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78)
* * *
구름다리의 중간 위치.
수십 명이 나란히 서서 걸어도 될 정도로 폭이 넓은 다리의 중간 너머에는, 이리저리 짓이겨진 수많은 괴물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그 수는 어림잡아도 천이 넘을 정도.
이는 비장이 혼자서 만들어 낸 결과였다.
-크으… 비장이 세긴 세
-외모를 포기하고 힘을 얻었누ㅋㅋ
-힘이라도 얻은 게 어디임? 외모만 포기한 사람 천진대ㅋㅋㅋ
-갑자기 뼈 때리네; 왜 시비임?
-님한테 한 말은 아닌데…… 찔리셨으면 ㅈㅅ.. ㅎㅎ;ㅋㅋ!
시청자들에게 강함을 공인받은 비장은 여전히 성지한만 보면 표정을 찌푸리고 있었다.
비장은 마뜩잖다는 듯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어이! 기생오라비! 창 던져라!”
……이 세계에도 기생이란 게 있나?
성지한은 신경을 긁어 대는 발언에도 어깨만 으쓱인 채 비장에게 운뢰를 던져 줬다.
스으으으-!
창을 던지려 할 때, 운뢰가 제 크기로 돌아오는 탓에 무게감이 상당하기는 했지만.
이미 상당한 무력을 갖추고 있는 성지한에게는 그다지 제약이 되진 않았다.
“킁!”
거인 비장은 크기에 맞게 커진 운뢰를 받고는, 순식간의 진지한 표정이 된 채 창을 구름다리 위에 꽂았다.
“운뢰칠식雲雷七式, 천망뇌진天網雷陣.”
쿠르르르-!
먹먹하던 하늘에서, 별안간 번개가 구름창을 향해 내려쳤다.
그러자 다리 위에 꽂힌 운뢰가 창으로서의 형태를 잃고 거대한 전기 덩어리로 뒤바뀌더니, 구름다리 안으로 흡수되었다.
그러는 동안, 비장은 픽 비웃음과 함께 성지한에게 경고를 날렸다.
“알아서 살아남아라.”
지지지직……!
이내, 거대한 구름다리의 중간 부분에서부터 전류가 휘감기며, 다리 전역이 시퍼렇게 빛나는 전기로 번뜩였다.
번쩍- 번쩍-!
그와 함께 비장의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빛무리들.
어느새 다리에는 곧 일곱 개의 뇌창이 만들어져 있었다.
일 대 다의 전투에 있어서, 비장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뛰어난 무공.
일정 영역을 뇌기로 지배하는 천망뇌진의 효과였다.
한편 성지한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비장의 무력 시위를 감상하고 있었다.
‘힘 조절을 못하네.’
아니, 안 하는 건가?
천망뇌진의 뇌기는, 성지한이 서 있는 쪽으로도 급격하게 뻗어 왔다.
아군임에도 불구하고 봐주지 않겠다는 듯 시퍼렇게 피어오르는 푸른 전기.
성지한이 틈만 보이면…… 아니, 틈을 보이지 않아도 바로 잡아먹을 기세였다.
‘……어째 예전보다 더 날 싫어하는 거 같다?’
원래대로라면 플레이어가 있는 곳까지 천망뇌진을 펼치진 않았을 텐데.
이번엔 좀 심했다.
아무리 자신을 마음에 안 들어 한다고 해도, 이건 도를 넘어선 적대 행위였다.
그리 생각하면서도, 성지한은 지금 상황에 딱 적절한 무공을 펼쳤다.
무명신공無名神功
천뢰신결天雷神訣
뇌신雷身
지지지직-!
성지한의 온몸에서 스파크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뇌기와 자신을 동화하는 뇌신雷身.
천뢰신결의 극한에 다다르기 위해 필수적으로 익혀야 할 무공이었다.
이내 천망뇌진의 전류가 성지한의 몸을 덮쳤다.
[천망뇌진을 받아들입니다.] [뇌기가 강화됩니다.]비장의 악의 섞인 천망뇌진의 전류는, 오히려 성지한의 힘을 더 강화시켜 주는 결과로 돌아왔다.
그때, 아리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 이 뇌기는 나와 상극이다. 이 상태에서는 이클립스를 소환하는 건 무리다.]“다음엔 입구에서 널 소환해 둬야겠군. 알겠다.”
비록 뇌기와 대립하는 그림자의 힘을 다룰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걸 감안해도 천망뇌진에서 들어오는 뇌기는 막대했다.
평소보다 최소 두 배는 강해진 셈.
천뢰신결을 사용하기에 최적화된 환경이었다.
-성지한 갑자기 왜 피x츄됐냐? 백만볼트 시전하누
-하도 번쩍거리니 눈 아프네ㅋㅋ
-님들아 이 사람 기프트가 뭐예여?
-궁금하면 좋댓구알 좀 하시라고요 제발 ㅠㅠ
-제발 한국인이면 일가친척 다 동원해서 구독 누르십쇼!!
전기 인간이 된 성지한을 보고, 시청자들이 기프트를 궁금해하고 있을 때.
비장은 한층 누그러진 얼굴로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흐음…… 뇌기를 그 정도로 다루는 걸 보니, 풍제국의 첩자는 아니로구나.”
[비장이 플레이어를 조금 신뢰합니다.]왜 이렇게 싫어하나 했더니, 생긴 것 때문만이 아니라 첩자라고 생각한 거였나?
‘저번 생에서는 단 한 번도 첩자라고 의심받진 않았는데…….’
성지한으로선 뭣 때문에 저런 의심을 품은 건지 의아할 수밖에 없었지만.
[1차 침공이 시작됩니다.]사아아아…….
다리 너머가 순식간에 어둠으로 뒤덮이자, 의문은 일단 접어 뒀다.
일단은 당면한 적부터 막아야 했다.
‘마침 이 성물도 거의 다 써 버렸군.’
스탯을 올리기 위해 구매한 A급 외계의 성물.
성물은 예전에 C급 참마도에서 신성력을 흡수했을 때에 비해 높은 등급의 물건이었지만, 능력의 흡수 효율은 그때보다 나빠졌다.
성지한이 지닌 스탯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외계의 신앙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집니다.] [외계의 성물에 담긴 힘을 모두 흡수합니다.] [신성력이 소폭 오릅니다.] [아이템 등급이 F로 변경됩니다.]A급 성물은 결국 신성력을 1만 올려 준 채, F급으로 등급이 하락했다.
A급 성물의 가격은 평균 25억선.
신성력 3을 올려야 포스가 1이 오르는 걸 생각하면, 능력치 업을 위해선 최소 75억을 사용해야 했다.
75억.
일반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어마어마한 금액이었지만.
‘너무 싸잖아.’
성지한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될 정도로 싼 거래였다.
버는 족족 다 성물 사는 데 투자하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저번처럼 신성력을 일정 수치 흡수하고 나면 높은 등급의 성물을 사라고 할 테니…….’
이런 꿀을 배틀넷 시스템이 계속 빨게 놔두지는 않을 터.
저번처럼 제한이 또 나오겠지.
그래서 성지한은 성물을 구매할 때 3개씩을 챙겼다.
이번에 구매한 세 개의 성물 중, 2개는 하루 종일 끌어안고 있는 것만으로 ‘이해’가 가능했기에 신성력을 흡수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한 개는 그런 방법으로는 흡수가 되지 않았다.
“인벤토리.”
성지한이 다시금 A급 외계의 성물을 꺼냈다.
[외계의 성물 – 신조神鳥의 발가락뼈 (A급)]-신조를 신으로 모시는 행성에서는, 신조의 뼛조각을 귀한 성물로 취급합니다.
-발가락뼈는 이 중 가치가 가장 낮습니다.
아이템 설명은 단순하기 그지없는 뼛조각이었지만.
성지한의 손에 들린 건 거의 웬만한 성인의 몸만 한 크기의 푸른 뼈였다.
발가락의 크기가 이 정도일 테니, 신조의 본체는 얼마나 클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이 뼈를 어떻게 써먹어야 하나…….’
성지한은 일단 이걸 무기로 쓰기로 마음먹었다.
발가락뼈는 꽤나 커다랬지만, 형태가 길쭉해 봉처럼 쓸 수는 있을 것 같았다.
‘한두 번 시도해 보다가 안 되면 다른 걸 사야겠어.’
한편.
“그건 무슨 장난감 같은…… 음?”
비장은 성지한이 쥐고 있는 푸른 뼈를 보곤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는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 듯했으나.
“뭐, 상관없겠지.”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는 듯 팔짱을 꼈다.
한편, 구름다리의 전방에선 검은 갑주를 입은 부대가 오와 열을 맞추며 전진해 오고 있었다.
쿵- 쿵-
한 발자국을 걸을 때마다 땅이 울려 왔다.
한 치의 오차도 찾아볼 수 없는 정예군이었다.
그리고 투구 속으로 보여지는 그들의 얼굴은, 피륙 없이 뼈만 남은 두개골만이 남아 있었다.
하나의 다리, 1차 웨이브의 몬스터인 데스 나이트 부대였다.
꺄아아악-!
그와 함께.
다리 옆쪽의 절벽가에서는 반투명한 회색빛 유령이 날아오고 있었다.
1차 침공 부대, 언데드 군단.
다리 쪽은 데스 나이트가 쳐들어오고.
다리 옆에 공중의 적을 요격하기 위한 기지에는, 유령 부대가 절벽을 날아 침공한다.
“내 뒤를 보조해라. 병사.”
비장은 다리 옆을 날아가는 유령들을 힐끗 바라보더니, 데스 나이트 부대를 향해 몸을 날리려 했다.
하지만.
“기다리십시오.”
성지한이 앞으로 나서서, 비장을 멈춰 세웠다.
* * *
“네놈. 뭐 하는 짓이지?”
“수문장께서는 공중의 적을 요격해 주십시오. 전방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이 자식이…… 미쳤느냐?”
성지한의 말에 비장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비장이 플레이어를 경계합니다.]기껏 시험을 여러 번 통과해서 벌어 둔 점수를, 단번에 까먹은 셈.
하지만 성지한에게는 이래야 할 이유가 있었다.
‘골드 수준에서는 1차 웨이브도 못 이겨 낸다.’
전력 자체는 데스 나이트 부대가 유령 부대보다 강력했지만.
절벽가를 지키는 병사의 수준이 워낙 낮아, 이들은 유령 부대의 침투를 막지 못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플레이어들의 힘이 필수적이었지만, 골드급의 플레이어들은 일반병과 수준이 엇비슷했기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절벽이 뚫리면 비장이 다리를 부수고 자폭하게 된다.’
1차 웨이브도 못 막고 끝나 버려서야, 어떻게 에픽 퀘스트를 깨겠는가.
차라리 비장이 공중의 적을 요격하는 사이, 지상의 적은 자신이 막는 게 효율적이었다.
다만 문제는 저 전방의 데스 나이트 부대를 성지한이 혼자서 막을 수 있냐는 것.
‘그거야 쉽지.’
성지한은 자신이 있었다.
“당장 비키지 못하겠느냐! 병사 주제에 데스 나이트를 어찌 막겠다고!”
비장이 고함을 내지르자.
성지한은 대꾸하는 대신, 행동으로 답했다.
무명신공無名神功
천뢰신결天雷神訣
벽력섬뢰霹靂閃雷
푸른 봉, 신수의 발가락 뼈에 천뢰의 권능이 깃들었다.
흐읍-
숨을 들이킨 성지한이 하늘을 향해 푸른 봉을 쏘아 보냈다.
꽈르르릉-!
푸른 봉에 담긴 벽력섬뢰의 기운이, 천망뇌진 덕에 강력해진 뇌기와 합쳐지고.
이내 거대한 벼락이 되어 데스 나이트 부대의 정중앙에 떨어져 내렸다.
콰콰콰콰쾅!
데스 나이트 부대의 중심부가 벽력섬뢰의 파괴적인 힘에 그대로 갈려 나가기 시작했다.
파마破魔에 있어서는 으뜸인 천뢰의 힘이 제대로 발휘된 것이었다.
벽력섬뢰는 데스 나이트 군단의 절반을 뼛가루조차 남기지 않고 완전히 소멸시켰다.
피시이이이이-
데스 나이트 부대의 중심에 꽂힌, 푸른 봉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뇌신화한 성지한은 푸른 봉을 향해 발걸음을 떼었다.
‘천뢰신보.’
번쩍!
순간이동을 한 듯, 어느새 성지한의 신형은 푸른 봉이 있던 데스 나이트 부대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데스 나이트 부대의 절반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지한은 전혀 긴장하지 않은 얼굴로, 푸른 봉을 뽑아 들었다.
“수문장. 이 정도면 증명이 되었습니까?”
“으. 으음! 네놈은 대체……!”
“공중전은 제가 잘 못해서. 그러니…….”
스르르륵-
성지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검을 빼 들고 사방에서 돌진해 오는 데스 나이트.
강력한 언데드 몬스터임을 증명하듯 내리쳐 오는 검격은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을 만큼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성지한의 포스는 근접전에서 최고의 효율을 발휘했다.
절대영역에 닿지도 않았음에도, 한없이 느릿해지는 데스 나이트의 검격은 별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런 데스 나이트들의 머리를 향해, 뇌전을 휘감은 푸른 봉이 자비 없이 휘둘러졌다.
빠아악!
단 한 방.
데스 나이트의 전신이 강력한 파마의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한 줌의 뼛가루로 분해되었고.
철그렁-!
주인을 잃은 갑옷은 힘을 잃고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하나 두려움을 모르는 데스 나이트들은 동료의 유해를 거침없이 짓밟으며 끝도 없이 돌진해 왔다.
멀리서 보면 성지한의 모습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그의 주변엔 데스 나이트들밖에 없었지만.
지지지직-!
한차례 뇌전이 휘몰아치자, 포위는 무색해졌다.
천뢰의 힘은 언데드와 완전한 상극이었으니.
뼛가루가 사막의 모래처럼 휘날리고, 흑색 갑주는 수북히 쌓여 갔다.
“제가 지상을 맡죠. 어떻습니까?”
갑주를 밟고 올라선 성지한이 그리 묻자.
비장은 큰 눈을 껌뻑이더니,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성지한에게 지었던 표정이라곤, 못마땅한 얼굴이 전부였지만.
지금의 그는, 입꼬리를 한껏 끌어 올리고 있었다.
“킁! 조금은 쓸 만하구나!”
스윽!
비장이 손을 하늘로 뻗자, 수십 가닥의 벼락이 거침없이 내려쳤다.
그리고 벼락이 내리친 곳은 절벽을 건너는 유령 부대 쪽이었다.
끼에에에엑!!!
순식간에, 유령 군단이 반절 넘게 사라진다.
제국 수문장에 걸맞은 권능을 보인 비장은.
“킁.”
코웃음을 친 채, 다시 팔짱을 끼었다.
그의 시선은, 다시 성지한에게 향해 있었다.
“좋다. 어디, 그럼 네 맘대로 놀아 보아라.”
[비장이 플레이어를 조금 더 신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