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77)
* * *
디펜스 맵, ‘하나의 다리’.
골드부터 다이아리그의 게임에서 나오는 이 맵은 극악의 난이도로 유명했다.
특히 갓 골드가 된 플레이어 같은 경우는, 적을 막기보다는 그저 생존을 목표로 해야 했다.
다른 플레이어보다, 몇 분이라도 더 오래 살아서 50퍼센트 안에 들도록.
‘이 맵은…… 오랜만이군.’
한편, 성지한은 감회가 새로웠다.
저번 생에서 플레이어로 활동하며 가장 많이 플레이했던 맵 중 하나가 바로 이 하나의 다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게임의 공략법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게임의 목표는 단순하다.’
다리에서, 적이 넘어오지 않게 지키는 것.
소환된 성지한은 주위를 바라보았다.
이 맵에 소환된 50인의 플레이어는 다리의 시작 지점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
모두들 성지한을 보며 혼란에 빠져 있었다.
“……뭐야? 형이 왜 여기서 나와?”
“언제 성지한이 골드에 올랐지?”
“그런 소식 없는데?”
“버그 터졌나?”
실버가 골드 게임에 참가한 게 이번이 처음이었으니, 그들이 모르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그들도 배틀튜브를 통해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있었기에, 일이 어떻게 된 건지를 시청자들을 통해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어…… 매칭 상대가 없어서 상위 리그랑 매칭된 거라는데요?”
“와. 말도 안 돼! 우리 길드 파티원들은 죄다 레벨 60대인데…… 그럼 배틀넷에서 성지한 님을 그 정도로 평가하는 거네요?”
“나 참. 그래도 골드와 실버는 격이 다른데…….”
몇몇 골드 플레이어들은 마음에 들지 않은 듯, 표정을 찌푸렸다.
골드와 실버.
단계는 한 단계 차이일 뿐이지만, 그 차이로 인해 프로 플레이어냐, 아니냐가 결정되었다.
‘아무리 성지한이 강하다지만 어떻게 실버가 골드 게임에 참가하냐고…….’
‘발목이나 잡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성지한의 팬이 워낙 많아, 배틀튜브로 생중계되는 지금은 대놓고 말은 하지 못했지만.
적잖은 플레이어들은 불편한 심기를 품고 있었다.
“그럼 성지한 님은 어디에 배정되는 거죠?”
“랜덤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실버니까 후방에 있지 않겠어요?”
“아니죠. 그럼 불공평하잖아요. 똑같은 골드로 간주돼서 공정하게 배치되지 않을까요?”
플레이어들이 성지한이 어디에 배정되는지에 대해 자기들끼리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을 때.
“시끄럽다!!!!”
부우우웅-!
거대한 다리가 진동하며, 다리 너머에서 거대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천지를 뒤흔드는 듯한 포효에, 플레이어들이 귀를 부여잡고 표정을 찌푸렸다.
“아, 아직 시작도 안 했구만. 좀 떠들 수도 있지.”
“성깔 하곤 진짜.”
쿵. 쿵!
거대한 절벽 사이를 잇는, 커다란 구름다리의 중간.
그곳에서, 한 사람이 이쪽으로 걸어왔다.
아니, 그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거인이라고 칭하는 게 맞았다.
사람 여럿이 모인다 해도, 그의 크기에는 미치지 못했으니까.
피가 잔뜩 묻은 갑옷을 입은 채 다가오는 거인은 흉흉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수문장이 혼자 앞에서 싸우는 동안, 병사란 것들이 뒤에서 잡담이나 떨다니!”
제국 수문장, 거인 비장.
그는 순식간에 플레이어들에게 다가와, 얼굴을 스윽 내밀었다.
4미터에 달하는 몸 크기에 걸맞게, 얼굴도 큰 비장은.
-히이이익!
-언제 봐도 ㄹㅇ못생겼다
-꿈에서라도 나올 거 같누 ㅋㅋㅋㅋ
-아니 쌍판때기 좀 들이대지 마요;;;
인간형 NPC 중에서는, 최악의 비주얼을 지니고 있었다.
주름으로 잔뜩 일그러진 피부.
무분별하게 삐죽삐죽 튀어나온 수염에, 얼굴 곳곳에는 검버섯이 피어 있고.
코와 입, 턱은 이상하게 휘어져 있었다.
머리는 머리카락 몇 가닥만 미역처럼 민머리에 붙어 있어서, 아예 싹 밀어 버리지 왜 저걸 남겨 두고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
“허약한 놈들이군! 너희들은 나와 같이 싸울 자격이 없다!”
플레이어들을 스윽 둘러본 수문장은, 구름다리를 발로 쿵 찍어 눌렀다.
그러자 모든 플레이어들의 몸이 일제히 붕 떠오르며 근처 절벽가 쪽으로 날아갔다.
-역시 쫓아내네.
-KIA~~ㅇㅇ우리 수문장 형님은 골드리거 따윈 사람 취급도 안 하지~~
-다이아리거부터 다리에서 같이 싸울 수 있었나?
-플레도 150레벨이면 가능할걸?
디펜스 맵, ‘하나의 다리’.
이 게임은 맵 이름과는 달리, 다리 위에 올라설 수 있는 자는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플레이어만 가능했다.
‘어느 정도 수준’이라 함은, 거인 비장의 시험을 통과하는 레벨대에 도달한 플레이어를 말하는데, 골드 수준에서는 어림도 없었다.
때문에, 골드 플레이어들은 절벽가에서 방어 태세를 갖춘 병사들과 함께 날아오는 비행 몬스터들을 격추해야 했다.
‘제발 꿀자리! 제발 꿀자리……!’
‘아…… 성지한 들어와서 나쁜 데 배정되는 거 아냐?’
‘50퍼센트 안에만 들자!’
가장 좋은 자리에 배정받기를 기도하며 날아가는 플레이어들.
이들 중 수문장의 발 구르기에 저항하고 버티려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골드인 이상, 이건 당연한 수순이었으니까.
그런데.
“……네놈. 뭐 하나?”
단 한 명.
성지한만큼은, 날아가지 않은 채.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 *
-?? 뭐 함?
-아 지한 님ㅠㅠㅠ 거기서 버티시면 안 되는데;;
-다리에 있으면 꼴등 확정이에요 ㅠㅠㅠㅠ
수문장의 발구르기에 몸을 맡기지 않고 다리에서 버틴 성지한을 향해, 시청자들의 채팅이 쏟아졌다.
대부분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의아해하는 반응이었다.
-ㅋㅋㅋ이번엔 진짜로 끝났다
-드디어 상태창 보는 각인가?
-구독자 100만이 먼저일 줄 알았는데ㅋㅋㅋㅋㅋ 드디어 1등 놓치누!!!!!
-아무리 성지한이라도 이건 예습 못하짘ㅋㅋㅋ
-하긴 실버가 골드 맵에서 게임할 거라 상상했겠음?
시청자들은 성지한이 이 맵의 특성을 잘 몰랐기에, 발 구르기에 저항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이 맵에 대해 잘 아는 성지한이 다리에 남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에픽 퀘스트]-제국 수문장, 거인 비장의 인정을 받고 그의 죽음을 막아라.
-보상 : 업적 포인트 50,000 / 구름창 운뢰雲雷
어마어마한 보상이 걸린, 에픽 퀘스트가 떴기 때문이었다.
‘업적 포인트도 포인트지만, 구름창 운뢰가 보상이라니.’
구름창 운뢰.
이건 제국 수문장 비장의 전용 무기로, 홀로 몰려오는 적의 대군을 추풍낙엽처럼 쓸어버리는 데 쓰이는 거창이었다.
최소 SS등급은 될 것 같은 무기.
근데 이걸 준다고?
‘이클립스도 좋은 무기지만 천뢰신결과는 상성이 맞지 않지. 운뢰는 천뢰신결과 딱 맞을 테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얻어야 해.’
그러려면 일단, 이 다리에 자신도 있어야 한다.
성지한은 자신을 노려보는 비장을 향해 여유로운 얼굴로 말했다.
“수문장. 보조할 사람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하! 네놈 따위가?”
수문장 비장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곧,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어디 이거나 들어 보거라!”
휙!
순간 비장의 등 뒤에 매여 있던 거창이 날아오르더니, 성지한 쪽으로 떨어진다.
거인이 쓰던 창답게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거창은 흡사 웬만한 전봇대와 같았다.
이대로라면 창에 깔려 죽을 판이었다.
-벌써 죽나!!!!
-안 돼 지한니뮤ㅠㅠㅠ
-비장의 시험 레벨 150은 되야 통과하던데ㅋㅋㅋㅋ 개망ㅋㅋㅋ
-상태창 보러 가즈아아아~~~
아무리 엄청난 위용을 보여 왔던 성지한이라도, 저 무식한 시험은 통과 못한다는 게 시청자들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면 될까요?”
툭.
성지한은 거창을 가볍게 받아 냈다.
“……?”
비스듬히 받아 낸 것도 아니었다.
마치 물건을 주고받듯, 아예 한 손으로 들어 버린 것이다.
-얘 뭐냐?
-저 창, 힘 100은 되야 겨우 들 수 있는 거 아녔어?
-아니 대체 기프트가 뭐냐고!!!!진짜 상태창 좀 보자ㅜㅜ
성지한이 가볍게 펼쳐 낸 차력쇼에, 일반 시청자보다 배틀넷에 정통한 매니아들이 더 흥분했다.
비장의 창 운뢰 무게가 워낙 무거워서, 저 시험을 통과하는 건 워리어 중에서도 힘 수치에 몰빵한 이들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구독 안 하고 보는 사람 있으면 구독 좀 해라!!!
-이젠 100만뿐이야…
“호오.”
비장 역시 생각 외로 강한 성지한의 힘에 놀랐는지, 눈을 크게 떴지만.
“킁……! 힘은 있구나. 하나 운뢰가 그리 쉽게 널 인정할 것 같으냐?”
여전히 불퉁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비장이 플레이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습니다.] [구름창 운뢰가 주인의 뜻에 따라, 플레이어를 추가로 시험합니다.]지지지직……!
거대한 창에서 엄청난 전류가 피어올랐다.
구름창 운뢰에 내포된 강렬한 뇌기雷氣가 성지한을 집어삼키려 한 것이었다.
-엥? 왜 또 시험함?
-그러게?? 너무 쉽게 통과해서 그런가?
-쉽게 통과했으면 얼른 데려가야지, 왜 또 괴롭히냐;
비장의 변덕스러운 추가 시험이 치뤄졌지만.
‘또 이러네.’
저번 생에서도 그의 변덕을 숱하게 겪었던 성지한은, 천뢰신결을 운용하며 뇌기를 가볍게 흡수해 버렸다.
성지한을 태워 버리려 했던 뇌기가 완전히 무력화되자, 이내 운뢰에서 피어오르던 전류가 잦아들었다.
[플레이어 성지한이 시험에 통과했습니다.]시험에 통과했다는 메시지에도, 비장은 불만스러운 얼굴을 감추지 않았다.
“킁……! 한가락 재주는 있는 모양이구나. 계집애를 닮아, 유약하게 생긴 것이!”
-계집애?
-성지한이??
-잘생기긴 했지만 미소년 스타일은 아닌데…
-ㅇㅇ 선 굵은 호남형이지 유약한 건 좀… ㅋㅋㅋㅋ
-비장 잘생긴 플레이어한텐 맨날 저렇게 시비 털더라ㅋㅋㅋㅋ
-아. 한마디로 열폭하는 거네?
-ㅋㅋㅋㅋㅋㅋㅋ
제국 수문장 비장.
배틀넷에 나오는 인간형 NPC중에서, 외모로만 따지면 워스트 5위 안에 들 정도로 못생긴 그는.
잘생긴 플레이어만 나오면, 괜히 시비를 걸곤 했다.
‘그래서 나중엔 비장의 별명이 미남 판독기라고 불렸지.’
튜토리얼 기간에는 비장의 이러한 특성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월이 꽤 흐른 뒤에는 거꾸로 비장에게 시비를 당하지 않는 플레이어들이 통한의 눈물을 흘렸더랬다.
“킁! 네놈! 창 들고 따라와라!”
바닥에 침을 퉤 뱉고는, 등을 돌려 걸어가는 비장.
성지한은 불만스러운 기색을 가득 보이는 그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저번 생에서야 비장이 날 싫어해도 상관없었는데…… 이번엔 그의 인정을 받아야 하니 문제가 되는군.’
예전에야 비장이 저렇게 시비를 걸면 기분이 나쁘기보다는, 오히려 어깨가 으쓱해지곤 했지만.
이번엔 사정이 달랐다.
에픽 퀘스트를 깨기 위해선 그의 인정을 받아야 했으니까.
‘일단은…… 게임을 진행해 볼까.’
성지한은 어느 새 자신의 손에 쏙 맞게 작아져 있는 구름창 운뢰를 챙기곤 비장의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