 실수였어!”
“아뇨. 그건 실수 아니에요. 배런. 당신의 능력 부족이죠.”
성지한은 그렇게 단언하며, 입꼬리 한 쪽을 올렸다.
“대기 길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배런. 제발 성장 좀 해서, 제가 견제해야 할 만큼 존재감 있는 플레이어가 되셨으면 좋겠네요.”
“윽…….”
“술 깨면 오늘 한 이야기가 부끄러울 겁니다.”
“……가겠소!”
배런은 시뻘개진 얼굴로 길드마스터실을 나섰다.
괜히 한마디 했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돌아가는 셈.
“아, 정말. 쓸데없이 자존심만 높네, 진짜…….”
소피아는 그런 배런을 보고 고개를 설레설레 젓더니.
“지한~ 나중에 또 봐요~!”
성지한에게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고, 배런의 뒤를 따라갔다.
* * *
영상팀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주은지는 길드마스터실을 힐끗 바라보았다.
‘검왕한테도 통한 능력이…… 안 통하네?’
그녀는 일본에서 ‘여신’이라고 불리는 플레이어.
성지한과 접촉할 방법을 찾기 위해, 주은지라는 이름으로 성공적으로 길드에 잠입하고.
그에게 사인을 받으며 피부 접촉을 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접근 권한이 없는 상대입니다.]지금까지 기프트를 사용하면서,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내 능력이 전혀 안 통하다니…… 이런 상대는 처음이야.’
상대가 실버라서 시시할 줄 알았는데, 이럴 거면 분신이 아니라 본체로 올걸 그랬나?
‘SSS급 기프트한테는, 분신의 능력이 안 통하나?’
당연히 성지한이 SSS급 기프트를 지니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주은지.
그녀는 씩씩거리며 사장실을 나오는 배런을 발견했다.
‘저 사람도 SSS급이었지?’
배런 윌리엄스.
그는 성지한이 두각을 드러내기 전에는, 주은지의 다음 타겟이었다.
그녀는 배런의 이동 경로를 파악한 후.
서류 뭉치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그와 일부러 부딪치기 위해, 동선을 짰다.
“조심하세요……!”
배런을 뒤따라가던 소피아가 급히 말을 걸었지만.
퍽!
“뭐야?”
“아야…….”
주은지는 배런에게 부딪쳐, 튕겨나갔다.
“What the fuck…….”
자기와 부딪친 상대를 향해, 험하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려던 배런은.
“아야야…… 죄송해요…… 아, 아임 쏘리…….”
어색한 영어로 사과하는 주은지를 보고, 눈을 껌뻑거렸다.
“배런. 당신도 사과해요. 앞을 보고 다녀야죠!”
“으음…….”
배런은 소피아의 지적도 들리지 않는 듯.
주은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미안하군…….”
그는 입으로는 사과를 하면서도.
눈으로는 주은지의 얼굴을 계속 쫓았다.
“아. 아임 오케. 쏘리. 쏘리……!”
주은지가 황급히 서류더미를 정리하고 자리를 떠나자.
배런은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 감정…… 대체 뭐지?
‘저렇게 평범하게 생긴 동양인한테…… 내가 왜?’
“뭐 해요?”
“……아니다. 가자.”
소피아의 지적에 엘레베이터로 향하는 배런.
하나 그는 가면서도, 몇 번이고 힐끗 뒤를 쳐다보았다.
주은지는 그 시선을 못 본 척, 업무에 열중했지만.
‘흠…… 쟨 되네.’
입가에는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SSS급이라서 능력이 안 통하는 건 아닌가 보네.
‘그럼 성지한은 다른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건가? 그래도…… 너도 곧 내 걸로 만들어 주겠어.’
비록 한 번 실패했지만.
주은지는 자신만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