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79)
* * *
-저거 데스 나이트 아니고 그냥 스켈레톤이지?
-ㅇㅇ데스 나이트일 리가 없지ㅋㅋㅋㅋ 워리어 기준 레벨 80은 되어야 겨우 맞다이가 가능한 몹인데… ㅅㅂ스켈레톤은 개뿔 성지한 미쳤누!!!!
성지한이 강하다는 건 그의 채널을 시청하는 시청자라면 어김없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첫 스트리밍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보여 줬던 퍼포먼스들은 늘 기존의 상식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줬으니까.
하나 시청자들이 계속해서 놀라워해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 ‘상식을 비웃는 퍼포먼스’의 규모부터가 예측 불가였다는 것이다.
마치, 지금처럼.
디펜스 게임, ‘하나의 다리’는 골드부터 다이아까지 사용되는 맵이었는데.
여기서 실버리거인 성지한이 참전하게 된 것도 모자라, 다른 플레이어들을 한참 따돌릴 정도로 대활약하고 있는 저 모습.
특히 수많은 데스 나이트 군단을 상대로 홀로 맞서서 무쌍을 찍고 있는 저 모습이.
지금 성지한이 보여 주는 퍼포먼스는, 플레티넘리거도 하기 힘든 대활약이었다.
이에 TOP 100 승급전 경기 이후 생겨난 성지한의 팬덤이 설레발을 치기 시작했다.
-지한니뮤ㅠㅠ그냥 지금 국가대표로 뽑으면 안 되나요?
-맞아요. 현 국대보다 훨씬 잘할 거 같은데?
-실버를? 리그 꼴찌할 일 있음?
-네~ 이미 꼴찌인데요~ㅋㅋ쿠ㅠㅠ
-와;; 검왕가가 가니까 더한 팬덤이 나타났네;; 제발 주제를 알아라;;
아직 국가대표까지는 너무 나갔는지, 팬덤의 발언은 소수 의견으로 시청자들에게 두드려 맞고는 있었지만.
이와는 별개로, 성지한이 보여 주는 무력은 ‘독보적’이라는 것엔 이견이 없었다.
그렇게 시청자들이 왈가왈부하는 사이.
데스 나이트 군단을 전멸시킨 성지한은 다음 웨이브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이번에는 해골마를 탄, 데스 나이트 기병대가 성지한에게 일제히 돌진해 왔다.
앞선 데스 나이트들과는 달리, 가슴에는 검은 새가 새겨진 백색 갑주를 입고 있는 죽음의 기사들이 거대한 창을 들고 일제 돌격을 시작했다.
수백 기의 기병대가 펼쳐 내는 랜스 차징.
-랜스 차징!!! 피해욧!!! 구석으로!!!!!
-돔황챠아아!!!!!ㅜㅜㅜㅜ
그 어마어마한 위용에, 시청자들은 이번에야말로 위험한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지지지직-!
성지한은 오히려 푸른 봉에 뇌전이 휘감은 채, 기병대를 향해 뛰어들었다.
‘이번 기회에, 포스를 극한으로 단련한다.’
그러자, 약속이라도 한 듯 사방에서 날카로운 창끝이 성지한을 향해 들이닥쳤다.
일정한 간격으로 동시에 짓쳐 들어오는 창격은 마치 뚜껑 없는 아이언 메이든을 연상케 했다.
완벽한 포위망. 옴짝달싹할 수도 없는 위기.
하나 성지한은 오히려 이 상황을 반겼다.
‘포스의 힘으로 틈을 만든다.’
어떤 공격은 적이 의도한 것보다 빨리.
어떤 공격은 적이 의도한 것보다 느리게.
슈슉- 슉!
일제히 찔러 오던 공격에, 시간차가 생기고.
창끝이 서로 엉키며, 빈틈이 없던 간격에 공간이 생겨났다.
‘이렇게 하면 되는군.’
성지한은 엉켜 있는 창끝을 계단처럼 가볍게 밟아 나가며, 적과의 공간을 좁혔다.
그렇게 거리가 좁혀져 창을 쓸 수가 없어지자, 데스 나이트들이 검을 꺼내려 했으나.
성지한의 푸른 봉이 더 빨랐다.
펑!
한 데스 나이트의 머리가 날아가는 것을 시작으로.
성지한은 신출귀몰하게 기병대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데스 나이트들이 어떻게든 저항해 보려고 했지만, 모두가 허사.
데스 나이트들의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성물 ‘신조의 발가락 뼈’가 타락한 신조神鳥의 종을 감지합니다.] [본래 용도에 맞게, 뼈가 불타오릅니다.]어느 순간부터 성지한이 들고 있는 푸른 봉에서 새하얀 불꽃이 일더니, 데스 나이트를 너무나도 손쉽게 불살라 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저 흑조 문양 갑옷…… 연관이 있었나.’
이러면 연습이 되질 않는데.
성지한은 갑자기 급발진하는 발가락뼈를 보며 잠깐 불만을 품었지만.
[외계의 신앙에 대해 완전히 이해합니다.] [신성력이 1 오릅니다. 포스에 통합됩니다.] [‘외계의 성물 – 신조의 발가락뼈’의 등급이 B급으로 하락합니다.] [‘외계의 성물 – 신조의 발가락뼈’가 지닌 소명을 다합니다.] [신성력이 3 오릅니다. 포스에 통합됩니다.] [‘외계의 성물 – 신조의 발가락 뼈’의 등급이 E급으로 하락합니다.] [성물이 신조의 힘을 이겨 내지 못하고 소멸합니다.]“신성력…… 4?”
다른 A급 성물은 한 개당 겨우 1씩 올려 줬는데.
확실한 쓰임새를 알게 돼서 그런지, 발가락뼈는 신성력을 4나 올려 주곤 소임을 다했다.
이렇게 되니, 당연히 올리고자 했던 포스 스탯도 올랐고.
[포스가 2 오릅니다.] [무력과 능력치가 공유 상태입니다. 무력이 2 오릅니다.]포스와 삼단전으로 연계된 무력까지 같이 상승했다.
‘아, 연습 따윈 필요 없지.’
조금 전 품었던 불만은 온데간데없었다.
성지한은 애틋한 눈으로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발가락뼈를 바라보았다.
‘잘 가라…… 고마운 발가락뼈…….’
[이제부터는 SS등급 이상의 성물에서만 신성력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계속 꿀을 빨지 못하게 제약을 가하는 시스템이 초를 치기는 했지만, 성지한은 일단 지금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인벤토리.”
사라져 버린 발가락뼈를 대신해 봉황시를 꺼낸 성지한은 적을 다시 제압해 나갔다.
* * *
쾅!
성지한은 마지막으로 남은 데스 나이트의 머리를 부쉈다.
[일반 퀘스트, ‘1차 다리 수성’ 업적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업적 포인트 1,000을 획득합니다.] [히든 퀘스트, ‘일인군단’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업적 포인트 10,000을 획득합니다.]‘맵이 바뀌니 좋군.’
협곡 맵에서는 더 이상 업적을 얻을 곳이 없었는데.
맵이 바뀌니 이렇게 데스 나이트 따위를 상대했다고 업적 포인트를 이렇게나 퍼주다니.
만족스러운 보상에 성지한의 입꼬리가 기분 좋게 올라갔다.
“잘 놀았느냐?”
저벅. 저벅.
한편 조금 전만 해도 성지한을 기생오라비라고 폄하하던 비장은 한결 풀린 표정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운뢰가 자꾸 나를 꼬드기는구나. 너를 차기 제국 수문장으로 추천하라고. 널 주인으로 섬기고 싶나 보다.”
비장이 그리 말하자.
지지지직!
그 말에 호응이라도 하듯, 천망뇌진을 이루고 있는 일곱 개의 뇌창에서 일제히 전기가 번뜩였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비장은 다리 너머를 가리켰다.
비록 데스 나이트 부대가 전멸했다지만.
거대한 다리의 건너편에는, 날개를 활짝 편 검은 새를 형상화한 깃발이 여럿 펄럭였으며.
흑색 갑주를 입은 기마병들이 빼곡하게 진열을 갖추고 있었다.
“풍제국의 최정예, 봉황대가 왔으니…… 이제 제국 수문장의 자리는 끝이 나겠지.”
언데드 군단은 그저 전위 부대의 한 부류일 뿐.
적의 진짜 본대는, 언데드 군단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정예 중의 정예였다.
흑색 창기병, 봉황대.
하나의 다리 맵에서, 가장 어려운 2차 웨이브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쿵. 쿵.
적 창기병들 사이에서, 말을 탄 병사보다도 훨씬 큰 거인이 걸어왔다.
몸 크기뿐만이 아니라, 얼굴 생긴 것도 비틀려 있어 비장과 형제처럼 보이는 거인.
아니나 다를까. 그는 비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비장 형.”
“호조 아우…….”
봉황대 대주 호조.
그는 성지한을 힐끗 바라보았다.
“……좋은 제자를 두었구려.”
“이놈은 내 제자가 아니다. 이렇게 생긴 놈을 내가 제자로 둘 리가 없지 않느냐?”
“그건 그렇구려. 얼굴이 참 유약해 보이니 말이오. 나름 재주가 있어 보이긴 하나, 저런 얼굴은 진정한 전사가 될 수 없지.”
“그래. 그게 안타까워.”
진심으로 이야기하는 두 거인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어이를 상실해 버렸다.
-얼굴 폭파된 애들이 얼평짓 하네 ㅋㅋㅋㅋㅋ
-그치 진정한 전사의 얼굴이 아니지ㅇㅇ 성지한도 같이 뭉개지자
-ㅡㅡ 미친 거 아님?
-저렇게 얼굴 변하면 나 안 봐;;
그렇게 환담을 나누는 것도 잠시.
스르르릉-
호조는 등 뒤에서, 거대한 칼을 뽑아들었다.
“비장 형. 같은 거인 일족으로서 마지막으로 충고하겠소. 풍 제국으로 귀화하실 생각은 없으시오?”
“그럴 수는 없다. 운 제국의 황상께서는 나의 의형. 형제의 의를 배반할 수는 없다.”
“세상에 어느 형이 동생을 이렇게 홀로 내버려 둔단 말이오? 비장 형, 당신은 이용당한 거요.”
“킁……! 그렇지 않다…… 의형께서는 다리를 지키러 오실 것이야.”
그렇게 말하는 비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구원군이 올 거라고 진심으로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하하하! 비장 형! 운 제국의 황상이 저런 오합지졸만으로 다리를 지키라고 한 이유를 정녕 모르시겠소?”
스으윽.
호조가 대도의 칼끝으로, 다리 너머를 가리켰다.
이 게임에 소환된 50명의 플레이어와, 그들을 보조하는 병사 무리.
그는 저들을 오합지졸이라고 단정했다.
“이것 보시오!”
슈우우우……!
칼끝에 바람이 모이더니.
거인이 도를 한 번 휘두르자, 광풍이 휘몰아쳤다.
그 바람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었다.
닿으면 베어질, 강렬한 도풍刀風이었다.
‘이 정도야.’
성지한은 포스의 힘으로 바람을 억제하여, 쉽게 흘려 넘겼지만.
“컥!”
“으아악……!”
다리 뒤편에서는, 각양각색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저 먼거리에서, 다리 너머의 적을 도풍으로 도륙하다니.
‘강하긴 하네.’
그렇게 호조의 도를 감상하던 성지한은 별안간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고 보니, 뒤에서 비명 소리가 좀 너무 많이 난 것 같기도 한데?
‘설마…… 게임 끝은 아니겠지?’
생존자가 절반이 남게 되면 종료되는 디펜스 게임.
갑자기 그 기본 룰이 떠오른 것이다.
에이, 아니겠지?
저 가볍게 휘두른 도풍 하나 못 막아서 설마 게임이 끝나겠어?
그래도 골드리거인데?
성지한은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했지만.
[생존자가 15명 남았습니다.] [게임이 종료됩니다.]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 * *
“하하하. 정말 형편없지 않소? 반도 남지 않았소이다!”
호조는 칼끝으로 다리 너머를 가리키며 헛웃음을 지었다.
“당신 의형은 당신을 도울 생각이 없소이다. 오히려, 그대가 여기서 죽기를 원하겠지!”
“호조! 형님을 모욕하지 마라!”
“저 오합지졸들을 이끌고, 이 다리를 지키는 게 말이나 되오? 그 명령이 무슨 의미인지, 당신이라면 잘 알터……!”
“이노옴!”
천망뇌진이 거둬지고, 비장의 손에 운뢰가 다시 들어오자, 성지한은 그 모습을 보곤 표정을 굳혔다.
이거…….
하나의 다리 맵이 끝날 때 나오는 이벤트다.
“비장 형! 차라리 풍 제국으로 오시오! 황제께서는 그대를 중히 쓰실 것이오. 나를 보시오. 거인 일족인 나를, 봉황대의 대주까지 시켜 주셨소이다!”
“그럴 순 없다. 형제의 의를 배신할 수는 없어.”
“배신은…… 그가 먼저 한 거요!”
호조의 말에 비장은 입술을 굳게 깨문 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꾸욱.
그는 성지한의 어깨를 잡았다.
“자네는…… 살게.”
휙!
처음 다리에서 튕겨날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이벤트 페이즈라서 그런지 저항하지 못했다.
그렇게 성지한이 다리 뒤편으로 훨훨 날아가 버리자, 호조의 칼끝이 날아가는 성지한을 향했다.
“될성부른 싹은 잘라 내야……!”
“어림없다!”
성지한을 베려던 호조의 도가 비장의 창에 가로막히는 것을 시작으로, 둘은 거세게 격돌했다.
그러다가 잠시 뒤.
비장이 구름창 운뢰를 다리에 강하게 꽂았다.
“……그래. 나 혼자서는 막을 수 없겠지.”
“그럼……!”
“막을 수 없다면, 부수겠다.”
쿠르르르!
그 말을 끝으로.
거대한 다리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허. 다리를 부수다니……!”
비장과 맞부딪쳤던 호조는 혀를 차며 뒤로 물러서고.
비장이 무너지는 다리와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지며 ‘하나의 다리’가 끝났다.
웨이브 2가 시작되기 전까지, 플레이어의 생존률이 50퍼센트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나타나는 ‘자폭’ 이벤트였다.
성지한은 허공에서 이를 바라보며, 이번에 받은 에픽 퀘스트를 떠올렸다.
[에픽 퀘스트]-제국 수문장 거인 비장의 인정을 받고, 그의 죽음을 막아라.
‘이거.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