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97)
* * *
내시드 백작의 계곡.
먼저 와서 다른 파티원들을 기다리고 있던 배런은, 탑에서 소피아 일행 측이 먼저 오자 이죽거렸다.
“소피아. 힘 좀 썼나 보군. 탑 타워를 먼저 밀다니. 내가 아무리 미드에서 편하게 놀았다 해도 말이지.”
“마시드 님이 다 하셨는걸요. 뭐.”
“허. 브론즈가?”
“직접 보면 놀라실 거예요.”
“그래 봤자 축구의 신이지…… 흥.”
자기보다 먼저 타워 밀은 게 심기가 거슬렸던 걸까.
배런은 반쯤 시비를 걸었지만.
“100GP 감사하다. 임강인 님.”
마시드는 이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후원 감사 인사를 드리기에 바빴다.
성지한이 내시드 백작을 사냥한다고 하자, 관심이 집중된 이번 게임.
미국의 슈퍼스타인 배런과 소피아도 파티에 포함되자, 한국뿐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시청자가 모여들고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그런지, 낙수 효과로 인해 평소 텅 비어 있던 마시드 채널도 나름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배틀넷 등장 이전, 축구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 그에게 후원을 마구 쏴주고 있었다.
-축구 옛날에 좋아했는데.
-배틀넷 나오고 나서는 별 관심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월드컵 볼 땐 재밌었지.
-2002년에 월드컵 4강 간 거 기억 나냐?
-아재요 언제 적 이야기를 하는 거임 ㅋㅋㅋㅋ
[김청용 님이 100GP를 후원했습니다.]-축구 보니 추억 돋네요~ 02년 월드컵 보고 저도 축구 선수 하려고 했는데…… 마시드 님, 작지만 후원 보내드립니다!
“김청용 님, 후원 감사하다. 2002년 월드컵, 우리나라는 떨어져서 더 기억난다.”
물 들어올 때 한국말로 열심히 소통하는 마시드를 보며.
배런은 턱 끝으로 그를 가리켰다.
“저거 뭐 하는 거야?”
“아마 후원 감사 인사를 하는 것 같아요. 아까부터 계속 저래요.”
“하. 대체 얼마 받는다고?”
“100GP에도 저래요.”
“100…… 거참, 어이가 없군.”
배런은 피식 웃으며, 더 이상 마시드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100GP 후원에 저리 목매다니.
상대해 줄 급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좀 늦었군. 미안하다.”
“죄송해요~ 헤헤.”
그때, 봇 라인을 민 윤세아와 함께 성지한이 걸어왔다.
“너무 늦었군. 뭐 하다 온 거지?”
“적 기지 민 김에 조카 레벨 업도 좀 했거든.”
“레벨이 몇이나 됐어요?”
소피아가 흥미로운 얼굴로 물어보자, 윤세아가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렸다.
“15 됐어요.”
“……15!? 아깐 6 아니었나?”
배런은 경악했다.
아무리 여기가 실버 맵이라지만, 레벨이 어떻게 9나 오르지?
성지한이 얼마나 미니언을 몰아 줬는지, 가늠조차 되질 않았다.
“다들 힘들게 레벨 올리는데, 삼촌 잘 둬서 덕 보는군. 버스 타니 좋나?”
자기도 상태창 2개 효과로 경험치 두 배씩 받으며 편하게 성장한 주제에, 배런은 윤세아를 향해 그리 비아냥거렸지만.
“네. 너무 좋아요. 버스 최고!”
정작 윤세아는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하아.”
“괜한 시비 걸지 말고, 준비나 해라.”
상대가 그리 인정하고 나오자 오히려 말문을 잃은 배런에게 한마디 해 준 성지한은.
내시드 백작이 숨어 있는 계곡 아래, 보랏빛 물웅덩이 쪽으로 걸어갔다.
“내시드 백작은 어떻게 소환할 생각이지?”
“이렇게.”
성지한은 인벤토리에서 ‘대천사의 검’ 파편과 ‘사신의 낫’ 파편을 꺼내, 물웅덩이에 던졌다.
풍덩!
새하얀빛을 뿜어내던 대천사의 검과 검붉은 불길에 휩싸여 있던 사신의 낫 파편은, 보랏빛 웅덩이에 빠지자마자 금세 빛을 잃었다.
그리고 곧.
카아아아아-!
웅덩이 속에서 강렬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며.
콰직!
거대한 입이 튀어나와 두 파편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빛과 어둠이 쇠퇴했으니…….]스멀스멀-
호수의 중심에서, 한 생명체가 튀어나온다.
반투명한 보랏빛 비늘에 4개의 거대한 뿔, 7개의 붉은 눈을 지닌 거대한 뱀.
[승천의 시간이 도래했구나!]바로 종말의 협곡의 보스 몬스터, 내시드 백작이었다.
“어. 진짜 나왔다……!”
웅덩이에서, 계곡 위까지 몸이 닿을 정도로 커다란 존재감을 드러낸 내시드 백작.
그가 나타나자, 하늘은 보랏빛으로 물들고.
호수를 둘러싼 절벽의 표면에, 기괴망측한 형태의 문자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저거군.’
성지한은 그 글자를 보며, 두 눈을 빛냈다.
절벽에 새겨지는 백작의 문양.
저게 바로, 내시드 백작 레이드에서 팀이 필요한 이유였다.
‘문양이 활성화되어 있는 동안은, 내시드 백작의 방어력과 재생력이 크게 강화되니까.’
팀원 중 일부는 문양을 공격해서 내시드 백작에게 내려지는 강화 효과를 틀어막고.
남은 팀원은 내시드 백작과 싸운다.
이게 내시드 백작 공략의 기본이었다.
그래서 2명이 문양을 틀어막는 데 전념하고, 3명이 내시드 백작과 전투를 벌이는 ‘2:3 공략법’이 정형화된 방식이었다.
“자. 그럼 사전에 미리 약속된 공략으로 가겠습니다.”
성지한이 검과 창을 든 채, 그리 이야기하자.
“정말 아까 말하신 공략으로 가시게요……?”
소피아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성지한이 게임에 들어서기 전 말했던 공략법은 2:3공략법이 아니라.
“혼자서 어떻게 저걸 감당하시려고요?”
4명은 절벽의 문양을 공격하고, 자기 혼자 내시드 백작과 싸우는 극단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다이아도 이겼던 성지한이기에, 이런 공략법이 가능할까 싶었지만.
‘너무 강해 보이는데…….’
실제로 보게 된 내시드 백작은, 사이즈가 남달랐다.
저런 괴물을 어떻게 혼자서 감당한다고?
“왜? 자신 있다잖아. 어디 해 보라 그래!”
배런은 팔짱을 낀 채 입꼬리를 올렸다.
그도 내시드 백작을 공략하기 위해 이 파티에 참전하기는 했지만.
‘저 자식이 도와 달라고 빌 때까진, 협력 안 한다.’
혼자 감정의 골이 생긴 배런은, 내심 그가 실패해서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길 바랐다.
그러려면, 한 번은 실패의 쓴맛을 맛봐야겠지…….
그리고 파티원들은, 이런 그의 심보를 바로 알아챘다.
‘으이그…… 쪼잔하다…… 쪼잔해.’
소피아는 굳이 그리 생각만 할 뿐 입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역시 배런. 속이 좁군. 오너. 말만 해 달라. 언제든 돕겠다.”
마시드만은 대놓고 배런을 깠다.
아라크네의 오브를 받고 축구의 신 능력을 제대로 이끌어 낸 후부터, 그는 성지한에게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모두 문양만 잘 공격해 주세요. 나머지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알겠어요. 그럼, 축복을 드릴게요.”
성지한의 말에, 한숨을 축 쉰 소피아는 각종 버프를 부여해 주었다.
그녀의 축복을 받자, 그는 몸이 순식간에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트리니티. 역시 효과가 대단하군.’
서포터 소피아의 기프트는 ‘트리니티’.
SS등급인 이 기프트의 효과는 심플했다.
삼위일체라는 이름에 걸맞게, 버프가 3중첩이 가능해진다는 것.
‘소피아는 이 기프트 하나로 세계 최강의 서포터가 되었지.’
비록 등급은 SS급이지만, 축복의 효율이 말도 안 되게 뛰어났기에, 그녀는 최후의 10국 시기 때 세계 랭킹 3위에 랭크될 수 있었다.
“고맙군요.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아니에요. 힐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마음은 감사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스으윽-
성지한이 왼손에는 그림자검 이클립스, 오른손에는 봉황시를 쥐며 자신만만하게 미소 지었다.
“한 대도 맞지 않을 거니까요.”
* * *
내시드 백작 사냥은 순조로웠다.
[필멸자여-! 저항하지 말지어다!]처음에는 기세등등하게 소리치던 내시드 백작은.
[이 쥐새끼 같은 놈이……!] [잘도 피해다니는구나!] [으아아아!! 크아아아아!!!]성지한의 장담대로.
한 대도 맞추지 못한 채, 분노의 일갈만을 내지르고 있었다.
5분의 전투 동안.
보랏빛의 반투명한 비늘은 금이 잔뜩 가 있었으며.
7개의 눈 중 3개의 눈에는, 어느새 붉은빛이 사그라져 있었다.
-와… 몸놀림 예술이다…
-내시드 백작이랑 짜고 치누ㅋㅋㅋㅋㅋ
-진짜 수준이 다르네…
5분간의 격렬한 전투에서도, 성지한은 지친 기색 없이 멀쩡했다.
대부분의 공격은 가볍게 피하고.
피할 수 없는 일격은 포스로 느리게 만들어, 맞받아 치는 등.
성지한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를 연속해서 보여 주고 있었다.
마치, 잘 짜여진 합을 보는 것처럼.
-성 상!!! 일본으로 오시라는wwww 여신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笑)
-AF와 호흡이 잘 맞군요. 미스터 성. 미국은 언제나 당신을 환영합니다 🙂
실버의 내시드 백작 사냥을 보기 위해 찾아온 외국 시청자들은 성지한의 원맨쇼에 감탄하며 자기네 나라로 오라고 채팅창을 도배했다.
-아 채널에 외국물 묻었어 ㅡㅡ
-글로벌해졌잖냐.
-그래도 쟤네 도배해 봤자 성지한은 어차피 못 보잖음?
-후원이 천만 원부터라 다행이넼ㅋㅋㅋㅋㅋ
-쉿! 이러다가 또 게이츠업 뜬다…
자동 번역되는 외국인들의 채팅에 한국인들은 짜증을 냈지만.
그래도 성지한이 갈 거면 진작 떠났을 거라 생각해서 그런지, 예전만큼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근데 공격은 잘 적중하는 거 같은데 내시드 백작 오래 버티네.
-딜이 부족한 건가?
-원래 플레도 3명이서 딜하잖아. 그걸 혼자 잡으려니 빡센 듯.
-ㅇㅇ거기에 일반적으로는 워리어보단 마법사나 궁수 딜이 더 세니까.
전투의 구도만 보면 일방적이었다.
[카아아아!]내시드 백작은 비늘에서 거대한 가시를 뿜어내고, 입에서는 불길을 내뱉었지만.
툭. 툭.
성지한은 오히려 그 가시를 발판삼아 밟고 뛰어다니며, 내시드 백작에게 접근했다.
그림자검 이클립스가 순식간에 거대해지기도 잠시.
촤악!
거대 뱀의 비늘에, 또다시 금이 갔다.
“하…….”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배런이 혀를 찼다.
저놈, 너무 잘 싸운다.
대괴수랑 맞붙는데도, 어쩜 사람이 저럴 수가 있는가.
인간적으로 한 대는 맞아야 하지 않나!
“데미지가 부족하군.”
“그래요? 그래도 이제 슬슬 잡을 거 같은데. 원래 내시드 백작 사냥, 초행은 10분 이상 걸려요.”
“아니. 부족해.”
배런은 소피아의 말을 일축하고, 눈을 굴렸다.
사실, 안다.
딜이 그리 부족할 거 같진 않다는 걸.
성지한은 이번 전투에서, 지금까지 썼던 특수한 기술들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저 검으로 비늘에 피해만 입혔지.
하지만.
‘여기서 저놈이 내시드 백작을 혼자 잡으면, 난 들러리에 불과하게 된다.’
세계 각지의 수많은 시청자들이 보는 앞에서.
빛나는 주인공은 성지한 하나고.
배런은 ‘성지한의 파티원 1’ 수준에 불과하게 된다.
이래서야, 레이드 파티에 참여한 의미가 없지 않는가!
‘좋아…… 막타는 내가 가져간다!’
현재 동서남북의 절벽에 새겨지는 문양 중.
남쪽은 마시드, 가장 가까운 서쪽은 윤세아와 소피아가 맡았으며.
가장 먼 동쪽과 북쪽 절벽의 문양은 배런이 커버했다.
‘동, 북의 문양은 약하게만 공격해도 활성화를 막을 수 있어.’
배런은 북쪽과 동쪽의 절벽을 케어하면서, 동시에 내시드 백작까지 딜하려 했다.
“소피아. 버프를.”
“네? 왜요? 지금도 충분한데.”
“약한 공격을 계속하는 게 귀찮아. 아예 파이어 웨이브를 강하게 써야겠어.”
“뭐…… 그렇다면야.”
소피아가 버프를 중첩해 주자, 배런의 입꼬리가 한껏 올렸다.
됐다. 이 정도면!
“파이어 웨이브!”
화르르르!
동과 북의 절벽이 완전히 불타오른다.
그리고, 거대한 화염의 파도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내시드 백작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배, 배런! 뭐 하는 짓이에요!”
“딜이 딸리잖아! 빨리 끝내야지!”
소피아의 말에 당당하게 일갈한 배런.
그는 막타를 칠 생각에 입가에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하…… 저거, 5분을 못 참네.”
성지한은 파이어 웨이브를 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