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ilitary Chef of a Ruined World RAW novel - Chapter (200)
멸망한 세계의 취사병-200화(200/471)
200화 상성 (3)
태준이 녀석이 뱉어 내는 정보.
그 내용을 파악하는 건 쉽지 않았다.
“어, 이건 그거 아닙니까?”
“……아! 맞네.”
다행히.
이곳에 있는 부대원이 나 혼자만은 아니었다.
내가 호위 및 기타 업무를 맡기기 위해 데려온 부대원들.
그들이 나와 함께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 준 결과.
“그러면 여기에는 8번 분대를 보내고…….”
“8번 분대면 전투보다는 정찰 위주 분대였을 텐데. 괜찮을지.”
“글쎄. 거기에 있는 괴물들은 은신에 특화되어 있다든가, 뭐 그런 거 아니겠냐.”
어떻게든 의미를 파악하는 데에는 성공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을까.
“……여기, 까지다.”
철푸덕.
식은땀을 흘리면서 하늘을 바라보던 박태준 병장.
녀석이 떨리는 다리를 붙잡으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바, 박태준 병장님!”
“괜찮으십니까?”
쓰러진 녀석을 향해 레이더반의 병사들이 달려들었다.
내 요리로 어떻게든 숨을 붙여 놨을 뿐.
녀석의 다리는 아직 완치된 상태가 아니다.
“큭큭, 죽을 맛이다.”
거기에 내 요리로 인한 과도한 버프까지 더해졌으니.
저 죽을 맛이라는 말에는 조금의 농담도 없겠지.
“너는 어째 매번 다치고 쓰러지고 하는 것 같네. 괜찮냐?”
“큭…… 그러게 말이다. 내 팔자가 이런 건지 원.”
농담을 건네며 다가가자.
“걱정해 주는 건 고맙지만, 너야말로 나를 걱정해 주고 있을 여유는 없을걸.”
“응?”
바닥에 누운 채 거친 숨을 몰아쉬던 녀석이.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방금 얘기한 [점성술]…… 특별한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적은 방금 얘기했던 그 정도가 전부일 거다.”
“……흠.”
“나머지는 그렇게 간편하게 제거하기는 힘들겠지.”
태준이 녀석이 말한 군부대들.
그중에는.
부대에 파견해야 할 만한 병사에 대한 힌트가 따로 없던 곳도 몇 군데가 존재했다.
이유는 아마도.
“그쪽에 나타난 괴물들은…… 마땅한 약점이나 특색이 없다는 거다.”
애초에.
카운터를 칠 만한 적이 아니라는 뜻.
“그런 녀석들은 정말 단순하게 강한 경우일 거다. 특색도, 약점도 없는 녀석들. 그런 녀석들을 처리하려면.”
“이쪽도 단순하게 최대한의 전력을 보낼 수밖에 없겠지.”
“맞아.”
그리고.
군단이 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전력이라고 한다면.
“내가 빠질 수는 없겠네.”
“바로 그거지.”
클클거리면서 웃는 박태준 병장.
“기껏 이런 곳까지 찾아오자마자 미안하지만, 이제부터는 네가 직접 뛰어야 할 거라는 거다.”
“하아……, 뭐. 나도 놀고 있을 생각은 없기는 했어.”
“다행이라고 해도 될지는 모르겠다만, 그 나머지 부대들은 처리가 그렇게까지 급하지는 않을 거다.”
애초에 괴물들이 풀려난 곳은 군부대.
군부대의 근처에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많지 않다.
군부대 자체가 사회와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생기는 것은 물론.
강한 괴물들이 군부대에 자리 잡았다는 정보가 퍼져 있는 지금.
굳이 그런 곳 근처로 자리를 잡은 생존자들은 없을 테니까.
‘라디오를 듣고 접근 중인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벌써 이 근처까지 온 경우는 드물겠지.’
그 풀려난 괴물들이 당장에 큰 인명 피해를 낼 가능성은 적으니.
어느 정도 준비를 갖춘 후에 토벌한다면.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
그렇다면.
당장은 나름대로 시간 여유가 있다는 뜻이니.
나는 중요한 것 하나를 묻기로 했다.
“이 짓을 벌인 녀석들에 대해서는…… 알아낸 거 있나?”
“글쎄다.”
군부대의 괴물을 세상에 풀어놓은…….
우리 군단의 ‘적’
“알아낸 게 없지는 않다만, 아마도 당장은 나보다 네가 아는 게 더 많을 거다.”
그야.
나는 [식재료 감별(강화)]를 사용.
그 당사자들을 감별하기까지 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본 녀석들의 상태창은 꽤나 충격적인 것이었다.
‘악마 계약자.’
살벌해 보이는 이름.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은 단 하나.
[계약] [대가를 바침으로써 악마와의 계약을 진행합니다.] [거래의 진행 여부는 전적으로 악마의 판단으로 이루어집니다.]‘계약이라…….’
간단한 문구였지만.
저 특성 이름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불공정 계약이라는 이름이어야 맞는 말 아닌가?’
거래의 진행 여부가.
전적으로 악마에게 걸려 있는 계약.
괴물들을 세상에 풀어놓은 것 역시.
저 ‘계약’을 통해 이루어진 일이었겠지.
대체 어떤 대가를 줬길래 괴물들이 해방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일단 내가 알아낸 바로는…… 남쪽이라는 거다.”
“남쪽이라.”
이건 꽤 중요한 힌트다.
적의 위치를 어느 정도라도 알아낼 수 있다는 거니까.
“그 외에 자세한 정보는 지금으로써는 모르겠군.”
“뭐야? 생각보다 너무 적은데.”
“말은 끝까지 들어. 아마 그 외의 자세한 정보는…… 조만간 들어올 것 같으니까.”
“……?”
이게 무슨 소리야.
지금 말해 주면 말해 주는 거지.
정보가 조만간 들어올 거라니?
“어떤 식일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곧 누군가가 너를 찾아올 거다.”
“뭐?”
“자세한 건 그쪽이 알려 줄 것 같군.”
즉.
지금 태준이 녀석이 알아낸 건 없지만.
조만간 정보를 가지고 있는 이가 우리 부대를 찾아올 것이라는 뜻.
“……무슨 한 번에 알려 주는 게 없어. 진짜 귀찮은 능력이네.”
“동감이다, 정말이지.”
뭐…….
그 귀찮은 능력 덕에.
목숨을 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말이지.
* * *
“기껏 오랜만에 얼굴 봤는데, 바로 헤어지게 생겼구만.”
“남자들끼리 얼굴 오래 봐서 좋을 일이 뭐가 있다고.”
“뭐, 그것도 그렇긴 해?”
태준이 녀석을 부축하며 레이더에서 내려온 뒤.
나는 군단으로 복귀할 준비를 시작했다.
남아 있는 괴물들의 처리는 그렇게 급하지 않을 거라고는 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당장은’ 수준.
최대한 빠르게 그쪽에 나타난 괴물들의 토벌을 해야 할 테지.
“아, 태준아.”
“음?”
하지만 그 전에.
이곳을 찾아온 이유를 마무리 지어야겠다.
“너, 부대에 합류할 생각은 없냐?”
“합류라니. 까먹은 것 같아서 말해 주는데, 일단 나도 너랑 같이 이 부대의 최고참 병사다.”
“그런 뜻 아니라는 거. 알잖아?”
“……뭐어.”
진작에 산맥을 떠나 지상에서 성장한 다른 부대원들과 달리.
이 산맥에서만 틀어박혀 있던 녀석.
나름대로 그래야만 하는 이유도 있었다만.
어쩔 수 없이 반쯤 방치되어 있던 것도 사실이다.
‘비마나나 탄약대대 같은 곳에 비하면 이 산맥은 너무 위험하다.’
이왕이라면.
조금 더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해서 한 제안이었다만.
“미안하지만, 거절해 두마.”
태준이 녀석의 생각은.
나와는 다른 모양.
“네가 볼 땐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이 부대가 맘에 든다. 나한테는 여기가 어울려.”
“……그러냐.”
“나중에 좀 더 별에 가까운 곳까지 부대가 진출한다면 그때는 고민 좀 해 보지. 하지만, 그전까지는 이곳을 떠날 생각은 없다.”
근처 일대에서 가장 높은 산.
단순한 높이로는 더 높은 산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곳처럼 나름의 설비가 마련된 곳은 없을 테니.
심지어 태준이의 능력을 증폭시켜 주는 레이더까지 자리 잡은 곳.
박태준 병장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이곳.
그런 장소를 떠날 생각은 없다는 거다.
“참나. 아무리 능력이 강해지는 곳이라고 해도 그렇지. 무섭지도 않냐?”
“나한테 위기가 찾아올 거면 진작에 내가 알아챌 거다. 그리고…….”
다친 다리에 돌아온 감각이 신기한 듯.
다리를 매만지고 있던 녀석이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동기 녀석이 이렇게까지 활약하고 있는데 나도 분발해야 하지 않겠냐.”
“…….”
동기에게 꿀리고 싶지 않다는.
강한 자존감.
‘이 녀석. 처음 다리를 다쳤을 때도 그랬었지.’
얘기를 들어 보면.
다시는 걷지 못하게 된다는 정보를 얻었을 때, 꽤나 상심이 컸었을 텐데도 불구.
병문안을 왔었던 나를 대하는 녀석은 시종일관 당당한 모습이었다.
원래부터 능력 하나는 뛰어나던 녀석.
그런 녀석이니만큼 남들보다 뒤처질 생각은 없단 거겠지.
‘그렇다면야.’
사실.
이럴 경우도 생각은 해 놨거든.
“그렇게 됐으니.”
나와 함께 이곳을 찾아온 병사들.
녀석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얘기했던 대로 너희도 여기 남아 줘야 할 것 같다.”
“알겠습니다.”
“충성.”
그 말에.
“……응?”
“네가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 할 것 같긴 했거든.”
의아해하는 박태준 병장.
나는 병사들을 소개시켜 주며 말했다.
“그래서 이 녀석들을 데려온 거다.”
“……아.”
“이 산맥은 너무 전력이 부족했으니까.”
이미 병사들과는 얘기가 끝났다.
나름대로 우리 부대의 평균보다도 뛰어난 레벨을 자랑하는 녀석들.
게다가…….
“박태준 병장님.”
“아까 보여 주신 모습…… 정말 대단했습니다.”
태준이 녀석이 점성술을 펼치는 모습에 나름의 감명을 받았는지.
이곳에 남아 그를 보호한다는 임무에도 불만은 없어 보였다.
‘내 호위야 뭐, 그림자 속에 넘쳐나니까.’
이 녀석들은 이곳에 남아.
산맥의 부대를 지켜 주는 역할을 하게 될 거다.
특히.
“쟤가 공병이고, 저 사람이 의무병이야. 많이 도움이 될 거다.”
내 직업인 요리사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는 사기 직업.
생산계열의 공병.
녀석은 이 부대의 방어시설을 강화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태준이 녀석의 다리는 아직 완치되지 않은 상태.
의무병은 녀석의 재활을 도와줄 수 있겠지.
“……고맙다. 이런 식의 배려는 솔직히 기대도 안 했는데.”
“진작에 했어야 할 일을 이제야 하는 건데, 고맙기는 무슨.”
오랫동안 신경 쓰였던 부분이다.
이렇게 어느 정도 조치를 하니 속이 다 시원할 지경.
‘그럼 이제 복귀하면 되겠지.’
그 강력하다는 괴물들을 토벌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병력을 규합해서 보낼 필요가 있을 테니까.
발걸음을 돌리려던 찰나.
“잠깐.”
“……음?”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조언하자.”
여전히 지쳐 보이는 박태준 병장.
녀석이 나를 보며 말했다.
“오늘 있었던 내 [점성술].”
“아…… 대단했다. 솔직히 감탄했을 정도로.”
“그거 네가 한 짓으로 쳐 둬라.”
“……엉?”
내가 한 걸로 치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점성술을 사용한 건 나지만 그걸 사람들한테 전달한 건 너였으니까.”
“……그건, 그렇긴 한데.”
박태준 병장은 내 요리로 인한 버프로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점성술을 최대한으로 돌려 댔으니.
[길드 메시지]를 보낼 여력 따위 있을 리가 있나.결국.
녀석이 알아낸 정보를 길드 메시지로 보낸 것은 내가 되었다.
“……아, 설마.”
“다른 녀석들은 방금 그 정보들을 네가 알아냈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다.
“그게 뭔……!”
어이가 없네.
“지금이라도 눈치채서 다행이네. 그런 오해는 확실히 풀어 둬야지.”
지금 같은 세상에서는 강한 리더가 필요한 법.
그렇기 때문에.
나에 대한 과장된 소문들이 도는 것을 어느 정도 방치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네가 한 일이잖아.”
이렇게 명백하게 다른 공로자가 있는 일.
그것까지 내가 한 짓으로 취급되는 건 전혀 별개다.
이 경우는 남의 공로를 훔치는 일이 돼 버리니까.
‘이런 건 제대로 알려야지.’
안 그래도 박태준 병장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부대원들도 많은 판이다.
이 부대에서 묵묵하게 제 역할을 해 주고 있던 녀석.
다른 부대원들에게도 이 산맥에서 떠나지도 못한 채 활약하고 있는 부대원들이 있다는 걸 알리고.
제대로 인정받게 해 줘야…….
“말했잖아. 그거 네가 한 걸로 치라고.”
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그 당사자.
박태준 병장의 생각은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뭐래. 나보고 동기가 이룬 성과를 훔치라고?”
“그 얘기 맞다.”
“……응?”
“그리고.”
농담처럼 말했으나.
진중한 표정으로 말하는 박태준 병장.
“그래야만 한다. 영준아.”
“……허.”
그 반응을 보니.
무슨 상황인지는 짐작이 갔다.
“나에 대한 것도, 뭔가를 본 거냐?”
내 요리로 인해 최고 전력의 [점성술]을 펼친 녀석.
녀석이 뭔가를 봤다는 거다.
나에 관련된.
그 무언가를.